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찾아갔던 캄보디아.
가난한 어린 아이들이 각자 자신들이 만든 조그마한 공예품을 가지고 몰려들어와 원 달라, 원 달라를 외쳤던게 기억난다.
도시라고 하기도 뭐한 시엠립에서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들 사이로 우리가 머무르는 호텔 한 채만 으리으리하게 서 있었다.
지독한 가난의 나라.
900년 전 쯔음 앙코르와트가 지어질 당시의 화려했던 부귀영화는
빛바랜 돌 사원들 사이에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오래된 스케치북에서 찾아낸 그림.
2.냉장고에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다.
우리 집은 이제 텅텅 비는 일이 잦아졌다.
아빠는 일.
누나는 해외 어학연수.
나는 학원.
그래서 우리 가족이 한데 모여 집밥해먹는 일도
요즘에는 많이 어렵다.
어느날, 학원 끝나고 일찍 집에 들어온 나는 (방랑벽이 있는 나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내 배가 고파져서
참으로 오랜만에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집밥 안 먹고 싸돌아다닌지
근 한달은 된거 같은데
냉장고에는 내가 좋아하는 닭고기가
누나가 좋아했던 스파게티가
아빠가 좋아하는 미숫가루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저녁시간때만 되면 어김없이
걸려왔던 전화.
'오늘은 집에서 밥 먹니'
그럼
맨날 내 대답
'친구랑 먹고 가요.'
'일있어서 늦게 가요'
'밖에서 먹고 갈게'
'먼저 먹고 있어요'
..
..
.
.
.
장을 볼 때면
나 먹을 음식은 돈 비싸서 못 집어들어도
식구들 먹일 생각에는 손이 가기 마련인가보다.
집밥 안먹고 지낸 지가
그렇게 오래였건만
냉장고에는 아직도
우리가족 맛난 거 먹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3.프라하의 봄.
디지털작업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조금만 눌러도 슥슥 칠해지고 슥슥 지워지고, 또 칠했던거 색을 마우스클릭으로 조금 바꿔도 보고,
너무 기능이 좋아서인걸까.
어릴 적 너무 어려웠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power overwhelming' 치트키를( 내 유닛이 모두 무적이 되어버리는 엄청난 치트키였다.) 하고 플레이하던 느낌이 나 버린다고 해야하나.
아니, 이건 조금 더 뭐랄까. 게임 잘 하던 동네 형이 대신 플레이를 해 줬다고 하는게 맞을 거 같다.
내가 칠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조금 들어버린다.
그렇지만 확실히 디지털작업은 매력적인 면이 있고,
결국 결론은 중국집 짜장면 짬뽕을 고를 때 처럼
'둘 다 잘 하고싶어'
로 끝이난다.
이 그림도 사실은 군시절에 그리던 건데, 군대에서는 해외에 있는 건축물들을 자주 그렸던 것 같다.
'전역하면 세계 여행을 꼭 가고 말테다'라는 오기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건가..
결국 그 당시 그렸던 체코 프라하의 시민회관은
아직도 나에겐 꿈의 장소로만 남아 있다.
언젠가는 갈 수 있으려나,
이곳을 찾아온 봄바람만이라도
체코 프라하까지 지금쯤 닿았기를
4. 우리 땅의 주인공은 우리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북한의 이야기로 가득이었다.
개성공단이 차단되었네, 4차 핵실험이 준비가 되고있네,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아니다 어떻다 저떻다 전쟁이 난다 아니다...무척이나 오래 전, 이 땅이 하나였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이제 다들 나이가 들었다. 이미 땅 속에서 흙냄새를 닮아 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노래를 울면서 부르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다.
이산 가족이 있다고 했다.
기억 저편에 흐릿한 얼굴의 엄마,동생,오빠..혹은 아내와
함께 마당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날이 생각났던 걸까.
한창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질 때 찍혔던 사진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진 한 장 한장에 느껴지는 굉장한 폭발력.
50년의 기다림,그리움,서러움, 그 모든것들이
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순간이 찍힌 것이다.
이제는 자글자글해진 손으로 꽈악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참으로 닮았다.
이산가족 상봉이 정치적인 쇼라느니 비효율적인 금전 손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위대하신 수령님 핵무기 대한민국 새 정부 주한미군 좌파 우파....
세상이 떠드는 온갖 잡것들의
커다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지만
결국 이 좁은 한반도에서 뒤엉켜 울고 웃는
우리 땅의 주인공은 우리다.
반세기만에 만나 부둥켜 안은 늙은 어미와 딸이다.
오랜만에 다시 올립니다,이번에는 예전에 그려놓았던것들을 재조명한 것이 많네요~
요건 블로그-서로이웃환영해요~http://blog.naver.com/hongly8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