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첫사랑에게

질서정연201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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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날 난 참 놀랐다.
네가 카톡에서 친구 추천에 뜬거야.
반가우면서도 차마 친구추가를 할 수가 없었다.

소식조차 알 수 없던 너의 모습을 3년 만에 카톡 프로필 사진을 통해 보게 되다니!내 기억 속의 2010년 2월의 너가  2012년 7월의 너와 달라진 게 없더라.잘 지내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 좋았다. 
카카오톡 만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하고 싶었다!내 <첫사랑>을 이렇게나마 멀리서 엿볼 수 있게 됐으니까 부끄
그래서 가끔 너가 생각날 때,친구추천에 뜬 너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잘 지내고 있구나’ 라면서 미소지었다.
연락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혹시나 내가 소중하게 간직해오고 있는 너와의 예쁜 추억들이 망가질까봐 할 수가 없었다.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젯밤, 나는 후배와 술을 먹던 중에 얼큰하게 취해 서로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서로 아련한 추억에 잠겨 센치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가문득 진동이 울려 핸드폰을 확인했고,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믿기지가 않았다.너에게 연락이 왔다니.



'XX야'



내 이름을 부르는 너.이 세글자를 보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혹시 술을 먹다가 문득 내가 생각나서 술김에 용기내 연락한건지는 모르겠지만난 너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카톡방을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손이 떨렸다.
차마 누르지 못하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가 겨우 용기를 내서 카톡방에 들어갔다.그리고 너에게 뭐라고 보내야 할 지 한참을 고민했다.
마음같아서는 "기다렸다. 조금 늦었네." 라고 말하고 싶은데.......
고2 겨울방학 때 기숙학원에서 만나 선생님 눈 피해서 예쁜 추억 많이 만들고,윈터스쿨 과정이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가기 전'고3 동안은 핸드폰 없애고 각자 공부에 전념한 다음에 수능이 끝나고 보자!' 새끼손가락걸고 했던 약속.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너가 원망스러웠다.내 연락을 받지 않았던 너가 원망스러웠다.
너에게 좋은 대학 붙어서 자랑스러운 여자친구가 되길 꿈꾸며 고3을 이 악물고 지나왔는데,수능날 바로 핸드폰을 개통하고 너에게 연락했는데 너는 나만큼 그리워 한 게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도 서운했던 그 마음은 여전한 지, 아무렇지 않아보이고 싶었다. 



"어? 뭐야ㅋㅋㅋㅋㅋ오랜만이다"

20분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고치고 또 고쳐서 저렇게 보냈다. 저렇게 간단한 말을.곧바로 너에게서 답장이 왔고,너는 보낼까말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카톡보낸다고 했다.
서로 잘지냈냐고 나는 잘지낸다고 형식적인 안부를 물었고,
안부 끝에 너는
"사실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카톡했어, 너무너무 미안했고 미안하다. 그리고 잘 지내니 다행이다."

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괜찮다고 말할 수 없었다.수능이 끝나고 느꼈던 상실감이,어떤 목표만 보고 달리며 고생 끝에 도착했는데 막상 가보니 아무 것도 없는......그 상실감이 너무 컸거든.


애써 말을 돌리며 다른 쓸데없는 얘기를 하다가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그리고 나는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혹시나 카톡이 오지 않을까, 왜 답장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오늘 나는 너가 카톡을 하지 않을까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다.나는 아직 하고싶은 말이 남아있는데, 어제 너가 잠들어서 카톡을 안 보내는 건가?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이번에는 내가 용기를 냈다.
"OO야"
너처럼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지금부터 되게 바보같은 질문 좀 해볼게. 진짜 진짜 부끄러워서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게.뭐가 미안했다는 거야?"
라고 했고,

너는 그렇게 너가 연락을 받지 못했던 그 상황들에 대해 말해줬다.

그래, 너의 사정들.그 이유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냥 믿겨졌다. 원망스러운 마음도 씻긴 듯 사라졌다.그리고 이렇게라도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용기내줘서 고맙다고 난 너에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많이 좋아했어.수능끝나고 떳떳하게 너 보려고 열심히했었고, 덕분에 좋은 대학가서 잘 지낸다.고맙다. 이 말 꼭 하고 싶었어."
이렇게 너에게 말했다.


그리고 너는
"좋다진짜. 너가 잘 되서 너무 좋아.나는 수능 전까지 이런 일 저런 일이 되게 많았어.수능 끝나면 얘기해줘야지했는데, 일 때문에 연락도 못해주고..일 그만두고 연락하려니까 너 대학 잘 간거보고 다시 연락하는 거 같다는 생각들까봐 못했어."
"그렇게 계속 못하다 이제 와서 연락한다."
"나도 정말 많이 좋아했어. 그 때, 그 느낌 못 잊어." 
라고 말했다.


그리고 너는 날 만나고 싶다고 했다.응, 나도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예쁜 추억들이, 내가 계속해서 그리워하며 환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예쁜 그 순간들이우리가 다시 만나면 혹시나 망가지진 않을까 두려워서 그럴 수 없었다.

이 말을 너에게 전했다.

너는 이해해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너가 내 첫사랑이었다고 밝혔다.첫사랑은 그리움이 환상을 만들어서 다시 만나면 실망하게 될 지도 몰라서 만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너는 "그럼 우린 못 만나겠다. 너도 내 첫사랑이고, 나도 너의 첫사랑이니까" 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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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너에게 쓰는 편지]

카톡 소리에 자꾸만 심장이 떨린다.어젯밤부터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했어.4년 만에 너와 연락하게 될 줄을 정말 몰랐어.
정말 좋아했다고, 고맙다고 말할 수 있어서 후련해.
너 덕분에, 너가 있었기에 난 지금 이렇게 행복하잖아.
짧은 연락으로 너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어.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는 노래가 있지.근데 날 보면 남자만 그러는 게 아닌 것 같아.난 지난 4년간 너를 계속 마음에 품고 살았으니까.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그렇다고 남자친구 하나 못 사귀고, 너만 생각하면서 산 건 아니야.나도 좋은 사람 만나 연애도 여러번 했거든!)

너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었나보다.너 역시 나를 첫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나만 너를 품고 사는 게 아니라는 게너 역시 나를 품고 살아왔다는 게 기뻤다.


어찌됐든 너도 좋은 대학가서 다행이다.우리 고2 겨울방학 때, 기숙학원 옥상에서 몰래 만나 이야기하다가 걸려서 부원장쌤한테 죽도로 맞았었지.그 때, 부원장쌤이"나한테 맞은 애들은 대학 잘 간다."라고 하셨었는데, 그게 진짠가봐.너도 나도 사이좋게 맞고, 좋은 대학에 붙었으니!

실은나도 만나고 싶어.보고싶어.4년이 지난 너는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어.핸드폰을 통한 너의 사진으로는 알 수 없는 너의 향기를 맡고 싶다.


그치만 우린 못 만난다.

이 바보야. 네 카톡을 기다리면서 페이스북에 너의 이름을 찾아봤다.그리고 너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잘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과연 만나도 되는 걸까.그건 예의가 아니지.
너가 그 친구와 찍은 사진들, 그 친구와의 추억들을 엿보면서그 친구가 널 정말 많이 챙겨주고, 아끼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둘이 정말 예뻐보이더라구!예쁘게 잘 사겨라!지금은 너의 여자친구에게 충실해야지.너가 날 좋아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주렴.

나는 여전히 너의 카톡 하나로도 이렇게 싱숭생숭한데,너를 보면 또다시 널 사랑하게 될 게 뻔하니까 만날 수가 없다.그래서 나는 그렇게 너와의 만남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그런 인연이 만들어진다면우리 서로 웃어주며 밝게 인사하자.
"오랜만이다" 라고 말하며.


잘 지내. 또 보자. 내 첫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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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도 없이 끝나버려서, 이미 끝나버려서 더 이상 이을 수가 없어서더 하고 싶었던 말을 이렇게 써봤다.
이 글을 너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소중한 내 추억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