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 수 도있는 이야기 -쓰레기 줍는 친구2-

바람2013.04.03
조회11,638

할머니의 굿 덕분인지 그날밤은 무사히 지나는 듯 싶었어

 

"여진이 어디가니?

"여진아 어디가냐니까?

 

"응! 엄마 누가 밖에서 날 불러"

 

"누가 이시간에 널 불러야 잘 못들었겠지"

 

"아니야! 아까부터 누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는데?

 

부스럭 소리에 잠이 깬 어머니가 다급하게 여진이를 잡았어

 

"엄마 나 가야된다니까!!! 아까부터 내 이름을 부르고 있어"

 

"아가 누가 부른다고 그래"

"경민이 아부지 일어나 보시오" "아무래도 오늘 먼 사단이 날거 같으요"

 

어머니가 급하게 깨우는 소리에 아버지도 놀래서 일어나셨어

 

"내가 나가 볼텐께 애기 잡고 있어"

 

"머한디 나가라 있다가 아침일찍 빵집 할매 모시고 올라요"

 

"아니여 내가 언능 나가서 보고 올랑께 걱정하지 말고 있어"

 

밖으로 나간 아버지는 아무것도 없는걸 확인하고 허공에 대고 속절없이 노발대발 하시고 들어왔어

 

날이 밝기가 무섭게 어머니는 빵집 할머니를 모시고 오셨어

 

"할매요 어제는 여진이가 누가 부른다고 하는 통에 한숨도 못잤어요"

 

"쉽게 안갈거 같드라니"

"오늘 한번 더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무슨 수를 써야것고만"

 

할머니는 어제와 사뭇 다르게 드라마에서나 본 색동옷에 부적 같은것을 가지고 왔어

할머니는 타이르기도 하고 화도 내면서 누군가와 연신 대화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적같은 것에 불을 질러 태우기도 하고

할머니의 굿은 그렇게 3시간 이상을 했어

 

"경민이 엄마야 내가 하기는 했는데 내가 제대로 신내림 받은 무당이 아니어서 잘 됐는가 모르것다

오늘 밤 한번더 지켜보고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제대로 된 무당 모셔다 해야지 어짜것냐"

 

할머니는 지칠대로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시고 그렇게 무사하기를 바라며 또 하룻밤을 보내게 됐어

"달그락" "달그락"

 

여진이가 또 이상행동을 할까 봐 여진이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잠깐 잠들었는데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그릇소리에 놀래서 잠을깼어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여진이는 보이지 않고 놀랜 어머니는 부엌에 뛰어 들어갔어

 

여진이가 부뚜막에 쭈그리고 앉아서 걸신들린 사람처럼 밥이며 김치며 닥치는 대로 수저도 없이 맨손으로 퍼먹고 있었어

 

"아이고 여진아 무슨 짓이고"

 

어머니는 벌써 눈물 바람에 여진이를 안고 울고 있고 통곡 소리에 놀란 아버지도 부엌 앞에 서서 허망한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고

경민이도 괴롭긴 마찬가지 였어 이 모든 사단이 자기가 주워 온 나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니

부모님과 동생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 경민이에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어

 

여진이는 주위 상황은 전혀 관심없는 듯 연신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기 바빴어

 

"아이고 여보 우리 여진이 불쌍해서 어짜요"

"붙을라믄 나한테나 붙을 것이제 이 어린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조상님들 우리 애기 좀 살려주소"

 

"동네 부끄럽게 조용히 좀 해 날 밝음 배편으로 여진이 데리고 나갔다 올텐께"

 

"나도 갈라요""내 새끼가 죽게 생겼는디" "밥인들 넘어 가것소"

 

부모님은 도시로 나가서 용하다는 무당이나 어디 절이라도 들어갈 요량으로 나가기로 했어

 

"어디 갈라고 이라고 다 나왔는가?

 

상황이 어찌 돌아가나 궁금했던 빵집 할머니가 이른 아침부터 경민이네 집으로 찾아왔어

부모님은 새벽에 있었던 일을 빵집 할머니에게 말하고 도시에 나가서 여기 저기 찾아가 본다고 했어

 

"도시로 나간다고 뾰족한 수 있는가?

"아무래도 맘에 걸려서 잘 아는 법사님한테 부탁했응께 오늘 오후에나 들어 올건께 기달려 보게

저 상태로 나가서 잘못될 수 도 있응께 일단 애기 진정 좀 시키고 기다려 보세"

 

법사님이 오는 동안 빵집 할머니가 와 있어서 그런지 여진이에 발작도 잠시 멈추었어

 

법사가  경민이네 집으 찾은 것은 우후 7시가 한참 넘어서 였어

 

30대 중반에 외소한 체격을 가진 법사는 부모님 눈에는 썩 내키지 않았어 내심 법사라 하면 나이 지긋하고 흰 수염에 도포자락을 입고 있을것으로 생각 했거든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법사는 외소한 체격에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평범하기 그지없었거든

어머니는 과연 저 법사가 여진이를 고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

 

"상태 좀 봅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방안으로 들어가 버린 법사는 여진이와 말없이 서로 지켜 보고 있었어 그 모습은 마치 맹수  두 마리가 서로 싸우기 직전 탐색하는 거와 같았어

 

"둘이 잠깐 이야기 좀 하게 자리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법사 말에 밖으로 나왔으나 법사를 믿을 수 없던 어머니는 빵집 할머니에게

 

"할매 저사람 법사 맞으요? "믿음이 안간디"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여"" 그짝 에서는 돈 주고도 모시기 힘든 분이여"

 

"할매가 그라고 말한께 믿기는 한디""어째 이라고 불안한가 모르것소"

 

"믿고 기달려 보세"

 

방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내심 궁금하던 차에 법사가 문을 열고 나왔어

 

"어린 년이 무슨 한이 깊은지 말을 안 듣네요"

 

"아이고 법사님 글믄 우리 여진이는 어찌 된다요"

 

"바람 좀 쐬고 와서 퇴마 의식을 할거니까 그때 까지 애기 잘 지키고 계세요"

 

어딜 갔다 왔는지 법사는 두꺼운 줄과 경민이가 주워 왔던 나무와 비슷한 조각들을 마당에 던지고

경민이 식구들을 불러 모았어

 

"이제부터 방안에서 애기가 죽는다고 악을 써도 들어 오지 말고 누구 하나 방에 못 들어 오게 하세요

자신 없으시면 다른데 있다 와도 좋구요"

 

"근디 저 줄하고 나무 쪼가리 들은 머다요?

 

"관이 있었으면 관을 묶었던 줄도 있을 거 아닙니까?

"나중에 태울 꺼니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할머니는 방 문밖에 있다 저좀 도와주시면 되겠습니다"

 

"따님 살리고 싶으시면 절대로 방안으로 들어 오지 마세요"

 

법사는 식구들에게 단단히 다짐 받고 방으로 들어갔고 할머니는 방문 앞에 앉아서 방안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어

 

법사가 방으로 들어간지 1시간 쯤 됐을까?

 

"엄마!!!! 엄마!!!!!!!!! 나좀 살려줘 이 사람이 날 죽일려고 해

"엄마 제발 살려줘 !!!!!!!!!!!!!!!!

 

방안에서 여진이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왔어

처음엔 못들은 척 하던 어머니도 딸에 절규에 가까운 비명소리에 초조하고 불안했어

 

"엄마!!!!!!!!!!! 나 죽일 참이야"
"엄마 제발 살려달란 말야"

 

"여보 나 들어가 볼라요 우리 여진이가 저라고 엄마를 찾아싼디..............

여진아!!!!!!!!!!! 엄마 여깄다

 

방에서는 여진이의 비명소리가 밖에서는 어머니의 절규가 작은 집안을 가득 채웠어

 

"경민 애비야 꽉 잡고 있어라""지금 경니 애미 들어가믄 다 틀려분께 "

 

"아~~~~악"

"살려 주세요"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억울해서 못가" "나 여기서 놀고 싶어"

"못해 본것도 많고 나 여기서 살게해줘"

"나 괴롭히면 이 여자애 죽일거야"

 

여진이에 비명 소리가 한번 크게 나더니

 일순 목소리가 바뀌었어 그러더니  갑자기 법사에게 빌기 시작했어

그러다 다시 욕을 하고 빌기를 수차례 방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 졌어

 

"할머니 잠깐 들어와 보세요"

 

할머니가 방에 들어가고 한참만에 법사와 할머니가 나오는데

마당 한가운데서 갑자기 할머니가 주저 앉더니

 

"가기 싫어" "나 정말 가기 싫어"

 

"어허 이제 좋은 데로 가야지 이 곳은 니가 있을 곳이 아니야"

 

"나 가기 싫은데""여기 있게 해주면 안돼"

 

"아직 혼이 덜 났구나"

 

여진이는 방안에 쓰러져 있고 할머니는 갑자기 난데 없이 젊은 여자 목소리를 내며 마당에 앉아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고 법사는 그런 할머니를 달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법사가 주머니에서 검은 먼가를 꺼내서 할머니에게 던지려 하자

 

"갈께" "갈께"

 

잠시후 할머니는 의식 없이 쓰러졌어 법사는 잠시 할머니 등을 어루 만지시더니 마당에 가져다 놓은 나무 조각과 줄을 태웠어

 

잠시 후 할머니는 깨어 나셨고 어머니 등을 쓸어 내리며

 

"경민 애미야 이제 끝났다"

"여진이는 기억 못할 것인께 차라리 잘됐다"

 

하루만에 깨어난 여진이는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장과 모래사장을 돌아다녔어

하지만 그 후로 아무리 값나가고 좋은 물건도 집으로 가져오는 일은 없었어

 

이제 나도 퇴근해야겠다

여러분 아무거나 주워 가시면 되기 있기 없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