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에겐 너무나 특별한 당신

이봉주201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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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로 자두나무를 가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테다. 그런데 어떤 우연으로 우리집 옆집 이웃과 앞집 이웃이 자두나무를 정원수로 가지고 있다. 여름이 무르익은 8월 중순, 두 집 모두 탐스러운 자두를 수확했고 약속이나 한 듯 우리와 나눠먹는 살뜰한 정을 보인다. 자두. 이 과일은 나에겐 단순한 과일이 아님을 날 알고 우리 아버지를 아는 친구들은 다 알리라.

 

올 봄. 옆집의 자두나무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을 터뜨렸을 때 아, 예쁘다 내 입으로 감탄사를 내뱉기 전에 내 마음은 이미 후두둑 굵은 눈물 방울이었다. 아버지의 자두밭도 지금쯤이면 하얗디 하얀 자두꽃들이 한창일텐데, 꽃들 사이로 아버지의 부지런한 손길이 가지마다 땀을 떨굴텐데, 밤에 우는 소쩍새 소리가 듣기 좋다는 살가운 소리를 엄마에게 하실 만큼 감성적인 마음이실텐데... 아버지가 하늘나라도 가시던 그 해 봄. 겨울 나락 끝에 자그마한 망울을 맺은 부모님 아파트 정원의 자두나무를 당신의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들여다보시며 얼른 나아서 밭에 가야하는데, 심신을 다잡으시던 아버지. 그 자두나무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울 아버지 하늘나라로 가셨고 울 아버지 뉘어드리기 위해 찾았던 과수원엔 매화꽃이 활짝 오얏꽃은 가지마다 망울망울. 많이도 달린 오얏꽃을 보며 겨울 칼바람 불 때 가지치기 하시느라 당신의 기력을 모두 쓰셨을 아버지 생각에 난 가슴이 퍼래지도록 울었었다.

 

오얏나무. 자두나무. 아버지도 나도 오얏나무 李 (나무 木 아래 아들 子) 가. 아버지 선산에 심을 나무로서 오얏나무를 택하신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아버지 자두는 특히나 알이 굵고 달아서 그 맛을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데, 멀리 떠나 사는 나는 그 맛난 자두를 많이 먹어보지도 자두따기를 많이 도와드리지도 못했다. 아버지가 부재한 훈농원은 이제 타인이 맡아주고 있는데, 지금 한창일 그 밭의 자두맛은 과연 울 아버지 손맛을 가지고 있을까. 아버지 그 땅에 누워계시면서 당신의 오얏나무들을 돌봐주시고 계실까.

 

이웃집으로부터 받은 자두는 놀라울 정도로 당도가 높고 과즙도 뚝뚝 수박물처럼 흐른다. 귀한 자두라 나는 몇알 먹지 않고 남편과 아이를 챙겨본다. 울 다이애나는 특히나 자두를 좋아해서 자두를 보여주기만 해도 두 팔을 파닥파닥 나비처럼 벌려 신난다는 표시를 한다. 껍질은 내가 먹고 살 부분만을 주는데 오물오물 얼마나 잘 받아먹는지 모른다. 오늘도 모양새가 이쁜 것을 골라 껍질 부분을 내가 먹고는 살 부분을 주는데, 우리 딸내미 자꾸 내 손을 내 입쪽으로 미는 거다. 어, 먹고 싶지 않은가 장난을 치고 싶은가 싶어서 다시 다이애나 입으로 자두를 가져가도 자꾸만 내 입쪽으로 자두를 민다. 아이고, 나도 먹으라는 뜻이구나... 눈물이 핑돌아 슬쩍 먹는 시늉을 한 후에 자기 입쪽으로 내미니 다시 내 입쪽으로 민다. 제대로 먹으라는 뜻이다. 기어이 내 눈에선 눈물이 비집고 나오고 난 못이기는 척 달디 단 자두의 살부분을 한입 베어먹는다. 뚝 떨어지는 과즙과 함께 내 눈물도 뚝 떨어진다. 나의 우는 모습을 보고는 눈이 동그래진 다이애나. 그제서야 자기도 한입 베어먹는다. 그리고는 또 다시 내 앞으로 자두를 내미는 자그마한 딸내미 손. 그렇게 우리는 달디 단 자두 하나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나에겐 너무나 특별한 과일 자두는 옆집 앞집 땅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며 매해 달콤함을 선사해 줄 것이다. 만약에 한집 농사가 잘 안되면 다른 집 수확물을 맛볼 수 있게 해줄 마냥, 두집에서 자두나무를 기르고 있으니 난 참 복도 많다. 솔직히 내 복이 많다고 단순히 말해버리지만 내 마음 속엔 울 아버지가 이 집을 점지해주셨을거야 끼워맞추기 억측을 부리고 싶은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흔하지도 않는 자두나무를 정원수로 가지고 있는 이웃을 어떻게 두겠는가.

 

나에겐 너무나 특별한 당신 아버지. 하늘나라 가셔서도 이렇게 딸내미 생각해주시니 너무나 고맙습니다. 당신의 손녀 다이애나도 엄마 생각해주는 살가운 사람으로 잘 자랍니다. 모두 아버지 은덕 어머니 은덕입니다. 내년에도 하얗디 하얀 오얏꽃, 달디 단 자두 맛볼 수 있게 보살펴주세요. 아버지,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