라일락 공주님, 사랑해도 될까요?

juniverse201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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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입니다.  1학년이긴 하지만 재수를 해서 21살이지만요. 1년 늦은 만큼,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하고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국어국문학과로 입학하여 교직 이수를 받고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까지 열심히 공부만 하려고 다짐한 제게, 그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저처럼 재수해서 21살이라는 그녀는, 사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예쁜 편은 아니에요. 눈도 그렇게 크지 않고, 코도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고, 키도 작고 다른 사람이 본다면 

 

'헐...'

 

하겠지만, 어쩌겠어요? 제 눈에는 너무나 예쁜데..

 

  물론 처음부터 그녀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요.  제 성격이 원래 숫기가 없어서 남학생들과는 곧잘 친해지지만 여학생에게는 먼저 말조차 걸지 못하기에, 말 한번 해본 적 없었죠. 게다가 그녀보다 예쁜 동기들도 많았기에 그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그녀를 좋아하게된 것은 국어국문학과 개강 총회때였습니다. 우연히 그녀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저는, 그녀 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들과, 그리고 선배님들과 함께 술게임을 하면서 분위기는 달아올랐죠. 그와 함께 시간은 흘러 술이 약한 동기들은 서서히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고, 테이블에는 선배님들과 저, 그리고 그녀만이 남게 되었어요. 저도 술을 잘하는 편이 못되지만, 술게임을 못해서 무지 많이 먹은 상태였지만 오기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죠. 그런데 그녀의 상태는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눈에 초점조차 없는 듯 해보였어요. 그리고 11시 20분 쯤, 그녀는 기숙사에 가겠다고 말하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술이 많이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나는거에요. 걱정이 된 저는, 선배님들께 그녀를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그녀와 함께 지하 술집에서 올라와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많이 힘들어하는 그녀에 발걸음에 맞춰 걷고 있는데, 저희 앞에 있던 과대가 다가오더니

 

"누나 괜찮아요?"

 

하며 그녀의 등을 팔로 감싸는거에요. 그때 저는 굉장히 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화가 나는, 아마 질투라고 하는 감정이요. 마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이 수지에게 키스 하려는 안경 쓴 선배를 본 것처럼, 화가 치밀러 올랐어요. 대체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건지 저도 잘 몰랐어요.

 

'얼마 만나지도 않은 사이인데, 좋아할리가 없는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걸까..'

 

하며 저는 제 자신에게 계속 되물었습니다.

 

"응, 괜찮아"

 

하며 과대에게 손을 흔들고 그녀는 웃어보였습니다. 그렇게 과대를 남기고 저와 그녀는 기숙사로 걸어갔습니다.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가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설레였습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그렇게 기숙사 근처까지 간 저는, 대학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고 그녀에게 내밀었습니다.

 

"커피 마시면 술 빨리 깬대."

"어? 고마워. 다음에는 내가 살게."

 

하며 커피를 받는 그녀. 그리고 저는 터벅터벅 그녀를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 준 다음에 제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잠재우느라 고생했어요.

 

'대체 왜 이러는걸까..'

 

끝없이 자신에게 물어봤지만 결국 답을 얻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수업을 들으면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까지 발전했습니다. 저로서는 큰 발전이였죠. 그리고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한번 그녀와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랐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게 많았거든요. 카톡으로 해도 좋지만, 직접 마주보고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기회는 왔습니다. 과 동기들이 모이는 '새내기 모임'이라는 걸 한다고 했거든요. 일정은 호프집에서 1차를 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노래방 18번 곡을 죽어라 연습하며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새내기 모임 당일날, 저는 그녀에게 카톡으로 물었습니다. 새내기 모임에 오냐고 말이죠. 그러자 그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늘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못 갈거 같아. 나중에 합류할 수 있으면 합류하려고."

 

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늘이 제게 기회를 주신줄 알았는데 헛된 꿈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새내기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하늘은 절 버리시질 않았습니다!

그녀의 동아리 모임 장소가 새내기 모임 호프집과 동일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먼저 동아리 모임을 하면서 술을 많이 마신 탓이였겠죠. 절 보며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그녀, 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동기들한테 밀려 제가 앉은 자리는 그녀와 멀~~~리 떨어진 구석 자리였습니다.

아...

저는 지하 술집에서 보이질 않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물(?) 흘렸습니다.

자리에 앉은 동기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녀가 앉은 자리를 계속 쳐다보며, 저는 술게임을 하였고 결국 연속으로 술게임에서 지고 소주를 두잔 연속으로 원샷.. 안주조차 하나도 먹지 않은 탓인지,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습니다. 그 상태에서 술을 먹지 않는 동기들을 위해 환타병을 숫가락으로 타다가 날카로운 면에 엄지손가락을 깊게 베이고, 지혈이 안되 피가 팔목까지 흘러내렸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동기들은 절 걱정하며 얼른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저는 상처따위는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술에 취한 그녀가 걱정되었죠. 하지만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10분이 지나도 지혈이 안됬고 결국 저는 응급처치로 베일밴드라도 사려고 편의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밴드를 집은 저는, 아이스크림까지 함께 사서 호프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동아리가 앉은 테이블에 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아이와 같은 동기인데, 많이 취해보여서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하며 그녀에게 아이스크림을 쥐어주고 저는 제가 있던 테이블로 돌아갔습니다.

 

어? 그런데 그녀의 동아리 선배님들이 도와준걸까요?

 

한 20분쯤 후에 그녀가 제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왔습니다. 즐겁게 술게임을 하는 우리들, 그때 그녀가 제 손가락을 보며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애써 감추며 살짝 베인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제 손가락을 만지며 걱정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비스로 들어온 치즈옥수수를 숫가락이 없어 못 먹는 그녀를 위해 숫가락을 양보해주기도 하고, 술래가 술병을 들어서 가장 늦게 든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임을 하면, 몰래 그녀에게 제 앞에 있던 술병을 밀어주며, 재밌게 게임을 했습니다. 그리고  12시가 되기 직전에 함께 나올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사실 함께 나오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녀의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제 옆에는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질 못하는, 동기인 형이 있었습니다. 그 형을 부축하며 그녀와 작별인사를 한 저는, 형을 무사히 데려다 주고 호프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부디 그녀가 남아있길 빌면서요. 하지만 그녀는 없었습니다.

'무사히 들어간걸까?'

그녀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부재중 전화가 2~3통은 갔던거 같습니다. 걱정이 된 저는 그녀의 기숙사 근처를 돌면서 그녀를 찾아봤지만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를 찾지 못하는 저는, 이번에는 설레임이 아니라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5시 쯤, 카톡으로 

"나 지금 들어왔어 ㅠㅠ"

그녀의 카톡을 받았습니다. 아마 그때까지 동아리에서 못 들어가게하며 3차, 4차 까지 갔던 것 같습니다.

아......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ㅠㅠㅠ 그날 있을 강의에서 자기소개 발표를 하는 날이 있었거든요. 학점에 들어가는 중요한 발표였기에 혹시 못올까봐 걱정이 되었죠. 강의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해서 그녀가 아직 안 온걸 확인한 저는, 부재중 전화를 한 저는, 강의 3분 전에 그녀가 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자기 소개를 들은 저는, 그녀가 그녀의 부모님이 어렵게 얻은 외동딸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공주님이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그녀는 애지중지 자랐다는 이야기인데, 그녀는 어른스러웠습니다. 뭐랄까, 더욱 보호본능이 발현된다고 해야될까요? 그녀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녀의 네이버 아이디를 알게된 저는, 그녀의 닉네임이 '라일락 공주'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하다가 결국 라일락 공주님이라는 동화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동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일락이라는 공주가 살았는데 눈이 안 좋아서 물체를 보려고 목을 내밀고 눈을 자주 찡그렸다. 그러자 남들보다 목이 길어지고 표정도 이상해지게 되었다. 공주는 자신의 목을 짧게 해줄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와 결혼한 사람은 목을 짧게 만들어준 사람이 아니라, 그녀의 잘 안보이는 눈을 위한 안경을 만들어준 청년이었다."

 

뭐랄까, 점점 그녀에 대해 알게된 저는 더욱 더 그녀가 좋아졌고 지금까지도 그러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 다 재수까지 했고 치열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이 시대에서 연애란 배부른 소리라는걸 너무나 잘 알고있습니다. 또한 갑작스럽게 다가가서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커져가는 마음을 말입니다. 이렇게 설레고 낯설지 않은데. 제 마음을 모두 뺏겨버렸는데.

 

정말 안되는걸까요?

 

저 조심스럽게 얘기해도 될까요

용기내봐도 될까요

사랑이 와버렸습니다

그녀에게는 늘 좋은 것만 주고 싶습니다.

 

제가 라일락 공주님을 사랑해도 될까요?

제가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걸 선물했던 그 청년이 되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