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만이 존재하는 소리라고는 교실 모퉁이에 걸려있는 벽시계에서 나는 바늘소리뿐 아무도 없는 텅빈 교실에 두사람이 마주본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유독 크게 들리는듯한 이 정적이 계속 이어지다가는 정신병이라도 걸려버릴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서일까? 먼저 입을 연건 지민이였다.
"안녕?"
이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법한 한마디였음에도 불구하고 왠지모르게 지민이의 인삿말에 모든걱정이 다 씻겨내려가는듯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갔다.
"지..지민아 이시간에 학교엔 어쩐일이야? 강준석은? 그 새끼한테 끌려온거야?"
내 머릿속은 온통 꿈에서 보았던 장면들로 가득했기에 강준석의 존재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 시간은 이미 여덞시 삼십분이 훌쩍 지나있었지만 지민이가 이곳에 등장한 이상 약간의 시간상 오차가 있을뿐 꿈과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판단했기에 강준석패거리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고 생각했다.
"헤에~~? 오랫만에 만나놓고 한다는말이 고작 준석이 이야기니?"
"뭐..?"
지민의 말에 난 의아함을 감출수 없었다. 오랫만이라니 불과 몇시간전 학교에서까지 봐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평소의 지민이의 목소리와는 어딘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지민아 무슨말이야? 준석이 이 강아지는 어딨는거야 괜찮은거야??"
"크크큭 킥킥"
평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지민은 뭐가 그리 웃긴지 웃기 시작했고 심지어 목소리마저 달라지고 있었다. 어둠과 고요함만이 존재하는 텅빈 학교안에 있다는것만으로도 나같은 사람한테 공포일터인데 지금 벌어지는 상황속에서 지민이를 구하려 달려왔던 아까의 마음가짐은 온데같데 없이 점점 내 심장은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얼마나 웃었을까.. 한참동안 웃기만하던 지민은 이내 입을열었다.
"아 미안미안 평소에 너라면 준석인지 뭔지한테 찍소리도 못할텐데 갑자기 그새끼 이새끼 어쩌니 하는꼬락서니를 보니 너무 웃겨서 말이야 키킥... 뭐 그것도 이년 때문이겠지?"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지민아 왜그래..?"
"잘들어, 니가 생각하는 그 지민인지 뭔지하는 계집얘는 내가아냐 난 잠시 몸뚱이를 빌리고 있을뿐.. 이해 가냐? 즉 지금 난 니가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거"
"무슨 말도 안되는..."
지민의 얼굴을 하고 지민의 목소리로 자기가 지민이가 아니라니, 몸뚱이를 빌린것뿐이라니 머릿속에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말들로인해 실타래가 꼬이듯 복잡해지기만 했다. 내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민은 말을 이어갔다.
"니가 꿈이라고 생각하는것, 그건 꿈이아냐 내가 관장하는 하나의 세계지. 그곳에서 니가 본것들은 실제로 현실에 반영되야하는 것들이야. 물론 똑같이 반영되는경우도 있지만 다른방식으로 전개될때도 있어. 하지만 죽는사람은 죽고 산사람은 산다. 그건 변하지 않지. "
지금 이건 또 무슨소린가. 내가 꿈을꾼게 아니라고? 게다가 그건 또 어떻게 알고있는거지? 내가 이리로 오게만들었다는거야?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이 몸뚱이의 주인의 기가 점점 쇠약해져 가는바람에 더이상 못버틸것 같음을 알게되었고 그래서 다른인간의 몸으로 갈아타려 했거든. 난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인간의 육신이 필요해. 인간의 육신이 없으면 너희에게 보이지도 않고 너희를 죽인다해도 내 존재 자체를 알지못한채 인간이 생각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사고사로 이어져 버리지. 그런건 재미없잖아? 게다가 몸속에 정착하게되면 그 인간의 혼이 사라지는게 아니라 나와 공존하게되는데.. 내 기운에 눌려 몸의 주인의 혼이 쇠약해지다가 이내 소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게 참 중요한 부분이야. 밸런스를 잘 맞추지 못하면 내가 다른인간의 몸으로 갈아타기도전에 소멸해버린단 말이야, 그럼 나도 어느정도 데미지를 입는다구.. 그럼 내힘도 점점 약해지기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닐수없지. 지금 이 몸뚱이의 주인녀석은 그나마 정신력이 어느정도 강했기 때문에 간만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얼마 버티지 못하더군..인간이란 참 약해빠진 생물이야.. "
"그렇게 내가 다른사람의 몸으로 갈아타게되면 기존에 있던 몸뚬이의 주인은 소멸되지. 뭐 어느정도 혼의 기운이 남아있을때 갈아타게되면 간혹 사는경우도 있지만 그역시 나의 대한 기억이 사라지면서 정신적인 데미지로 인해 평범한 인간으로써의 생활은 힘들지.. 소멸되게 되면 가장 인간다운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죽는것이고.. 니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에서 본건 내가 다른인간의 몸으로 들어간후의 이 몸뚱이 주인의 최후. 즉 니들이 말하는 예지몽 같은거야. 근데 내가 손을쓰지도 않았는데 예지몽을 경험하는 인간을 실제로 보게될줄이야.. 내겐 참 흥미로운 일이더군.. 지금까지 그런경우는 없었거든, 게다가 너처럼 심약하다 자살까지 결심한 바보같은 놈이 말이야.. 니들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죽음이란 녀석을 넌 자살이란 방법으로 담담히 받아들여서인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더로군"
지금 지민이가 아니 지민이행세를하는 이놈이 지껄이는말은 실로 충격적이 아닐수 없었다. 망치로 머리를 세개 얻어맞은듯 정신이 몽롱하여 그냥 듣고있기만 할뿐.. 아무말도 할수없는 나였다.. 대충정리를 하자면 저놈은 귀신같은거란 말이고 지민이는 빙의당한채 살아왔단 이야기인데.. 이런일이 정말 있을수 있는걸까? 난 정신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럼 지민이는 지금 귀신한테 빙의 되었다는거야..?"
"킥킥.. 그렇다고 해두지. 헌데 니들 인간이 말하는 빙의란건 나랑은 어울리지않는것이야, 그런건 하급 잡신따위한테나 하는말이고 난 꿈을 관장하는 신 나이트메어. 하긴 니들 약해빠진 인간녀석들은 잡신이 들어가도 몽류병인지 이중인격같은 성격장애인지 제대로 구별도 못하는 머저리같은 것들이지 킥킥 "
나이트메어.. 꿈을 관장하는 신이라.. 무슨 뜬구름 잡는듯한 만화나 영화에서나 등장할법한 대사를 듣고잇자니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 하는바람에 참는게 여간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덕분에 정신은 맑아졌고 내 눈은 그 어느때보다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탓일까 난 이말도안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그리고 지민이를 원래대로 돌려놓기위해 장난삼아 말을 던졌다.
"니 말대로라면 내 몸속에 들어올수도 있는거지? 그럼 지민이는 아직 혼이 남아있으니 살수있는거고, 내말이 맞아?"
"....."
나이트메어라는 그 존재는 순간 침묵을 유지한테 날 응시하기만 했다. 날 한동안 응시하던 녀석은 이내 생각이 정리된 모양인지 어느샌가 입가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심이냐? 킥킥 이곳에 온 이후로 스스로 몸을 내주겠다는 녀석은 처음 보는군 키키킥.. 게다가 인간들 부류중에서도 더더욱 약해빠진 너같은게 말이야.. 킥킥"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녀석의 입가에 미소는 어느새 사라져 사뭇 진지한 얼굴로 변해있었다. 사실 장난삼아 해본말이었지만 저녀석이 하는 말이 사실이라해도 내가 손해볼건 없었다. 학교에서의 내모습은 이제 지긋지긋했고 자살까지 결심한 마당에 몸하나 내주는게 뭐그리 대수란 말인가. 적어도 지금의 나보단 훨씬 괜찮은 모습이 되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바램도 있었고 무엇보다 지민이를 살리고 싶은 내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다른건 몰라도 이 몸뚱이의 주인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진심인것 같군, 허나 니가 날 받아들일수 있을지 의문이구나. 여기서 죽더라도 후회는 하지마라 킥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민의 몸주변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듯 하더니 일순간 사방으로 퍼지며 서서히 공간을 집어삼켰고 사방팔방이 시커먼 암흑으로 변해가는 찰나.. 자리에서 쓰러지는 지민을 볼수있었다. 그리고 이내 모든것을 집어삼킨 암흑속에서 하나의 이질적은 감각을 느끼며 의식은 점점 멀어져갔다.
아무도 없는 텅빈 교실에 쓸쓸한 시계바늘 소리만 허공에 멤도는 가운데 나지막히 미약한 신음이 들렸다.
"하아...하아.....안돼...절대...안.."
"하아....안..."
"흐..흐흑..."
몸을 일으킬 기운도 전혀 없는지 지민은 미동도없이 무언가 중얼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학교 교실이라는 장소와 늦은 밤이라는 시간과 맞물려 하나의 괴이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누가보면 영락없는 귀신이라고밖엔 생각할수 없었으리라.
지민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한곳을 응시하면서 무언가 잊지 않으려는듯 필사적으로 계속 중얼데더니 어느순간 힘에 부쳐 혼절한것인지 이내 다시 쓰러져버렸고, 다시 고요한 가운데 시계바늘 소리만이 적막감을 달래고 있는 한편..
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녀석이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게 이렇게 고통스러운것일줄은 생각도 하지못했다. 몸이 타는듯했다가도 어느순간 싸늘하게 식어 얼어붙는 느낌의 반복속에서 난 정신의 끈을 아직 잡고있었다. 준비도 안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들어와버릴줄은 몰랐다. 어둠이 공간을 집어삼킨뒤 불과 몇초나 지났을까? 싶었는데 이내 몸속 구석구석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역시 나같은게 해낼수 있는게 아니었던걸까? 이대로 난 죽어버리는건가..내가 죽으면 기껏 구해낸 지민이도 죽게될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되면 안되는거잖아. 기껏 지금와서 지민이랑 같이 저승길이나 갈수는 없는거 아니겠냐고.
"으으으아아아아아"
문득 머릿속에 준석이패거리가 떠올랐고, 지금까지 학교에서 당해왔던 비참했던 일상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는 찰나 마음속 깊은곳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폭발해버렸다. 이렇게 당하고 또 당하고 죽을수는 없단말이다. 그런새끼들은 파렴치한 짓을 하고도 두다리 뻗고 자빠져 잘게 분명한데 그럼 너무 억울한거 아니겠나. 분노에 몸을 맡긴탓일까? 어느순간 고통이 점점 사그라드는듯 하더니 이내 깨질듯한 머리통증에 또한번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 그런 찐따였던 내가 그렇게 당하고만 살던 내가 이런 끔찍한 고통에도 정신줄을 놓지 않고 버틸수 있는게 신기한 순간이기도 했다.
깨질듯한 머리속에 누군가 억지로 무언가 넣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고 마치 어마어마한 막대한 양의 무언가가 차서 터져버릴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의식이라도 잃으면 편할것을 이상하게도 정신만은 더욱 또렷해져 모든 감각을 평소보다 몇배는 더 제대로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깨질듯한 머리통증이 멈추더니 모든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고 그순간 마치 귀에 데고 속삭이는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상대로 내게 코통을 선사해준 녀석의 목소리였다.
"용케도 버텨내었군 축하한다 키키킥"
"이제.. 끝난건가..?"
"그래 이제 너와 나는 너라는 하나의 몸속에 같이 공존하게 되었다. 즉 나는 너고 너는 나다. "
"그럼 니가 이제 나로 살아가는건가"
"말했을텐데 너는 나고 나는 너라고. 나와 몸주인의 혼의 기기 적절히 밸런스가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잖냐. 다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건 지금껏 어떠한 인간의 몸에 들어갔을때도 이토록 밸런스가 맞춰진적은 없었다. 언제나 몸주인의 혼은 나보다 아래였거든. 근데 니놈은 신기하게도 정확히 딱 절반만 내힘을 허용하더군. 거기다 인간으로썬 근접할수도 없는 나의 지식과 경험까지 공유가 되버렸어. 키킥 어때 재밋지않나?"
"그럼 뭐가 다른건데?"
"차차 알게 될꺼다 키키킥. 아 그리고 아까 말 안한게 하나있는데, 내가 몸에 정착한 이상 밤엔 내가 몸을 장악하게 되고 니 혼은 깊은 잠에 빠지게된다. 아침이 되면 반대로 니가 깨어나지. 즉 반반씩 나눠서 인생을 즐기게 된다는 이야기지 키킥 하지만 니가 깨어나도 난 깊은잠에 빠지지않아. 관여만 하지못할뿐 너와 정신은 공유가 된다. 이해되나?"
"뭐 대충.. 이제 더 놀랄일도 없고.."
"그럼 이걸로 너와 내 일종의 계약은 체결된것이고, 키킥.. 죽기전까지 재밋게 데리고 놀아주지 킥킥"
그말을 끝으로 녀석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고 의식이 희미해지는듯 주변이 뿌옇게 변해가더니 이내 학교 교실로 돌아와 있었다.
'끄으응'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듯 몽롱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고 심지어 어질어질 현기증까지 살짝 나고 있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서둘러 정신을 차린나는 저 앞에 쓰러져있는 지민이를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가 들쳐안았다.
"지민아 조금만 기다려 이제 다 끝났어"
서둘러 지민을 안고 교실을 나와 3층계단을 내려 교문앞에까지 간 나는 이상태론 담을 넘을수 없다는 사실에 서둘러 경비실로 향했다.
"아저씨 아저씨"
큰소리로 경비아저씨를 부르며 경비실앞까지 다다랐을 무렵 날 확인하셨는지 아저씨가 손전등을 이쪽으로 비추며 걸어 나오셨다.
"저 교문 좀 열어주세요 빨리요"
"학생 이시간에 집에안가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뭐야? 누구 다쳤어?"
"설명드릴 시간이 없어요 급해요 이대로라면 지민이가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예요 크흑.."
경비아저씨는 죽을지도 모른단말에 안색이 변하시더니 이내 교문 열쇠를 가지고 부랴부랴 나오셨다.
교문이 열리기 무섭게 감사하다는 인사만 남기고 난 무작정 뛰어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오는 도중에 119 구급대를 부를까도 생각해봤지만, 지금 일어난 상황을 경험한 나조차도 믿기가 힘든데 병원에 데려가 봤지 원인을 알수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것이 분명했고 깨어난다 해도 정신이상으로 몰려 평생 병원신세를 지게될지도 모르는 요량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경비아저씨가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허둥지둥 교문을 열어준건 천만 다행일 따름이었다. 어차피 내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테고 괜히 소란을 떨어봤자 학교입장에서도 달가워 하지 않음은 분명했기에 이렇게 빠져나옴으로써 이 일은 일단락 된셈이었다.
문득 이런 말도안되는 상황속에서도 냉정하게 상황판단을 할수있다는것에 의아함이 들긴했지만 난 별로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일단은 서둘러 집으로 지민이를 옮긴다음 생각해도 늦지않을것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얼마나 달렸을까.. 집앞 현관앞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살핀뒤 서둘러 들어와 문을 잠궜다. 누가보면 멀쩡한 여고생을 납치하는걸로 보였으리라.. 집에 들어와 지민을 침대에 조심스럽에 눕힌후 세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가늘면서도 거친 숨소리가 미약하게나마 들린다는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무사해서..흑흑.. "
감격의 눈물인지 살아있다는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인지 어느새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침대옆에 주저앉아 머리를 박고 울던나는 내 손에 전해져오는 따뜻한 감각에 고개를 들었다. 언제깨어났는지 지민은 내손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있엇고 서서히 눈이 떠지고 있었다.
"지민아!! 정신이 들어?!"
"으...으응..."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지민이 깨어났다는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행복함을 느끼는.. 내가 얼마나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지민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지민아 깨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정말 흑..흐흐.."
"고..마워.."
섬섬옥수를 방불케하는 고운손으로 내손을 꼬옥 쥐며 간신히 고맙다는 말을 마친 지민은 이내 다시 잠들어 버렸다. 학교에서 잇었던일을 다 기억하고 있는거란말인가? 나이트메어의 말에 따르면 자기의 대한 기억은 소멸되고 그에따른 기억손실로인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건 불가능이라고 했었는데.. 뭐 어찌되었든 차차 알게될 일이겠고 무엇보다 지금의 행복을 깨기 싫던 난 생각을 멈추고 지민의 손을 꼬옥 붙잡은채 옆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너무나 많은일이 있던 하루였고 너무나 고단한 하루였기에.. 잠이 드는 순간에도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는걸 감사하며.. 그렇게 긴 하루가 저물어갔다.
어두컴컴했던 방안이 수채화에 물이번져 지워지듯 부드럽게 흩어지며 빛이새어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차가운 시선에 불현듯 잠에서깬 나는 어느새 깨어나 침애에 앉아서 날 쳐다보는 지민을 볼수있었다.
"으..응?.. 지민아 언제 일어난거야?.. 그것보다 내가 언제부터 잠이든거지.."
"......"
하품을 하며 잠이 덜깬눈으로 말했으나 대답 없이 가만히있는 지민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충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자 굳은얼굴로 사시나무처럼 떨고있는 지민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은 느낌이 드는 찰나 지민이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여기있는거야? 넌 누구야!! 니가 날 납치라도 한거야??"
표독스럽기까지 한 표정으로 소리지르는 지민을 보고 난 당황을 금치 못했다. 잠들기전에 분명히 고맙다고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납치라니 여긴 어디냐니 이건 대체 ..
"지민아 내말좀 들어봐 기억 하나도 안나는거야?"
"내이름을 어떻게 아는거야!? 누구야 너 대체 누구냐고!!!"
기억을 잃었구나.. 나이트메어의 말이 틀리지 않았어.. 지민은 빙의되기 전 기억에서 멈춰있을게 자명했으리라.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닥치고나니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않았다. 이 상황에선 어떤 소리를 해도 변명의 여지조차 없을테지..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돈 때문이야? 부탁이야 있는대로 다 줄테니 제발..살려줘.. 난 아직 이렇게 죽고싶지 않아..흐흑...흑..."
나를 납치범으로 생각하는 지민은 눈물셈이 고장난듯 어마어마한 양의 눈물을 쏟아내며 사정하고 있었다. 그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하마터면 웃어 버릴뻔까지 했다.
"지민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야돼"
내가 자기를 헤칠 마음이 없는걸 몸은 기억하고 있어서 일까? 내 말에 지민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젯밤 너는 길가에 쓰러져있었어, 날씨도 찬데 그대로 뒀다간 얼어죽기 십상이었기에 어쩔수 없이 우리집으로 데리고 온거야. 그리고 너희집에 전화를 드리려 했는데 핸드폰이며 지갑이며 아무것도 찾을수가 없었어.. 그래서 하는수없이 이곳에서 재울수밖에 없었구. 납치라니 그런거 절대 아니거든!? "
일단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그럴듯하게 설명을했고 특히 납치범이 아니라는 대목에 힘주어 포인트를 주려고 노력했다. 내말을 들은 지민은 어느정도 안심을 했는지 살짝 표정이 밝아진듯했지만 아직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내이름은 어떻게 안건데? 마치 날 잘아는 사람처럼.."
"나.. 너랑 학교같거든? 그것도 같은반.. 내가 좀 존재감이 없긴 하지..."
난 일어나 장롱속에 걸려있는 교복재킷을 꺼내어 보여주며 말했다. 교복까지 보여주며 말하자 지민은 나를 다시한번 찬찬히 훑어보더니 내심 조금 미안했던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다시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사실 나.. 깨어나서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정신이 아니었던것 같아.. 머릿속에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질 않으니까.. 무서워서 .. 그런데 내방도 아니고 생전처음보는 낮선공간에 있다는게 너무 두려워서.. 겁이났어.. 흐흑.."
그런 지민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짠해저 나도 모르게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좀더 빨리 구해주지 못한게 아니 진작 눈치채지못한게 꼭 내탓만 같았다.
"흐흑..그렇게 무심결에 걸려있는 달력을 봤는데 4월달인거야..내기억으론 3월달이 맞는데.. 흐흐.. 마치 긴잠을 자다 깬것처럼 모든게 다 엉망인거야...흑..흐흐흑"
보다못한 난 어느샌가 지민을 껴안고 등을 다독여 주었고 처음엔 밀쳐내기만 하던 그녀도 이내 날 부등켜않고 소리내어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런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건지 왠지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다 받아들이고 믿어줄것만 같았다. 믿지못해도 말해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모습마저도 귀여운 지민을 바라보며 난 무겁게 입을열었다. 어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지민이 기억못하는 시간들에 대해서 조곤조곤 자세하게 들려주었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미친놈 취급을 받을거란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차피 알게될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것도 내가 말해주는게 나을거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기적인 욕심때문이었을까? 나이트메어를 내몸으로 받아들였다는 말까진 차마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다시 얼마전처럼 지민이가 내게서 멀어질까봐...
"훌쩍.. 그럼 너가 나한테서 귀신을 떼어내준거네?.. 훌쩍.."
예쌍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믿어주는 지민을 보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지 왜 길에서 주웠다는 거짓말을 한거야? 내가 너무 처량해보였잖아!'
담담하다기 보단 금새 활력을 되찾은것만 같은 지민의 행동에 살짝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생각해보면 전학와서 알바하는 편의점에서 몇마디 나눈것외에 지민이에 대해서 아는게 너무 없던탓이다.
"믿어주니 고맙긴한데 넌 귀신이 붙었었다는데 안무서워?"
"......."
순간 지민의 표정은 굳어졌고 이내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않았고 난 내가 실수라도 했나 싶어 말을 돌리기로 했다.
"아..근데 배 안고파? 밥부터 먹고 얘기하자.."
"말해줄게"
갑자기 열린 지민의 입에 의해 내가 하던 말은 허공으로 낱낱이 흩어져 버렸고. 이윽고 지민의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우리 엄마는 무당이셨어, 물론 처음부터 무당이 된건 아니셨어.. 내가 12살 되던해에 아버지가 알수없는 병으로 돌아가셨어.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수없단 말만 되풀이할뿐 별다른 소득없이 그렇게 돌아가셨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병원비 감당하느라 여기저기서 얻은 빛때문에 집은 경매에 넘어가고 결국 엄마와 나는 방한칸을 간신히 얻어 생활을 시작했지.. 지방으로 내려갈까도 하셨지만 내 소심한 성격을 아시고는 다른학교에 전학가서 맘고생할거라 여기신거지.. 그렇게 우리는 점점 아버지의 존재를 잊으려 애쓰며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고.. 문제는 그때부터였어.. 엄마는 낮에는 다른집 가정부를 하시고 밤에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셨지.. 그러던중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알게되시고든 자기가 아는 무당을 소개시켜주신거였어. 아버지의 기억을 잊으려 애썼지만 마음한켠엔 왜 죽었어야만 했을까 의문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던거야.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가 소개시켜준 무당에 입에서 나온 한마디로 모든게 시작되었어. 아버지는 빙의 되셔서 돌아가신거라고 게다가 엄마는 원래 신내림을 받았어야 하는 팔자인데 그를 어긴탓에 아버지가 화를 본것이라고.. 그 다음엔 내차례라고.. 그말을 들은 엄마는 필사적으로 그 무당을 잡고 메달렸지. 내가 화를 입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그리고 나온 답은 .."
지민은 약해지고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리는듯..말끝을 살짝 흐리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가 무당이 되는것뿐이라고.. 그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했어.. 난 그런 미신따위 믿지 말라고 엄마를 설득하려고 애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몸이 점점 쇠약해져 가고있단걸 엄마는 알고 있었던거야.. 그렇게 엄마는 무당이 되셨고 학교에서 난 기분나쁘다며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버렸어.. 날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한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창피하고 무서워서 죽고만 싶었어. 우여곡절끝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집을나와 혼자살기로 마음먹고 지금 다니는 이 정학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엄마가 무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바빠서 3학년이 된 지금도 변변한 친구하나 없게 된거야.. 그런내게 빙의같은게 놀라운일은 아니잖아.. 헤헤..아무한테도 한적 없는데 이상하게 처음보는 너한테 하게될줄은 몰랐어.. 히.."
그랬구나.. 그랬기때문에 지민의 몸에 들어갔던걸지도 몰라.. 어쩌면 지민의 아버지일도 나이트메어와 연관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자 마치.. 내가 지민의 아버지의 죽음에 관여한듯 엄청난 죄책감과 두려움이 들었다. 저렇게 가녀린 그녀가 애써 웃어보이려고까지 하는 모습에 죄책감은 배가 되었고.. 견딜수 없던 난 무턱대고 지민을 와락 껴안아버렸다.
"미안해.. 지민아 미안해.."
"니가 왜 미안한데.. 바보야.. 흐흑.."
우리둘은 껴안고 울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지금 이순간만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걸 우리도 알고있었으리라.. 지민의 체온과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것 같았다. 마치 괜찮아 나라도 그렇게 했을꺼야 라는듯 포근하게.. 얼마나 울었을까 살짝 어색한 정적에 난 서둘러 지민에게서 떨어졌고 난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하던찰나, 지민의 배에서 들려온 꼬르륵 소리에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바..밥먹자 후후.."
"으..응"
얼굴이 홍시처럼 쌔빨게진 지민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난 서둘러 주방으로 가 간단한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따다다닥' '화르륵'
거스벨브를 돌리고 가스렌지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유독 크게만 들렸다. 스팽을 꺼내 뚜껑을 따고 칼로 적당한 크기로 썰은후 후라이팬에 올렸고 냉장고에있던 김치찌개를 꺼내 데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탓일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있다는것 때문일까 그 어느때보다 아침을 준비하는 손에 활력이 넘쳤다. 긴장이 풀리탓인지 '밥에는 노릇노릇한 스팽한조각!' 광고까지 흥얼거리는 나였다; 작은 밥상에 잘 구워진 스팽을 보기좋게 담고 보글보글 끓고있는 김치끼개와 김이모락모락 나는 밥솥에서 갓담은 밥을 얹고는 지민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밥 다됐다아.. 밥먹자 지민아"
인스턴트식품을 데워온게 전부였지만 지민이와 함께 먹어서일까? 그 어느때보다 맛있는 아침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시계바늘은 일곱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학교에 가기위해 우리는 부랴부랴 움직이기 바빴다.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었기에 지민에게 먼저 씻고올수있게 배려해주고 난 방에서 책과 필기구등을 가방에 챙기고 교복 와이셔츠를 다리기 시작하였다. 대충 다 끝내고 나니 시간은 일곱시 이십분을 가르켰고 화장실문이 열림과 동시에 수건으로 몸을 감싼 지민이가 나왔다. 백옥같은 우윳빛 색깔의 허벅지와 돌돌 말은 수건 사이로 보이는 가슴골로 나도 모르게 눈이가 남심을 자극하는 찰나 지민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보..보지마!!"
"응.. 미안.."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씻기위해 욕실로 들어가자 지민의 향기가 물씬 배어있었다. 가만히 넋놓고 있다간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것 같은 기분에 일부러 찬물로 세안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세안을하고 양치질까지 끝내고 나오니 지민은 어느새 입고왔던 교복을 챙겨입고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은나는 다려놓았던 교복을 입으며 학교갈 준비를 모두 마쳤고 지민도 준비를 끝마쳤는지 서둘러 방을 나섰다. 현관문을 열고나와 문을잠그고 말을꺼내려는찰나 지민이 한발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가지로 고마웠어, 나는 집에들려서 가방좀 챙기고 따로 갈게 먼저 가"
"데려다 줄께 같이가자"
"아냐 같이 등교하면 이상한 소문 날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난 기억도 중간에 끊겼는데..."
이상한 소문날지도 모른단 이야기를 듣고 나와 거리를 두는것같아 내심 씁쓸한 기분이 드는것도 잠시 이어서 들려온 기억이 끊겼다는말에 다시한번 지민의 대한 미안함으로 죄책감이 들어 좋을대로 하라고 말하려는데 이런 내마음을 눈치챈건지 지민이 이어서 말했다.
"딱히 너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구.. 좀 혼란스러워서 일거야..헤헤 기분나빠하지마아"
내 기분까지 생각해주는 지민이의 상냥함에 다시한번 감동하고 있는 나..
"그러고보니 난 아직 네 이름도 모르는데.. 같은반이면서 참 나 나쁘지? 미안해.. 그래도 이젠 잊지않도록 노력할게 한번만 더 알려주지 않을래? 네 이름"
그랬다. 내 이름을 아는건 나이트메어가 장악하고 있던 당시의 지민이다. 기억을 잃은 지금은 모르는게 당연하지.. 처음 전학왔서 어제까지 지민이 앞에서 보였던 한심한 나를 잊은게 어찌보면 나한테는 다행인것도 같았다. 지금의 난 그때완 다르다.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면 되는거야.. 두번다시 후회할짓은 만들지 않기로 했으니까..
"내이름은..."
난 말을 하다말고 지민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살며시 떼며 말을 이었다.
"이기준"
"아..어?..으..응"
지민은 매우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았는지 살며시 미소지으며 붉게 물든 얼굴로 뒤돌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난 지민의 뒷모습이 사라져 보이지않을때까지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내게 이런 용기가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는데, 어제 일이있은 이후 난 어제완 달라도 너무나도 달라져 있는듯했다. 다시태어난 기분이 이런 기분이겠지? 지금 이순간만은 나이트메어가 고맙게만 느껴지는 나였다. 혼자 실실 쪼개며 있던 나는 문득 핸드폰 시계를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일곱시 오십분... 오늘은 지각이구나.. 부리나케 달려와 교실로 들어서자 담임선생님의 뜨거운 눈총이 따갑게 느껴졌다.
"이기준 빨리 자리 들어가서 앉아. 지민이는 몸이안좋아서 좀 늦는다고 연락왔고 기준이도 왔으니 오늘 조회는 여기까지! 모두 오늘하루도 열심히 해라 이상!"
지민이 머리좋네 그와중에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까지 드렸구나.. 나도 전화할껄 그랬나? 아니 그랬으면 쌍으로 더 이상하게 생각했으려나? 담임선생님이 교실을 나가고 다시 교실에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커져가고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듣고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어이 찐따새끼"
"이기준 찐따새끼 ㅋㅋㅋ 빵셔틀하느라 피곤해서 늦잠잤나본데? ㅋㅋ'
강준석패거리는 여지없이 오늘도 아침부터 내자리로 모여들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조마조마 하게 느껴졌던 일상인데도 어제 그런일이 있고난후라 그런지 겁같은게 나지않았다. 왠지모를 자신감에 더 쉽게 말하면 왠지 이제부턴 내가 저새끼들한테 질꺼같지가 않은 기분이들었다. 이미 죽을고비도 넘긴 난데 무서울게 뭐가있으랴.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 강준석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왜 불러 신발놈아"
오오오오~~~~~~~~~~~~~~
내 한다미에 반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꽃혔고 다들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마치 오 쟤 뭐 잘못먹었나? 죽을결심이라도 했나? 라는 듯한 표정..
"뭐? 이 븅신새끼가 돌았나? 뭐라그랬어 다시한번 지껄여봐 씹새야'
강준석은 바로 내게 달려와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고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순식간에 멱살을 잡히고도 가만히있는 날보는 반 아이들은 '역시' 하는 표정으로 하나둘 고개를 돌려 자기들 할일에 열중했고. 이어서 다가온 김민기와 김동혁에게 난 양팔을 붙잡혔다 그치만 그만둘 생각은 없었으므로 다시한번 또박 또박 큰소리로 읊었다.
"뭐 어쩌라고 병신아 똘마니들 데리고 골목대장 놀이라도 하냐? ㅋㅋ"
인내심이 다했는지 내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준석의 주먹이 내 배를 강타했고 이어지는 구타에 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무진장 아프네.. 죽을고비 다넘기고 이제 이렇게 당하지 않겠다 했것만.. 자신감도 넘쳐서 말하는것 까진 좋았는데.. 역시 맞는건 너무 아팠다.
"이런 신발 븅신같은새끼가 내가 만만해? 앙? 죽어 이 신발새끼야"
'퍽퍽 퍽퍽퍽 퍽'
하도 맞아서 정신이 몽롱하고 앞도 잘안보이던 그때 강준석의 발이 내 얼굴 바로앞까지 날라왔다. 원래대로면 맞아서 나뒹굴어야할 상황인데 신기하게도 내 눈 바로앞에서 발이 멈췄다.
"어? 이 강아지가 이거 안놔?"
강준석에 말에 정신을 차려 앞을 확인하니 나한테 하는말이었다. 뭐? 뭘놓으라는 거냐..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머릿속에 한 음성이 똑똑히 들려왔다.
'킥킥킥 아따 머저리같이 잘도 쳐맞고 있군, 잘들어, 어제까지완 달라 내가 니몸을 접수했으니 이따위로 굴었다간 낮이고 밤이고 내가 다 장악해버리는수가 있다 앙? 니가 하도 쳐맞으니까 니몸에있는 내가 꼭 저새끼한테 맞는 기분이들잖아 인간따위한테 아오'
나이트메어였다. 원칙대로라면 내몸을 내가 사용할수있는건 낮인데 지금말을 들어보니 같이 쓰는 육체이니 만큼 위험한일이 생기면 도와주겠다는건가?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내딴엔 나이트메어한테 한말인데 그걸 알리없는 아이들은 이상황에 다시 흥미가 생긴듯 주목하고있었고 강준석은 한쪽 다리가 잡힌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닥치고 잠깐나랑 바톤 터치다'
나이트메어의 말이끝남과 동시에 내 정신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이들었고 이내 다시 나로 돌아와있었다. 그런데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마지 유리안에서 밖을 보는듯 뭔가의 앞을 막는 벽이있는 기분이었고. 내맘대로 몸은 움직이지않았다. 마치 로봇을 탄 기분이랄까... 이왕 이렇게 된거 난 조용히 감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준석은 잡힌 발에 힘을주어 지탱하며 반대쪽 발로 내 얼굴을 가격하려했다. 순간 난 준석의 발을 놓고 뒤로 빠지며 양옆에 있는 김민기와 김동혁의 얼굴에 주먹을 꽃아버렸다. 내가 발을 놓은탓에 중심이쏠려 넘어진 준석은 일어나자마자 달려오면서 오른손을 날렸고 김민기와 김동혁에게 주먹을 꽃은후 팔을 접으며 간단히 준석의 손을 잡을수있었다. 준석이 내게 주먹을 잡힌 순간과 김민기와 김동혁이 뒤로 나뒹구는 시간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난 잡고있던 준석의 손을 가볍게 비틀며 가슴으로 파고들어 오른손으로 정확히 턱을 가격했고 그와동시에 잡고있던 손을놓으며 한바퀴 회전하며 왼쪽 팔꿈치로 준석에 배를 정확히 강타했다. 어찌나 위력이 셌는지 준석은 한참이나 날아사 사물함게 부딪히며 나뒹굴었고 난 뒤에서 달려오는 김민기와 김동혁의 기척을 느끼고 앞으로 달려나가 책상을 밟고 한바퀴 크게 공중에서 회전해 그 둘의 뒤에 착지했고 착지함과 동시에 내손에선 푸른빛이 어렴풋이 이는듯 하더니 이내 김민기와 김동혁의 얼굴에 손바닥이 맛닿아있었다. 그와동시에 둘은 보기좋게 날아갔고 준석이 쓰러져있는 사물함 근처에 나뒹굴었다. 지금까지 이 모든과정이 불과 30초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났고. 지켜보던 반아이들은 넋이 나간듯 입을 다물지못한채 멍하니 나를 응시했다.
나가떨어진 강준석 패거리는 용케 일어서며 분한듯 날 노려보긴했으나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그냥 노려보고만 있었고 그러는 동안 나이트메어는 '이제 니가 알아서 정리해라' 는 말만 남기고 어느새 나와 교대했다. 앞에 막고있던 유리가 사라진듯 선명하게 보이는 기쁨을 뒤로한채 마지막으로 한마디 쏘아부쳤다.
"용건있으면 이제 학교 끝나고 와라 얼마든지 들어줄테니"
내가생각해도 정말 멋있는 순간 이었다. 속사정을 알리없는 아이들은 전과달리 날 우러러 보는 이까지 있었고 아무튼 눈빛자체가 어제와는 딴판이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말을걸어오는 이는 없었다. 아직까진 강준석 패거리의 영향력이 남아있으리라.. 내가 자리에 앉자 강준석 패거리들은 분한지 씩씩데며 교실밖으로 나가버렸고 그와동시에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내에 울려퍼졌다.
강준석패거리들을 내가 때려눕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교내에 퍼졌고 소문이란게 언제나 그렇듯 꼬리에 꼬리를물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와중에 와전되 심지어는 내가 초능력까지 부리는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1교시가끝나자 지민이가 학교로 왔고 우린 가볍게 눈으로 인사하고 서로 각자 할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종례시간이 될 무렵 지민이가 내 옆으로 지나가며 쪽지 하나를 건내주었고 거기엔 귀여운 필체로 '내 핸드폰번호야 너한테는 알려줘야 할것같아서^^ 라는 메시지와함께 번호가 적혀있었다. 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저장하였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간단한 종례를 마치고나서는 반아이들은 삽시한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가방을 챙기고 학교에서 나와 지민에게 문자를 보내려던 나는 어제 편의점 사장님과의 일이 떠올랐다.
'맞다.. 말도안하고 안나갔었지.. 이일을 어쩐다.' 일단 전화라도 드려야 할것같아 사장님 번호를 눌렀다. 익숙한 트로트 멜로디가 지겨워 질 무렵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을수있었다.
"사장님 어제는 정말 몸이 너무안좋아서 죄송했어요.. 저 짤린건가요?"
문득 아침에 담임선생님께 아프다는 연락을 드렸던 지민을 떠올리며 나도한번 써먹어보기로 했다.
"기준이냐? 내가 너때문에 어제 아오..!! 아 됐고 오늘부터 하던대로 나와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국물도 없는줄알아!"
"네! 감사합니다. 바로갈께요"
다행히 짤리지 않고 해결됨에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지민이에게 문자가 아닌 전화를 하기로 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약간은 무미건조한 혹은 심플할수도 있는 기본 연결음이 얼마나 울렸을까? 전화기 너머에서 귀여운 지민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를 듣는순간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안도감으로 목소리도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지민아 나야 기준이"
"아 이번호 저장하면 되는거양?"
"응 나 지금부터 아르바이트 하러가야되서 전화했어"
"오~ 너 아르바이트도해? 근성있네! 보기좋앙"
처음 지민이와 대화할때 들었던 말을 알리없는 지민이가 같은말을 하자 역시 사람마다 고유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원래 오늘 어제일도 있고해서 내가 밥 사려고 했는데 아르바이트 한다니 붙잡을수도 없넹.."
한층더 통통 튀는 그러면서도 새침한듯한 지민의 시무룩해진 목소리를 듣는순간 편의점 사장님께 좀 늦게 전화드릴껄..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꿈에그리던 그렇게 짝사랑하던 이렇게 너무나 귀여운 지민이가 밥을 사주신다는데!!! 나란놈이 하루만에 이게 왠 출세냐 흐흐 입가의 행복한 미소가 걸리다못해 입이 귀에 걸렸다..
"나 10시에 끝나거든 .. 그럼 그때라도 볼래? 아니 보자!! 내가 데리러갈게"
"10시면 좀 늦지않닝?.. 뭐 어차피 혼자 자취하는 처지에 할것두 없지만.. 근데 꼭 우리 연애하는거 같다 히히"
연애라는말에 폭발할듯 쿵쾅데는 심장을 뒤로한채 묵묵히 지민이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근데 너 우리집 모르잖아 어떻게 데리러와 바보야, 나는 너 일하는곳두 모르는데.. 아! 그럼 내가 열시까지 너네집앞에 가있는건 어때?"
헉 밤 10시에 혼자사는 남정네 집에 온다니 .. 뭐 어차피 어제 어찌됐든 같이 밤까지 보내놓고 새삼스럽게 뭘 놀라냘수도 있지만 어젠 그럴만한 상황이었고 지금은.. 어제완 전혀 다른 상황!! 이래서 남자들은 혼자사는 여자를 좋아하는 거겠지..? 머릿속에선 이미 지민이와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단계까지 가고있었고..
"왜.. 싫어?"
기다리다못한 지민이가 토라지는듯한 말투로 되물었을때야 내가 전화기를 붙잡고 므훗한 상상의 나래속에서 길을잃었다는것을 인지하고 서둘러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아냐!!! 이따가 10시에 볼..봄자아..보자 ..아.,. 봐!!'
"너 무슨 상상했니 .. 딱걸렸어.. 각오해! 아무튼 그럼 이따봐~"
솜사탕처럼 살살녹는 그녀의 목소리에 도취되 전화가 끊어진 후에도 귀에서 핸드폰을 떼지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서둘러 가게로 향했고 간단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했고 너무 설레는 나머지 일에는 집중이 하나도 안된탓에 -27100원을 매꾸며 다음 알바생과 교대했다. 일이끝나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던도중 핸드폰을 보니 10시 5분이었다. 약속한 시간은 열시니까 이미 와있을 지민을 생각하며 한걸음에 달려갔다. 집앞에 도착하자 검은색 후드티에 회색스키니진을 입고 빨간색 하이탑운동화를 신고 이쪽을보고있는 그녀가 있었다. 교복입은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사복을 입고있는 모습이 낮설긴 했지만 역시나 지민이. 이렇게 입은모습도 너무 앙증맞게 귀여워 미칠것만 같았다.
"많이 기다렸어? 헉헉"
쉬지않고 뛰어온탓에 숨이차서 헐떡이며 많이기다렸냐고 묻자 자기도 방금막온거라며 천천히 오지 왜 뛰었냐며 오히려 내걱정을 해주는 그녀였다.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들어갔고 난 잠시 그녀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한뒤 방에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그러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또 나가자구?"
"집에 먹을게 다 인스턴트식품 뿐이라.. 밖에서 먹자구 나때문에 저녁도 못먹었잖아"
"흠.. 이왕 들어왔는데 또 나가기 귀찮은데.. 차라리 시켜먹을까?"
"그것도 좋겠는데? 그럼 빨리 들어와"
시켜먹자는 지민의 말에 그러자고 한 나는 근처 배달가능한 음식점 카달로그를 훑어 보기 시작했다. 카달로그를 보고있던 나는 뒤에서 갑자기 지민이 안는 바람에 헛바람을 삼켰다.
"지..지민아.."
"오늘 하루종일 생각 많이했어. 기억이 끊겼든 아니든 그런건 상관없어. 니가 날 구해준건 변함없는 사실이잖아.. 그래서 나 널 좋아하기로 했어 아직은 너에대해 아는게 별로없지만 그건 조금씩 알아가면 되잖아. 어제 일 하나로 알았어. 내심 널 잡고싶어하는 내 마음을"
"지민아..."
천국에 온것만 같았다. 그동안 겪었던 비참했던 기억들이 송두리째 뽑히는 순간이었다. 난 바로 지민의 팔을 살며시 풀고는 뒤를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안으로 끌어당겨 있는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절대 놓치기 싫다는 마음을 담아서..
"고마워.. 지민아.. 정말 내가 잘할게.. 잘할게..."
그렇게 잠시동안 안고있던 나는 손을풀어 지민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그리곤 서서히 그녀의 떨리는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갔다.. 서툴지만 그렇기에 더욱 뜨거웠던 키스.. 살며시 그녀가 입을 떼며 속삭였다.
"나 여기서 자고 가도돼..? 집에 가봤자 어차피 혼자인데.."
과연 이순간에 집에가라고 할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있기는 할까? 속으로 피식 웃은 난 고개를 끄떡였다. 베시시 웃는 천진난만한 그녀의 얼굴에 난 주체할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그녀를 침대에 사뿐히 눕힌후 키스를하며 그녀의 후드티안에 손을넣거 가슴을 만지며 나머지 한손으로는 그녀의 바지를 내리고 있었고.. 그녀의 손은 내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다 풀고난후 내 아랫도리로 내려가 사타구니를 간지럽히며 커질때로 커져 팬티를 찢고 나올것같은 내 물건을 잡아 쥐었다.
'하아..하아.. '
'흐..흐음... 하아..'
동영상으로 공부를 해오던 나에겐 실전은 생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반해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능숙한 솜씨였다. 아무렴 어때 지금 난 천국에 와있는걸.. 그렇게 알몸이된 그녀와 나는 한데 엉크러져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갔다.
마치 두번다시 못만날 사람처럼 미친듯이...
1교시를 마치는 요란한 종소리에 과거회상에 빠져있던 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무의식중에 창가쪽 모퉁이에 있는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역시 오늘도 지민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벌써 3일째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던 행복했던 그날밤 이후로 지민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 문자도 여러번 보내봤지만 전화기는 언제나 꺼져있을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집까지 찾아가보았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일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에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고 깨어있어도 깨어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졌고 강준석 패거리도 조용했으며.. 지난날의 나완 확연히 다른 질좋은 삶이 시작되었는데도 내 마음은 오리혀 점점 매말라만 같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이 흐르고 수업을 모두 마친 나는 늘 그러듯 아르바이트를 하러갔고 일을 하면서도 혹시나 지민이가 오진 않을까 내심 기대를하며 일을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부재중 문자나 전화가 없는지 살펴봤지만 그런 기록은 전혀 찾을수 없었다. 집에 오는 내내 그날 지민이와 잤던게 이렇게 된 원인은 아니었을까 하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고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행복해 보이기만 했다. 이윽고 집에 들어온 나는 몸에 힘이 빠지는걸 느끼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고 이상하리만큼 빠른 속도로 잠에 빠져들었다.
가로등 불빛조차 하나없이 미미한 달빛에 의존하는 어두운 골목길 .. 저 멀리 걸어가는 한 사람의 인영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인영은 점점 멀어져만 갔고 왠지모르게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난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려서 어느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이셩이란걸 알았고 뒷모습이 낮이익다는걸 느낄수있었다. 이내 난 지민일지도 모른다는 다급한 마음에 생각에 팔을 낚아채며 말했다.
"지민이니..?"
내말이 들리지 않는듯 그 여인은 걸음을 멈춘채 미동도 하지안았고 난 낙아챈 손에 전해져오는 이상라리만큼 차디찬 감각에 의아함을 감출수 없었다. 잠시후 그여인은 머리를 돌려 날 바라봤는데 너무 놀란 난 잡았던 팔을 놓으며 뒤로 몸을 빼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얼굴은 퉁퉁 불어서 질퍽거랬고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몰골이었고, 몸은 그대로인데 고개만 180도 돌아가는 기괴한 모습에 난 속에있는걸 게워내며 떨리는 공포에 몸이 굳었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난 극도로 공포에 떨려 목소리가 나오긴 커녕 손가락 마디 하나도 움직일수없었다 그 괴상한 여인은 그상태로 눈이라고 달려있는것으로 날 한동안 계속 응시하더니 금방이라도 갈라져 살점들이 바닥에 떨어질것 같아보이는 입술같은게 찌익 벌어지더니 이내 '대체 왜?' 라며 중얼거렸다. 생긴것도 괴상한게 말하는속도는 상상도 못할만큼 빠른속도로 중얼거리는것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큰 충격을 받으면 기절해버리던데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기절은 커녕 점점 더 정신이 맑아져만 가는 이 상황에 역시 영화나 드라마는 다 설정이었다는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해할수없는 그 괴상한 여인의 행동에 너야말로 대체 왜그러는건데!? 하며 울컥 짜증이났고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려 하고있었다.
"......."
내 생각을 읽은건지 그 괴상한 여인은 하던행동을 멈추더니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것이었다. 그리곤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내 코앞까지 날아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꿈이었다. 깨어보니 침대시트는 온통 땀으로 다 젖어있었고 온몸은 시근땀으로 범벅이되 누가 보면 마치 목욕이라도 하고온것 처럼 보일정도였다.
"하아...하아..."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옆에있던 물컵을 들어 입을 살짝 축인뒤 그제서야 내 방이라는 사실에 진정이 되었는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5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학교에 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나 이렇게된거 그냥 일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화장실로가 세안을 하고 나왔다. 씻고나니 확실히 더욱더 정신이 맑아졌고 찝찝한 기분을 애써 털어 버리며 이른 아침을 차려 먹었다. 꿈을관장하는 신이란것에 몸을 맡긴 내가 이런 악몽을 꾼다는게 좀 웃겼는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어찌보면 당연할수도 있는 일이고..
식사를 끝내고 침대에 앉아 지민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역시나 전화기는 꺼져있었고 .. 애써 잊으려고 털어버렸던 꿈까지 자꾸만 떠올라 불안감에 언제 웃었는듯 표정은 딱딱해져갔고 마음은 다시 무거워져만 갔다.
"오늘도 못나오는건가..? 무슨일이 생긴게 분명한데..흐..흑.."
지민에게 분명히 무슨일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일전에 꿈에서 강준석패거리한테 지민이를 구해주지 못했던 장면과 오버랩되며 감정에 복받쳐 눈물이 흘렀다. 그때 분명 나이트메어와 계약하며 지민이는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내가 지키기로 마음먹었것만.. 역시 나란 놈은.. 얼마나 울었을까? 난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어차피 일찍 일어났겠다 지민이네 집에 다시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서둘러 집을 나와 지민이네 집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재촉했고 어느새 지민이네 집앞에서 벨을 누르려는 나를 볼수있었다. 이런 이른시간의 남의집 벨을 누른다는게 혼자살기에 가능한거였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었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소리에 난 벨누르는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고, 뒤에는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다부진 인상의 왠 사내가 서있었다.
"이기준씨 맞습니까?"
처음보는 사내가 이른아침에 그것도 지민이 집앞에 있다는것에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는데 내 이름까지 알고있자 왠지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이윽고 그 사내는 한장의 사진을 꺼내며 내게 내밀었고 그 사진속의 주인공은 내가 그렇게 애타게 찾고있던 지민이었다.
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10
출처 - 웃대(못된야옹)님 -
1-2. 계약
솨아아아아...
고요함만이 존재하는 소리라고는 교실 모퉁이에 걸려있는 벽시계에서 나는 바늘소리뿐 아무도 없는 텅빈 교실에
두사람이 마주본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유독 크게 들리는듯한 이 정적이 계속 이어지다가는 정신병이라도 걸려버릴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서일까? 먼저 입을 연건 지민이였다.
"안녕?"
이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법한 한마디였음에도 불구하고 왠지모르게 지민이의 인삿말에 모든걱정이 다 씻겨내려가는듯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갔다.
"지..지민아 이시간에 학교엔 어쩐일이야? 강준석은? 그 새끼한테 끌려온거야?"
내 머릿속은 온통 꿈에서 보았던 장면들로 가득했기에 강준석의 존재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 시간은 이미 여덞시 삼십분이 훌쩍 지나있었지만 지민이가 이곳에 등장한 이상
약간의 시간상 오차가 있을뿐 꿈과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판단했기에 강준석패거리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고 생각했다.
"헤에~~? 오랫만에 만나놓고 한다는말이 고작 준석이 이야기니?"
"뭐..?"
지민의 말에 난 의아함을 감출수 없었다. 오랫만이라니 불과 몇시간전 학교에서까지 봐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평소의 지민이의 목소리와는 어딘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지민아 무슨말이야? 준석이 이 강아지는 어딨는거야 괜찮은거야??"
"크크큭 킥킥"
평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지민은 뭐가 그리 웃긴지 웃기 시작했고 심지어 목소리마저 달라지고 있었다. 어둠과 고요함만이 존재하는 텅빈 학교안에 있다는것만으로도 나같은 사람한테 공포일터인데
지금 벌어지는 상황속에서 지민이를 구하려 달려왔던 아까의 마음가짐은 온데같데 없이 점점 내 심장은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얼마나 웃었을까.. 한참동안 웃기만하던 지민은 이내 입을열었다.
"아 미안미안 평소에 너라면 준석인지 뭔지한테 찍소리도 못할텐데 갑자기 그새끼 이새끼 어쩌니 하는꼬락서니를 보니 너무 웃겨서 말이야 키킥... 뭐 그것도 이년 때문이겠지?"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지민아 왜그래..?"
"잘들어, 니가 생각하는 그 지민인지 뭔지하는 계집얘는 내가아냐 난 잠시 몸뚱이를 빌리고 있을뿐.. 이해 가냐? 즉 지금 난 니가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거"
"무슨 말도 안되는..."
지민의 얼굴을 하고 지민의 목소리로 자기가 지민이가 아니라니, 몸뚱이를 빌린것뿐이라니 머릿속에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말들로인해 실타래가 꼬이듯 복잡해지기만 했다.
내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민은 말을 이어갔다.
"니가 꿈이라고 생각하는것, 그건 꿈이아냐 내가 관장하는 하나의 세계지. 그곳에서 니가 본것들은 실제로 현실에 반영되야하는 것들이야. 물론 똑같이 반영되는경우도 있지만 다른방식으로 전개될때도 있어.
하지만 죽는사람은 죽고 산사람은 산다. 그건 변하지 않지. "
지금 이건 또 무슨소린가. 내가 꿈을꾼게 아니라고? 게다가 그건 또 어떻게 알고있는거지? 내가 이리로 오게만들었다는거야?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이 몸뚱이의 주인의 기가 점점 쇠약해져 가는바람에 더이상 못버틸것 같음을 알게되었고 그래서 다른인간의 몸으로 갈아타려 했거든.
난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인간의 육신이 필요해. 인간의 육신이 없으면 너희에게 보이지도 않고 너희를 죽인다해도 내 존재 자체를 알지못한채 인간이 생각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사고사로 이어져 버리지. 그런건 재미없잖아? 게다가 몸속에 정착하게되면 그 인간의 혼이 사라지는게 아니라 나와 공존하게되는데.. 내 기운에 눌려 몸의 주인의 혼이 쇠약해지다가 이내 소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게 참 중요한 부분이야. 밸런스를 잘 맞추지 못하면 내가 다른인간의 몸으로 갈아타기도전에 소멸해버린단 말이야, 그럼 나도 어느정도 데미지를 입는다구.. 그럼 내힘도 점점 약해지기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닐수없지.
지금 이 몸뚱이의 주인녀석은 그나마 정신력이 어느정도 강했기 때문에 간만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얼마 버티지 못하더군..인간이란 참 약해빠진 생물이야.. "
"그렇게 내가 다른사람의 몸으로 갈아타게되면 기존에 있던 몸뚬이의 주인은 소멸되지. 뭐 어느정도 혼의 기운이 남아있을때 갈아타게되면 간혹 사는경우도 있지만 그역시 나의 대한 기억이 사라지면서
정신적인 데미지로 인해 평범한 인간으로써의 생활은 힘들지.. 소멸되게 되면 가장 인간다운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죽는것이고.. 니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에서 본건 내가 다른인간의 몸으로 들어간후의
이 몸뚱이 주인의 최후. 즉 니들이 말하는 예지몽 같은거야. 근데 내가 손을쓰지도 않았는데 예지몽을 경험하는 인간을 실제로 보게될줄이야.. 내겐 참 흥미로운 일이더군.. 지금까지 그런경우는 없었거든,
게다가 너처럼 심약하다 자살까지 결심한 바보같은 놈이 말이야.. 니들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죽음이란 녀석을 넌 자살이란 방법으로 담담히 받아들여서인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더로군"
지금 지민이가 아니 지민이행세를하는 이놈이 지껄이는말은 실로 충격적이 아닐수 없었다. 망치로 머리를 세개 얻어맞은듯 정신이 몽롱하여 그냥 듣고있기만 할뿐.. 아무말도 할수없는 나였다..
대충정리를 하자면 저놈은 귀신같은거란 말이고 지민이는 빙의당한채 살아왔단 이야기인데.. 이런일이 정말 있을수 있는걸까? 난 정신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럼 지민이는 지금 귀신한테 빙의 되었다는거야..?"
"킥킥.. 그렇다고 해두지. 헌데 니들 인간이 말하는 빙의란건 나랑은 어울리지않는것이야, 그런건 하급 잡신따위한테나 하는말이고 난 꿈을 관장하는 신 나이트메어. 하긴 니들 약해빠진 인간녀석들은 잡신이 들어가도
몽류병인지 이중인격같은 성격장애인지 제대로 구별도 못하는 머저리같은 것들이지 킥킥 "
나이트메어.. 꿈을 관장하는 신이라.. 무슨 뜬구름 잡는듯한 만화나 영화에서나 등장할법한 대사를 듣고잇자니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 하는바람에 참는게 여간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덕분에 정신은 맑아졌고
내 눈은 그 어느때보다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탓일까 난 이말도안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그리고 지민이를 원래대로 돌려놓기위해 장난삼아 말을 던졌다.
"니 말대로라면 내 몸속에 들어올수도 있는거지? 그럼 지민이는 아직 혼이 남아있으니 살수있는거고, 내말이 맞아?"
"....."
나이트메어라는 그 존재는 순간 침묵을 유지한테 날 응시하기만 했다. 날 한동안 응시하던 녀석은 이내 생각이 정리된 모양인지 어느샌가 입가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심이냐? 킥킥 이곳에 온 이후로 스스로 몸을 내주겠다는 녀석은 처음 보는군 키키킥.. 게다가 인간들 부류중에서도 더더욱 약해빠진 너같은게 말이야.. 킥킥"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녀석의 입가에 미소는 어느새 사라져 사뭇 진지한 얼굴로 변해있었다.
사실 장난삼아 해본말이었지만 저녀석이 하는 말이 사실이라해도 내가 손해볼건 없었다. 학교에서의 내모습은 이제 지긋지긋했고 자살까지 결심한 마당에 몸하나 내주는게 뭐그리 대수란 말인가.
적어도 지금의 나보단 훨씬 괜찮은 모습이 되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바램도 있었고 무엇보다 지민이를 살리고 싶은 내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다른건 몰라도 이 몸뚱이의 주인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진심인것 같군, 허나 니가 날 받아들일수 있을지 의문이구나. 여기서 죽더라도 후회는 하지마라 킥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민의 몸주변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듯 하더니 일순간 사방으로 퍼지며 서서히 공간을 집어삼켰고 사방팔방이 시커먼 암흑으로 변해가는 찰나.. 자리에서 쓰러지는 지민을 볼수있었다.
그리고 이내 모든것을 집어삼킨 암흑속에서 하나의 이질적은 감각을 느끼며 의식은 점점 멀어져갔다.
아무도 없는 텅빈 교실에 쓸쓸한 시계바늘 소리만 허공에 멤도는 가운데 나지막히 미약한 신음이 들렸다.
"하아...하아.....안돼...절대...안.."
"하아....안..."
"흐..흐흑..."
몸을 일으킬 기운도 전혀 없는지 지민은 미동도없이 무언가 중얼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학교 교실이라는 장소와 늦은 밤이라는 시간과 맞물려 하나의 괴이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누가보면 영락없는 귀신이라고밖엔 생각할수 없었으리라.
지민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한곳을 응시하면서 무언가 잊지 않으려는듯 필사적으로 계속 중얼데더니 어느순간 힘에 부쳐 혼절한것인지 이내 다시 쓰러져버렸고,
다시 고요한 가운데 시계바늘 소리만이 적막감을 달래고 있는 한편..
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녀석이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게 이렇게 고통스러운것일줄은 생각도 하지못했다. 몸이 타는듯했다가도 어느순간 싸늘하게 식어 얼어붙는 느낌의 반복속에서 난 정신의 끈을 아직 잡고있었다.
준비도 안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들어와버릴줄은 몰랐다. 어둠이 공간을 집어삼킨뒤 불과 몇초나 지났을까? 싶었는데 이내 몸속 구석구석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역시 나같은게 해낼수 있는게 아니었던걸까? 이대로 난 죽어버리는건가..내가 죽으면 기껏 구해낸 지민이도 죽게될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되면 안되는거잖아.
기껏 지금와서 지민이랑 같이 저승길이나 갈수는 없는거 아니겠냐고.
"으으으아아아아아"
문득 머릿속에 준석이패거리가 떠올랐고, 지금까지 학교에서 당해왔던 비참했던 일상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는 찰나 마음속 깊은곳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폭발해버렸다.
이렇게 당하고 또 당하고 죽을수는 없단말이다. 그런새끼들은 파렴치한 짓을 하고도 두다리 뻗고 자빠져 잘게 분명한데 그럼 너무 억울한거 아니겠나.
분노에 몸을 맡긴탓일까? 어느순간 고통이 점점 사그라드는듯 하더니 이내 깨질듯한 머리통증에 또한번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 그런 찐따였던 내가 그렇게 당하고만 살던 내가 이런 끔찍한 고통에도
정신줄을 놓지 않고 버틸수 있는게 신기한 순간이기도 했다.
깨질듯한 머리속에 누군가 억지로 무언가 넣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고 마치 어마어마한 막대한 양의 무언가가 차서 터져버릴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의식이라도 잃으면 편할것을 이상하게도 정신만은 더욱 또렷해져 모든 감각을 평소보다 몇배는 더 제대로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깨질듯한 머리통증이 멈추더니 모든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고 그순간 마치 귀에 데고 속삭이는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상대로 내게 코통을 선사해준 녀석의 목소리였다.
"용케도 버텨내었군 축하한다 키키킥"
"이제.. 끝난건가..?"
"그래 이제 너와 나는 너라는 하나의 몸속에 같이 공존하게 되었다. 즉 나는 너고 너는 나다. "
"그럼 니가 이제 나로 살아가는건가"
"말했을텐데 너는 나고 나는 너라고. 나와 몸주인의 혼의 기기 적절히 밸런스가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잖냐. 다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건 지금껏 어떠한 인간의 몸에 들어갔을때도 이토록 밸런스가 맞춰진적은 없었다.
언제나 몸주인의 혼은 나보다 아래였거든. 근데 니놈은 신기하게도 정확히 딱 절반만 내힘을 허용하더군. 거기다 인간으로썬 근접할수도 없는 나의 지식과 경험까지 공유가 되버렸어. 키킥 어때 재밋지않나?"
"그럼 뭐가 다른건데?"
"차차 알게 될꺼다 키키킥. 아 그리고 아까 말 안한게 하나있는데, 내가 몸에 정착한 이상 밤엔 내가 몸을 장악하게 되고 니 혼은 깊은 잠에 빠지게된다. 아침이 되면 반대로 니가 깨어나지.
즉 반반씩 나눠서 인생을 즐기게 된다는 이야기지 키킥 하지만 니가 깨어나도 난 깊은잠에 빠지지않아. 관여만 하지못할뿐 너와 정신은 공유가 된다. 이해되나?"
"뭐 대충.. 이제 더 놀랄일도 없고.."
"그럼 이걸로 너와 내 일종의 계약은 체결된것이고, 키킥.. 죽기전까지 재밋게 데리고 놀아주지 킥킥"
그말을 끝으로 녀석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고 의식이 희미해지는듯 주변이 뿌옇게 변해가더니 이내 학교 교실로 돌아와 있었다.
'끄으응'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듯 몽롱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고 심지어 어질어질 현기증까지 살짝 나고 있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서둘러 정신을 차린나는 저 앞에 쓰러져있는 지민이를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가 들쳐안았다.
"지민아 조금만 기다려 이제 다 끝났어"
서둘러 지민을 안고 교실을 나와 3층계단을 내려 교문앞에까지 간 나는 이상태론 담을 넘을수 없다는 사실에 서둘러 경비실로 향했다.
"아저씨 아저씨"
큰소리로 경비아저씨를 부르며 경비실앞까지 다다랐을 무렵 날 확인하셨는지 아저씨가 손전등을 이쪽으로 비추며 걸어 나오셨다.
"저 교문 좀 열어주세요 빨리요"
"학생 이시간에 집에안가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뭐야? 누구 다쳤어?"
"설명드릴 시간이 없어요 급해요 이대로라면 지민이가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예요 크흑.."
경비아저씨는 죽을지도 모른단말에 안색이 변하시더니 이내 교문 열쇠를 가지고 부랴부랴 나오셨다.
교문이 열리기 무섭게 감사하다는 인사만 남기고 난 무작정 뛰어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오는 도중에 119 구급대를 부를까도 생각해봤지만, 지금 일어난 상황을 경험한 나조차도 믿기가 힘든데 병원에 데려가 봤지 원인을 알수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것이 분명했고
깨어난다 해도 정신이상으로 몰려 평생 병원신세를 지게될지도 모르는 요량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경비아저씨가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허둥지둥 교문을 열어준건 천만 다행일 따름이었다.
어차피 내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테고 괜히 소란을 떨어봤자 학교입장에서도 달가워 하지 않음은 분명했기에 이렇게 빠져나옴으로써 이 일은 일단락 된셈이었다.
문득 이런 말도안되는 상황속에서도 냉정하게 상황판단을 할수있다는것에 의아함이 들긴했지만 난 별로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일단은 서둘러 집으로 지민이를 옮긴다음 생각해도 늦지않을것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얼마나 달렸을까.. 집앞 현관앞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살핀뒤 서둘러 들어와 문을 잠궜다.
누가보면 멀쩡한 여고생을 납치하는걸로 보였으리라..
집에 들어와 지민을 침대에 조심스럽에 눕힌후 세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가늘면서도 거친 숨소리가 미약하게나마 들린다는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무사해서..흑흑.. "
감격의 눈물인지 살아있다는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인지 어느새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침대옆에 주저앉아 머리를 박고 울던나는 내 손에 전해져오는 따뜻한 감각에 고개를 들었다.
언제깨어났는지 지민은 내손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있엇고 서서히 눈이 떠지고 있었다.
"지민아!! 정신이 들어?!"
"으...으응..."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지민이 깨어났다는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행복함을 느끼는.. 내가 얼마나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지민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지민아 깨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정말 흑..흐흐.."
"고..마워.."
섬섬옥수를 방불케하는 고운손으로 내손을 꼬옥 쥐며 간신히 고맙다는 말을 마친 지민은 이내 다시 잠들어 버렸다.
학교에서 잇었던일을 다 기억하고 있는거란말인가? 나이트메어의 말에 따르면 자기의 대한 기억은 소멸되고 그에따른 기억손실로인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건 불가능이라고 했었는데..
뭐 어찌되었든 차차 알게될 일이겠고 무엇보다 지금의 행복을 깨기 싫던 난 생각을 멈추고 지민의 손을 꼬옥 붙잡은채 옆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너무나 많은일이 있던 하루였고 너무나 고단한 하루였기에.. 잠이 드는 순간에도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는걸 감사하며..
그렇게 긴 하루가 저물어갔다.
어두컴컴했던 방안이 수채화에 물이번져 지워지듯 부드럽게 흩어지며 빛이새어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차가운 시선에 불현듯 잠에서깬 나는 어느새 깨어나 침애에 앉아서 날 쳐다보는 지민을 볼수있었다.
"으..응?.. 지민아 언제 일어난거야?.. 그것보다 내가 언제부터 잠이든거지.."
"......"
하품을 하며 잠이 덜깬눈으로 말했으나 대답 없이 가만히있는 지민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충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자 굳은얼굴로 사시나무처럼 떨고있는 지민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은 느낌이 드는 찰나 지민이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여기있는거야? 넌 누구야!! 니가 날 납치라도 한거야??"
표독스럽기까지 한 표정으로 소리지르는 지민을 보고 난 당황을 금치 못했다. 잠들기전에 분명히 고맙다고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납치라니 여긴 어디냐니 이건 대체 ..
"지민아 내말좀 들어봐 기억 하나도 안나는거야?"
"내이름을 어떻게 아는거야!? 누구야 너 대체 누구냐고!!!"
기억을 잃었구나.. 나이트메어의 말이 틀리지 않았어.. 지민은 빙의되기 전 기억에서 멈춰있을게 자명했으리라.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닥치고나니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않았다.
이 상황에선 어떤 소리를 해도 변명의 여지조차 없을테지..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돈 때문이야? 부탁이야 있는대로 다 줄테니 제발..살려줘.. 난 아직 이렇게 죽고싶지 않아..흐흑...흑..."
나를 납치범으로 생각하는 지민은 눈물셈이 고장난듯 어마어마한 양의 눈물을 쏟아내며 사정하고 있었다. 그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하마터면 웃어 버릴뻔까지 했다.
"지민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야돼"
내가 자기를 헤칠 마음이 없는걸 몸은 기억하고 있어서 일까? 내 말에 지민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젯밤 너는 길가에 쓰러져있었어, 날씨도 찬데 그대로 뒀다간 얼어죽기 십상이었기에 어쩔수 없이 우리집으로 데리고 온거야. 그리고 너희집에 전화를 드리려 했는데 핸드폰이며 지갑이며 아무것도 찾을수가 없었어..
그래서 하는수없이 이곳에서 재울수밖에 없었구. 납치라니 그런거 절대 아니거든!? "
일단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그럴듯하게 설명을했고 특히 납치범이 아니라는 대목에 힘주어 포인트를 주려고 노력했다.
내말을 들은 지민은 어느정도 안심을 했는지 살짝 표정이 밝아진듯했지만 아직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내이름은 어떻게 안건데? 마치 날 잘아는 사람처럼.."
"나.. 너랑 학교같거든? 그것도 같은반.. 내가 좀 존재감이 없긴 하지..."
난 일어나 장롱속에 걸려있는 교복재킷을 꺼내어 보여주며 말했다.
교복까지 보여주며 말하자 지민은 나를 다시한번 찬찬히 훑어보더니 내심 조금 미안했던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다시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사실 나.. 깨어나서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정신이 아니었던것 같아.. 머릿속에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질 않으니까.. 무서워서 .. 그런데 내방도 아니고 생전처음보는 낮선공간에 있다는게
너무 두려워서.. 겁이났어.. 흐흑.."
그런 지민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짠해저 나도 모르게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좀더 빨리 구해주지 못한게 아니 진작 눈치채지못한게 꼭 내탓만 같았다.
"흐흑..그렇게 무심결에 걸려있는 달력을 봤는데 4월달인거야..내기억으론 3월달이 맞는데.. 흐흐.. 마치 긴잠을 자다 깬것처럼 모든게 다 엉망인거야...흑..흐흐흑"
보다못한 난 어느샌가 지민을 껴안고 등을 다독여 주었고 처음엔 밀쳐내기만 하던 그녀도 이내 날 부등켜않고 소리내어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런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건지 왠지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다 받아들이고 믿어줄것만 같았다. 믿지못해도 말해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모습마저도 귀여운 지민을 바라보며 난 무겁게 입을열었다.
어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지민이 기억못하는 시간들에 대해서 조곤조곤 자세하게 들려주었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미친놈 취급을 받을거란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차피 알게될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것도 내가 말해주는게 나을거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기적인 욕심때문이었을까? 나이트메어를 내몸으로 받아들였다는 말까진 차마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다시 얼마전처럼 지민이가 내게서 멀어질까봐...
"훌쩍.. 그럼 너가 나한테서 귀신을 떼어내준거네?.. 훌쩍.."
예쌍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믿어주는 지민을 보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지 왜 길에서 주웠다는 거짓말을 한거야? 내가 너무 처량해보였잖아!'
담담하다기 보단 금새 활력을 되찾은것만 같은 지민의 행동에 살짝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생각해보면 전학와서 알바하는 편의점에서 몇마디 나눈것외에 지민이에 대해서 아는게 너무 없던탓이다.
"믿어주니 고맙긴한데 넌 귀신이 붙었었다는데 안무서워?"
"......."
순간 지민의 표정은 굳어졌고 이내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않았고 난 내가 실수라도 했나 싶어 말을 돌리기로 했다.
"아..근데 배 안고파? 밥부터 먹고 얘기하자.."
"말해줄게"
갑자기 열린 지민의 입에 의해 내가 하던 말은 허공으로 낱낱이 흩어져 버렸고. 이윽고 지민의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우리 엄마는 무당이셨어, 물론 처음부터 무당이 된건 아니셨어.. 내가 12살 되던해에 아버지가 알수없는 병으로 돌아가셨어.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수없단 말만 되풀이할뿐 별다른 소득없이 그렇게 돌아가셨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병원비 감당하느라 여기저기서 얻은 빛때문에 집은 경매에 넘어가고 결국 엄마와 나는 방한칸을 간신히 얻어 생활을 시작했지.. 지방으로 내려갈까도 하셨지만 내 소심한 성격을
아시고는 다른학교에 전학가서 맘고생할거라 여기신거지.. 그렇게 우리는 점점 아버지의 존재를 잊으려 애쓰며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고.. 문제는 그때부터였어..
엄마는 낮에는 다른집 가정부를 하시고 밤에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셨지.. 그러던중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알게되시고든 자기가 아는 무당을 소개시켜주신거였어.
아버지의 기억을 잊으려 애썼지만 마음한켠엔 왜 죽었어야만 했을까 의문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던거야.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가 소개시켜준 무당에 입에서 나온 한마디로 모든게 시작되었어.
아버지는 빙의 되셔서 돌아가신거라고 게다가 엄마는 원래 신내림을 받았어야 하는 팔자인데 그를 어긴탓에 아버지가 화를 본것이라고.. 그 다음엔 내차례라고.. 그말을 들은 엄마는 필사적으로 그 무당을 잡고 메달렸지.
내가 화를 입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그리고 나온 답은 .."
지민은 약해지고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리는듯..말끝을 살짝 흐리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가 무당이 되는것뿐이라고.. 그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했어.. 난 그런 미신따위 믿지 말라고 엄마를 설득하려고 애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몸이 점점 쇠약해져 가고있단걸 엄마는 알고 있었던거야..
그렇게 엄마는 무당이 되셨고 학교에서 난 기분나쁘다며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버렸어.. 날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한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창피하고 무서워서 죽고만 싶었어.
우여곡절끝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집을나와 혼자살기로 마음먹고 지금 다니는 이 정학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엄마가 무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바빠서 3학년이 된 지금도 변변한 친구하나 없게 된거야..
그런내게 빙의같은게 놀라운일은 아니잖아.. 헤헤..아무한테도 한적 없는데 이상하게 처음보는 너한테 하게될줄은 몰랐어.. 히.."
그랬구나.. 그랬기때문에 지민의 몸에 들어갔던걸지도 몰라.. 어쩌면 지민의 아버지일도 나이트메어와 연관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자 마치..
내가 지민의 아버지의 죽음에 관여한듯 엄청난 죄책감과 두려움이 들었다. 저렇게 가녀린 그녀가 애써 웃어보이려고까지 하는 모습에 죄책감은 배가 되었고.. 견딜수 없던 난 무턱대고 지민을 와락 껴안아버렸다.
"미안해.. 지민아 미안해.."
"니가 왜 미안한데.. 바보야.. 흐흑.."
우리둘은 껴안고 울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지금 이순간만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걸 우리도 알고있었으리라.. 지민의 체온과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것 같았다.
마치 괜찮아 나라도 그렇게 했을꺼야 라는듯 포근하게..
얼마나 울었을까 살짝 어색한 정적에 난 서둘러 지민에게서 떨어졌고 난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하던찰나, 지민의 배에서 들려온 꼬르륵 소리에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바..밥먹자 후후.."
"으..응"
얼굴이 홍시처럼 쌔빨게진 지민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난 서둘러 주방으로 가 간단한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따다다닥'
'화르륵'
거스벨브를 돌리고 가스렌지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유독 크게만 들렸다.
스팽을 꺼내 뚜껑을 따고 칼로 적당한 크기로 썰은후 후라이팬에 올렸고 냉장고에있던 김치찌개를 꺼내 데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탓일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있다는것 때문일까 그 어느때보다 아침을 준비하는 손에 활력이 넘쳤다. 긴장이 풀리탓인지 '밥에는 노릇노릇한 스팽한조각!' 광고까지
흥얼거리는 나였다;
작은 밥상에 잘 구워진 스팽을 보기좋게 담고 보글보글 끓고있는 김치끼개와 김이모락모락 나는 밥솥에서 갓담은 밥을 얹고는 지민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밥 다됐다아.. 밥먹자 지민아"
인스턴트식품을 데워온게 전부였지만 지민이와 함께 먹어서일까? 그 어느때보다 맛있는 아침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시계바늘은 일곱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학교에 가기위해 우리는 부랴부랴 움직이기 바빴다.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었기에 지민에게 먼저 씻고올수있게 배려해주고 난 방에서 책과 필기구등을 가방에 챙기고 교복 와이셔츠를 다리기 시작하였다. 대충 다 끝내고 나니 시간은 일곱시 이십분을 가르켰고
화장실문이 열림과 동시에 수건으로 몸을 감싼 지민이가 나왔다.
백옥같은 우윳빛 색깔의 허벅지와 돌돌 말은 수건 사이로 보이는 가슴골로 나도 모르게 눈이가 남심을 자극하는 찰나 지민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보..보지마!!"
"응.. 미안.."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씻기위해 욕실로 들어가자 지민의 향기가 물씬 배어있었다. 가만히 넋놓고 있다간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것 같은 기분에 일부러 찬물로 세안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세안을하고 양치질까지 끝내고 나오니 지민은 어느새 입고왔던 교복을 챙겨입고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은나는 다려놓았던 교복을 입으며 학교갈 준비를 모두 마쳤고 지민도 준비를 끝마쳤는지 서둘러 방을 나섰다.
현관문을 열고나와 문을잠그고 말을꺼내려는찰나 지민이 한발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가지로 고마웠어, 나는 집에들려서 가방좀 챙기고 따로 갈게 먼저 가"
"데려다 줄께 같이가자"
"아냐 같이 등교하면 이상한 소문 날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난 기억도 중간에 끊겼는데..."
이상한 소문날지도 모른단 이야기를 듣고 나와 거리를 두는것같아 내심 씁쓸한 기분이 드는것도 잠시 이어서 들려온 기억이 끊겼다는말에 다시한번 지민의 대한 미안함으로 죄책감이 들어
좋을대로 하라고 말하려는데 이런 내마음을 눈치챈건지 지민이 이어서 말했다.
"딱히 너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구.. 좀 혼란스러워서 일거야..헤헤 기분나빠하지마아"
내 기분까지 생각해주는 지민이의 상냥함에 다시한번 감동하고 있는 나..
"그러고보니 난 아직 네 이름도 모르는데.. 같은반이면서 참 나 나쁘지? 미안해.. 그래도 이젠 잊지않도록 노력할게 한번만 더 알려주지 않을래? 네 이름"
그랬다. 내 이름을 아는건 나이트메어가 장악하고 있던 당시의 지민이다. 기억을 잃은 지금은 모르는게 당연하지.. 처음 전학왔서 어제까지 지민이 앞에서 보였던 한심한 나를 잊은게 어찌보면 나한테는 다행인것도 같았다.
지금의 난 그때완 다르다.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면 되는거야.. 두번다시 후회할짓은 만들지 않기로 했으니까..
"내이름은..."
난 말을 하다말고 지민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살며시 떼며 말을 이었다.
"이기준"
"아..어?..으..응"
지민은 매우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았는지 살며시 미소지으며 붉게 물든 얼굴로 뒤돌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난 지민의 뒷모습이 사라져 보이지않을때까지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내게 이런 용기가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는데, 어제 일이있은 이후 난 어제완 달라도 너무나도 달라져 있는듯했다.
다시태어난 기분이 이런 기분이겠지?
지금 이순간만은 나이트메어가 고맙게만 느껴지는 나였다. 혼자 실실 쪼개며 있던 나는 문득 핸드폰 시계를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일곱시 오십분... 오늘은 지각이구나..
부리나케 달려와 교실로 들어서자 담임선생님의 뜨거운 눈총이 따갑게 느껴졌다.
"이기준 빨리 자리 들어가서 앉아. 지민이는 몸이안좋아서 좀 늦는다고 연락왔고 기준이도 왔으니 오늘 조회는 여기까지! 모두 오늘하루도 열심히 해라 이상!"
지민이 머리좋네 그와중에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까지 드렸구나.. 나도 전화할껄 그랬나? 아니 그랬으면 쌍으로 더 이상하게 생각했으려나? 담임선생님이 교실을 나가고 다시 교실에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커져가고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듣고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어이 찐따새끼"
"이기준 찐따새끼 ㅋㅋㅋ 빵셔틀하느라 피곤해서 늦잠잤나본데? ㅋㅋ'
강준석패거리는 여지없이 오늘도 아침부터 내자리로 모여들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조마조마 하게 느껴졌던 일상인데도 어제 그런일이 있고난후라 그런지 겁같은게 나지않았다.
왠지모를 자신감에 더 쉽게 말하면 왠지 이제부턴 내가 저새끼들한테 질꺼같지가 않은 기분이들었다. 이미 죽을고비도 넘긴 난데 무서울게 뭐가있으랴.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 강준석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왜 불러 신발놈아"
오오오오~~~~~~~~~~~~~~
내 한다미에 반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꽃혔고 다들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마치 오 쟤 뭐 잘못먹었나? 죽을결심이라도 했나? 라는 듯한 표정..
"뭐? 이 븅신새끼가 돌았나? 뭐라그랬어 다시한번 지껄여봐 씹새야'
강준석은 바로 내게 달려와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고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순식간에 멱살을 잡히고도 가만히있는 날보는 반 아이들은 '역시' 하는 표정으로 하나둘 고개를 돌려 자기들 할일에 열중했고.
이어서 다가온 김민기와 김동혁에게 난 양팔을 붙잡혔다 그치만 그만둘 생각은 없었으므로 다시한번 또박 또박 큰소리로 읊었다.
"뭐 어쩌라고 병신아 똘마니들 데리고 골목대장 놀이라도 하냐? ㅋㅋ"
인내심이 다했는지 내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준석의 주먹이 내 배를 강타했고 이어지는 구타에 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무진장 아프네.. 죽을고비 다넘기고 이제 이렇게 당하지 않겠다 했것만.. 자신감도 넘쳐서 말하는것 까진 좋았는데.. 역시 맞는건 너무 아팠다.
"이런 신발 븅신같은새끼가 내가 만만해? 앙? 죽어 이 신발새끼야"
'퍽퍽 퍽퍽퍽 퍽'
하도 맞아서 정신이 몽롱하고 앞도 잘안보이던 그때 강준석의 발이 내 얼굴 바로앞까지 날라왔다. 원래대로면 맞아서 나뒹굴어야할 상황인데 신기하게도 내 눈 바로앞에서 발이 멈췄다.
"어? 이 강아지가 이거 안놔?"
강준석에 말에 정신을 차려 앞을 확인하니 나한테 하는말이었다. 뭐? 뭘놓으라는 거냐..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머릿속에 한 음성이 똑똑히 들려왔다.
'킥킥킥 아따 머저리같이 잘도 쳐맞고 있군, 잘들어, 어제까지완 달라 내가 니몸을 접수했으니 이따위로 굴었다간 낮이고 밤이고 내가 다 장악해버리는수가 있다 앙?
니가 하도 쳐맞으니까 니몸에있는 내가 꼭 저새끼한테 맞는 기분이들잖아 인간따위한테 아오'
나이트메어였다. 원칙대로라면 내몸을 내가 사용할수있는건 낮인데 지금말을 들어보니 같이 쓰는 육체이니 만큼 위험한일이 생기면 도와주겠다는건가?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내딴엔 나이트메어한테 한말인데 그걸 알리없는 아이들은 이상황에 다시 흥미가 생긴듯 주목하고있었고 강준석은 한쪽 다리가 잡힌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닥치고 잠깐나랑 바톤 터치다'
나이트메어의 말이끝남과 동시에 내 정신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이들었고 이내 다시 나로 돌아와있었다. 그런데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마지 유리안에서 밖을 보는듯 뭔가의 앞을 막는 벽이있는 기분이었고.
내맘대로 몸은 움직이지않았다. 마치 로봇을 탄 기분이랄까... 이왕 이렇게 된거 난 조용히 감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준석은 잡힌 발에 힘을주어 지탱하며 반대쪽 발로 내 얼굴을 가격하려했다. 순간 난 준석의 발을 놓고 뒤로 빠지며 양옆에 있는 김민기와 김동혁의 얼굴에 주먹을 꽃아버렸다.
내가 발을 놓은탓에 중심이쏠려 넘어진 준석은 일어나자마자 달려오면서 오른손을 날렸고 김민기와 김동혁에게 주먹을 꽃은후 팔을 접으며 간단히 준석의 손을 잡을수있었다. 준석이 내게 주먹을 잡힌 순간과
김민기와 김동혁이 뒤로 나뒹구는 시간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난 잡고있던 준석의 손을 가볍게 비틀며 가슴으로 파고들어 오른손으로 정확히 턱을 가격했고 그와동시에 잡고있던 손을놓으며 한바퀴 회전하며 왼쪽 팔꿈치로 준석에 배를 정확히 강타했다.
어찌나 위력이 셌는지 준석은 한참이나 날아사 사물함게 부딪히며 나뒹굴었고 난 뒤에서 달려오는 김민기와 김동혁의 기척을 느끼고 앞으로 달려나가 책상을 밟고 한바퀴 크게 공중에서 회전해 그 둘의 뒤에 착지했고
착지함과 동시에 내손에선 푸른빛이 어렴풋이 이는듯 하더니 이내 김민기와 김동혁의 얼굴에 손바닥이 맛닿아있었다. 그와동시에 둘은 보기좋게 날아갔고 준석이 쓰러져있는 사물함 근처에 나뒹굴었다.
지금까지 이 모든과정이 불과 30초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났고. 지켜보던 반아이들은 넋이 나간듯 입을 다물지못한채 멍하니 나를 응시했다.
나가떨어진 강준석 패거리는 용케 일어서며 분한듯 날 노려보긴했으나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그냥 노려보고만 있었고 그러는 동안 나이트메어는 '이제 니가 알아서 정리해라' 는 말만 남기고 어느새 나와 교대했다.
앞에 막고있던 유리가 사라진듯 선명하게 보이는 기쁨을 뒤로한채 마지막으로 한마디 쏘아부쳤다.
"용건있으면 이제 학교 끝나고 와라 얼마든지 들어줄테니"
내가생각해도 정말 멋있는 순간 이었다. 속사정을 알리없는 아이들은 전과달리 날 우러러 보는 이까지 있었고 아무튼 눈빛자체가 어제와는 딴판이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말을걸어오는 이는 없었다.
아직까진 강준석 패거리의 영향력이 남아있으리라..
내가 자리에 앉자 강준석 패거리들은 분한지 씩씩데며 교실밖으로 나가버렸고 그와동시에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내에 울려퍼졌다.
강준석패거리들을 내가 때려눕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교내에 퍼졌고 소문이란게 언제나 그렇듯 꼬리에 꼬리를물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와중에 와전되 심지어는 내가 초능력까지 부리는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1교시가끝나자 지민이가 학교로 왔고 우린 가볍게 눈으로 인사하고 서로 각자 할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종례시간이 될 무렵 지민이가 내 옆으로 지나가며 쪽지 하나를 건내주었고 거기엔 귀여운 필체로 '내 핸드폰번호야 너한테는 알려줘야 할것같아서^^ 라는 메시지와함께 번호가 적혀있었다.
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저장하였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간단한 종례를 마치고나서는 반아이들은 삽시한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가방을 챙기고 학교에서 나와 지민에게 문자를 보내려던 나는 어제 편의점 사장님과의 일이 떠올랐다.
'맞다.. 말도안하고 안나갔었지.. 이일을 어쩐다.' 일단 전화라도 드려야 할것같아 사장님 번호를 눌렀다. 익숙한 트로트 멜로디가 지겨워 질 무렵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을수있었다.
"사장님 어제는 정말 몸이 너무안좋아서 죄송했어요.. 저 짤린건가요?"
문득 아침에 담임선생님께 아프다는 연락을 드렸던 지민을 떠올리며 나도한번 써먹어보기로 했다.
"기준이냐? 내가 너때문에 어제 아오..!! 아 됐고 오늘부터 하던대로 나와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국물도 없는줄알아!"
"네! 감사합니다. 바로갈께요"
다행히 짤리지 않고 해결됨에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지민이에게 문자가 아닌 전화를 하기로 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약간은 무미건조한 혹은 심플할수도 있는 기본 연결음이 얼마나 울렸을까? 전화기 너머에서 귀여운 지민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를 듣는순간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안도감으로 목소리도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지민아 나야 기준이"
"아 이번호 저장하면 되는거양?"
"응 나 지금부터 아르바이트 하러가야되서 전화했어"
"오~ 너 아르바이트도해? 근성있네! 보기좋앙"
처음 지민이와 대화할때 들었던 말을 알리없는 지민이가 같은말을 하자 역시 사람마다 고유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원래 오늘 어제일도 있고해서 내가 밥 사려고 했는데 아르바이트 한다니 붙잡을수도 없넹.."
한층더 통통 튀는 그러면서도 새침한듯한 지민의 시무룩해진 목소리를 듣는순간 편의점 사장님께 좀 늦게 전화드릴껄..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꿈에그리던 그렇게 짝사랑하던 이렇게 너무나 귀여운 지민이가 밥을 사주신다는데!!! 나란놈이 하루만에 이게 왠 출세냐 흐흐 입가의 행복한 미소가 걸리다못해 입이 귀에 걸렸다..
"나 10시에 끝나거든 .. 그럼 그때라도 볼래? 아니 보자!! 내가 데리러갈게"
"10시면 좀 늦지않닝?.. 뭐 어차피 혼자 자취하는 처지에 할것두 없지만.. 근데 꼭 우리 연애하는거 같다 히히"
연애라는말에 폭발할듯 쿵쾅데는 심장을 뒤로한채 묵묵히 지민이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근데 너 우리집 모르잖아 어떻게 데리러와 바보야, 나는 너 일하는곳두 모르는데.. 아! 그럼 내가 열시까지 너네집앞에 가있는건 어때?"
헉 밤 10시에 혼자사는 남정네 집에 온다니 .. 뭐 어차피 어제 어찌됐든 같이 밤까지 보내놓고 새삼스럽게 뭘 놀라냘수도 있지만 어젠 그럴만한 상황이었고 지금은.. 어제완 전혀 다른 상황!!
이래서 남자들은 혼자사는 여자를 좋아하는 거겠지..? 머릿속에선 이미 지민이와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단계까지 가고있었고..
"왜.. 싫어?"
기다리다못한 지민이가 토라지는듯한 말투로 되물었을때야 내가 전화기를 붙잡고 므훗한 상상의 나래속에서 길을잃었다는것을 인지하고 서둘러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아냐!!! 이따가 10시에 볼..봄자아..보자 ..아.,. 봐!!'
"너 무슨 상상했니 .. 딱걸렸어.. 각오해! 아무튼 그럼 이따봐~"
솜사탕처럼 살살녹는 그녀의 목소리에 도취되 전화가 끊어진 후에도 귀에서 핸드폰을 떼지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서둘러 가게로 향했고 간단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했고 너무 설레는 나머지 일에는 집중이 하나도 안된탓에 -27100원을 매꾸며 다음 알바생과 교대했다.
일이끝나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던도중 핸드폰을 보니 10시 5분이었다. 약속한 시간은 열시니까 이미 와있을 지민을 생각하며 한걸음에 달려갔다.
집앞에 도착하자 검은색 후드티에 회색스키니진을 입고 빨간색 하이탑운동화를 신고 이쪽을보고있는 그녀가 있었다.
교복입은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사복을 입고있는 모습이 낮설긴 했지만 역시나 지민이. 이렇게 입은모습도 너무 앙증맞게 귀여워 미칠것만 같았다.
"많이 기다렸어? 헉헉"
쉬지않고 뛰어온탓에 숨이차서 헐떡이며 많이기다렸냐고 묻자 자기도 방금막온거라며 천천히 오지 왜 뛰었냐며 오히려 내걱정을 해주는 그녀였다.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들어갔고 난 잠시 그녀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한뒤 방에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그러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또 나가자구?"
"집에 먹을게 다 인스턴트식품 뿐이라.. 밖에서 먹자구 나때문에 저녁도 못먹었잖아"
"흠.. 이왕 들어왔는데 또 나가기 귀찮은데.. 차라리 시켜먹을까?"
"그것도 좋겠는데? 그럼 빨리 들어와"
시켜먹자는 지민의 말에 그러자고 한 나는 근처 배달가능한 음식점 카달로그를 훑어 보기 시작했다.
카달로그를 보고있던 나는 뒤에서 갑자기 지민이 안는 바람에 헛바람을 삼켰다.
"지..지민아.."
"오늘 하루종일 생각 많이했어. 기억이 끊겼든 아니든 그런건 상관없어. 니가 날 구해준건 변함없는 사실이잖아.. 그래서 나 널 좋아하기로 했어
아직은 너에대해 아는게 별로없지만 그건 조금씩 알아가면 되잖아. 어제 일 하나로 알았어. 내심 널 잡고싶어하는 내 마음을"
"지민아..."
천국에 온것만 같았다. 그동안 겪었던 비참했던 기억들이 송두리째 뽑히는 순간이었다. 난 바로 지민의 팔을 살며시 풀고는 뒤를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안으로 끌어당겨 있는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절대 놓치기 싫다는 마음을 담아서..
"고마워.. 지민아.. 정말 내가 잘할게.. 잘할게..."
그렇게 잠시동안 안고있던 나는 손을풀어 지민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그리곤 서서히 그녀의 떨리는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갔다..
서툴지만 그렇기에 더욱 뜨거웠던 키스.. 살며시 그녀가 입을 떼며 속삭였다.
"나 여기서 자고 가도돼..? 집에 가봤자 어차피 혼자인데.."
과연 이순간에 집에가라고 할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있기는 할까? 속으로 피식 웃은 난 고개를 끄떡였다.
베시시 웃는 천진난만한 그녀의 얼굴에 난 주체할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그녀를 침대에 사뿐히 눕힌후 키스를하며 그녀의 후드티안에 손을넣거 가슴을 만지며 나머지 한손으로는 그녀의 바지를 내리고 있었고.. 그녀의 손은 내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다 풀고난후
내 아랫도리로 내려가 사타구니를 간지럽히며 커질때로 커져 팬티를 찢고 나올것같은 내 물건을 잡아 쥐었다.
'하아..하아.. '
'흐..흐음... 하아..'
동영상으로 공부를 해오던 나에겐 실전은 생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반해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능숙한 솜씨였다.
아무렴 어때 지금 난 천국에 와있는걸.. 그렇게 알몸이된 그녀와 나는 한데 엉크러져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갔다.
마치 두번다시 못만날 사람처럼 미친듯이...
1교시를 마치는 요란한 종소리에 과거회상에 빠져있던 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무의식중에 창가쪽 모퉁이에 있는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역시 오늘도 지민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벌써 3일째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던 행복했던 그날밤 이후로 지민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 문자도 여러번 보내봤지만 전화기는 언제나 꺼져있을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집까지 찾아가보았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일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에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고 깨어있어도 깨어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졌고 강준석 패거리도 조용했으며.. 지난날의 나완 확연히 다른
질좋은 삶이 시작되었는데도 내 마음은 오리혀 점점 매말라만 같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이 흐르고 수업을 모두 마친 나는 늘 그러듯 아르바이트를 하러갔고 일을 하면서도 혹시나 지민이가 오진 않을까 내심 기대를하며 일을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부재중 문자나 전화가 없는지 살펴봤지만 그런 기록은 전혀 찾을수 없었다.
집에 오는 내내 그날 지민이와 잤던게 이렇게 된 원인은 아니었을까 하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고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행복해 보이기만 했다.
이윽고 집에 들어온 나는 몸에 힘이 빠지는걸 느끼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고 이상하리만큼 빠른 속도로 잠에 빠져들었다.
가로등 불빛조차 하나없이 미미한 달빛에 의존하는 어두운 골목길 .. 저 멀리 걸어가는 한 사람의 인영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인영은 점점 멀어져만 갔고 왠지모르게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난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려서 어느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이셩이란걸 알았고 뒷모습이 낮이익다는걸 느낄수있었다.
이내 난 지민일지도 모른다는 다급한 마음에 생각에 팔을 낚아채며 말했다.
"지민이니..?"
내말이 들리지 않는듯 그 여인은 걸음을 멈춘채 미동도 하지안았고 난 낙아챈 손에 전해져오는 이상라리만큼 차디찬 감각에 의아함을 감출수 없었다.
잠시후 그여인은 머리를 돌려 날 바라봤는데 너무 놀란 난 잡았던 팔을 놓으며 뒤로 몸을 빼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얼굴은 퉁퉁 불어서 질퍽거랬고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몰골이었고, 몸은 그대로인데 고개만 180도 돌아가는 기괴한 모습에 난 속에있는걸 게워내며 떨리는 공포에 몸이 굳었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난 극도로 공포에 떨려 목소리가 나오긴 커녕 손가락 마디 하나도 움직일수없었다
그 괴상한 여인은 그상태로 눈이라고 달려있는것으로 날 한동안 계속 응시하더니 금방이라도 갈라져 살점들이 바닥에 떨어질것 같아보이는 입술같은게 찌익 벌어지더니 이내 '대체 왜?' 라며 중얼거렸다.
생긴것도 괴상한게 말하는속도는 상상도 못할만큼 빠른속도로 중얼거리는것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큰 충격을 받으면 기절해버리던데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기절은 커녕 점점 더 정신이 맑아져만 가는 이 상황에 역시 영화나
드라마는 다 설정이었다는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대체..왜?.."
"대체..왜?.."
"대체..왜?.."
"대체..왜?.."
"대체..왜?.."
"대체 왜..? 라니.."
이해할수없는 그 괴상한 여인의 행동에 너야말로 대체 왜그러는건데!? 하며 울컥 짜증이났고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려 하고있었다.
"......."
내 생각을 읽은건지 그 괴상한 여인은 하던행동을 멈추더니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것이었다. 그리곤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내 코앞까지 날아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꿈이었다. 깨어보니 침대시트는 온통 땀으로 다 젖어있었고 온몸은 시근땀으로 범벅이되 누가 보면 마치 목욕이라도 하고온것 처럼 보일정도였다.
"하아...하아..."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옆에있던 물컵을 들어 입을 살짝 축인뒤 그제서야 내 방이라는 사실에 진정이 되었는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5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학교에 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나 이렇게된거 그냥 일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화장실로가 세안을 하고 나왔다.
씻고나니 확실히 더욱더 정신이 맑아졌고 찝찝한 기분을 애써 털어 버리며 이른 아침을 차려 먹었다.
꿈을관장하는 신이란것에 몸을 맡긴 내가 이런 악몽을 꾼다는게 좀 웃겼는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어찌보면 당연할수도 있는 일이고..
식사를 끝내고 침대에 앉아 지민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역시나 전화기는 꺼져있었고 .. 애써 잊으려고 털어버렸던 꿈까지 자꾸만 떠올라 불안감에 언제 웃었는듯 표정은 딱딱해져갔고 마음은 다시 무거워져만 갔다.
"오늘도 못나오는건가..? 무슨일이 생긴게 분명한데..흐..흑.."
지민에게 분명히 무슨일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일전에 꿈에서 강준석패거리한테 지민이를 구해주지 못했던 장면과 오버랩되며 감정에 복받쳐 눈물이 흘렀다.
그때 분명 나이트메어와 계약하며 지민이는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내가 지키기로 마음먹었것만.. 역시 나란 놈은..
얼마나 울었을까? 난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어차피 일찍 일어났겠다 지민이네 집에 다시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서둘러 집을 나와 지민이네 집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재촉했고
어느새 지민이네 집앞에서 벨을 누르려는 나를 볼수있었다. 이런 이른시간의 남의집 벨을 누른다는게 혼자살기에 가능한거였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었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소리에 난 벨누르는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고, 뒤에는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다부진 인상의 왠 사내가 서있었다.
"이기준씨 맞습니까?"
처음보는 사내가 이른아침에 그것도 지민이 집앞에 있다는것에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는데 내 이름까지 알고있자 왠지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이윽고 그 사내는 한장의 사진을 꺼내며 내게 내밀었고 그 사진속의 주인공은 내가 그렇게 애타게 찾고있던 지민이었다.
2부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