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헤어진지도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스물두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이야기가 오갈정도로 우린 각별한 사이였고,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린 정말 결혼해서 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반이 되면서 가까워진 우리는 같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고 그결과 같은학교에 진학할수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상위 1프로란 말이 무색할정도로 이름있는 집안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명망높은 S사였다는걸 감안한다면 어느누가 봐도 별볼일 없는 내가 그녀와 사귀는 이유는 돈이라고 생각할게 자명했다.
그녀가 처음 내게 결혼이야기를 꺼냈을때 날아갈듯 기쁘기 보단 왠지모를 부담감과 불안함이 컸던게 사실이었기에 내 행동은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었고, 그녀에게 있어 그런 내행동은 사랑이 식은걸로밖엔 비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참 한심하기 짝이없던 난 제대로 부딪혀볼 생각조차 하지않고 도망치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그녀에게 이별을 선고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어떻게서든 잡기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보다못한 가족들은 그녀를 집안에 구속시키기에 이르렀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뒤로 두번다시 만날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의 전화한통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끝내 그녀에게 하지 못한채..
그래.. 사람이 주제를 알아야지. 이게 맞는거야.. 그녀도 나보다 훨씬 좋은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수있을꺼야. 마음속으로 수십번 아니 수백번 다짐해가며 상처를 추스리던 난 어느날 인터넷에 떠도는 하나의 기사를 접하게되었다.
'대기업 S 셋째딸 아버지의 반대 무릅쓰고 강행돌파?'
기사에 따르면 그녀가 집안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기위해 집에서 나간후 실종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중요한건 그 기사가 작성된 날짜는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거의 1년전이었다는 것이었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왜 이 내용은 묻힐수밖에 없었는지, 또한 왜 이제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것인지 의아했지만 그것보다도 좋은사람 만나 잘 살고 있을거라 생각한 그녀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못했다.
1년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내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그녀로 가득했기에 난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뒤로한채 침착하게 그리운 옛 번호를 눌르기 시작했다.
익숙한 번호를 찍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이선아' 라는 이름이 떳고 신호음이 가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왠 중년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울려퍼졌고 서둘러 난 입을열었다.
"이선아씨 핸드폰 아닌가요..?"
"아닌데요 번호바꼈습니다."
'딸깍'
"저기.."
이어지는 내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끊어버림에 따라 수화기너머로 뚜뚜뚜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 점점더 불안하고 초조해진 난 서둘러 그녀의 집으로 가기위해 문을 박차고 집을나섰다. 학교는 이미 오래전에 휴학한 그녀였기에 지금으로써 내가 갈만한곳은 그녀의 집 외엔 딱히 생각나는곳이 없었기때문에..
택시를 잡아타고 한참동안 달린끝에 영동대교를 지나 그녀가 살고있는 청담동에 도착했고, 그녀의 집앞까지 당도하는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요금을 지불하고 후다닥 차에서 내린난 그녀의 집앞에 서서 벨을 누르려다말고 고민할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우리딸이 결혼하겠다던 정신나간 짓거리에 동참한 장본인인가?'
'아..네?.. 저.. 안녕하세요. 이민우라고 합니다. 제가 한참 부족하다는건 잘 압니다. 하지만 선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 됐다지 않아. 비서한테 계좌번호나 하나 남겨두게 내 자네가 먹고살만큼 충분히 돈으로 보상해줄테니'
'돈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
'뚜뚜뚜뚜뚜'
불현듯 1년전 선아 아버지와 통화한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때 난 내가 할수있는일은 아무것도 없다는걸 뼈저리게 느낄수 있었고, 드라마속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상황이 내게 닥칠수도 있다는걸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며 '나같음 돈이라도 받고 떨어지겠다' 수없이 많이 생각했던 나였지만 막상 닥치고보니 그럴수 없다는걸 실감하기도 했다. 저 돈을 받게되면 두번다시 그녀를 볼수없음을 떠나서 내가 그녀와 했던 사랑은 거짓이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기에..
마음을 다잡고 기나긴 고민끝에 벨을 누르려던 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익숙한 검정색 에쿠스 한대를 발견하고는 급히 옆 모퉁이에 몸을숨겼다.
'철컥'
'탁'
"김기사 수고했네 가봐"
"네 회장님"
예상대로 선아의 아버지인걸 확인한 난 집앞에 서있는 그에게로 서둘러 다가갔다.
"처음뵙겠습니다. 회장님"
"당신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저리가지 못해?"
기사는 돌아가려다 말고 불현듯 튀어나온 나를 보고는 급히 몸으로 막아서며 제지했고, 소란에 뒤를 돌아본 선아의 아버지는 그런 날 쏘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김기사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게"
"네 회장님 , 여긴 당신같은 사람이 함부로 오는곳이 아니라고 썩 꺼지지 못해!?"
"할말이 있습니다! 회장님!!!!"
"아 글쎄 안된다니까 이사람이!!"
"선아와 관련된 일이라고!!!!!"
내입에서 선아란 이름이 튀어나오자 회장은 가던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당황스러운탓인지 눈빛의 흔들림이 있었던 그는 나직히 말을 뱉었다.
"김기사 그만 들어가서 일보게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치만 회장님 외부인을 함부로.."
"내가 알아서 한다지않아!"
"..네 알겠습니다."
회장의 말에 김기사는 제지하던 손에 힘을빼더니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고 김기사가 사라지고 나서야 선아 아버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들어오거라"
"아.. 예...."
대문뒤로 펼쳐진 으리으리한 정원을 한참동안 걸어간 후에나 도착한 집안은 밖에서 볼때랑은 또다른 우월감을 자아냈고. 몇몇 일하는 메이드들이 차를 가져온후에야 비로소 회장은 내게 물었다.
"선아랑 관련된 이야기라 했겠다?"
"선아가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것도 1년전 기사더군요.. 어떻게 된일입니까?"
"내가 무엇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네놈한테 집안일을 말해야하는거지?"
"저는 회장님과 대화해보는게 처음이 아닙니다. 비록.. 일방적인 대화였지만요."
내말에 회장은 뭔가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침묵으로 일관했고 난 하던말을 이어갔다.
"약 1년전 회장님께서 선아와 헤어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셨었죠"
"니놈이..?!!!"
회장은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멱살을 움켜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 선아는 도데체 어딨느냐!! 어디다 빼돌렸느냔 말이다!!"
집안을 쩌렁 쩌렁 울리는 고함인데도 불구하고 집안엔 아무도 없는듯 조용하기만 했고 메이드들조차 누구하나 섣불리 말리려들지 않은탓에 이 상황이 내겐 난처하기만 했다.
"오히려 제가 묻고싶은 말입니다. 절만나러 나간건 확실한겁니까? 회장님때문에 전 그런사실도 모르고 오늘에서야 선아가 실종됐다는걸 알았단 말입니다!"
"말돌리지마라 네놈이 한짓이잖느냐!!"
"애초에 내가 그랬다면 이자리에 제가 왜 왔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그랬다면 회장님같은분이 1년전에 절 이미 어떻게 하셨겠지 가만 놔두셧겠습니까!!"
"네...네놈이......!!"
회장은 할말이 없던 탓인지 말문이 막힌채 멱살을 잡고 있을뿐이었고 난 그런 그를 뒤로하고 말을 이었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묻고싶은게 있어서입니다. 선아는 정말 절 만나러 나갔다 실종된게 맞습니까?"
회장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내 멱살을 움켜쥐고있던 손에 힘이빠지는걸 느낄수있었고, 그는 자리에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회장이 자리에 앉음에 난 옷메무새를 간단히 다듬고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그의 표정을 살폈고, 그는 무언가 결심을 한듯 날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그리고 일전에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괜히 자네에게 피해만 줬구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말씀 계속 하시죠."
"하나뿐인 딸이 실종된지 1년이 지났네.. 재정신인게 더 이상한거겠지... 그래 확실히 내딸 선아는 실종되었다네.. "
"절 만나러 갔다고 하셨는데 사실인가요? 전 어떠한 연락조차 받은적이 없습니다만.."
"그때 정황상 자네를 보러 갔을 확률이 가장높아서 추측한것뿐 확실한건 아니라네..."
"근데 왜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실종소식이 언론에 퍼진것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때당시에 난 회사가 딸보다 소중했었지.. 언론에 보도되봐야 회사 이미지만 안좋아질뿐이고 혼란스러움을 틈타 경쟁업체들과의 대비조차 불확실했을거야.. 그래서 언론을 통제하고 최대한 덮으려 애썼지 물론 뒤에선 백방으로 딸을 찾기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말이야...."
"회사.. 때문인가요..."
"그때 제일먼저 의심되는 사람이 자네였었네 자네한텐 미안하지만 사람을시켜 뒷조사까지 시켰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었지.. 게다가 공개적으로 하는 수사가 아닌만큼 진전은 전혀 없었어.."
"제 뒷조사까지 하셨었군요.. 그러면 1년이지난 지금까지도 못찾았다는 이야기잖습니까? "
"상황이 여기까지 오고나서야 난 깨달았지.. 진정으로 내게 소중한게 무엇인지를.. 지금은 그냥 살아있을거라는 한줄기 희망만 바라보고 얼마남지 않은 목숨 연명하고 있는거라네..."
회장의 얼굴엔 어두운 근심의 그림자가 번져있었고 눈에선 생기마저 읽히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표정만 봐도 짐작할수 있을만큼 말이다..
"그런표정 짓지마세요 회장님은 그럴자격조차 없으신겁니다. 아시겠어요?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선아를 찾을 방도를 찾으셔야 하는거잖습니까!!"
"흐흑....."
회장은 참다못해 결국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고, 그런 그를 보자 마음이 짠 해진 난 조용히 다가가 그의손을 꼬옥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선아는 반드시 돌아올겁니다. 그리고 제가 할수있는건 다 해볼겁니다. 회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던간에 전 선아를 진심으로 좋아했으니까요..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내 이기적인 욕심때문에 어린 자네 마음에 깊은 상처만 줬는데... 자넨 정말 좋은청년이구만... 미안하네 정말.. 내가 허락만 했다면 이런일은.. 제발 우리 선아좀 꼭 찾아주게 .. 흐흑..."
"걱정하지 마세요 선아는 반드시 돌아올테니까요 반드시..."
내손을 꼬옥 잡으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연신 말하는 회장을 뒤로하고 난 서둘러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난 복잡한 머릿속을 달랠방법이 없어 이어폰을 귀에꼽고 핸드폰 MP3의 볼륨을 최대로 틀고는 눈을감았다.
'깁미더 머니~ 돈없으면 바보가 되는세상~ 깁미더 머니 돈만주면 다 되는세사아앙~~~'
내가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뭐부터 시작해야하는건지 당황스럽기만 한 머릿속이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멜로디로 인해 점차 정리되어갔고, 그렇게 집앞 정류장에 도착했을때는 혼란스러웠던 내 머릿속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무섭거나 기묘하거나 9
거짓된 사랑 (上)
그녀와 헤어진지도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스물두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이야기가 오갈정도로 우린 각별한 사이였고,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린 정말 결혼해서 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반이 되면서 가까워진 우리는 같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고 그결과 같은학교에 진학할수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상위 1프로란 말이 무색할정도로 이름있는 집안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명망높은 S사였다는걸 감안한다면 어느누가 봐도
별볼일 없는 내가 그녀와 사귀는 이유는 돈이라고 생각할게 자명했다.
그녀가 처음 내게 결혼이야기를 꺼냈을때 날아갈듯 기쁘기 보단 왠지모를 부담감과 불안함이 컸던게 사실이었기에 내 행동은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었고,
그녀에게 있어 그런 내행동은 사랑이 식은걸로밖엔 비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참 한심하기 짝이없던 난 제대로 부딪혀볼 생각조차 하지않고 도망치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그녀에게 이별을 선고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어떻게서든 잡기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보다못한 가족들은 그녀를 집안에 구속시키기에 이르렀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뒤로 두번다시 만날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의 전화한통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끝내 그녀에게 하지 못한채..
그래.. 사람이 주제를 알아야지. 이게 맞는거야.. 그녀도 나보다 훨씬 좋은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수있을꺼야. 마음속으로 수십번 아니 수백번 다짐해가며
상처를 추스리던 난 어느날 인터넷에 떠도는 하나의 기사를 접하게되었다.
'대기업 S 셋째딸 아버지의 반대 무릅쓰고 강행돌파?'
기사에 따르면 그녀가 집안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기위해 집에서 나간후 실종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중요한건 그 기사가 작성된 날짜는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거의 1년전이었다는 것이었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왜 이 내용은 묻힐수밖에 없었는지, 또한 왜 이제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것인지 의아했지만 그것보다도 좋은사람 만나 잘 살고 있을거라 생각한 그녀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못했다.
1년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내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그녀로 가득했기에 난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뒤로한채 침착하게 그리운 옛 번호를 눌르기 시작했다.
익숙한 번호를 찍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이선아' 라는 이름이 떳고 신호음이 가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왠 중년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울려퍼졌고 서둘러 난 입을열었다.
"이선아씨 핸드폰 아닌가요..?"
"아닌데요 번호바꼈습니다."
'딸깍'
"저기.."
이어지는 내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끊어버림에 따라 수화기너머로 뚜뚜뚜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 점점더 불안하고 초조해진 난 서둘러 그녀의 집으로 가기위해 문을 박차고 집을나섰다.
학교는 이미 오래전에 휴학한 그녀였기에 지금으로써 내가 갈만한곳은 그녀의 집 외엔 딱히 생각나는곳이 없었기때문에..
택시를 잡아타고 한참동안 달린끝에 영동대교를 지나 그녀가 살고있는 청담동에 도착했고, 그녀의 집앞까지 당도하는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요금을 지불하고 후다닥 차에서 내린난 그녀의 집앞에 서서 벨을 누르려다말고 고민할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우리딸이 결혼하겠다던 정신나간 짓거리에 동참한 장본인인가?'
'아..네?.. 저.. 안녕하세요. 이민우라고 합니다. 제가 한참 부족하다는건 잘 압니다. 하지만 선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됐고, 긴말하지 않겠네. 두번다시 우리딸한테 연락하지말게 내딸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말일세'
'아버님..죄송하지만..'
'아 됐다지 않아. 비서한테 계좌번호나 하나 남겨두게 내 자네가 먹고살만큼 충분히 돈으로 보상해줄테니'
'돈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
'뚜뚜뚜뚜뚜'
불현듯 1년전 선아 아버지와 통화한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때 난 내가 할수있는일은 아무것도 없다는걸 뼈저리게 느낄수 있었고, 드라마속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상황이
내게 닥칠수도 있다는걸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며 '나같음 돈이라도 받고 떨어지겠다' 수없이 많이 생각했던 나였지만 막상 닥치고보니 그럴수 없다는걸 실감하기도 했다.
저 돈을 받게되면 두번다시 그녀를 볼수없음을 떠나서 내가 그녀와 했던 사랑은 거짓이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기에..
마음을 다잡고 기나긴 고민끝에 벨을 누르려던 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익숙한 검정색 에쿠스 한대를 발견하고는 급히 옆 모퉁이에 몸을숨겼다.
'철컥'
'탁'
"김기사 수고했네 가봐"
"네 회장님"
예상대로 선아의 아버지인걸 확인한 난 집앞에 서있는 그에게로 서둘러 다가갔다.
"처음뵙겠습니다. 회장님"
"당신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저리가지 못해?"
기사는 돌아가려다 말고 불현듯 튀어나온 나를 보고는 급히 몸으로 막아서며 제지했고, 소란에 뒤를 돌아본 선아의 아버지는 그런 날 쏘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김기사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게"
"네 회장님 , 여긴 당신같은 사람이 함부로 오는곳이 아니라고 썩 꺼지지 못해!?"
"할말이 있습니다! 회장님!!!!"
"아 글쎄 안된다니까 이사람이!!"
"선아와 관련된 일이라고!!!!!"
내입에서 선아란 이름이 튀어나오자 회장은 가던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당황스러운탓인지 눈빛의 흔들림이 있었던 그는 나직히 말을 뱉었다.
"김기사 그만 들어가서 일보게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치만 회장님 외부인을 함부로.."
"내가 알아서 한다지않아!"
"..네 알겠습니다."
회장의 말에 김기사는 제지하던 손에 힘을빼더니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고 김기사가 사라지고 나서야 선아 아버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들어오거라"
"아.. 예...."
대문뒤로 펼쳐진 으리으리한 정원을 한참동안 걸어간 후에나 도착한 집안은 밖에서 볼때랑은 또다른 우월감을 자아냈고. 몇몇 일하는 메이드들이 차를 가져온후에야 비로소
회장은 내게 물었다.
"선아랑 관련된 이야기라 했겠다?"
"선아가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것도 1년전 기사더군요.. 어떻게 된일입니까?"
"내가 무엇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네놈한테 집안일을 말해야하는거지?"
"저는 회장님과 대화해보는게 처음이 아닙니다. 비록.. 일방적인 대화였지만요."
내말에 회장은 뭔가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침묵으로 일관했고 난 하던말을 이어갔다.
"약 1년전 회장님께서 선아와 헤어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셨었죠"
"니놈이..?!!!"
회장은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멱살을 움켜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 선아는 도데체 어딨느냐!! 어디다 빼돌렸느냔 말이다!!"
집안을 쩌렁 쩌렁 울리는 고함인데도 불구하고 집안엔 아무도 없는듯 조용하기만 했고 메이드들조차 누구하나 섣불리 말리려들지 않은탓에 이 상황이 내겐 난처하기만 했다.
"오히려 제가 묻고싶은 말입니다. 절만나러 나간건 확실한겁니까? 회장님때문에 전 그런사실도 모르고 오늘에서야 선아가 실종됐다는걸 알았단 말입니다!"
"말돌리지마라 네놈이 한짓이잖느냐!!"
"애초에 내가 그랬다면 이자리에 제가 왜 왔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그랬다면 회장님같은분이 1년전에 절 이미 어떻게 하셨겠지 가만 놔두셧겠습니까!!"
"네...네놈이......!!"
회장은 할말이 없던 탓인지 말문이 막힌채 멱살을 잡고 있을뿐이었고 난 그런 그를 뒤로하고 말을 이었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묻고싶은게 있어서입니다. 선아는 정말 절 만나러 나갔다 실종된게 맞습니까?"
회장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내 멱살을 움켜쥐고있던 손에 힘이빠지는걸 느낄수있었고, 그는 자리에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회장이 자리에 앉음에 난 옷메무새를 간단히 다듬고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그의 표정을 살폈고, 그는 무언가 결심을 한듯 날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그리고 일전에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괜히 자네에게 피해만 줬구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말씀 계속 하시죠."
"하나뿐인 딸이 실종된지 1년이 지났네.. 재정신인게 더 이상한거겠지... 그래 확실히 내딸 선아는 실종되었다네.. "
"절 만나러 갔다고 하셨는데 사실인가요? 전 어떠한 연락조차 받은적이 없습니다만.."
"그때 정황상 자네를 보러 갔을 확률이 가장높아서 추측한것뿐 확실한건 아니라네..."
"근데 왜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실종소식이 언론에 퍼진것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때당시에 난 회사가 딸보다 소중했었지.. 언론에 보도되봐야 회사 이미지만 안좋아질뿐이고 혼란스러움을 틈타 경쟁업체들과의 대비조차 불확실했을거야.. 그래서 언론을 통제하고 최대한 덮으려 애썼지
물론 뒤에선 백방으로 딸을 찾기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말이야...."
"회사.. 때문인가요..."
"그때 제일먼저 의심되는 사람이 자네였었네 자네한텐 미안하지만 사람을시켜 뒷조사까지 시켰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었지.. 게다가 공개적으로 하는 수사가 아닌만큼 진전은 전혀 없었어.."
"제 뒷조사까지 하셨었군요.. 그러면 1년이지난 지금까지도 못찾았다는 이야기잖습니까? "
"상황이 여기까지 오고나서야 난 깨달았지.. 진정으로 내게 소중한게 무엇인지를.. 지금은 그냥 살아있을거라는 한줄기 희망만 바라보고 얼마남지 않은 목숨 연명하고 있는거라네..."
회장의 얼굴엔 어두운 근심의 그림자가 번져있었고 눈에선 생기마저 읽히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표정만 봐도 짐작할수 있을만큼 말이다..
"그런표정 짓지마세요 회장님은 그럴자격조차 없으신겁니다. 아시겠어요?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선아를 찾을 방도를 찾으셔야 하는거잖습니까!!"
"흐흑....."
회장은 참다못해 결국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고, 그런 그를 보자 마음이 짠 해진 난 조용히 다가가 그의손을 꼬옥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선아는 반드시 돌아올겁니다. 그리고 제가 할수있는건 다 해볼겁니다. 회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던간에 전 선아를 진심으로 좋아했으니까요..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내 이기적인 욕심때문에 어린 자네 마음에 깊은 상처만 줬는데... 자넨 정말 좋은청년이구만... 미안하네 정말.. 내가 허락만 했다면 이런일은.. 제발 우리 선아좀 꼭 찾아주게 .. 흐흑..."
"걱정하지 마세요 선아는 반드시 돌아올테니까요 반드시..."
내손을 꼬옥 잡으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연신 말하는 회장을 뒤로하고 난 서둘러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난 복잡한 머릿속을 달랠방법이 없어 이어폰을 귀에꼽고 핸드폰
MP3의 볼륨을 최대로 틀고는 눈을감았다.
'깁미더 머니~ 돈없으면 바보가 되는세상~ 깁미더 머니 돈만주면 다 되는세사아앙~~~'
내가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뭐부터 시작해야하는건지 당황스럽기만 한 머릿속이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멜로디로 인해 점차 정리되어갔고, 그렇게 집앞 정류장에 도착했을때는
혼란스러웠던 내 머릿속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래, 어차피 결론은 정해진거잖아? 내가 아직도 사랑하는건 선아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