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결코 저의 체험이 아닌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쓸데없는 오해와 의심은 절대로 금합니다.
사건은 바야흐로 2010년의 어느 추운 겨울이었어요.
당시 대학생이던 저는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난생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지요. 비록 이웃의 일본여행이었지만 처음 가는 여행이었기에 그저 들뜬마음에 컨디숀 관리는 내팽개치고 출발 당일새벽까지 친구들과 여행이야기로 부어라 마셔라하며 정신무장에만 열을 올렸더랬어요.
이윽고, 아침이 되어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한 저는 그대로 짐짝이 된 듯 산송장마냥 눈만 껌뻑이며 비행기에 겨우 실려 일본땅에 보내지게 되었지요...
출발부터 순탄치못했던 여행의 불길한 기운은 곧바로 일본땅을 밟음과 동시에 터져 버렸어요. 서울과 공기의 농도가 다른 건지 꼴에 비행기 탔다고 한국과 다를리 없는 시차가 애써 적응이 안되는 건지, 하루사이에 체내에 축적된 모든 알콜 및 음식물의 집합체가 자기들도 타국의 모습을 직접 보겠다며 저의 직장을 마구 난타했던거에요.
저는 곧장 배를 움켜잡고는 만국공용기호인 화장실 기호를 찾아 긴 복도를 달리고 또 달렸어요. 그 시간과 거리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마라톤 전투의 승전보를 전하러 뛰어갔던 아테네 병사의 고통과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겨우 폭발 3초를 남겨두고 아슬아슬하게 화장실에 골인하였고 변기에 다이빙하여 힘주어 일을 보는데 저의 골짜기는 처음 대면하는 일본변기에 쑥쓰러웠는지 아까의 기세와는 다르게 고개는 안내밀고 다양한 옥타브의 소리만 연신 내질러댔어요.
끝내, 가스만 방출한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속이 편해졌으니 글로벌 대형참사는 무사히 넘겼단 생각에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을 기대했어요. 그리고는 숙소의 체크인시간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간단히 구경할 생각으로 도쿄의 어느 시내로 입성하게 되었지요. 모든 것이 새로웠기 때문에 하하호호깔깔껄껄 웃어대고 이러저리 둘러보며 여행을 만끽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하복부에서 작은 통증이 느껴졌어요. 마치 대지진이 오는 것을 경고라도 하는듯한 작은 지진. 그것은 아까전 공항에서와 같은 페이크가 아닌 진짜임을 직감하게 만들었지요.
저는 그 무서움을 알기에 일이 터지기전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어대며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어요. 속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정말 열심히 관광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화장실이 있을법한 건물 하나하나를 빠르고 정확하게 스캔해 나갔지요. 1분1초가 지날수록 식은땀이 온몸을 타고 흘러 내렸어요.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고 시계의 초침이 움직일때마다 하복부의 진동은 조금씩 맹렬해져감을 느끼고 있었죠.
그래도 역시 타지에서 쓸쓸하게 죽으란법은 없는지 점점 흐려지는 시야의 건물들 사이로 어느 백화점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유레카! 저기다!”
저는 달렸습니다. 기뻤지만 서럽게 달렸습니다. 한손에는 체스판무늬의 대형캐리어 가방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반쯤먹은 초코맛 크레페를 들고서요...
멍청하게 음식에 또 손을 대다니..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인가 봐요. 위기를 겪고도 편안해져버리면 금새 잊어버리다니.. 아까 확실히 끝장을 내지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남자라면 무라도 썰어야한다, 쇳불도 단김에 빼야한다. 시작이 반이다. 등등, 의미를 알 수없는 별의별 속담들이 생각나더군요. 어쨌든 현실에 충실해야 했기에 화장실문을 발로 초전박살내고 들어가서 바지를 찢다시피 내렸습니다. 변기에 앉는 과정에서 캐리어 손잡이가 박살이나 바닥에 나뒹구는 희생정도는 이미 저에겐 아무것도 아니었었죠. 저는 이성을 잃은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억지로 막아둔 생리적 욕구를 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순조롭게 거사를 치루며 저의 2차위기도 그대로 편안하게 종결이 나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죠.
바로 저의 오른발을 확인하기전까지는..
변기에 앉아서 치룬 소동도 거의 끝나갈무렵 저는 긴장이 풀어지며 오로지 하복부에 쏠렸던 신경이 온몸 곳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별안간 저의 오른쪽 발아래에서 뭔가 상당히 불쾌하면서도 묵직&물컹한 어떤 미지의 물체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발을 들어 그 물체의 정체를 확인했어요.
그런데 그것은!!
코를 찌르는 향토적인 냄새와 왠지 농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랄것만 같은 모양새. 그것은 제일 아니길 바랬던 물체가 맞았습니다. 저는 이성을 잃고 울부짖었어요.
“신이시여~ 이런 변이..
세상에 이런 변이 또 어디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은 바로 똥이었어요...
(오해하실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것은 분명 아님을 밝힙니다.)
들어올때의 왠지 미끄러웠던 바닥의 정체가 바로 이 똥이었다니..
저는 화장실에 틀어박혀 붕괴되는 멘탈을 간신히 막아내고 신발을 조심스럽게 벗고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어요.
일단 대체 왠 똥이 여기 바닥을 뒹굴고 있는지부터 면밀히 파악해야했지요..
변기가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에 볼일을 봐야했던 사람의 기구한 사연이 참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급기야 저는 몇가지 가설을 세우기에 이르렀어요.
첫 번째 가설은 ‘조금전 나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 처한 자가 변기에 앉으려다 조준을 잘못했거나 채 변기에 앉기도 전에 한 덩이를 흘린것이다.’ 좀 그럴듯한 가설이었으나 좁은 화장실 내부에서 일부러든 실수로든 3년차 이상의 요가 강사가 아니고서야 바닥에 볼일을 보는것이 오히려 더 힘들었으므로 다음 생각해낸 것이 ‘이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개의 것이다.’ 였습니다. 열린 사고방식으로 일본의 개들은 훈련을 잘 받았기 때문에 화장실에 와서 볼일을 본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개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방대한.. 아마도 알래스카에서 눈썰매를 몇시간쯤은 지치지않고 너끈히 끄는 개 정도의 크기여야만 가능한 용량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가설들을 더 세웠지만 모두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거나 상도덕에 어긋나는 것들뿐이었지요. 그때 갑자기 밖에서 다급한 노크가 들렸어요.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좁았던 화장실의 변기칸은 이곳이 유일했단 사실을.. 인간의 지독한 욕구를 풀 유일한 장소였단 사실을 말이죠.
저는 일단 침착하게 노크로 대응했지만 그때부터 머릿속은 무척 복잡해졌지요.
이대로 자릴뜨면 방금 노크한 사람이 문앞에 기다리다 제 다음에 바로 들어와 버릴수도 있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바로 제가 바닥에 똥싼 놈이 되버릴테니까요.
저는 저의 오른발을 삼켜버린 똥은 물론이고 바닥에 반쯤 뭉개진 그 잔재마저 처리해야했습니다. 처음엔 식은땀이 나더니 어느새 눈물로 바뀌어 있더군요. 들뜬 마음으로 애써 타국에 여행와서는 1평도 안되는 비좁은 곳에 갇혀 남의 똥이나 처리해야하는 서글픈 운명이라니..
서러움에 눈물이 나서 여행이고 뭐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그래도 똥에 'MADE IN JAPAN'이 써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한의 남아로 태어나 타지에서 조국을 욕보일수없다는 생각에 이를 꽉물고 단단히 마음먹고는 파이팅을 외친 뒤, 그 덩어리들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워낙 더러움쪽으론 비위가 약한지라 선글라스를 꺼내어 착용한 뒤, 작업을 개시했지요. 시야와 색감이 무뎌졌기에 선글라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사실이 그 와중에도 뛸듯이 기뻤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폭탄을 해체하듯 조심스럽게 작업에 한창 열중하던 중 뭔가 위화감이 들어 그제서야 선글라스를 벗고 자세히 보니 제가 처리하던 그 덩어리들은 뭔가 상당히 초록색이었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본 사람들이 채식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습니다만, 교육자료나 각종 문헌들을 통해 확인하고팠던 그들의 식습관과 국민성을 실제 경험을 통해 이렇게 온몸으로 느껴가며 확인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그렇지 그것은 정도를 넘어선 초록의 대향연이었습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컬쳐쇼크로구낟!’
어쨋거나 저쨋거나 저는 우여곡절 끝에 모든 뒷처리를 마치고나서야 지옥같았던 그곳을 빠져나올수 있었습니다. 부서진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끌고 나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까 노크한 사람으로 보이는 일본인이 문앞에 서있더군요. 저는 약간은 수줍게 머리를 긁적이고는 웃으며 중국 광둥식 억양으로
“쓰미~마~아셍~”
이라 말하고는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더랬습니다.
저는 평소에 지적인 이미지를 고수하는 편이라 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다음주면 사촌동생이 일본으로 여행간다고 하네요. 그때일이 생각나서 진심어린 충고로 화장실 갈땐 아무리 급해도 필히 바닥부터 확인하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낯선곳을 급하게 가실 땐 필히 발밑부터 확인하시길~
일본똥과의 첫만남 (일본화장실에 갇힌 사연)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청춘의'첫만남'이 주제인 판춘문예에 이런걸 써도 되는지
상당히 망설여지지만
어쨋든 어거지라도 첫만남은 첫만남이니까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일단은 써내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경 고※
이 이야기는 결코 저의 체험이 아닌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쓸데없는 오해와 의심은 절대로 금합니다.
사건은 바야흐로 2010년의 어느 추운 겨울이었어요.
당시 대학생이던 저는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난생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지요. 비록 이웃의 일본여행이었지만 처음 가는 여행이었기에 그저 들뜬마음에 컨디숀 관리는 내팽개치고 출발 당일새벽까지 친구들과 여행이야기로 부어라 마셔라하며 정신무장에만 열을 올렸더랬어요.
이윽고, 아침이 되어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한 저는 그대로 짐짝이 된 듯 산송장마냥 눈만 껌뻑이며 비행기에 겨우 실려 일본땅에 보내지게 되었지요...
출발부터 순탄치못했던 여행의 불길한 기운은 곧바로 일본땅을 밟음과 동시에 터져 버렸어요. 서울과 공기의 농도가 다른 건지 꼴에 비행기 탔다고 한국과 다를리 없는 시차가 애써 적응이 안되는 건지, 하루사이에 체내에 축적된 모든 알콜 및 음식물의 집합체가 자기들도 타국의 모습을 직접 보겠다며 저의 직장을 마구 난타했던거에요.
저는 곧장 배를 움켜잡고는 만국공용기호인 화장실 기호를 찾아 긴 복도를 달리고 또 달렸어요. 그 시간과 거리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마라톤 전투의 승전보를 전하러 뛰어갔던 아테네 병사의 고통과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겨우 폭발 3초를 남겨두고 아슬아슬하게 화장실에 골인하였고 변기에 다이빙하여 힘주어 일을 보는데 저의 골짜기는 처음 대면하는 일본변기에 쑥쓰러웠는지 아까의 기세와는 다르게 고개는 안내밀고 다양한 옥타브의 소리만 연신 내질러댔어요.
끝내, 가스만 방출한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속이 편해졌으니 글로벌 대형참사는 무사히 넘겼단 생각에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을 기대했어요. 그리고는 숙소의 체크인시간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간단히 구경할 생각으로 도쿄의 어느 시내로 입성하게 되었지요. 모든 것이 새로웠기 때문에 하하호호깔깔껄껄 웃어대고 이러저리 둘러보며 여행을 만끽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하복부에서 작은 통증이 느껴졌어요. 마치 대지진이 오는 것을 경고라도 하는듯한 작은 지진. 그것은 아까전 공항에서와 같은 페이크가 아닌 진짜임을 직감하게 만들었지요.
저는 그 무서움을 알기에 일이 터지기전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어대며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어요. 속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정말 열심히 관광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화장실이 있을법한 건물 하나하나를 빠르고 정확하게 스캔해 나갔지요. 1분1초가 지날수록 식은땀이 온몸을 타고 흘러 내렸어요.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고 시계의 초침이 움직일때마다 하복부의 진동은 조금씩 맹렬해져감을 느끼고 있었죠.
그래도 역시 타지에서 쓸쓸하게 죽으란법은 없는지 점점 흐려지는 시야의 건물들 사이로 어느 백화점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유레카! 저기다!”
저는 달렸습니다. 기뻤지만 서럽게 달렸습니다. 한손에는 체스판무늬의 대형캐리어 가방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반쯤먹은 초코맛 크레페를 들고서요...
멍청하게 음식에 또 손을 대다니..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인가 봐요. 위기를 겪고도 편안해져버리면 금새 잊어버리다니.. 아까 확실히 끝장을 내지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남자라면 무라도 썰어야한다, 쇳불도 단김에 빼야한다. 시작이 반이다. 등등, 의미를 알 수없는 별의별 속담들이 생각나더군요. 어쨌든 현실에 충실해야 했기에 화장실문을 발로 초전박살내고 들어가서 바지를 찢다시피 내렸습니다. 변기에 앉는 과정에서 캐리어 손잡이가 박살이나 바닥에 나뒹구는 희생정도는 이미 저에겐 아무것도 아니었었죠. 저는 이성을 잃은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억지로 막아둔 생리적 욕구를 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순조롭게 거사를 치루며 저의 2차위기도 그대로 편안하게 종결이 나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죠.
바로 저의 오른발을 확인하기전까지는..
변기에 앉아서 치룬 소동도 거의 끝나갈무렵 저는 긴장이 풀어지며 오로지 하복부에 쏠렸던 신경이 온몸 곳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별안간 저의 오른쪽 발아래에서 뭔가 상당히 불쾌하면서도 묵직&물컹한 어떤 미지의 물체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발을 들어 그 물체의 정체를 확인했어요.
그런데 그것은!!
코를 찌르는 향토적인 냄새와 왠지 농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랄것만 같은 모양새. 그것은 제일 아니길 바랬던 물체가 맞았습니다. 저는 이성을 잃고 울부짖었어요.
“신이시여~ 이런 변이..
세상에 이런 변이 또 어디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은 바로 똥이었어요...
(오해하실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것은 분명 아님을 밝힙니다.)
들어올때의 왠지 미끄러웠던 바닥의 정체가 바로 이 똥이었다니..
저는 화장실에 틀어박혀 붕괴되는 멘탈을 간신히 막아내고 신발을 조심스럽게 벗고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어요.
일단 대체 왠 똥이 여기 바닥을 뒹굴고 있는지부터 면밀히 파악해야했지요..
변기가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에 볼일을 봐야했던 사람의 기구한 사연이 참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급기야 저는 몇가지 가설을 세우기에 이르렀어요.
첫 번째 가설은 ‘조금전 나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 처한 자가 변기에 앉으려다 조준을 잘못했거나 채 변기에 앉기도 전에 한 덩이를 흘린것이다.’ 좀 그럴듯한 가설이었으나 좁은 화장실 내부에서 일부러든 실수로든 3년차 이상의 요가 강사가 아니고서야 바닥에 볼일을 보는것이 오히려 더 힘들었으므로 다음 생각해낸 것이 ‘이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개의 것이다.’ 였습니다. 열린 사고방식으로 일본의 개들은 훈련을 잘 받았기 때문에 화장실에 와서 볼일을 본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개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방대한.. 아마도 알래스카에서 눈썰매를 몇시간쯤은 지치지않고 너끈히 끄는 개 정도의 크기여야만 가능한 용량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가설들을 더 세웠지만 모두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거나 상도덕에 어긋나는 것들뿐이었지요. 그때 갑자기 밖에서 다급한 노크가 들렸어요.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좁았던 화장실의 변기칸은 이곳이 유일했단 사실을.. 인간의 지독한 욕구를 풀 유일한 장소였단 사실을 말이죠.
저는 일단 침착하게 노크로 대응했지만 그때부터 머릿속은 무척 복잡해졌지요.
이대로 자릴뜨면 방금 노크한 사람이 문앞에 기다리다 제 다음에 바로 들어와 버릴수도 있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바로 제가 바닥에 똥싼 놈이 되버릴테니까요.
저는 저의 오른발을 삼켜버린 똥은 물론이고 바닥에 반쯤 뭉개진 그 잔재마저 처리해야했습니다. 처음엔 식은땀이 나더니 어느새 눈물로 바뀌어 있더군요. 들뜬 마음으로 애써 타국에 여행와서는 1평도 안되는 비좁은 곳에 갇혀 남의 똥이나 처리해야하는 서글픈 운명이라니..
서러움에 눈물이 나서 여행이고 뭐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그래도 똥에 'MADE IN JAPAN'이 써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한의 남아로 태어나 타지에서 조국을 욕보일수없다는 생각에 이를 꽉물고 단단히 마음먹고는 파이팅을 외친 뒤, 그 덩어리들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워낙 더러움쪽으론 비위가 약한지라 선글라스를 꺼내어 착용한 뒤, 작업을 개시했지요. 시야와 색감이 무뎌졌기에 선글라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사실이 그 와중에도 뛸듯이 기뻤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폭탄을 해체하듯 조심스럽게 작업에 한창 열중하던 중 뭔가 위화감이 들어 그제서야 선글라스를 벗고 자세히 보니 제가 처리하던 그 덩어리들은 뭔가 상당히 초록색이었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본 사람들이 채식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습니다만, 교육자료나 각종 문헌들을 통해 확인하고팠던 그들의 식습관과 국민성을 실제 경험을 통해 이렇게 온몸으로 느껴가며 확인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그렇지 그것은 정도를 넘어선 초록의 대향연이었습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컬쳐쇼크로구낟!’
어쨋거나 저쨋거나 저는 우여곡절 끝에 모든 뒷처리를 마치고나서야 지옥같았던 그곳을 빠져나올수 있었습니다. 부서진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끌고 나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까 노크한 사람으로 보이는 일본인이 문앞에 서있더군요. 저는 약간은 수줍게 머리를 긁적이고는 웃으며 중국 광둥식 억양으로
“쓰미~마~아셍~”
이라 말하고는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더랬습니다.
저는 평소에 지적인 이미지를 고수하는 편이라 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다음주면 사촌동생이 일본으로 여행간다고 하네요. 그때일이 생각나서 진심어린 충고로 화장실 갈땐 아무리 급해도 필히 바닥부터 확인하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낯선곳을 급하게 가실 땐 필히 발밑부터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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