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군의 개드립~! 그리고 P양 입니다^^

냉장고 201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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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야기-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신없이 바쁜 연말연시.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음가짐을 적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다이어리의 첫 장에..대부분의 솔로들은 맨 처음 적는 다짐이 있겠다. 1. 솔로탈출 = 연애 ♥
 게다가 작년은 솔로대첩 덕분에 유난히 시끄러웠던 빨간 크리스마스를 보낸 외기러기들이라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2013년의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사랑을 시작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을 터, 그 기도들은 만원버스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해의 시작과 함께 세 개의 새해 목표 중 하나를 덜컥 이뤄버린 나의 ‘첫.만.남’(?) 아니..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12월 31일을 평범하게 보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남들처럼 데이트는 못해도 집구석에 처박혀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서울로 상경해 올라와 가족과의 시간도 보낼 수 없는 23살의 꽃다운 여인ㅜㅜ.
 그리하여 서울의 얼마 없는 지인을 탈탈 털어서 작은 팸을 하나 만들었다. 부산출신의 민양과 인천 출신의 문군. 내가 밀어주고 싶은 두 사람! 으흐흐.. 타지에서 보내는 만큼 보람차게 ‘박꽃비’(이래 봐도, 4명의 커플을 성공시킨 커플메이커임ㅋ)라는 명예에 누가되지 않도록 지내려 다짐하였다. 나의 플랜 하나! 하루의 시작은 용하다고 소문 난 타로 집을 찾아가 연애 운을 본다! 둘! 그날따라, 왜 그리 ‘노라조의 여자사람♫’이라는 노래가 입에 붙었을까.... 나는 월미도의 바이킹을 타러가겠다!! 오예!!!.
 적당한 오전시간에 눈을 뜬 나는 신기가 있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인터넷 사이트도 가지고 있다는 건x대학교 모처에 계신 000님께 타로를 보러갔다. 가는 길, 나는 요즘 나의 머릿속을 간질간질 돌아다니고 있는 최 군과 카카오 톡 음성 메시지를 나누고 있으렸다. 
 최 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뭐랄까. 그 당시 나의 연애 레이더 망 아래에 가장 감칠 맛 나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남자로써. 준수한 외모와 적당히 살가운 성격으로 대외활동을 통해 만난사이다. 우리는 최근 진로상담이라는 이름아래 한 번의 비밀스런 데이트(?)와 사람의 감성이 유독 cm-탈해 진다는 새벽시간 몇 차례 통화와 메신저를 주고받은 사이렷다! 확 끌어당기는 느낌은 없지만, 뭔가 목구멍으로 꼴깍 침이 넘어가며 가슴을 살랑살랑하게 하는 것이! 그 시기 몇몇의 구미가 당기지 않는 고백을 거절하고, 괴이한 타이밍의 장난에 농락당하던 나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남자였으리라 생각해 본다. 
 서울은 문화의 중심도시여서 그런지 타로카드 복채도 지방과는 차원이 다른, (3000원x3 <<)10000원 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봐온 타로 점들이 삼천원이였던 것을 감안 하면 그보다 세배는 더 용한 연애 운과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복채를 지불했다. “너는 겨울동안은 좀 더 놀아야겠다~!! 3월은 되어야 연애 운이 있네, 그래도 기다리는 만큼, 코가 오똑한 훈남을 만나게 될 거야.”라는 3000원짜리 타로카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 상 3월에 오는 나의 그분이 ‘훈남’이란다. 좋았다! 마지막으로 질문이 있으면 하라는 말에.. 며칠 전부터 마음 한 켠을 야리야리 해오는 최 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여자가 있으나, ‘대쉬’를 해라??쩝... 이미 과거에 그에게 번호를 물어봤으나, 그 뒤 진전이 없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나로서는 그리 큰 놀람 없이 여자가 있다는데 들이대라는 말은 뭐냐며 첩첩한 발걸음으로 점집을 나왔다.  나의 팸과 함께 마지막 날을 보내기로 한 장소는 인천! 뭐, 노래가사를 따라 덜컥 추진한 나도 문제가 있지만, 이렇게 추운 바닷바람이 피부의 수분을 다 빼앗아가는 느낌이 드는데도 오케이하며 몸을 움츠린 채 이곳을 함께 걷고 있는 저들에게도 문제가 있다~ㅎㅎㅎ한 시간 반가량의 지하철여행을 하다 보니 어느 덧 다다른 인천역. 훗! 그런데 생각해보니 인천은 최 군의 거주지가 아닌가? 나는 깨알같이 최 군에게 나의 인천입성을 알리었다.
 흐어엉.. 차이나타운과 월미도가 있는 동인천은 바닷가 옆이라 그런지 더욱 더 살결을 아리는 겨울바람이 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처음 왔어요! 티를 팍팍 내는 오두방정 덕분에 호갱(호구 고객)을 찾는 가게 주인들의 먹잇감이 된 우리는 서로서로 오라는 호객행위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짜장면도 먹고 공갈빵과 포춘 쿠키도 사면서 나름의 연말을 즐겼다^^ 
 무시무시한 월미도의 바이킹! 월미도와 롯데월드의 바이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서운 바이킹 no.1~2를 다툰다는 사실을 아는가? 롯데월드는 고도가 높아서 그렇다 치고, 월미도는 높이 올라갈수록 덜컹거리는 안전 바의 매력이 삼장이 붕 뜨는 떨림을 주는 곳이렸다.아무튼 월미도의 바이킹도 타고, 겨우겨우 지는 해의 꼬리를 감상하고,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서 한해의 마무리를 짓는 수다를 떨었다. 아! 물론, 중간 중간 깨알같이 최 군과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적당히 티 안날만큼 팍팍!! 민양과 문군을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느 덧 막차가 다가오는 시간, 아무리 12월 31일이라 지하철이 늦게까지 운행 한다 해도 민양과 나는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원래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처자들이야 말로 조신하게 집에 꼬박꼬박 들어가야 할텨~!! 우리는 지하철을 탔다. 마지막 날에 대한 아쉬움을 그득 안고 돌아오는 나의 휴대폰에 ‘이제 다 놀고 서울 가요^^’라는 메시지에 답을 하려는 듯 최 군의 전화가 오는 것이 아닌가? 12월 31일과 1월 1일을 사이에 둔 전화는 무슨 장난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일까? 우리는 농담 삼아 ‘서울에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오세요~’vs ‘인천으로 다시 돌아오면 놀아줄게^^’ 라며 밀당을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연말 막차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 다 되었고, 민양과 문군은 일찌감치 함께 내렸다. 나는 갈까 말까 소심한 갈등을 하며 혼자 앉아 가기를 몇 십분... 문득, 뭔가 재미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결국 인천으로 돌아가는 리얼 막차를 타버렸다.
 “저 인천으로 다시 돌아갑니다~!!”라는 전화를 때리고, 나는 지하철 안에서 꺼져가는 휴대폰 화면으로 2012년 12월 31일 12시59분이 2013년 1월 1일 1시01분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으며, 뭔가 터질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최 군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반나절 내내 맞은 바닷바람 덕분에 얼굴에 올라온 각질을 잠재우는 수정화장도 하고, 가방을 뒤적거리다 보니 나온 엽서에 새해를 기념하는 글도 썼다.(참 이럴 때는 가방 정리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나름의 두근거림을 앉고 가기를 한 시간. 나는 드디어 최 군을 만났다.
 최 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시작 된 새벽 데이트. 첫 코스는 아무도 없는(!) 송도 신도시 센트럴파크였다. 눈 내리는 깜깜한 공원을 걸으면서 우리는 새해 첫날의 설렘을 즐겼다. 고향에서 자주 가던 공원과 닮은 그 곳에서 신이 난 나는 그에게 낮에 있었던 연애 운 이야기도 하면서 하염없이 조잘 거렸다.
 내가 오기 전, 나름대로 그 부근의 가볼 만한 맥주 집을 검색한 그의 리드에 따라 우리는 분위기 있는 가게로 들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살랑살랑 알딸딸해지는 뇌 속과 베시시 웃고 있는 나의 얼굴. 업 된 기분! 그리고 적당한 호감을 표하는 우리의 대화. 그 것과 삼박자를 맞추려는 듯 펑펑 눈 내리는 하얀 거리. 그 기억으로 다시 돌아가니 그저 사르르르 미소만 피어날 뿐이다. 새벽 첫 차가 뜰 때 까지 있어야 하는 나의 처지에 따라 우리는 밤새 실컷 놀기로 하고 다음 장소로는 눈 내리는 바닷가! 월미도로 향하였다.
 전 날 오후에 왔던 월미도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함박눈이 내리는 월미도는 그저 낭만과 추위가 가득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이었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시야. 입을 벌리면 혀 속 가득 느껴지는 눈의 감촉. 눈 맞은 강아지처럼 신이 난 나는 미끄러질 듯 말듯 아슬아슬 거리를 뛰어다녔다. 그런 내가 신기한 듯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함께 따라 부르며 그도 열심히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어느 덧 손이고 뺨이고 얼대로 얼어버린 우리는 늦은 시각까지 열려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겨우 추위를 녹이고 달달한 믹스커피 맛의 카페라떼를 들이키며 추위에 다 깨버린 술 대신 분위기에 취해갔다. 서로의 꿈, 이상형?, 목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나는 새삼 그가 꽤 괜찮은 사람임을 느껴갔다. 이야기가 계속 되다보니, 어느 순간 나는 미래의 결혼식에 대해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저는요. 비싸고 큰 결혼식장 말구요~ 소극장을 빌려서 결혼식 때 신랑이랑 연극을 한편 올려보는 것이 꿈이에요!”혼자 푹 빠져서 이야기를 하는 나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의 한 마디. “어? 그거 내 껀데?”헉! 그 순간 나는 나의 가슴이 찌릿해짐을 느껴버렸다. 
 아침이 밝아오고, 우리는 새해를 기념하여 떡 만두국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다시금 추워진 바깥공기에 빨게 지는 내손이 신경 쓰였나보다. 찌리리리릭.. 나의 오른손을 잡은 그 왼손에서는 핫 팩 열개를 능가하는 따뜻함(?)...아니 뜨거움이 느껴졌다. 어느 덧 그의 손에 적응해버린 나의 손은 그가 데워 준지 오 분도 안 되어 차갑게 원상복귀를 하는 바람직한(?)태도를 보였다. 계속해서 내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가 좋아지고 있었다. 므흣한 기분! 그날 이후로 나의 손은 한동안 핸드크림도 꼬박꼬박 바르는 주인의 사랑을 받았다. 만둣국을 먹고 가볍게 동 인천 거리를 소화시킬 겸 걷다보니 해는 중천에 떴고, 이제는 정말 서울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야할 시간이 왔다. 
 꼬옥 잡은 손을 바라보면 남들 눈에는 우리가 연인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좋은 오빠&동생! 그럼 이제부터 조금씩 변화를 주어보렷다. 서울로 올라가는 지하철 안, 밤을 새고 반나절이 지났으니 뜨뜻한 지하철 의자에 앉은 나는 꾸벅꾸벅 졸 텨, 이러한 내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나에게 잠깐 잠을 자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졸다가 정거장을 지나친 미련한 경험이 많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꿋꿋하게 감기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나오는 하품을 막으며 그의 옆에 앉아있었다. “그럼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뚜둥...!! 흐헙.. 이것은 그러니까 지금 저 말은 다시 말해 나는 너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라는 것을 뜻하는 것인가?? 아니 중요한 건 그의 말에 나의 마음이 온갖 감각을 동원하여 ‘잡아야한다!’ 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의 작은 배려에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한 나의 연애세포들은 온갖 짱구를 굴려가며 상황 해결책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활발한 정신과 달리 고단한 나의 육체는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그의 팔을 꼬옥 감을 채 한 시간가량의 지하철여행을 하였다. 훗날 그의 말에 의하면 나의 꼬물꼬물한 팔짱에 자신의 마음도 몰캉(?)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팔과 어깨로 이어진 마음이 선덕선덕해져 있음을 어느 순간 느끼고 있는 남녀렷다.
 어느 덧 나의 집이 가까워오고, 내가 꿀잠을 자는 동안 나의 세포들은 당돌한 결정을 뇌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오빠. 우리 지금 썸 타고 있는 것 같아요!”생각지도 못한 나의 발언에 푸 훗! 웃음보가 터져버린 그. 나는 부끄러웠지만, 그의 웃음소리가 왠지 긍정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이어서 타로 점을 이야기 했다. “3월에 오실 훈남님 말구요. 제가 신경 쓰이는 사람이 한명 있다 했더니, 그 남자 여자 있다고 근데 대쉬 해보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그는 나에게 그 남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나 참. 여자가 여기까지 했으면 이제 자기가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닌가? 새침하게 바뀐 나의 표정을 보던 그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 3월에 남자친구가 생긴다고 했지? 너 사전에서 spring이라는 단어 앞뒤로 어떤 단어가 있는 줄 알아? sprightly(명량한)- springal(젊은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이 단어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너 인거 같다. 연애하자!”피식_ 입가부터 시작되어 광대 눈으로 피어오르고 있는 미소는 나부터 시작해 어느 덧 나의 남자의 얼굴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2013년 1월 1일. 우리는 서로의 새해 목표 “솔로 탈출”을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지 24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이뤄버렸다. 그리고 사랑하고 있다.ps- 참고로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민양과 문군도 같은 날 깨알 같은 사랑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
2012년도 이렇게 가는구나..이로써 연애세포 활동 정지시기 6년차를 맞이하겠구나.. 9년차가 되면 연애세포가 실체가 되어 연애를 하도록 도와준다던데..싫었다. 그 연애세포를 만나는 것만은..(그래도 그 세포의 도움을 받아서 생긴다면 좋겠지만..)2012년을 뒤돌아보면 마치 연애하려고 처음으로 헌팅이란 것도 하고, 그렇게 알게 된 여학우에게 열심히 관심도 보이고..그런들 뭣하리..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을.. 1월 첫 주까지만 조금 더 노력해보고 안되면 맘 접어야지..
이게 나의 2012년을 보내고 2013년을 맞이하고 있는 2012년 마지막 날의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물론 대외활동을 하다가 만난 P양이 요즘 눈에 밟히긴 했지만 뭐 별 것 아니었다. 다만 이 아이가 나에게 호감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심스러웠을 뿐..
내가 처음 세운 2012년 마지막 날의 계획은 이랬다. 기상.. 쭈우욱 집에서 쉬다가 밤에 나가 한 해를 노트에 정리해 보면서 새해를 맞이할 생각이었다. 혼자만의 망년회와 신년회.. 이 또한 솔로만의 특권이리라..
그런데 이런 고요한 솔로의 일정에 돌맹이가 던져졌다. 이게 주사위일 줄은..
P양의 인천 방문 소식. 사실 이것은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고 나에게 그렇게 흥미로운 사실도 아니었다. 나의 일정을 바꿀 그 어떤 이유도 없었다. 그저 나에게는 하나의 ‘남 얘기’ 일뿐...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나의 어린 시절의 향수가 배어 있는 동인천 인근을 둘러보는 중이란다. 이것저것 볼거리를 알려주고 나는 또 다시 고요히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리고 9시. 때가 되었다. 노트와 필기구를 챙겨 집을 나섰다. 조용히 혼자만의 망년회와 신년회를 할 카페를 찾아서.. 하지만 막상 나선 길거리는 시끄러웠고, 24시 카페는 많지 않았다. 한껏 cm-해진 기분을 머금고 이리 저리 배회하는데 또 연락이 왔다. 인천에서 잘 놀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가는 중이라는 P양의 문자.
이 때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지금 생각하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길거리를 헤매는 것도 짜증이 나서 집에서 가까운 송도 신도시로 넘어가려는 찰나였다. P양에게 전화를 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지는 못할 거라고 지금 가면 종각역에 자정까지는 도착할 수가 없다고.. 굉장히 아쉬워하는 그녀에게 나는 괜스레 인천으로 내려오라고 말했다. 고민하는 그녀에게 고민의 시간을 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시 내려오면 이 아이는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그냥 올라가면 그냥 친한 아는 오빠 동생 사이가 될 것이라고..
그리고 잠시 뒤 나는 패닉에 빠져있었다. 다시 내려온다는 연락을 받은 뒤였다.
왜 내려오지?진짜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었나?집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어떡하지?대체 얘는 무슨 생각인거야?밤에 남자랑 같이 있는게 이렇게 자연스러워?선순가?
조금의 당황 후 나는 평정심을 찾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의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나를 좋아하는구나!!
처음 이 기분이 들고도 좋지만은 않았다. 나름 고지식하고 고집이 센 편이라 그런지 누군가에게 가진 이성적 호감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고, 또한 그러한 상황에 바로 그 방향을 바꾸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누구에게 예의가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P양은 인천으로 돌아왔고, 센트럴파크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열차를 타고 새벽 1시 즈음 대면할 수 있었다. 결국은 새해를 센트럴파크역사 내에 있는 작은 무대에서 맞이한 것이다. 나름 무대라는 공간을 좋아하여서 그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우선은 인천에 온 이상 편안히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역에서 가까운 맥주 집에 들어가 가볍게 맥주를 한 잔했다. 그리고 나온 세상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도로에는 눈이 쌓이고 차들은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작스러운 P양의 말...
‘월미도 가요!!’
언제나 충동적이고 새로운 무언가를 추진하는 기질이 다분했다는 것은 알고 있던 터.. 하지만 월미도는 이 눈을 뚫고 어찌 간단 말인가? 택시타면 되지 않냐 는 말에 택시 아저씨가 데려다는 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택시를 잡고 있는 P양.. 택시 기사님도 갸웃거리며 월미도로 출발했다. 기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도착한 월미도도 새하얗게 눈이 소복히 덮여있었다. 나름 운치 있는 그 거리를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 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에 누워 팔다리도 움직여 보기도 하면서.. 그리고 어떤 행사를 위한 스테이지에 우린 도착했다. 바다를 등진 스테이지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노래를 부르면서 놀고 있었다. 근데 왜 내가 부르는 노래들이  다 발라드 위주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월미도 거리에 24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더 이상 추위와 싸워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들어간 카페에서 새해를 맞이하여 이런 저런 각오와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조금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미래에 결혼을 한다면 결혼식장이 아닌 무대에서 할 계획이었다. 무대에서 하객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연극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식이었다. 중요한 것은 신부의 동의. 그러나 과연 그런 계획을 받아줄 친절한 여성이 있겠는가? 근데 있었다. 이 P양. 독특하고 나랑 코드가 맞는 줄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 혈액형이 뭐냐는 질문에 답을 거부하는 P양. 오기가 발동하여 계속 물어봤지만 역시 오기가 발생했는지 요리조리 화제를 돌린다. 그래서 시작된 서로 좋아하는 숫자 맞추기. 1~9까지의 숫자에서 P양이 좋아하는 숫자 맞추면 혈액형 알려주기. 하나하나 이상한 근거를 갖다 붙이면서 제거하면서 P양의 반응을 보며 조심스레 숫자를 지운다. 이때부터 서로 어마어마한 심리게임 시작이다. 2를 지우면서 반응을 살피고, 4를 지우면서 또 살피고.. 살피고 살피고.. 그러다 숫자가 5개 쯤 남았을 때 갑자기 억울했다. 이상하리만치 열심히 맞춰서 얻는 것이 딸랑 혈액형?
‘뭔가 이건 억울해. 이렇게 맞춰놓고 딸랑 혈액형이라니. 사귀기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런 말을 내뱉었을까? 지금도 이상하지만 게임은 계속 되었고, 숫자가 3개 남았을 때 P양의 표정이 편안해졌음을 느꼈다. 이미 답을 내가 지운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숫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숫자를 다 제외시키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렸다. 아주 능글맞게 이런저런 이유를 둘러대면서. 결과는 당연히 오답. 하지만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카페에서 아침을 맞이한 우리는 새해 떡국을 먹으러 나갔다. 그날 그녀의 손에는 손가락이 다 나오는 장갑도 워머도 아닌 것이 있었는데, 손이 새빨갛게 되어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차디찬 두 손 맞잡아도 찬 손인 것은 마찬가지. 갑자기 그 손을 잡아주고 싶어졌다.(손은 항시 따뜻한 나였다.) 그래서 조용히 손을 내놓으라며 손을 잡았다. 진짜 세상에서 가장 찬 손이었던 것 같다. 도저히 못 참고 내 주머니에 두 손을 쑤셔 넣었다. 그리고 동인천을 돌아다니며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 주었다. 손을 잡은 채..
그리고 그녀를 집에 보내기 위해 전철역에 들어섰다. 근데 그녀가 피곤해한다. 이제는 손에서 어깨도 빌려주고 싶어졌다. 집에 데려다 주고 싶어졌다. 그녀는 되었다고 했지만 왜 나는 고집 센 최씨인가.. 그렇게 내가 갈아타야할 부평역에서 내 어깨에 잠든 그녀를 깨우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중간에 살포시 깬 그녀는 내가 내리지 않았음을 잠이 덜 깨어 다시 잠드는 목소리로 툴툴댔다. 그리고는 내 팔을 꼬옥 끌어안고 다시 잠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집 근처의 역에 도착할 즈음 그녀가 얼굴에 묘한 웃음을 띤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여 계속 그 의미를 물었다. 답은 타로 점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나까지의 이야기. 3월에, 봄에 자신에게 훈남이 온다고 했단다. 그 때 왜 나는 영어사전에 spring의 앞 뒤 단어가 생각이 난 것일까? 이미 호감을 넘어선 감정이 나의 기억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리라. 수줍은 그녀의 소심한 고백에 내가 반응해야할 차례였다. 아무래도 내가 이 고백에 점을 찍어야 할 것 같아 그녀에게 ‘쿨하게’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이 말을 던졌다.
‘나랑 연애하자!’
2013년에 들어서니 마치 2012년 내가 헌팅을 하고 노력했던 그 모든 것들은 다 기억에서 사라진 듯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던져냈다. 그녀는 조용히 그 고백에 순응해 주었다. 그렇게 1월 1일 우리는 솔로라는 그룹에 안녕을 고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순간의 결정이었지만 그래야만 하는 결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 결정들의 연속 끝에 지금의 우리는 새내기 커플로서 조금씩 즐겨가고 있다. 그리고 서로를 성장시켜줄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과연 2012년과 2013년으로 넘어오는 그 밤에 대체 어떤 에너지가 세상에 존재했던 걸까?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감사함을 진심으로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