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는 대학생을 둔 부모님의 마음..

바람에게부탁해 2013.04.04
조회22,403

항상 판을 구경만 하다가.. 문득..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하나 남기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아마 판에 써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 수도있겠네요 ㅎㅎ

한번 쉬엄쉬업 읽어보세용 ㅇ_ㅇ;;

 

참고로 딸을 둔 아버지는 아니구요 -0-ㅋㅋ

20대 후반의 건장한 청년이랍니다.

 

한.. 5년 전쯤이었던거 같네요. 대학교 한.. 3학년때인가 였을꺼에요.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을때였죠. 있었나?? 아마 없었을겁니다.

 

봄이 조금 지나 벛꽃잎이 다 떨어져 갈때였죠.

아침에 부슬부슬 비가 올때였는데.. 아침9시 수업이 있어서 8시 50분쯤인가.. 학교로 향했습니다.

자취생이였던지라 학교가 코앞에라 뛰면 3분 걸으면 6분 정도였죠.

 

근데 학교로 가는 수많은 원룸촌 사이에서 우연치 않게 핸드폰을 줍게 되었습니다.

5년전이나 지금이나 핸드폰 잃어버렸을때의 마음은 다 똑같을꺼에요.

 

폴더형식의 핸드폰이었는데 열어보니 여학생의 핸드폰이더군요.

제 얼굴은 순간 ^ㅡ^/ 이렇게 되었습니다.

'아~~ 대학생활에 드디어 우연치 않은 연애 드라마 하나 쓰는건가?!!'

라는 별 잡생각까지 했었던거 같아요.

 

부랴부랴 수업을 들어갔는데 수업시작전에 줏은 핸드폰을 다시 열어보니 전화가 한통 와있더군요.

진동상태였고 개같이 수업에 뛰어가느라 그 진동을 못느꼇나봅니다.

전화에는 "아빠" 라고 찍히더군요.

 

저는 그 번호를 노트에 적어 놓고 쉬는시간에 제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처음 핸드폰을 줏을때 부터 주인을 찾아줄 생각이었으니까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연륜있는 사투리는 영락없는 우리 세대의 아버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제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핸드폰 주인의 아버님께서는 온갖 걱정을 다 하셧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 아침마다 학교생활 잘하는지 걱정이 되어 연락을 했는데

그 하나밖에 없는 연락 수단 마저 잃어 버렸다고 한탄을 하시더군요.

 

그 여학생이 어디 사냐고 물어보니 절대 안알려주시더군요;;;

하지만 딸과의 통화를 가장 우선시 하는걸로 생각하신 그 아버님께서는

원룸의 이름과 호수를 알려주셧습니다.

목포에 사신다며 연락할 방법이 핸드폰 밖에 없다고

꼭좀 딸에게 전해달라고 엄청 당부를 하셧습니다.

 

때마침 제가 사는 자취방 옆의 원룸이었고 저는 직접 제가 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과는 여학생의 비율이 살짝 많은 지라 일부 조금 재미있게 생활한다는

여대생의 자취방 사정을 대충 알고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제가 사는 방에 수많은 후배들과 동기, 선배님들이 이따금 한번씩 묶고(?)가는

방이었죠. 친구들이나 여자 후배 등등 놀러 오는 날이면 조촐한 파티(?) 가 열리곤 했습니다.

단돈 5000원이면.. 소주 두병과 떡볶이 3000원 어치로 재미있는 밤을 보낼 수 있을때였죠..

선배님들이 치킨을 시켜주는 날이면 덩실덩실 춤을 췄을정도였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그 여학생의 원룸을 향했습니다.

한.. 오전11~12시 사이었을꺼에요.

벨을 누르고 문이열렸는데..

담배 냄새가..;;; 술냄새가;;;;

저는 여대생 자취방에서 이정도 냄새가 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도 흡연을 하긴하는데.. 흡연자의 코에서 흡연의 냄새가 느낄정도면 그건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 안쪽에는 시체처럼 보이는 남학생 두명이 보였고.. 더 안으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여대생의 모습은.. 마치.. 사자같았습니다.

핸드폰을 건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 듣기가 무섭게

문에 새차게 닫히더군요.. "이런 사자같은.."

 

핸드폰을 주인에게 돌려보내고 그 아버님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바로 전화가 오더군요.

정말 고맙다며 사례를 하겠다고 꼭 연락을 다시 주겟다 하시더군요.

딸애가 멀리 타지에 대학생활을 가고 하루하루가 걱정이라고 하시더군요.

아프진 않는지 무슨일이 있는건 아닌지..

 

나는 멀리있어도 잘 지내는데.. 그게 무슨 큰 걱정이라고 매일같이 걸려오는 부모님의 전화를

무시하고.. 술집인데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자취방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게임방 혹은 당구장인데.. 도서관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밤새 술먹고 다 죽어 가는소리로 부모님 전화를 받았을때는 부모님께서 감기걸린거 아니냐고

야단스러운 전화를 하실때는 오히려 화를내고..

 

그때당시 했던 저의 부모님과 통화내용을 떠올리니 순간 마음이 턱 하니 막히더군요.

한달 정도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그 핸드폰 주인인 여학생의 아버님이셧죠.

그날 전 스티로폼 박스에 잘 포장된...

목포에서 직송된 싱싱한 해물셋트를 두 박스나 받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계속 고맙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하시더군요.

 

여러분의 자취생활은 어떠신가요?

혹시 걱정하는 부모님의 전화통화에 화를 내시진 않으셧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