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케치북에 담긴 이야기들.6

25남2013.04.09
조회58,289

 


3년 전 찾아갔던 캄보디아.

 

가난한 어린 아이들이 각자 자신들이 만든 조그마한 공예품을 가지고 몰려들어와 원 달라, 원 달라를 외쳤던게 기억난다.

 

도시라고 하기도 뭐한 시엠립에서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들 사이로 우리가 머무르는 호텔 한 채만 으리으리하게 서 있었다.

 

지독한 가난의 나라.

 

 

900년 전 쯔음 앙코르와트가 지어질 당시의 화려했던 부귀영화는


 빛바랜 돌 사원들 사이에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오래된 스케치북에서 찾아낸 그림.


 

2.냉장고에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다.


우리 집은 이제 텅텅 비는 일이 잦아졌다.


아빠는 일.


누나는 해외 어학연수.


나는 학원.



그래서 우리 가족이 한데 모여 집밥해먹는 일도


요즘에는 많이 어렵다.



어느날, 학원 끝나고 일찍 집에 들어온 나는 (방랑벽이 있는 나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내 배가 고파져서


참으로 오랜만에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집밥 안 먹고 싸돌아다닌지 


근 한달은 된거 같은데



냉장고에는 내가 좋아하는 닭고기가 


누나가 좋아했던 스파게티가


아빠가 좋아하는 미숫가루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저녁시간때만 되면 어김없이


걸려왔던 전화.


'오늘은 집에서 밥 먹니'



그럼


맨날 내 대답


'친구랑 먹고 가요.'


'일있어서 늦게 가요'


'밖에서 먹고 갈게'


'먼저 먹고 있어요'


..

..

.

.

.




장을 볼 때면


나 먹을 음식은 돈 비싸서 못 집어들어도


식구들 먹일 생각에는 손이 가기 마련인가보다.



집밥 안먹고 지낸 지가 


그렇게 오래였건만



냉장고에는 아직도


우리가족 맛난 거 먹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3.프라하의 봄. 


디지털작업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조금만 눌러도 슥슥 칠해지고 슥슥 지워지고, 또 칠했던거 색을 마우스클릭으로 조금 바꿔도 보고,

 

너무 기능이 좋아서인걸까.

 

어릴 적 너무 어려웠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power overwhelming' 치트키를( 내 유닛이 모두 무적이 되어버리는 엄청난 치트키였다.) 하고 플레이하던 느낌이 나 버린다고 해야하나.

 

아니, 이건 조금 더 뭐랄까. 게임 잘 하던 동네 형이 대신 플레이를 해 줬다고 하는게 맞을 거 같다.

 

내가 칠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조금 들어버린다.

 

 

 

그렇지만 확실히 디지털작업은 매력적인 면이 있고,

 

결국 결론은 중국집 짜장면 짬뽕을 고를 때 처럼

 

'둘 다 잘 하고싶어'

 

로 끝이난다.

 

 

이 그림도 사실은 군시절에 그리던 건데, 군대에서는 해외에 있는 건축물들을 자주 그렸던 것 같다.

 

'전역하면 세계 여행을 꼭 가고 말테다'라는 오기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건가..

 

결국 그 당시 그렸던 체코 프라하의 시민회관은

 

아직도 나에겐 꿈의 장소로만 남아 있다.

 

 

언젠가는 갈 수 있으려나,

 

 

이곳을 찾아온 봄바람만이라도 

 

체코 프라하까지 지금쯤 닿았기를

 



 4. 우리 땅의 주인공은 우리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북한의 이야기로 가득이었다.

개성공단이 차단되었네, 4차 핵실험이 준비가 되고있네,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아니다 어떻다 저떻다 전쟁이 난다 아니다...
무척이나 오래 전, 이 땅이 하나였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이제 다들 나이가 들었다. 이미 땅 속에서 흙냄새를 닮아 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노래를 울면서 부르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다.
이산 가족이 있다고 했다.

기억 저편에 흐릿한 얼굴의 엄마,동생,오빠..혹은 아내와
함께 마당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날이 생각났던 걸까.


한창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질 때 찍혔던 사진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진 한 장 한장에 느껴지는 굉장한 폭발력.
50년의 기다림,그리움,서러움, 그 모든것들이 
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순간이 찍힌 것이다.
이제는 자글자글해진 손으로 꽈악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참으로 닮았다.

이산가족 상봉이 정치적인 쇼라느니 비효율적인 금전 손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위대하신 수령님 핵무기 대한민국 새 정부 주한미군 좌파 우파....


세상이 떠드는 온갖 잡것들의 
커다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지만
결국 이 좁은 한반도에서 뒤엉켜 울고 웃는


우리 땅의 주인공은 우리다.

반세기만에 만나 부둥켜 안은 늙은 어미와 딸이다.

오랜만에 다시 올립니다,이번에는 예전에 그려놓았던것들을 재조명한 것이 많네요~

요건 블로그-서로이웃환영해요~http://blog.naver.com/hongly8919

댓글 35

111111오래 전

Best글과 그림 모두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하네요. 보고 있으면 뭔가 아련해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이런 그림 참 좋아한다는 ^^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위로가 되는 그림이라 더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눈과 마음이 호강하는 날ㅋ 고맙습니다.

23녀오래 전

5번에 있던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고래랑 사그라다 파밀리아랑 그 앞에 각종 도시에서 그리신 그림들이랑 그 밑에 감상들이랑.. 냉장고랑.. 하여튼 다 보면서 울컥했어요.. 저는 세상을 요런 식으로밖에 보지 못하는데 같은 것을 보더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리고 색다른?) 광경을 머리 속에서 자아내고 계시다니.. 부럽기도 하고.. 왠지 우울하기도 하고.. 옛날에 스페인어를 잠깐 (아주잠깐)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관해 잠시 배우면서 아 가우디라는 그 유명한 이름이 이런데서 유명세를 얻은거구나- 이정도? 그 건물자체는 그냥 아 짓는데 오래걸리겠네. 완성되면 신기하겠다 이정도?? 생각은 했엇지만요.. 확실히 글쓴이님 말 듣고 보니까 가우디는 자신의 사후 몇백년까지 투자하는 통큰 예술가였네요 :-) 아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표현하신 색채가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뻐요! 저같은 사람들이 많을진 모르겠지만 같은 현상을 보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글쓴이님처럼 싱기방기하게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에고 횡설수설이네요 ㅋㅋㅋ 좋은 하루 되세요 :)

소나비오래 전

좋은 그림ᆢ좋은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엄마 보고싶네요

메로나오래 전

왠지 냉장고 그림과 사연에 눈물이나네요..

gs돌이오래 전

제발 이런 재능을 이 나라에서 썩히지 마세요 작가주의 정신으로 그리고 싶은 거 그리면서 살길

우와아오래 전

앗 새로운 글이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글과 그림을 보고 댓글 남깁니다. 정말 그림도 잘 그리시고 그에 맞게 글로도 표현을 잘 하시니 대단한 능력자십니다!! 멋있어요@_@ 잘 보고 갑니다^^

ㅇㅇ오래 전

그림도 잘 그리시고 이야기도 잘 쓰시네요~ㅎ 마음 따뜻해지네요ㅎㅎ 책으로 내도 될 듯 해요~ㅎ

감탄오래 전

누가 감히 이 그림들을 취미라고 말할수 있는가. 어떻게 취미로 나오는 그림들이 내 주위에있는 미대애들보다 더 잘그리는 거지??

ㅇㅁㅇ오래 전

ㅇㅁㅇ..2번 감동.. 저도 항상 전화 왓는데.. 오늘은 뭐 먹을꺼냐구.. 요즘은 집에 안좋은 일도 많고 고3이라 여러모고 고민하다 실습을 나왔는데 밖도 좋지만 행복햇던 우리 가족이 너무 그립네요.. 비록 힘들고 기운만빠지던 집으로 변해 취업 핑계로 기숙사에 살지만 사랑해..

ㅎㅎ오래 전

반대 0 글쓴이님의 진심이 통했나봐요ㅎㅎ 따뜻한 글과 그림 감사합니다!!

흐응오래 전

ㅉ...쩌..........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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