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거나 기묘하거나 6

미녀2013.03.29
조회1,836

- 노동자 수용소 4 (완결)

 

"이건 내가 일을 하면서 부품을 하나하나 빼돌려서 만든거야. 네가 말하는 것들, 그자식들이 네 옆에서 말하는 것들 모두 내가 들려 그러니까 그건 귓속에 넣어둬, 나가고 꺼내줄테니. 쫄지말아야돼.

그러니까 결론은,



내일을 위해 푹 자두라고."



'드르륵'



얘기가 끝나자마자 그자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런 대계획, 학교에서 축구도 한번 뛰어본적 없는 내가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런 일들을 해낼거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해내야한다, 가슴이 요동치지만, 결코 무섭지 않다. 그렇게 믿는다.




//




어느때 처럼 벽이 올라가고, 그 속엔 인원수만큼 해야할 일들과 장비들이 놓여있다.

역시 동준의 말이 맞았다, 장비는 전자인두였다. 스위치를 누르면 축전지에서 전기가 동력이 되어 인두가 달궈진다.

그걸 이용해 무슨 요란한 회로의 어느 특정부분을 녹여 이어야했다, 그러나 지금 할 일은.. 그게아니지.


손이 데일세라 조심스레 일을 하고 있었다. 평소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며 일을 마쳤겠지만, 지금은 인두를 쥔 내 손이 떨려 떨어뜨릴 지경이다.

일을 시작한지 10여분째, 열기와 씨름하니 땀이 점점 송골송골 맻히기 시작했다


"준비는 됐지?"


개미만한 소리로 동준이 물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심각해보이는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잘못하다가 전류가 그냥 방전되서 도리어 죽을 수도 있어, 그걸 알고도 할 수 있어?"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가슴에서 도망치려는 것같다.

하지만 난 해내야만했다.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더 상세히 설명할게, 묵묵히 일을 하면서 들어. 우선 내가 지금 건내주고 있는거 이거있지? 이걸 귀에 껴,"


그는 새까만 이어폰 꼬다리 같은걸 주었다.


"그걸 껴야돼, 상황전달용이거든. 우선 내 밑에 지금 국그릇 보이지? 여기에 있는 물을 내가 고루 지져논 전자회로에 부을거야. 그러면 단순에 기화와 액화를 거쳐 약간의 안개가 순간 낄거야.

그 뒤, 넌 그걸 녹여야돼. 내 계산으론 약 13초정도 걸려. 그뒤에 그 들고있는 인두를 손에 쥐어. 훌륭한 무기가 될거야, 최첨단이거든. 그러고나서는 죽어야돼, 그리고 누누히 말하지만 절대 쫄지마

삼.....이.....일....시작."


그러자마가 동준은 물그릇을 들어 목이 타는듯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


인두가 팔에 닿은 동준은 정말 자연스레 물그릇을 넓직하고도 달궈진 회로에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짙은 수증기 방울들이 솟아 올랐고, 난 반짝이는 팔찌 램프에 붉은 인두를 비비기 시작했다.

치이익 거리는 소리는 물이 증발되면서 나는 소리에 묻혔고, 순조로웠다.


치이익



표면이 다 녹았다, 내부가 보이는데 뭔가 아주 중요해보이는 부품들이 들어있다. 정말 미칠것같다. 이걸 건드리면 난 순식간에 감전산가? 라고 생각할틈새조차 없이 나는 인두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 중요해보이는 부분은 약한 재질인지,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매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느새 이 제품은 치직거리는 스파크음과 함께 완전히 맛이 간듯하여 성공한것같다. 하지만 동준은 오늘 점심을 못 먹을 듯 하다.

땀들이 부품에 떨어져 치직거려도, 아마 이건 절대로 망가졌다. 왜냐하면 이 팔찌가 헐거워지고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난 자유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불안하던 눈빛은 떨쳐버리고, 동준을 향해 점심은 금지라는 스피커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야이 신발년아!!!!"




//




정신을 차려보니 난 뒤집어 누워있었다.

힘겹게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핏자국이 뒤섞여있는 바닥과, 아무런 가구없이 문하나만 달랑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코와 몸에 격렬한 아픔이 일었다.

천장위에선 소란스런 소리가 났고, 아마 난 저 위에서 잠깐 기절해 떨어진 모양이다. 바닥이 열리기라도 하나, 신박하네.

하지만 난 기절했어도 정신은 차렸었나보다.


손엔 전자인두가 쥐어져있었다.


바로그때, 문이 달칵하고 열렸다.

팔뚝만한 날카로워보이는 칼을 허리춤에 찬 건장한 남자였다. 여행가방만한 쌔까만 쌕을 매고온걸보니 날 잘라서 담아갈려는 모양인것같았다.


날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왕사탕한만 눈이 그걸 대변하고있었다. 그러더니 난대없이 칼을 뽑아 커다란 괴성과 함께 엉성하게 날 향해 내리쳤다.


"으아아!!"


몽롱하다, 그 와중에 번쩍 드는 생각은 바로이거였다.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옆면으로 크게 몸을 날려 그 혼신의 일격을 피해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까딱하다간 죽을 수도 있다, 이건 각오했다, 각오했다, 각오했어...


그는 칼을 바닥에 질질끌며 날 쳐다보고 재빨리 두번째 공격을 이을려했다.


난...안죽을거야!



그 순간, 칼을 위로 향하던 남자의 발목을 뜨겁게 달궈진 인두로 거침없이 지져버렸다.

그리 뾰족하진 않지만, 뜨거움과 함께 피는 내게할수있겠다라고 생각한건, 적중했다.


"으아악!!!"


그는 발목을 쥐고 움츠러든다. 그리고 내가 인두로 그의 눈을 찌르려할때,


칼을 버리고 도망가버렸다. 의외로 맥이 빠졌다.


난 저 문을 따라 그대로 나가면 되는건가...? 하기전에 아차했다.

이 칼은 아주 쓸만한 무기가 될것같다. 인두는 죄수복같은 노동복바지 뒷주머니에 끼워넣고, 칼을 한손에 들고 조심히 두리번거리며 방을 나섰다.

마치 영화속에 주인공이 된 것같았다. 결말을 아주 잘예측할수있는. 물론 결말은 해피엔드라고 굳게 믿는다.


등줄기가 땀때문에 촉촉하기..보단 흐른다 아니 쏟아진다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닐것같다. 심장이 달음박질을 하는지 왜이리 두근댈까, 오금이 저린단 표현은 이럴때 쓰는 건가 싶다,

눈을 감는다, 혹시라도 뜬다면 이 상황이 바뀌어있지 않을까? 하지만 바뀌지 않는단건 당연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것을 왜 상상하는 건지....

문밖에 누군가 있다고는 생각조차 안하였다, 생각을 하면 안되었다.


발자국 소리가 총쏘는 소리같은 기분이 든다.


발로 만든 총을 여덟발쯤 쏘고 나서 출구에 다다랐다. 이 길로 나가면, 밖이 보일까? 나가면 누군가 감시하고있는건 아닐까? 생각의 연속중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민지, 어떻게 됐어?"


아, 동준이다. 그가 준 기계는 잘작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아, 지금 막 이상한 칼든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칼을 버리고 도망갔네.. 나도 지금 하나도 모르겠어 평생 안겪어본 일들이 계속 눈앞에 펼쳐지니...."


"....거기까진 똑같네....."


똑같다고? 무슨 소리지,


"똑같다니? 무슨 뜻이야?"


"아..아니야. 난 이 탈출을 처음 도운게 아니거든,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어줘."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가, 탈출을 전에도 여러번 시도했었다고? 그렇다면 여지까지 탈출을 못했단건 다 실패했다는 것 아닌가? 아니 무엇보다, 그는 여기 처음온것 처럼 행동했잖아? 뭔소리야 도대체, 이건


"지금 너 무슨 소릴...."


"탈출하려면 내 말을 들어. 여지껏 숨긴 건 미안해, 네가 미심쩍어 할까봐 그랬어. 제발 내 말을 들어줘.. 부탁이야..."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이건 다 거짓일수도 있다.


"아, 그래... 나가면 거하게 쏴야될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줘."


"우선 그 방을 나가면 아무도 없을거야, 단 옆에 문이 두개가 있어 봐봐."


정말 이 남자의 말이 맞는 건가? 혹시 날 실험쥐로 쓰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나의 호기심은 이성을 눌러버렸다.


재빠르게 문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머리만 빼꼼히 빼서 양옆을 보니 정말 문이 양옆에 있었다.


"정말이네, 그럼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도 알아?"


그는 잠시 생각하는듯, 아무말하지않았다.


"음...전에 갔었을때에는 왼쪽문으로 갔었어. 그런데 그안에는 아무래도 무슨 맹수가 있었었나봐, 내 생각엔


오른쪽 문으로 가야해."


아까전에 칼을 든 남자도 어느 한쪽 문을 통해 나갔을 것이다,

동준의 말도 솔직히 난 지금 믿을 수가 없다, 왜인진 모르겠다. 동물적인 감각이라고해야하나...

우선 문을 살펴보는 수 밖에없다. 방안에 맹수가 있다는 것은 아주 터무니 없는 거짓말일게 틀림없다, 아니 이런 말도 안되는 곳이라면 가능할수도... 있겠지?

왼쪽 문을 바라봤다.


아주 뚫어지게 바라봤다.


쇠로 된 문고리에 내 모습이 이상히 휘어져보였다.

번뜩하고 떠오른게있다,



바로 그 남자의 지문, 그 남자의 지문이 문고리에 묻어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문고리에는 없었고, 이건 그 남자가 그 문을 통해 도망갔다는 것인걸 알아채릴수있게해준다.

역시 동준의 말은 맞은건가?


아니다, 좀더 의심을 해보아야한다. 우선 동준의 정체, 이런 듣도보도 못한 전자기기도 척척 만들어내고, 내가 적절한 상황일때 연락까지하고, 도대체 그는 누군가? 정말 날 나가게 해주려는 건가?


게다가 그 칼을 든 남자, 칼이 내리쳐진 땅에 칼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그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약간 어색하게 보였던건, 내가 그를 얕본게 아니라, 그가 그저 이 왼쪽문으로 유인하게하기 위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난 지금 칼을 들고있다, 예전에 어린아이도 칼을 들면 성인을 가볍게 이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있다. 그렇기에 얻게하는 '나라면 할수있어' 란 자신감으로 날 이쪽으로 의심없이 유인시키려한건가?


혹시 그 남자가 장갑을 끼고 있었나? 그것은 미처보지 못했던것같다. 그렇게해서 계속해 생각을 거듭하다가 나온 결론은 이거였다.



오른쪽문이다.




사람의 직감은 90% 맞는다- 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내 직감을 믿는다.


'달칵'


문을 열어보니 보이는 풍경은 깔끔한 사무실이었다.

마치 사장실과 같은 개인 사무실, 뒤는 온통 유리로 밖이 보였다. 끝없는 바다였다, 완전히 고립된 섬인건가, 여긴.

그리고 말끔해보이는 큰 책상에,



한 비싼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푹신한 의자에 앉아 날 기다리는 듯 하였다.

그는 손을 깍지낀채 꽤나 볼록한 배위에 살포시 올려두었다. 마치 밥때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제서야 그의 얼굴에 눈이 갔다,



그는 티비에서만 보던 대기업 회장이었다.


악착같이 공부하고 악착같이 일해 세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을 일궈낸 사람으로 유명한 회장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이 상황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티비에서만 보던 사람이 이런 노동자 수용소에서 왜......


"혼란스럽겠지....하하... 하지만 이곳에 왔던 사람들 모두 그렇다네."


"사..상황을 좀.... 설명해줘요.."


"음.... 어디서부터 이야길 해야할까... 아그래, 80년도에 사람들이 연쇄실종됐다가 모조리 뼛조각으로 발견돼서 아주 큰 화제가 된적있었지?? 아마 알고있을거야.. 그때 태어나진 않았어도 말야..하하"


그 사건은 대한민국을 왈칵 뒤집어 놓았다. 여러 입소문으로 퍼지거나 아직도 인터넷에선 범인이 누굴까 하며 궁금해하고있기 때문에 거의 사건을 꿰고 있다.





설마 이 사람이 범인인건가?




"방금 자네가 한 생각이 맞을걸세, 난 그때 한 질나쁜 친구의 권유로 인육을 먹어봤었어, 그리고 아주.. 푹빠져버렸지."


소름이 쫙 돋았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난 사람을 먹기위해 죽이고 또 죽였지, 난 천재로 불릴정도로 머리가 좋았으니까, 아주 치밀했어. 증거따윈 남기지 않았지, 발견된 뼛조각도 심심풀이로 던져놓은 것이고."


tv에서 만 보던 우상의 존재가 이렇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보일줄은 몰랐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런데, 한명한명 죽이다 보니까 끝이 없더라고? 그래서 난 엄청난 꿈을 가졌지. 엄청난 부자가 되서 삼시세끼 인육을 먹을거라고 말야....히히

이 곳은 남해안의 외딴 섬이야, 여기서 난 내 식생활을 즐기고있지. 물론 언론에 얼굴 비칠때는 전용기로 순식간에 도착하고. 여기서 여러 물품들을 수작업한단건 핑계야, 물론 하긴하지만.. 내 본목적은



건장한 네놈들을 잡아먹는거라고,"


그는 말을 하며 내가 맛있어 보인다는 듯 섬뜩한 눈빛을 보였다.


"그렇게 계속해 포식을 하는데, 이 생활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더라고, 청년. 그냥 주은 돈보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듯, 나도 펄펄한 청년때처럼 사람을 죽이고 그 사람을 먹고싶어졌다네,

그래서 그 내부에 먹잇감을 유인할 스파이한명을 투입했지, 알겠지? 그 붉은 머리."


"크큭...."



귓속에서 동죽의 목소리가 울렸다.



"언제해도 이짓은 재밌다니까..크크키키키킼ㅋㅋㅋ 것봐 넌 생각보다 똑똑해, 왼쪽은 절벽이였거든. 문열었으면 넌 바로 죽었을거야 ㅋㅋㅋㅋ"


등골이 서늘하다, 배신을 당하다니 ...배신은 원래 계획되있었으니까 배신이라 할수없는건가?

하지만 지금 내손엔, 칼이 들려있다.


이런 늙은이 따위, 칼로 쑤시면 어떻게든 될것이다. 그러면.....


"아...슬슬 죽여야겠군 배가고프거든."



그는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게임에서나 보던 권총을 꺼냈다.



"어..어떻게 총을...?"



'탕'



그 영감의 사격솜씨는 꽤나좋았다, 한방에 머리를 맞았으니 말이다.

바람결에 소리가 들려오는 듯 난 최후의 소리를 들었다.


"돈만있으면 안되는게 어딨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