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심리학을 찾다] 비싼 돈 주고 산 헬스 보충제는 왜 먹지 않는걸까? - 현재 편향 (Present Bias)
여병장2013.04.10
조회1,629
현재편향 또는 현실 중시 편견 (Present Bias)란...
현재 원하는 것이 나중에 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망각하는 경향.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재 가지고 있던 생각이 점점 바뀐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이 유혹에 쉽게 빠질 것이라는 것을 망각한다는 것이다이러한 현재편향은 사람들의 미루는 습관에 한 몫을 하기도 한다.
박상병의 헬스보충제.
‘단백질보충제 (Protein Shake)’ 또는 ‘헬스 보충제’ 사재기 현상을 아는가? 군대에서는 뜨거운 햇볕에 알몸으로 운동장을 뛰어야 하는 여름 시즌이 다가오면 이러한 보충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흔히 말하는 명품 초콜릿 복근을 만들어서 여름휴가 때 뽐내고 아리따운 연인을 만들어 군생활의 황금기를 보내보고자 해서일 것이다. 부대에서 보충제 반입을 허가해주던 아니던 (PX에서 파는 곳도 많다) ‘어디 어디 보충제가 좋더라~ 같이 사면 싸대~’ 라며 공동구매를 선동하는 인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박상병은 평소에 ‘연대 송승헌’이라고 불리는 몸짱 김병장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월급의 80포센트에 달하는 7만원이라는 거금을 보충제에 쏟아 부었다. 택배를 받고 신이 나서 상자를 열고 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선하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을 때부터 벌써부터 복근이 튀어나올 거 같다며 '외롭던 옆구리는 빠이'라며 늘씬한 비키니 미녀가 안겨있는 상상에 입이 헤벌레하던 그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박상병 관물대 위에 뚜껑이 닫힌 채로 고스란히 모셔져 있는 단백질 보충제. 결국 반도 섭취하지 못하고 쓰레기통 행이다. 출렁이는 뱃살을 드러내며 오늘도 걸그룹이 춤추는 TV앞에 누워있는 박상병. 그는 오늘도 외로울 수밖에 없다.
김이병의 영어단어책.
첫 휴가나 첫 외박을 다녀온 신병들의 대다수는 부대로 복귀하는 길에 물건을 주렁주렁 들고 온다. 보통 부모님 면회 외박을 다녀온 경우에는 "개인정비시간 (일과시간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를 제외한 시간)을 사용해서 공부를 하라” 라는 부모님의 부탁과 충고 때문에 영어 공부책을 많이 들고 오는 편이다. 또 저자처럼 늦게 군입대를 한 경우(23에 입대)에는 무엇인가 더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자기 공부서적과 자격증서적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들어오기도 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마음만 먹으면 군대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 나갈 수 있기도 하다. 물론 부대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는 저녁 10시에 취침을 하게 되는데 12시까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연등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김이병은 외박 때 사온 영어 단어 숙어 책을 펼치며
“여병장님이 미국에서 유학하셔가지고, 계시는 동안에라도 옆에서 같이 영어 공부를 해보려고 사왔습니다. 연등 매일 꼬박 꼬박하면서 하루에 10단어라도 외운다면, 600일 후 전역할 때는 6000개의 단어가 제 머리에 있을 겁니다.
파이팅!”
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어공부와 TV연등을 선택해야 하는 날이면 TV를 선택했다. 다음에는 꼭 반드시 결심한 것을 실행하리라 마음먹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결심하고 계속 안하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예를 들자면 컴퓨터 폴더에 항상 저장되어 있는 ‘왕의 남자.’ 대한민국 천만이 본 영화라 나 역시 챙겨봐야겠다고 항상 다운을 받아 놓지만 도통이지 폴더를 클릭해서 볼 생각을 하질 않는다. 결국은 휴지통에 버린다. 그러다가도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는 마음에 다시 다운로드 받는다. 다짐과 미룸이 반복되는 사이클.
우리는 왜 많은 일들을 미루게 되는 것일까?
이렇게 ‘미루는 습관’의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현재 편향' 또는 '현실 중시 편견 (Present Bias)' 에서 찾았다. 현재 편향은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원하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을 뜻한다. 나중에 원하는 것과 지금 원하는 것이 보통 다르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쉽사리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급한 것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혹에 빠지기도 하며 계속 미루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계획 세우기와 미룸의 반복 사이클은 군대에서 극대화된다. 일반 병사는 21개월이라는 군복무 기간 동안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자격증도 따야 할 것이고, 복학 준비도 해야 하며, 열심히 운동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윗몸일으키기나 팔굽혀펴기보다는 PX에서 파는 맛있는 냉동식품이나 라면에 유혹된다. 군대에 있는 동안 읽어야할 책의 목록은 나날이 늘지만 그 전에 가족과 친구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중전화나 페이스북이 먼저 앞선다. 복학 준비나 취업을 하기 위해 영어단어 공부는 쌓여있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본인에 대한 일종의 선물로 ‘하루쯤 쉬면서 TV를 봐도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다 흘러가고 어느새 전역의 문턱에 다다라 ‘아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구나!’ 라며 허탈해한다.
보통 사람들은 다이어리를 사서 열심히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시간 관리를 못한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런 현재편향의 노예라는 것을 인정하고 준비하는 상위 인지(metacognition)에 매우 어설프다는 것이다.
내 인생의 마시멜로를 찾아서-
유명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저)라는 책을 분명히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 책의 배경이 된 마시멜로 실험. 월터 미쉘(Walter Mischel) 박사는 실험실에 아이들을 앉혀놓고는 쿠키와 마시멜로 등 과자들 중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고르도록 하였다. 그러고서는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여기 있는 과자를 당장 먹어도 좋고 나중에 먹어도 좋아. 근데 몇 분만 참는다면 네가 고른 과자를 두 개를 줄게” 라고 말이다. 실험에 참가한 1/3의 아이들이 유혹을 못 견디어 내고 바로 과자를 집어 들었다. 미쉘 박사는 오랜 기간 동안 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고 연구해왔다.흥미롭게도 기다리고 참을 줄 알았던 아이들의 대학입학시험 SAT (미국의 수능) 점수가 평균적으로 200점 가량 높았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이 유혹을 못이겨낸 아이들보다 머리가 똑똑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현재의 욕망을 절제하는 자제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며 자신들이 가진 여러 가지 옵션의 결과를 비교하여 최상의 것을 선택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사고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을 간파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사고에 대한 사고. 즉 상위사고 (Metacognition)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보통 해야 할 것들 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끌리게 된다. 선택에 기로에 섰을 때 유혹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런 것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우리가 빠질 유혹을 예측하고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바로 상위 사고의 시작이다. 시간을 잘 관리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이러한 유혹에는 얼마나 약한 사람인가. 또 이 유혹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등의 사고를 많이 해야 한다.우리에게 중요한 것, 즉 우리 삶의 ‘마시멜로’는 무엇일까 잘 생각해보자. 특히 군대에서 계획을 이루어 나가고자 할 때 이러한 상위사고가 더더욱 중요하다.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많은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침번 야간 근무나 경계근무는 군인으로서의 본분이지만 몸을 피로하게 한다. 또 주특기 교육이 완벽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기계발은 눈치가 보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간 군대에서는 주특기가 먼저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또 중대 건물 안에 설치되어 있는 사이버지식정보방과 가까운 PX는 충분한 유혹거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루는 습관’이 더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옆에서 잔소리를 하며 우리를 잡아줄 부모님이나 멘토들도 없지 않은가. 자신에게 가장 훌륭한 스승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 대해 오늘이라도 솔직하게 객관적으로 쳐다보며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 TV라는 유혹에 빠져 계획을 지키지 못했던 적이 있다면 당신은 분명 그러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병장의 TIP : 네 자신을 알라.
지금 당장 500만원을 받는 것과 2년을 기다리고 700만원을 받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십중팔구 지금 500만원을 받겠다고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5년 후에 500만원을 받는 것과 6년 후에 700만원을 받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 경우는 분명히 6년을 기다리고 700만원을 받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이처럼 사람들은 둘 다 기다려야 하는 옵션 중에서 선택하는 것에는 이성적이지만 눈 앞에 보이는 보상에는 매우 약하다. 이렇게 현재가 미래보다 중요해 보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요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을 ‘하이퍼볼릭 할인율’ 또는 ‘과도한 가치폄하’(hyperbolic discount)라고 한다. 헬스 보충제를 사놓고 한 달 후에 있을 휴가를 위해 운동한다던 박상병이 눈 앞에 있는 걸그룹 앞에 굴복하고,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다짐하던 김이병이 오늘밤 있을 TV연등에 두손들고 항복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이 아니라도 되겠지, 내일 해도 좋지 뭐!’ 라는 지나친 낙관주의 (심리학자들은 비현실적 낙관주의 Unrealistic Optimism이라고 부른다)는 쥐약이다. 당신은 다 때가 되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It's in your blood! ‘네 피안에 흐르고 있어’ 라는 말처럼 미루는 습관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따라 나오는 사이드 메뉴가 아닐까싶다. 자신은 미루는 습관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시간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한다면 보기 좋게 현재 편향의 노예가 될 것이다. 과제마다 구체적인 마감일을 정해놓고 제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계획을 세울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구체적으로 날짜를 지정하고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이어리를 통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현명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사고하는 것이다. 미래에 있을 유혹에 쉽게 빠질 자신을 위한 대처 방법을 강구하라. 열정적인 박상병과 김이병이 미래에 유혹의 구덩이에 빠질 자신들에 대해서 상위 사고를 한번이라도 했었더라면 예상 했듯이 당황하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도 다가올 여름을 위해 무작정 보충제를 구입하거나 영어 단어를 외운다며 외박을 나가 많은 책에 돈을 투자하거나 하기 전에 명심하라.
[군대에서 심리학을 찾다] 비싼 돈 주고 산 헬스 보충제는 왜 먹지 않는걸까? - 현재 편향 (Present Bias)
현재편향 또는 현실 중시 편견 (Present Bias)란...
현재 원하는 것이 나중에 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망각하는 경향.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재 가지고 있던 생각이 점점 바뀐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이 유혹에 쉽게 빠질 것이라는 것을 망각한다는 것이다이러한 현재편향은 사람들의 미루는 습관에 한 몫을 하기도 한다.
박상병의 헬스보충제.
‘단백질보충제 (Protein Shake)’ 또는 ‘헬스 보충제’ 사재기 현상을 아는가? 군대에서는 뜨거운 햇볕에 알몸으로 운동장을 뛰어야 하는 여름 시즌이 다가오면 이러한 보충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흔히 말하는 명품 초콜릿 복근을 만들어서 여름휴가 때 뽐내고 아리따운 연인을 만들어 군생활의 황금기를 보내보고자 해서일 것이다. 부대에서 보충제 반입을 허가해주던 아니던 (PX에서 파는 곳도 많다) ‘어디 어디 보충제가 좋더라~ 같이 사면 싸대~’ 라며 공동구매를 선동하는 인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박상병은 평소에 ‘연대 송승헌’이라고 불리는 몸짱 김병장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월급의 80포센트에 달하는 7만원이라는 거금을 보충제에 쏟아 부었다. 택배를 받고 신이 나서 상자를 열고 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선하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을 때부터 벌써부터 복근이 튀어나올 거 같다며 '외롭던 옆구리는 빠이'라며 늘씬한 비키니 미녀가 안겨있는 상상에 입이 헤벌레하던 그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박상병 관물대 위에 뚜껑이 닫힌 채로 고스란히 모셔져 있는 단백질 보충제. 결국 반도 섭취하지 못하고 쓰레기통 행이다. 출렁이는 뱃살을 드러내며 오늘도 걸그룹이 춤추는 TV앞에 누워있는 박상병. 그는 오늘도 외로울 수밖에 없다.
김이병의 영어단어책.
첫 휴가나 첫 외박을 다녀온 신병들의 대다수는 부대로 복귀하는 길에 물건을 주렁주렁 들고 온다. 보통 부모님 면회 외박을 다녀온 경우에는 "개인정비시간 (일과시간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를 제외한 시간)을 사용해서 공부를 하라” 라는 부모님의 부탁과 충고 때문에 영어 공부책을 많이 들고 오는 편이다. 또 저자처럼 늦게 군입대를 한 경우(23에 입대)에는 무엇인가 더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자기 공부서적과 자격증서적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들어오기도 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마음만 먹으면 군대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 나갈 수 있기도 하다. 물론 부대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는 저녁 10시에 취침을 하게 되는데 12시까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연등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김이병은 외박 때 사온 영어 단어 숙어 책을 펼치며
“여병장님이 미국에서 유학하셔가지고, 계시는 동안에라도 옆에서 같이 영어 공부를 해보려고 사왔습니다. 연등 매일 꼬박 꼬박하면서 하루에 10단어라도 외운다면, 600일 후 전역할 때는 6000개의 단어가 제 머리에 있을 겁니다.
파이팅!”
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어공부와 TV연등을 선택해야 하는 날이면 TV를 선택했다. 다음에는 꼭 반드시 결심한 것을 실행하리라 마음먹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결심하고 계속 안하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예를 들자면 컴퓨터 폴더에 항상 저장되어 있는 ‘왕의 남자.’ 대한민국 천만이 본 영화라 나 역시 챙겨봐야겠다고 항상 다운을 받아 놓지만 도통이지 폴더를 클릭해서 볼 생각을 하질 않는다. 결국은 휴지통에 버린다. 그러다가도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는 마음에 다시 다운로드 받는다. 다짐과 미룸이 반복되는 사이클.
우리는 왜 많은 일들을 미루게 되는 것일까?
이렇게 ‘미루는 습관’의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현재 편향' 또는 '현실 중시 편견 (Present Bias)' 에서 찾았다. 현재 편향은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원하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을 뜻한다. 나중에 원하는 것과 지금 원하는 것이 보통 다르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쉽사리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급한 것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혹에 빠지기도 하며 계속 미루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계획 세우기와 미룸의 반복 사이클은 군대에서 극대화된다. 일반 병사는 21개월이라는 군복무 기간 동안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자격증도 따야 할 것이고, 복학 준비도 해야 하며, 열심히 운동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윗몸일으키기나 팔굽혀펴기보다는 PX에서 파는 맛있는 냉동식품이나 라면에 유혹된다. 군대에 있는 동안 읽어야할 책의 목록은 나날이 늘지만 그 전에 가족과 친구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중전화나 페이스북이 먼저 앞선다. 복학 준비나 취업을 하기 위해 영어단어 공부는 쌓여있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본인에 대한 일종의 선물로 ‘하루쯤 쉬면서 TV를 봐도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다 흘러가고 어느새 전역의 문턱에 다다라 ‘아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구나!’ 라며 허탈해한다.
보통 사람들은 다이어리를 사서 열심히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시간 관리를 못한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런 현재편향의 노예라는 것을 인정하고 준비하는 상위 인지(metacognition)에 매우 어설프다는 것이다.
내 인생의 마시멜로를 찾아서-
유명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저)라는 책을 분명히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 책의 배경이 된 마시멜로 실험. 월터 미쉘(Walter Mischel) 박사는 실험실에 아이들을 앉혀놓고는 쿠키와 마시멜로 등 과자들 중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고르도록 하였다. 그러고서는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여기 있는 과자를 당장 먹어도 좋고 나중에 먹어도 좋아. 근데 몇 분만 참는다면 네가 고른 과자를 두 개를 줄게” 라고 말이다. 실험에 참가한 1/3의 아이들이 유혹을 못 견디어 내고 바로 과자를 집어 들었다. 미쉘 박사는 오랜 기간 동안 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고 연구해왔다.흥미롭게도 기다리고 참을 줄 알았던 아이들의 대학입학시험 SAT (미국의 수능) 점수가 평균적으로 200점 가량 높았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이 유혹을 못이겨낸 아이들보다 머리가 똑똑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현재의 욕망을 절제하는 자제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며 자신들이 가진 여러 가지 옵션의 결과를 비교하여 최상의 것을 선택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사고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을 간파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사고에 대한 사고. 즉 상위사고 (Metacognition)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보통 해야 할 것들 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끌리게 된다. 선택에 기로에 섰을 때 유혹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런 것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우리가 빠질 유혹을 예측하고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바로 상위 사고의 시작이다. 시간을 잘 관리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이러한 유혹에는 얼마나 약한 사람인가. 또 이 유혹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등의 사고를 많이 해야 한다.우리에게 중요한 것, 즉 우리 삶의 ‘마시멜로’는 무엇일까 잘 생각해보자. 특히 군대에서 계획을 이루어 나가고자 할 때 이러한 상위사고가 더더욱 중요하다.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많은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침번 야간 근무나 경계근무는 군인으로서의 본분이지만 몸을 피로하게 한다. 또 주특기 교육이 완벽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기계발은 눈치가 보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간 군대에서는 주특기가 먼저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또 중대 건물 안에 설치되어 있는 사이버지식정보방과 가까운 PX는 충분한 유혹거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루는 습관’이 더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옆에서 잔소리를 하며 우리를 잡아줄 부모님이나 멘토들도 없지 않은가. 자신에게 가장 훌륭한 스승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 대해 오늘이라도 솔직하게 객관적으로 쳐다보며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 TV라는 유혹에 빠져 계획을 지키지 못했던 적이 있다면 당신은 분명 그러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병장의 TIP : 네 자신을 알라.
지금 당장 500만원을 받는 것과 2년을 기다리고 700만원을 받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십중팔구 지금 500만원을 받겠다고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5년 후에 500만원을 받는 것과 6년 후에 700만원을 받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 경우는 분명히 6년을 기다리고 700만원을 받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이처럼 사람들은 둘 다 기다려야 하는 옵션 중에서 선택하는 것에는 이성적이지만 눈 앞에 보이는 보상에는 매우 약하다. 이렇게 현재가 미래보다 중요해 보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요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을 ‘하이퍼볼릭 할인율’ 또는 ‘과도한 가치폄하’(hyperbolic discount)라고 한다. 헬스 보충제를 사놓고 한 달 후에 있을 휴가를 위해 운동한다던 박상병이 눈 앞에 있는 걸그룹 앞에 굴복하고,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다짐하던 김이병이 오늘밤 있을 TV연등에 두손들고 항복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이 아니라도 되겠지, 내일 해도 좋지 뭐!’ 라는 지나친 낙관주의 (심리학자들은 비현실적 낙관주의 Unrealistic Optimism이라고 부른다)는 쥐약이다. 당신은 다 때가 되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It's in your blood! ‘네 피안에 흐르고 있어’ 라는 말처럼 미루는 습관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따라 나오는 사이드 메뉴가 아닐까싶다. 자신은 미루는 습관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시간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한다면 보기 좋게 현재 편향의 노예가 될 것이다. 과제마다 구체적인 마감일을 정해놓고 제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계획을 세울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구체적으로 날짜를 지정하고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이어리를 통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현명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사고하는 것이다. 미래에 있을 유혹에 쉽게 빠질 자신을 위한 대처 방법을 강구하라. 열정적인 박상병과 김이병이 미래에 유혹의 구덩이에 빠질 자신들에 대해서 상위 사고를 한번이라도 했었더라면 예상 했듯이 당황하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도 다가올 여름을 위해 무작정 보충제를 구입하거나 영어 단어를 외운다며 외박을 나가 많은 책에 돈을 투자하거나 하기 전에 명심하라.
소크라테스가 말하지 않았던가. 네 자신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