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11

그라시아스2013.04.10
조회1,625

출처 - 웃대 (못된야옹)님 -

 

 

 

 

 

 

 

 

 

 

 

 

2부. 꿈과현실














"아시는 얼굴이죠?"

암 알다마다 내가 그렇게 찾던 지민이를 어찌 모를수 있단 말인가? 사내가 건낸 사진을 보고 있던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남자는 누구지? 도데체 누구길래 지민이를 찾는것이며 내이름은 어찌 알았단 말인가. 역시 지민이에게 무슨일이 생긴것인가? 그렇다면 분명 이남자와 연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점만 커더가던걸 알아챈것인지 사내가 이어서 입을 열었다.

"전 강력계 형사입니다. 아무쪼록 조사에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사내는 자신을 소개하며 경찰 신분증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고 그 순간 주변의 공기마저 얼어붙은듯 내감각은 싸늘해져만 갔고 사내의 이어지는 말에 불길한 생각은 여지없이 들어맞고 있었다.


"박지민양이 오늘 새벽 강에서 숨진채 발견되었습니다. 그것도 죽은지 꽤 시간이 지난듯 부패가 심한채로 말이죠."


뒷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니 청각을 잃은듯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점점 혼미해지는 정신끈을 놓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이봐요 이기준씨 이기준씨!! 이기...."







익숙한 골목길 .. 저 멀리 한 인영이 보인다.. 너무 낮이익다 어디서 본것만같은.. 마치 움직이기 싫어도 움직일수밖에없는 태엽을 끝까지 감은 장난감처럼 내몸은
그 인영이 있는곳으로 점차 가까워져갔고, 이내 그 인영은 고개만 180도로 돌아가며 날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대체왜 대체왜 대체왜 대체왜 대체왜 대체왜 대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무나 기괴한 그 모습에 난 미친듯이 괴성을 지르며 눈을 떳다.
갑자기 눈부신 빛에 눈살을 찌푸린 나는 몸을 반쯤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긴 어디지..?"

새하얀 벽지가 깨끗한 느낌을 자아냈고 형광등은 갈아 끼운지 얼마안되었는지 무척이나 밝았다. 커다란 창문에 노란색 커튼이 쳐져있었고 옆쪽으로는 작은 텔레비젼과 화분이.. 그리고 왔다갔다 하는
간호사들을 보며 이곳이 병원이라는건 어렵지 않게 알수있었디.

"정신이 좀 들어요?"

여긴 어떻게 온거지? 하며 기억을 더듬는와중에 갑자기 나타난 익숙한 사내의 얼굴을 보고 자초지종이 모두 떠올랐다. 지민이가 걱정되 찾아갔다가 우연히 만난 형사에게서 들은 지민이의 사망소식..
지민이가 죽었다니.. 정말이지 믿기지 않았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대체 지민이가 왜 죽었어야 한것인지..

"흐흐흑....흑...."

참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눈은 내 의지를 부정이라도 하듯 투명한 액체를 마구 흘려보냈고, 더이상 주체할수 없던 나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형사가 내미는 손수건을 받은 나는 고맙단 제스쳐를 하며 어느정도 후련해 졌는지 눈물을 닦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잇었다.

"충격이 크시겠지만 일단 조사는 해야되기에 간단한 질문 몇가지만 여기서 좀 하겠습니다. 학교측에는 병결로 이야기 해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괜찮으시겠죠?"

난 고개를 가볍게 끄떡이고는 형사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지민양을 본게 언제죠?"

"4일전쯤..일꺼에요."

"지민양이 무슨 고민이 있다거나 충격을 받을만한일이 있었습니까? 예를들면 가정폭력이라던지.. 따돌림이라던가.."

"그런거 전혀 없었어요.. 따돌림이라면 오히려 제가 받았지 지민이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어요..흐흑..."


다시한번 지난기억이 내 마음을 울렸고 난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아냈다. 일단은 지민이가 왜 죽었는지 타살인지 그렇다면 누가 죽인건지 내가 알아야 할 정보는 많았기에..
형사는 수첩에 내가 말하는것들을 간략하게 받아적으며 내게 이것저것 더 물어보았으나 마치 지민이 자살이라도 한것같은 뉘앙스였고 참다못한 난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형사님 지민이는 절대 자살하거나 그럴 애가 아녜요 이건 분명 누군가 죽인거라구요"

"이기준씨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자살하는사람이 언제 나자살할꺼라고 말한답니까? 한창 사춘기인걸 감안한다면 별로 이상한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반에서 친구도 없는것 같고..."

형사의 이어지는 말에 흥분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멱살을 잡았으며 소리를 질렀고 형사도 적잖히 당황했는지 눈빛의 흔들림이 보였다.

"신발 그게 경찰이라는 인간이 할말이냐? 대충 본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른사람말만 듣고 그렇게 쉽게 단정지어버리는게 말이돼냐고!!"

내말에 형사는 어린놈이 가소롭다는듯 내 팔을 뿌리치며 밀쳤고 현역 형사의 몸놀림을 미쳐 따라잡지 못한 난 뒤로 몇걸음이나 밀려나 버렸다.

"일단 진정좀 하시고, 부검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지금 현재로썬 자살이 가장 유력하기에 그런것이니 쉬면서 머리좀 식히시죠"

형사는 마치 짜증난다는듯 옷 매무새를 신경질쩍으로 다듬으며 내게 쏘아붙이듯 말하더니 이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고 이내 다리에서 힘이 풀린나는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지민아....네가 왜... 흐흐흑..."



언제 소란이 있었냐는듯 조용한 병실에선 내 흐느끼는 목소리만 서글프게 울려퍼졌다.









같은시각.


기준의 병실을 나온 형사는 병원 계단을 내려와 정문을 나서며 자신의 차에 탑승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통화음이 지나고 젊다면 젊다못해 앳띤 목소리의 남성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네 박형사님, 조사는 끝나셨습니까?"

"이봐 이형사 둘만있을땐 그냥 선배라고 불르랬잖냐"

"아하하 그러는 선배도 이형사가 뭡니까 푸풉.."

"듣고 보니 그렇군 흐흐흐.."

수화기 너머로 이형사라 불린 사내의 앳띤 목소리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좀 멀쑥했는지 박형사는 적당히 웃으며 수긍하더니 이내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는사이가 아니고선 좀전에 그사람이 맞아? 라는 의문이 생길정도로 좀전과 달리 진지한 분위기에 압도된듯 수화기 너머는 잠잠했다.

"내가 부탁했던건?"

"박지민양 통화내역 말입니까? 그건 메일로 이미 보내드렸는데요"

"그거말고 있잖아"

"아.. '그것' 말입니까? 거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죠 뭐..왠일이세요? 선배답지않게 진행상황을 물어보시고.."

"살짝 수정할게 있어서 말야. 이기준한테는 부검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만. 이번엔 좀 석연치가 않거든.. 내말 무슨뜻인지 알겠지?"

"알았어요. 그럼 늘 만나던곳에서 보도록 하죠"

"그래"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차안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박형사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배각을 꺼내 한개피를 입에물고는 불을 붙였고,
담배맛을 천천히 음미하던 그는 이내 반쯤 타들어간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지며 잠시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기준이라...."

자신의 멱살을 쥐어잡고 쏘아보던 이기준의 눈빛을 떠올리며 혼자 중얼거린 박형사는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하고 흥미로워하듯 천진난만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나와같은 부류일지도 모르겠군 흐흐"

이해할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이윽고 차에 시동을 걸어 병원을 빠져나갔고, 그곳엔 거의 다 타버린 담배꽁초만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있었다.
마치 좀전까지 누군가 있었다는것을 증명하려는듯...




















"대체왜!!!!!!"


"허억.."

어느샌가 울다 지쳐 잠이들었던 나는 또다시 익숙한 꿈에 헛바람을 삼키며 눈을 떳다.

"하아..하아.. 또 이꿈인가.."

도데체 이런꿈을 꾸는 이유를 알수없었던 나는 잠시나마 꿈을 뒤로하고 갈증이 났던탓에 옆에있던 컵에 담겨있던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실온에 있던만큼 미적지근한 물이 몸속을 구석구석 헤짚고 다녔고 이내 정신은 조금이나마 맑아지는듯 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네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난 아르바이트도 가야하고 여러가지로 상황정리도 할겸 병실을 빠져나왔다.
형사가 했던말이 떠올를수록 지민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것이라는 내 생각은 반대로 점점 확신이 들었고 그런이상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길을 걸으며 난 나이트메어와의 정신접촉을 시도해 보았다. 계약이후 내쪽에서 먼저 말을 거는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밤에만 내몸을 장악할수 있다던 계약조건과 달리 지난번 강준석과의
싸움으로 낮인데도 내게 관여했던 기억이 떠올랐기에 반대로 내쪽에서도 가능할거란 이론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지나지 않아 익숙한 음성이 내 머릿속을 울렸다.

"너란인간은 정말 기이하군. 밸런스가 맞춰진것도 그렇고 이젠 먼저 말까지 걸수도있다니.. 큭큭.. 이번엔 좀 오래놀수있을것 같은데?"

"묻는말에만 대답해줘. 넌 분명 밤엔 내몸을 장악할수 있다고했지? 그러면 지난밤 넌 내몸으로 뭘했지?"

처음과 달리 내가생각해도 건방져 보이는 말투였지만 지금은 그런거 따질데가 아니었기에... 다행히 나이트메어는 별로 신경쓰지않는지 딱히 뭐라고 반박하진 않았다.

"웃긴놈일세..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하지? 그것도 하찮은 인간따위에게 내가.. 왜? 같은몸에 들어와 있다고 니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크큭"

"제발.. 부탁이야 가르쳐줘..."

처음지민이가 죽었단 이야길 들었을땐 알지못했다. 그러나 매번 같은꿈을 꾸고 게다가 내몸속에 있는 나이트메어의 존재를 새삼 깨닫자 난 해선 안되는 상상을 하고있었다.
내손으로 지민이를 죽였을수도 있다는 상상을.. 지민이가 내게 해줬던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무당이 되신 어머니 그리고 지민의 몸속에 있던 나이트메어.. 그리고 지금의 나..
모든것을 종합해보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었다. 일전에도 그런이유로 속였지않은가.. 지민이의 아버지를 죽게만들었던 그 귀신을 내가 품고 있다는걸.. 지민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내게서 멀어져만 갈까봐.. 그렇게 이기적인 마음이 컷기에 이런 상황을 불러온것인지도 몰랐다.
물론 나이트메어와 지민의 아버지의죽음과 전혀 연관이 없을수도 있었지만 내 예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큭큭.. 웃기는군.. 부탁이라니 크크큭.. 싫다면?"

"역시 그렇게 나오시는군.. 그럼 내게도 생각이 있지"

"호~오?"

"지금 이자리서 죽어버리겠어 그럼 너도 데미지를 입을텐데?"

"......."

난 진심이었다. 처음 찾아온 사랑이 송두리째 뽑힌 내게 살 이유따윈 없었다. 지민의 한을 풀어주지 못하는게 억울하다면 억울하겠지.. 이런 상태론 강준석 패거리한테
그리고 반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받던 그때보다도 더 비참해서 도저히 견딜수 없었다.
처음 계약할때 나이트메어가 내게 한말에 따르면 다른사람의 몸으로 갈아타기전에 현 몸뚱이의 주인이 먼저 죽어버리면 자기도 어느정도 데미지를 입는다고 했었다.
그말은 즉 지금 내가 죽어버리는걸 녀석도 원치않을거란 말.. 그러므로 어느정도 협박이 먹힐것이라 생각했다.
원래에 나라면 금새 잊었을 계약조건이지만 나이트메어를 받아들이면서 여러가지 신체 기능이 전과는 사뭇달랐기에.. 기억력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말이 조금은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장난이아니라 진심이란걸 느낀것인지 나이트메어는 사뭇 조용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머릿속으로 나이트메어의 목소리가 울렸다.


"크크크크큭 캬하하하하하하핫.. 이 내게 협박을 하다니.. 너란인간은 정말 재밌는 놈이야 크하하하하하 크크큭"

한참동안 웃던 녀석은 이내 결정을 한것인지 웃음을 멈추더니 내게 물었다.

"맘에들었다 크큭 어차피 네놈은 내가 박지민이란 그 계집을 죽였나 안죽였나가 궁금한거겠지? 결론부터 말하지, 난 죽이지 않았다."

"정말이야? 그럼 지민이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는건가?"

"글쎄 크크큭 "

애매한 대답에 난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이내 억누르며.. 그럼 내가 현재 겪고있는 악몽에 대해 물어보려던 찰나,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나이트메어의 목소리가 다시한번 머릿속에 울렸다.

"기억력이 그렇게 많이 좋아진건 아닌거같은데? 크크큭 내가 일전에 했던말이 있을텐데?"

"뭘 말하는거야 ?"

"내가 박지민이란 계집의 몸에서 다른인간의 몸으로 갈아탄후의 미래를 본 니놈이 꿈이라고 했던것 기억하나? 그때 내가 말했지 그건 꿈이아니라 내가 관장하는 하나의 세계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현실에 어떤식으로든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도. 어찌되건 죽을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산다는것 말이야"

"그게 뭐 어쨋다는건데?"

"니가 지금 물어보려던 그 꿈이라고 주장하는 그것은 정말 꿈인걸까? 알아서 잘 생각해 봐라 크크큭 큭...크큭 "

나이트메어의 말에 순간 헛바람을 삼킨 나는 문득 꿈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스쳐지나가는 모습에 정신을 집중했다. 어두운 골목길, 점점 가까워 지는인영, 지민이라 생각하고 달려가서 낚아채던 내모습,
그리고 이내 돌아본 기괴한모습, "대체 왜?" 라고 내게 던진 질문.........
순간적으로 나이트메어의 말에.. 그 기괴한 모습의 여자의 얼굴이 지민과 오버랩되며 난 알아차렸다.. 그 기괴한 여인은 지민이라는것과 그 장소에 내가 있었음을...

"이건... 이건 결국 내가 죽였다는거잖아!!!"

길을걸으며 갑자기 왠 사내가 소리치자 주변 사람들은 별 미친놈 다보겠다는 표정으로 혀를차며 나를 힐끔힐끔 보며 지나갔다. 그러나 내겐 그런데 일일히 맞춰줄 여유가 없었고 난 다시 나이트메어를 재촉했다.
그러나 방금전과 달리 정신을 접촉할수가 없었고 어쩔수 없이 다시한번 혼자서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죽어서 사라저버리면 나이트메어도 확실히 데미지를 입는다는건 방금 확인한결과 사실이라는걸 증명해보였고, 그 상황에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겠지.. 즉 난 정말 죽이지 않았어..
그렇다면 그 장소에 있던 나는 대체 뭐란말이야.. 앞뒤가 전혀 안맞는 모순이잖아..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도통 감을 잡을수 없던 난 어느새 당도한 집에 들어가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진후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아르바이트를 가야할 시간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리가 되기전까진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러다 짤리겠지..
난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다시한번 차근차근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민의 이야기-


기준과 한데 엉켜 사랑을 나누던 난 지금 이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무당이된후에 처음 느끼는 행복이었다.
아이들은 무당딸이라며 귀신붙는다고 기분나빠했고 친구는 커녕 그누구도 날 제대로 봐주려 하지않았던..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도망치듯 엄마에게 편지한통만 남기고는 지금의 이곳으로 무작정 올라오던 그때에 기억이 어렴풋이 스쳐지나가자 나도 모르게 엄마생각이 나 눈물이 흘렀다.
이런 나를 보며 기준은 힘들면 자기한테 다 말하라고 평생 같이있어주겠다고 속삭였다. 정말 너무 고마웠고 마치 꿈만같았다.. 내게 이런날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그렇게 우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을 나눴고 그렇게 잠이들었다.
문득 잠에서깬 나는 기준이가 깰새라 조심조심 일어나 까치발로 걸으며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핑크색 팬티를 손에들어 입으려하는 찰나에
언제일어났는지 기준이가 몸을 반쯤 일으킨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일어났어~ 더 자지 않고"

내 대답에 잠이덜깬 얼굴로 빼꼼히 내 그곳을 보고있다는걸 알아차린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몸을 돌렸다.

"변태야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있어!!"

"아 미안미안.... 너무 행복해서.. 꿈인줄알았어.."

기준에 말에 왠지모를 동질감을 느꼈던 탓일까? 부끄러움은 어디가고 난 다시 돌아서 기준에게 다가갔다. 침대에 앉아있는 기준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내 그곳에 묻혔고 기준은 나를 팔로 감싸안았다.

"꿈이 아니야 .. 난 어디도 가지않아 기준아.. 네 옆에 항상 있을께"

"지민아.. 사랑해..."

그렇게 한참동안 기준의 머리를 감싸안고있던 나는 문득 왜 일어났었는지 생각이난듯 팔을 풀고 기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내가 맛있는거 만들어줄게, 그래서 지금 이것저것 집에서 챙겨오려구"

"그럼 같이가지 왜.."

"아냐 좀더 자구있어 금방갔다올께"

같이가자구 자꾸만 달라붙는 기준을 겨우 달래 재운후 서둘러 집을나섰다.
늦은 밤의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번쩍들었던 나는 종종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했고 신기하게도 평소보다도 사람들의 모습은 적었지만
딱히 특별한 생각은 들지않았다.
익숙한 길을지나 횡단보도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나는 조금이나마 더 빨리 가기위해 지하도를 이용하기로 했고 횡단보도를 뒤로하고 옆쪽의 지하도 출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게 이어져있는 지하도를 나와 예전에 가끔 이용해왔던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중간정도 접어들었을때쯤 오랫만이라 그런걸까 왠지모를 위화감에 기분이 이상했던 나는 그냥 횡단보도로 갈껄.. 이미 떠난 버스처럼 늦은 후회를 하며 빨리 걷기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순간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겁이난 나는 좀더 점점 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고 내 걸음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발자국 소리도 덩달아 빨라져 갔다.
몇개없는 가로등 불빛마저 '지직 지직' 소리를 내며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고 덕분에 이 상황은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방불케 했다.
이건 확실히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고 난 뛰다 싶이 하며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

"어라..?"

뒤를 돌아보자 누군가 날 따라오는게 보였고 문득 낮익은 모습에 난 걸음을 멈췄다. 다름아닌 기준이었기에..

"에이~ 모야 놀랬잖아.. 그냥 자고 있으라니까 따라온거야?"

내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았는지 기준은 말이없었고 무표정으로 날 응시한체 아무말없이 다가오기만 했다. 왠지모를 불안감에 난 다시한번 입을열었고 기준은 여전히 묵묵부답인채
점점 나와 가까와졌다.

"기..준아..?"

그순간 기준은 돌연 빠르게 내게 달려오더니 날 와락 끌어안았고, 기준의 품에안긴 나는 긴장을 풀며 살짝 토라진듯 말했다.

"모야.. 나진짜 무서웠잖아.. 이런 장난 치지마!! ..그래두 와주니까 너무 좋다.. 거의 다왔으니까 빨리 가자"

내심 와줘서 너무나 고마웠기에 방금까지의 장난은 그냥 넘어가기로 한 난 슬슬 팔을 풀고 앞장서 걸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기준은 아직까지도 아무말이 없었고 풀렸던 긴장의 끈은 마치 끊어질듯
늘어난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자리 잡았고 그런 난 섣불리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한채 가만히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지울수없고 차갑다못해 섬뜩해지는 주변 공기마저도 날카로운 바늘이되서 온몸을 꿰뚫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다시 뒤에서 기준의 발소리가 들려왔고 이윽고 그는 날 뒤에서 내 팔을 잡았다. 기준이라곤 생각할수없을만큼 아니 산사람이라곤 생각할수없을만큼 차가운 손이 내 팔을 감싸자
마치 팔이 잘려 떨어지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팔에는 아무감각도 없었고 난 금방이라도 자지러지게 울것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기..준아.. 대체.. 왜..ㄱ.."




'뚜두둑'





'털썩'





기준이라 불린 남자는 목이 반대로 돌아가 쓰러지는 여자를 보고는 기분나쁘게 웃기 시작했고 고요한 공간에 기왓장 깨지는듯 기분나쁜 소리가 울려 퍼지다.. 이내 그 소리는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져버렸다.
한 남자에 의해 한 여자의 생명이 안타깝게도 무참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마치 그 상황을 즐기는듯 히죽데던 그 기분나쁜 남자는 여자의 시신을 커다란 자루에 넣고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 남자는 알지못했다.











또 한명의 누군가가 그 장소에 있었다는걸 ...










그리고.. 그건..














이기준이었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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