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나는 너를 만나야 했어. 솔직히 말하면 너와의 만남은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너를 만나야 하는 것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너는 나에게 고마운 존재기도 하지만 결코 반가운 존재는 아니야. 너를 만나기 전에도, 너를 만난 후에도.......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화요일에 입원하고 수요일
에 수술 합시다.“
“.......”
느닷없이 수술 진단을 받고 나서 나는 처음으로 큰 소리를 내며 울었어.
“꼭 수술을 해야 하나요? 약이나 다른 방법은 없나요? 엄마가 몸에 칼 대
지 말라고 했는데. 전신마취하고 나서 못 깨어나면요? ......."
"......."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질문에 의사선생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나를 안심시켰어. 하지만 나는 너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겉으로는 짐짓 괜찮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두려움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했어. 게다가 전신마취까지 해야 한다니.......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10여 년 동안 툭하면 속이 아파 병원에 가서 위내시경을 받아야 할 때도 버티어 왔는데, 전신마취를 하지 않기 위해 거북하고 역겨움을 참아가며 일반내시경으로 버티어 왔는데.
화요일, 너와의 만남 하루 전날.
나는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 침대 머리맡에는 ‘금식’이라는 표지판이 강압적인 어조로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고 가느다란 내 팔에는 링거 주사바늘로 핏줄이 파르르 떨곤 했었어. 텔레비전 화면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너에 대한 생각뿐이었어.
그동안 텔레비전 화면이나 책을 통해 알고 있던 너의 모든 것들.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가운데 수술대가 놓여져 있고, 그 위로는 커다랗고 둥근 불빛들이, 옆으로는 종류도 많고 가짓수도 많은 수술도구가 놓여 있고, 심장 박동수나 맥박을 보여주는 기계들이.......예전에는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무심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누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땀이 날 정도였어.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너와의 첫 만남.
수술실 앞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 나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겁에 질려 있었어.
“엄마.......”
“괜찮아. 잘 될 거야.”
나를 품에 안고 어깨를 다독여 주는 엄마의 품속에서 나는 이를 딱딱 부딪치며 엄마를 부르고 있었어.
문이 닫히고 엄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는 너의 품으로 들어갔어. 차가운 냉기가 엄습해 와서 발걸음을 옮길 수조차 없었어. 그런 나에게 너는 마치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듯,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지. 수술대 위해 올라 눈을 뜨자 나를 마주하고 있는 너의 눈빛은 차가움으로 온 몸 구석구석을 얼어붙게 했고,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어.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 할 뿐.
내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지고, 약품 냄새가 풍기는 산소를 들이 마시며 나는 코끝이 싸아해지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어. 뿌옇게 흐려진 시야로 너의 하얀 눈빛이 너울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어. 끝이 보이지 않는.......
오후 2시 45분, 너를 만나고 나서.
눈을 떠보니 나는 병실에 누워 있었어. 너와의 만남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만 그 후에는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아. 그저 너에게서 벗어 낫다는 것만이 안심되고 홀가분할 뿐이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동안 너는 나에게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너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내가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너는 나에게 날카로운 슬픔을 주었기 때문이야. 그러면서도 너에게 고마운 것은 그 슬픔으로 다시 내가 환하게 웃을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러고 보면 너는 겉으로는 차갑고, 냉정하고, 두렵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
퇴원 하는 날.
언제부터인가 내 몸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흐르고 있어. 덕분에 기분도 좋아졌고 이제는 밥도 목을 수 있어. 팔에는 무통주사와 링거 바늘주사의 흔적이 남아있을 뿐.
퇴원하기 위해 병실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자 3층에 ‘수술실’이라는 너의 이름을 보게 되었어. 너도 모르게 3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너를 찾아갔지. 너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지난 번 그 차가운 입김과 날카로운 눈빛 대신 무심함으로 나를 대하는 너를 보고 나도 적이 안심하기는 했지만.
서둘러 발길을 돌려 걸으며 나는 너와의 만남이 오늘이 마지막이기를 질었어. 간절함을 더해.......
날카로운 눈빛, 차가운 입김.너와의 첫 만남이 마지막이기를!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너를 만나야 했어. 솔직히 말하면 너와의 만남은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너를 만나야 하는 것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너는 나에게 고마운 존재기도 하지만 결코 반가운 존재는 아니야. 너를 만나기 전에도, 너를 만난 후에도.......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화요일에 입원하고 수요일
에 수술 합시다.“
“.......”
느닷없이 수술 진단을 받고 나서 나는 처음으로 큰 소리를 내며 울었어.
“꼭 수술을 해야 하나요? 약이나 다른 방법은 없나요? 엄마가 몸에 칼 대
지 말라고 했는데. 전신마취하고 나서 못 깨어나면요? ......."
"......."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질문에 의사선생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나를 안심시켰어. 하지만 나는 너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겉으로는 짐짓 괜찮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두려움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했어. 게다가 전신마취까지 해야 한다니.......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10여 년 동안 툭하면 속이 아파 병원에 가서 위내시경을 받아야 할 때도 버티어 왔는데, 전신마취를 하지 않기 위해 거북하고 역겨움을 참아가며 일반내시경으로 버티어 왔는데.
화요일, 너와의 만남 하루 전날.
나는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 침대 머리맡에는 ‘금식’이라는 표지판이 강압적인 어조로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고 가느다란 내 팔에는 링거 주사바늘로 핏줄이 파르르 떨곤 했었어. 텔레비전 화면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너에 대한 생각뿐이었어.
그동안 텔레비전 화면이나 책을 통해 알고 있던 너의 모든 것들.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가운데 수술대가 놓여져 있고, 그 위로는 커다랗고 둥근 불빛들이, 옆으로는 종류도 많고 가짓수도 많은 수술도구가 놓여 있고, 심장 박동수나 맥박을 보여주는 기계들이.......예전에는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무심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누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땀이 날 정도였어.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너와의 첫 만남.
수술실 앞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 나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겁에 질려 있었어.
“엄마.......”
“괜찮아. 잘 될 거야.”
나를 품에 안고 어깨를 다독여 주는 엄마의 품속에서 나는 이를 딱딱 부딪치며 엄마를 부르고 있었어.
문이 닫히고 엄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는 너의 품으로 들어갔어. 차가운 냉기가 엄습해 와서 발걸음을 옮길 수조차 없었어. 그런 나에게 너는 마치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듯,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지. 수술대 위해 올라 눈을 뜨자 나를 마주하고 있는 너의 눈빛은 차가움으로 온 몸 구석구석을 얼어붙게 했고,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어.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 할 뿐.
내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지고, 약품 냄새가 풍기는 산소를 들이 마시며 나는 코끝이 싸아해지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어. 뿌옇게 흐려진 시야로 너의 하얀 눈빛이 너울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어. 끝이 보이지 않는.......
오후 2시 45분, 너를 만나고 나서.
눈을 떠보니 나는 병실에 누워 있었어. 너와의 만남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만 그 후에는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아. 그저 너에게서 벗어 낫다는 것만이 안심되고 홀가분할 뿐이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동안 너는 나에게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너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내가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너는 나에게 날카로운 슬픔을 주었기 때문이야. 그러면서도 너에게 고마운 것은 그 슬픔으로 다시 내가 환하게 웃을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러고 보면 너는 겉으로는 차갑고, 냉정하고, 두렵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
퇴원 하는 날.
언제부터인가 내 몸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흐르고 있어. 덕분에 기분도 좋아졌고 이제는 밥도 목을 수 있어. 팔에는 무통주사와 링거 바늘주사의 흔적이 남아있을 뿐.
퇴원하기 위해 병실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자 3층에 ‘수술실’이라는 너의 이름을 보게 되었어. 너도 모르게 3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너를 찾아갔지. 너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지난 번 그 차가운 입김과 날카로운 눈빛 대신 무심함으로 나를 대하는 너를 보고 나도 적이 안심하기는 했지만.
서둘러 발길을 돌려 걸으며 나는 너와의 만남이 오늘이 마지막이기를 질었어. 간절함을 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