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별들이 시커먼 밤하늘을 수놓듯, 공터로보이는 어두운 공간을 두개의 불빛이 한데 뒤엉켜 서로 그곳을 지배하려는듯 정신없이 움직이고있었다. 은은히 빛나는 푸른빛과 검은빛은 마치 도깨비불을 연상케했고, 만약 누군가 그곳에있다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넋을잃고 기절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곳엔 실로 그 광경에 넋을 잃고 정신줄을 놔버린 사람이 있었고.. 그건 준석이었다.
'하아 하아'
난 그다지 상황이 좋지못했다. 머리는 언제 깨졌는지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왼팔은 아까 무리한 탓에 뼈가 부러진듯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 밖에도 몸 여기저기 성한곳이 하나도없었고, 피를 너무 쏟은 탓인지 정신마저 혼미해지자 점점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그에 비해 사내는 여기저기 생채기 난것 빼고는 멀쩡해보였고 그도 그걸 알고있었는지 여유롭게 걸어오며 입을열었다.
"이제 슬슬 끝내야겠군, 마지막으로 남길말 없나?"
'젠장 어떻게 저렇게 강한거야 도저히 난 이길수 없는건가?' 분명 좀전까지만 해도 내게 승산은 있었다. 그러나 녀석이 준석을 고의적으로 노릴줄은 상상도 하지못했다. 난 기절해있는 준석을 지키며 싸워야했고 당연히 밀릴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 힘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않는한... 그런도중에 방금 또한번 고의적으로 준석을향한 일격을 막아내다가 왼팔이 제기능을 하지못하게 되었기에.. 승산은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겐 나이트메어의 지식외엔 실전경험이 전혀없었기에 애초부터 저놈말대로 허세를 부렸던건 나인지도 몰랐다.
"젠장... "
무의식적으로 입에선 욕짓거리가 튀어나왔고, 사내의 입고리는 점점더 올라가 금방이라도 입이 귀에 걸릴듯한 괴기스러운 표정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까의 그당당함은 어디갔나? 킥킥.. 역시 벌렌 어쩔수 없구나 킥킥킥"
"닥쳐 이 개자식아"
"여전히 입만살았군 킥킥.. 그 주둥이부터 요절을 내주마"
순간적으로 사내의 신형이 흐릿해졌고 머릿속에서 나이트메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온다'
나이트메어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녀석의 신형은 모습을 감췄고, 난 서둘러 기척을 찾기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오른쪽!!'
이어지는 나이트메어의 말에따라,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들어 녀석의 발를 막아냈다.
그러나 한손으로 막는대는 한계가 있었고 덕분에 뒤로 몇걸음 밀려나버린 난 이어지는 녀석의 주먹에 정확히 얼굴을 내주고말았다.
"크헉.."
세차게 땅을구른 나는 고통을 느낄 결흘도 없이 그반동으로 굴러일어났고 눈은 녀석의 위치를 찾고있었다.
"어디보냐 병신아"
어느새 뒤에서 들려온 기분나쁜 목소리에 급히 몸을돌렸으나, 녀석의 손이 훨씬 빨랐다. 녀석은 순식간에 내목을 움켜잡아 번쩍 치켜들었고, 장난아니게 강한 그 악력에 난 고통에 몸부림치며 이내 발로 녀석의 얼굴을 노렸다. 내 발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녀석의 머리로 들어갔고 이내 기분나쁜 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탁'
'뚜두둑'
"크아아아아아!!"
그러나 비명소리는 내입에서 나왔고, 놈은 발로찰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듯 왼손으로 가볍게 내다리를 잡아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리듯 반대로 꺽어버렸다
"이제 한쪽다리도 못쓰겠네? 킥킥킥 너 진짜 재미없다 킥킥"
녀석은 이제는 거의 실신하다시피한 내몸을 준석이 있는곳으로 내팽게쳐버리곤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렇게 결국 죽는건가.... 지민아.......'
녀석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품에서 무언갈 꺼내었고 그건 제법 긴 단검이었다. 단검을 손에 쥔 녀석은 마치 도마위에 올려져있는 생선을 보는듯한 표정으로 입가의 미소를 짓고있었는데 그 모습이 현 상황과 어우러져 실로 절망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때마침옆에서 나지막히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괜..찮냐..?"
언제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준석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애써 태연한척하며 멋쩍은 웃음을 흘릴뿐이었다. 서둘러 벽에 몸을 기댄체 어거지로 몸을 일으킨나는 녀석의 공격에 대비해 쩔뚝거리는 다리로 자세를 잡았다. 그모습이 매우 볼썽 사나웠는지, 준석은 어느새 몸을 일으켜 내옆에 나란히 섰고 황급히 난 그런 준석을 제지했다.
"몸도성치않은게 뭐하는거야 놈은 내가 막아낸다. 몸 가눌수 있으면 얼른 도망쳐"
"병신새끼 잘난척은.. 머리가 약간 울릴뿐이야 너야말로 도망가지 그래?"
기껏 걱정해줬더니 욕짓거리를 내뱉자 짜증이 치밀었던 나는 녀석을 쏘아봤고 준석은 그런 내가 어이없었는지 실소를 머금고 말꼬리를 잡았다.
"나 강준석이야 새꺄 얼마전까지 빵셔틀이었던게 오지랖은.."
"죽고싶어 환장했어? 니힘으론 어림도 없어! 얼른 도망가기나 하라고!!"
난 그런 준석을 내뒤로 물러서게 하며 자세를 다시 바로잡아 정신을 집중했고, 그런 모습에 녀석은 재밌다는듯 입을열었다.
"놀고들있네 벌레들이.. 어차피 둘다뒈질껀데 뭔걱정이야 키키킥"
말이끝남과 동시에 녀석은 나를향해 달려들었고, 난 필사적으로 오른손에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럴시간을 주지 않겠다는듯, 속도를 더욱 높여 공격해들어왔고, 난 이미늦었다는 절망감에 눈을 질끈감았다. 그순간 뒤에서 누군가 낚아채는듯한 감각이 느껴졌고, 이내 차가운 금속이 살속을 헤짚는 기분나쁜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푸슈슉'
이윽고 내 눈앞에는 하나의 몸을 관통한 칼날과 피를 토하며 간신히 칼날을 부여잡고 몸을지탱하고있는 준석이 있었다.
"커헉.....허..억...헉...."
"하여튼 벌레새끼들이 끼어드는 꼬라지 하고는"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박혀있던 칼을 망설임없이 잡아뽑았고, 간신히 칼날로 지탱하던 준석의 몸은 바닥에 고꾸라졌다.
'털썩..'
"강준석!!!!!!!!!!!!!"
난 재빨리 준석에게 다가가 몸을 부축했고, 준석은 피를토하면서도 뭐라그리 좋은지 어렴풋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있었다.
"누가 너더러 이런짓하랬냐 이 병신아 도망가라고 했잖아 신발...흑..흐흑..."
"너야말로....커헉...헉..헉.. 잽싸게 튀라고 했잖냐....빵....허억.."
쉬지않고 끝없이 피가 흐르는 준석의 배를 손으로 막아내며 눈물범벅이된 난 필사적으로 지혈을시도 했다. 허나, 이미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있는 피의양에.. 가망은 전혀 없어보였다.
지민이 원수를 갚아달라는 마지막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채.. 준석은.. 그렇게... 눈을감았다..
"흐으으윽....이런...말도 안되는......"
"벌레새끼들이 오글거리게 질질짜기는 킥킥.. 니놈도 곧 따라갈텐데 뭐가 걱정이냐 키키키킥"
'지민이도 지켜내지 못했는데.. 또 이런 일이... 이번에도 ...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나란 새끼는 정말..... 흐으으윽...흐흑..' 자신을 자책하며 슬픔에 빠져있던것도 잠시, 녀석이 뱉은 한마디에 난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에 몸을맡긴채 이성을 잃었고, 그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몇시간전-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 순간 문득 스쳐지나가는 궁금중에 나이트메어를 불렀다.
"물어볼게 있어"
"뭐냐 큭큭.. 마음이 바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내심 불안한듯 나이트메어는 억지로 웃는듯한 떨리는 목소리였고 처음보는 그런모습에 가볍게 피식 웃던 난 입을열었다.
"그게 아니라, 네놈이 말하는 그존재 말이야.. 대충 얼마나 강한거야? 인간의 상식밖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감이안와서 말이지"
"걱정하지마라. 놈이나 나나 인간계에서 사용할수있는 힘엔 한계가 있으니까. 너와 난 적당히 놈의 힘만 빼놓으면 되는거야. 그다음엔 내가 녀석을 장악하고있던 인간의 몸과 강제로 분리시켜 인간계를 벗어난후 처리할거니까.."
나이트메어에게서 '장악하고있던 인간' 이란 말을 듣자 과거 나이트메어가 내 몸속에 깃들면서 했던말이 생각난 나는 서둘러 물었다. 분명 그당시 나이트메어는 내가 자신의 힘을 반만 허용했다며 신기하다며 의아했었기에..
"그 존재라는게 너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일거라고 했잖아.. 그놈은 완전히 인간의 몸을 장악해 사용하는반면 지금의 넌 나로인해 힘의 반밖에 쓸수가 없잖아? 근데 놈의 힘을빼놓는게 가능할까?"
"......끄흠.."
내 물음에 나이트메어는 '아 그랬지..' 하는듯한 신음을 내뱉으며 침묵으로 일관했고.. 불현듯 뭔가 생각났던 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는것같아"
"나조차도 답이안나오는걸 네가 안다고..?"
분명 일전에 나이트메어는 인간에 몸에 깃들면 그 인간은 얼마 버티지못하고 혼이 쇠약해버려 사라지게된다고 했다. 인간의 몸과 혼은 뗄레야 뗄수없는 밀접한 관계는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혼이 쇠약해지면 육신 역시 약해지는건 당연한 일. 실제로 빙의된 사람들을 보면 몸이 건강한 경우는 드물다. 지나친 피로감에 지쳐 무기력해져 있는게 보통이지. 즉, 반대로 몸이 지치게 되면 혼도 쇠약해지는게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내몸이 심하게 지치게되면 내혼도 쇠약해지겠지?"
"분명 그렇겠지.."
"그럼 그때를 놓치지말고 네 힘을 전부 내 몸에 주입시켜"
"뭐..?"
"지금 상태로 녀석의 힘을 빼놓을수 있을지도 의문이잖아. 그러니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내 몸을 장악해달라고. 그런 상황이라면 이미 많이 지쳐있을테니까"
"그렇게되면 네 혼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못한채 소멸할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거냐?"
"좋고 싫고가 어딨어. 어차피 진작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는데.. 지민이 복수를 위해 쓰는거라면 상관없어."
"........"
"그리고 어차피 그놈의 힘을 빼고나면 분리시켜 인간계를 벗어나 처리한다며,, 그럼 갈아탈 인간의몸은 더이상 필요없잖아? 거기다 혹시알아? 내 혼이 사라지지 않고도 네힘을 전부 받아들일지...."
"분명.. 처음 네몸에 들어갔을땐 실로 놀라웠다.. 내힘을 절반만 받아들이는 모습이말야... 어쩌면 네말도 일리가 있을지도.... 그치만 되도록이면 그런일을 안만드는게 좋겠지"
"그래.. 하지만 만에하나 그렇게 된다면 꼭 내말대로 해줘. 부탁하마"
"....미안하다.. 너한테 신세만 지게되는군..."
"입에 발린소리 하지마. 어차피 벌어진일. 내가 할수있는걸 다 해보려는것 뿐이니까..."
".....알았다"
나이트메어는 마지못해 승낙했고, 난 최대한 마음을 다잡으며 미소지었다.
'준비는 됐나?'
'어..저런 피래미때문에 쓰게될줄은 몰랐지만 말야'
'...정말 괜찮은거겠지?'
'어.. 그래'
'알았다.
사내는 마치 한편의 심파극을 감상하는듯 히죽거리며 웃고있었고, 이내 준석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들고 서서히 기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쉬이이이익'
'팅~'
이내 마무리를 짓기위해 힘껏 내질렀던 칼이 기준의 몸에 닿기도전에 튕겨나버리는 예상치못한 상황에 적잖게 놀랐는듯, 사내는 의아한 표정으로 기준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또 뭔데 시발.. 명줄한던 더럽게 길고만 이 벌레새끼는"
어느새 서서히 몸을 일으키던 기준은 고개를 푹 숙인채 묵묵히 있을뿐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그런반응에 사내는 기분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이제 잡신나부랭이께서 납시셨나?"
순간적으로 고개를 든 기준을 눈을떳고 그 눈은 이미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흰자위는 전혀 찾아볼수없었고, 온통 검은.. 마치 블랙홀을 연상케하는듯한 신비스러움마저 자아냈고, 그눈과 마주한 사내는 온몸에 오한이 돋았다.
"..그 ..그눈은.. 뭐냐......."
몸은 마치 사시나무처럼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넋을 잃은듯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가기까지 했다.
"이건..대..체....ㅁ..."
그러나 바람을 가르는듯한 파공음에 사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쐐에에엑'
'툭'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내의 오른팔은 어느새 땅에 떨어져, 몸에선 피분수가 일고 있었고, 사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한번의 파공음이 그의 귓가에 멤돌았다.
'쐐에에에에엑'
'투둑'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적으로 기준의 몸에서 검은기운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사내의 왼쪽 다리는 본연의 위치를 잊은듯 바닥에서 나뒹굴고있었고, 이어서 사내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른팔과 왼쪽다리를 잃은 사내는 몸을 구르며 미칠듯한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런 그를 아무 감정없이 바라보던 기준은 이윽고 오른손을 들었다.
사내는 그런 기준의 손을 바라보았고,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들이 모여 검의 모양을 갖춰가자 고통에 몸부림치던것도 잊은채 필사적으로 도망치려했다. 팔한짝과 다리하나로 볼썽 사납게 바닥을 기어가는 사내의 모습에 기준의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가고있었고, 그순간 오른손을 일직선으로 그으며 크게 휘둘렀다.
'쐐에에에에에에엑'
'챙'
익숙치 않은소리에 일순간 미간에 내천(川)자로 주름이 잡혔던 기준은 자신의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린 하나의 인영을 쏘아보았다.
"조용히 처리하라고 얘기했것만... 꼬라지 하고는.."
죽음의 공포에서 간신히 벗어난 사내는 자신앞에서 나지막히 깔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떳고 익숙한 인영의 모습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한참동안 사내를 응시하던 인영은 이내 고개를 돌려 기준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은 일말의 동요도없이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15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기 까지만 올리 겠습니다.
하루 마무리 잘하시구 좋은 밤 되세요.
출처 - 웃대 (못된야옹)님 -
6부. 각성
'쉬리리릭'
'푸슉'
'쉬이익'
빛나는별들이 시커먼 밤하늘을 수놓듯, 공터로보이는 어두운 공간을 두개의 불빛이 한데 뒤엉켜 서로 그곳을 지배하려는듯 정신없이 움직이고있었다.
은은히 빛나는 푸른빛과 검은빛은 마치 도깨비불을 연상케했고, 만약 누군가 그곳에있다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넋을잃고 기절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곳엔 실로 그 광경에 넋을 잃고 정신줄을 놔버린 사람이 있었고.. 그건 준석이었다.
'하아 하아'
난 그다지 상황이 좋지못했다. 머리는 언제 깨졌는지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왼팔은 아까 무리한 탓에 뼈가 부러진듯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 밖에도 몸 여기저기 성한곳이 하나도없었고, 피를 너무 쏟은 탓인지 정신마저 혼미해지자 점점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그에 비해 사내는 여기저기 생채기 난것 빼고는 멀쩡해보였고 그도 그걸 알고있었는지 여유롭게 걸어오며 입을열었다.
"이제 슬슬 끝내야겠군, 마지막으로 남길말 없나?"
'젠장 어떻게 저렇게 강한거야 도저히 난 이길수 없는건가?' 분명 좀전까지만 해도 내게 승산은 있었다. 그러나 녀석이 준석을 고의적으로 노릴줄은 상상도 하지못했다.
난 기절해있는 준석을 지키며 싸워야했고 당연히 밀릴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 힘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않는한...
그런도중에 방금 또한번 고의적으로 준석을향한 일격을 막아내다가 왼팔이 제기능을 하지못하게 되었기에.. 승산은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겐 나이트메어의 지식외엔 실전경험이 전혀없었기에 애초부터 저놈말대로 허세를 부렸던건 나인지도 몰랐다.
"젠장... "
무의식적으로 입에선 욕짓거리가 튀어나왔고, 사내의 입고리는 점점더 올라가 금방이라도 입이 귀에 걸릴듯한 괴기스러운 표정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까의 그당당함은 어디갔나? 킥킥.. 역시 벌렌 어쩔수 없구나 킥킥킥"
"닥쳐 이 개자식아"
"여전히 입만살았군 킥킥.. 그 주둥이부터 요절을 내주마"
순간적으로 사내의 신형이 흐릿해졌고 머릿속에서 나이트메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온다'
나이트메어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녀석의 신형은 모습을 감췄고, 난 서둘러 기척을 찾기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오른쪽!!'
이어지는 나이트메어의 말에따라,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들어 녀석의 발를 막아냈다.
그러나 한손으로 막는대는 한계가 있었고 덕분에 뒤로 몇걸음 밀려나버린 난 이어지는 녀석의 주먹에 정확히 얼굴을 내주고말았다.
"크헉.."
세차게 땅을구른 나는 고통을 느낄 결흘도 없이 그반동으로 굴러일어났고 눈은 녀석의 위치를 찾고있었다.
"어디보냐 병신아"
어느새 뒤에서 들려온 기분나쁜 목소리에 급히 몸을돌렸으나, 녀석의 손이 훨씬 빨랐다.
녀석은 순식간에 내목을 움켜잡아 번쩍 치켜들었고, 장난아니게 강한 그 악력에 난 고통에 몸부림치며 이내 발로 녀석의 얼굴을 노렸다.
내 발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녀석의 머리로 들어갔고 이내 기분나쁜 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탁'
'뚜두둑'
"크아아아아아!!"
그러나 비명소리는 내입에서 나왔고, 놈은 발로찰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듯 왼손으로 가볍게 내다리를 잡아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리듯 반대로 꺽어버렸다
"이제 한쪽다리도 못쓰겠네? 킥킥킥 너 진짜 재미없다 킥킥"
녀석은 이제는 거의 실신하다시피한 내몸을 준석이 있는곳으로 내팽게쳐버리곤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렇게 결국 죽는건가.... 지민아.......'
녀석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품에서 무언갈 꺼내었고 그건 제법 긴 단검이었다. 단검을 손에 쥔 녀석은 마치 도마위에 올려져있는 생선을 보는듯한 표정으로 입가의 미소를 짓고있었는데
그 모습이 현 상황과 어우러져 실로 절망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때마침옆에서 나지막히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괜..찮냐..?"
언제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준석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애써 태연한척하며 멋쩍은 웃음을 흘릴뿐이었다.
서둘러 벽에 몸을 기댄체 어거지로 몸을 일으킨나는 녀석의 공격에 대비해 쩔뚝거리는 다리로 자세를 잡았다. 그모습이 매우 볼썽 사나웠는지, 준석은 어느새 몸을 일으켜 내옆에 나란히 섰고 황급히 난 그런 준석을 제지했다.
"몸도성치않은게 뭐하는거야 놈은 내가 막아낸다. 몸 가눌수 있으면 얼른 도망쳐"
"병신새끼 잘난척은.. 머리가 약간 울릴뿐이야 너야말로 도망가지 그래?"
기껏 걱정해줬더니 욕짓거리를 내뱉자 짜증이 치밀었던 나는 녀석을 쏘아봤고 준석은 그런 내가 어이없었는지 실소를 머금고 말꼬리를 잡았다.
"나 강준석이야 새꺄 얼마전까지 빵셔틀이었던게 오지랖은.."
"죽고싶어 환장했어? 니힘으론 어림도 없어! 얼른 도망가기나 하라고!!"
난 그런 준석을 내뒤로 물러서게 하며 자세를 다시 바로잡아 정신을 집중했고, 그런 모습에 녀석은 재밌다는듯 입을열었다.
"놀고들있네 벌레들이.. 어차피 둘다뒈질껀데 뭔걱정이야 키키킥"
말이끝남과 동시에 녀석은 나를향해 달려들었고, 난 필사적으로 오른손에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럴시간을 주지 않겠다는듯, 속도를 더욱 높여 공격해들어왔고, 난 이미늦었다는 절망감에 눈을 질끈감았다.
그순간 뒤에서 누군가 낚아채는듯한 감각이 느껴졌고, 이내 차가운 금속이 살속을 헤짚는 기분나쁜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푸슈슉'
이윽고 내 눈앞에는 하나의 몸을 관통한 칼날과 피를 토하며 간신히 칼날을 부여잡고 몸을지탱하고있는 준석이 있었다.
"커헉.....허..억...헉...."
"하여튼 벌레새끼들이 끼어드는 꼬라지 하고는"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박혀있던 칼을 망설임없이 잡아뽑았고, 간신히 칼날로 지탱하던 준석의 몸은 바닥에 고꾸라졌다.
'털썩..'
"강준석!!!!!!!!!!!!!"
난 재빨리 준석에게 다가가 몸을 부축했고, 준석은 피를토하면서도 뭐라그리 좋은지 어렴풋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있었다.
"누가 너더러 이런짓하랬냐 이 병신아 도망가라고 했잖아 신발...흑..흐흑..."
"너야말로....커헉...헉..헉.. 잽싸게 튀라고 했잖냐....빵....허억.."
쉬지않고 끝없이 피가 흐르는 준석의 배를 손으로 막아내며 눈물범벅이된 난 필사적으로 지혈을시도 했다. 허나, 이미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있는 피의양에.. 가망은 전혀 없어보였다.
"신발!!!!!!!!!!!!!"
"너한테..헉..헉.. 못되게 군거...커헉... 정말...미안했다...하아..하아... 지민..이.. 쿨럭..쿨럭.. 원수..꼭....갚..아.....ㅈ...."
"어이... 강준석.. 너 이것밖에 안되는새끼야?.. 죽을사람 처럼 왜이래.. 니가 직접 갚으라고..."
"........"
그러나 준석은 졸린듯 서서히 눈을 감았고, 이내 한번 몸을 부르르 떨더니 축 쳐졌다.
"장난하지마.. 미친새끼야...야....야........."
"........."
"신발 눈 뜨라고 !!"
"........'
"이 강아지가 끝까지.....흐,,,흐으으,,"
지민이 원수를 갚아달라는 마지막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채.. 준석은.. 그렇게... 눈을감았다..
"흐으으윽....이런...말도 안되는......"
"벌레새끼들이 오글거리게 질질짜기는 킥킥.. 니놈도 곧 따라갈텐데 뭐가 걱정이냐 키키키킥"
'지민이도 지켜내지 못했는데.. 또 이런 일이... 이번에도 ...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나란 새끼는 정말..... 흐으으윽...흐흑..'
자신을 자책하며 슬픔에 빠져있던것도 잠시, 녀석이 뱉은 한마디에 난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에 몸을맡긴채 이성을 잃었고,
그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몇시간전-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 순간 문득 스쳐지나가는 궁금중에 나이트메어를 불렀다.
"물어볼게 있어"
"뭐냐 큭큭.. 마음이 바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내심 불안한듯 나이트메어는 억지로 웃는듯한 떨리는 목소리였고 처음보는 그런모습에 가볍게 피식 웃던 난 입을열었다.
"그게 아니라, 네놈이 말하는 그존재 말이야.. 대충 얼마나 강한거야? 인간의 상식밖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감이안와서 말이지"
"걱정하지마라. 놈이나 나나 인간계에서 사용할수있는 힘엔 한계가 있으니까. 너와 난 적당히 놈의 힘만 빼놓으면 되는거야. 그다음엔 내가 녀석을 장악하고있던 인간의 몸과 강제로 분리시켜
인간계를 벗어난후 처리할거니까.."
나이트메어에게서 '장악하고있던 인간' 이란 말을 듣자 과거 나이트메어가 내 몸속에 깃들면서 했던말이 생각난 나는 서둘러 물었다. 분명 그당시 나이트메어는 내가
자신의 힘을 반만 허용했다며 신기하다며 의아했었기에..
"그 존재라는게 너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일거라고 했잖아.. 그놈은 완전히 인간의 몸을 장악해 사용하는반면 지금의 넌 나로인해 힘의 반밖에 쓸수가 없잖아? 근데 놈의 힘을빼놓는게 가능할까?"
"......끄흠.."
내 물음에 나이트메어는 '아 그랬지..' 하는듯한 신음을 내뱉으며 침묵으로 일관했고.. 불현듯 뭔가 생각났던 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는것같아"
"나조차도 답이안나오는걸 네가 안다고..?"
분명 일전에 나이트메어는 인간에 몸에 깃들면 그 인간은 얼마 버티지못하고 혼이 쇠약해버려 사라지게된다고 했다. 인간의 몸과 혼은 뗄레야 뗄수없는 밀접한 관계는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혼이 쇠약해지면 육신 역시 약해지는건 당연한 일. 실제로 빙의된 사람들을 보면 몸이 건강한 경우는 드물다. 지나친 피로감에 지쳐 무기력해져 있는게 보통이지.
즉, 반대로 몸이 지치게 되면 혼도 쇠약해지는게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내몸이 심하게 지치게되면 내혼도 쇠약해지겠지?"
"분명 그렇겠지.."
"그럼 그때를 놓치지말고 네 힘을 전부 내 몸에 주입시켜"
"뭐..?"
"지금 상태로 녀석의 힘을 빼놓을수 있을지도 의문이잖아. 그러니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내 몸을 장악해달라고. 그런 상황이라면 이미 많이 지쳐있을테니까"
"그렇게되면 네 혼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못한채 소멸할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거냐?"
"좋고 싫고가 어딨어. 어차피 진작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는데.. 지민이 복수를 위해 쓰는거라면 상관없어."
"........"
"그리고 어차피 그놈의 힘을 빼고나면 분리시켜 인간계를 벗어나 처리한다며,, 그럼 갈아탈 인간의몸은 더이상 필요없잖아? 거기다 혹시알아? 내 혼이 사라지지 않고도 네힘을 전부 받아들일지...."
"분명.. 처음 네몸에 들어갔을땐 실로 놀라웠다.. 내힘을 절반만 받아들이는 모습이말야... 어쩌면 네말도 일리가 있을지도.... 그치만 되도록이면 그런일을 안만드는게 좋겠지"
"그래.. 하지만 만에하나 그렇게 된다면 꼭 내말대로 해줘. 부탁하마"
"....미안하다.. 너한테 신세만 지게되는군..."
"입에 발린소리 하지마. 어차피 벌어진일. 내가 할수있는걸 다 해보려는것 뿐이니까..."
".....알았다"
나이트메어는 마지못해 승낙했고, 난 최대한 마음을 다잡으며 미소지었다.
'준비는 됐나?'
'어..저런 피래미때문에 쓰게될줄은 몰랐지만 말야'
'...정말 괜찮은거겠지?'
'어.. 그래'
'알았다.
사내는 마치 한편의 심파극을 감상하는듯 히죽거리며 웃고있었고, 이내 준석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들고 서서히 기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쉬이이이익'
'팅~'
이내 마무리를 짓기위해 힘껏 내질렀던 칼이 기준의 몸에 닿기도전에 튕겨나버리는 예상치못한 상황에 적잖게 놀랐는듯, 사내는 의아한 표정으로 기준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또 뭔데 시발.. 명줄한던 더럽게 길고만 이 벌레새끼는"
어느새 서서히 몸을 일으키던 기준은 고개를 푹 숙인채 묵묵히 있을뿐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그런반응에 사내는 기분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이제 잡신나부랭이께서 납시셨나?"
순간적으로 고개를 든 기준을 눈을떳고 그 눈은 이미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흰자위는 전혀 찾아볼수없었고, 온통 검은.. 마치 블랙홀을 연상케하는듯한 신비스러움마저 자아냈고,
그눈과 마주한 사내는 온몸에 오한이 돋았다.
"..그 ..그눈은.. 뭐냐......."
몸은 마치 사시나무처럼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넋을 잃은듯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가기까지 했다.
"이건..대..체....ㅁ..."
그러나 바람을 가르는듯한 파공음에 사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쐐에에엑'
'툭'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내의 오른팔은 어느새 땅에 떨어져, 몸에선 피분수가 일고 있었고, 사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한번의 파공음이 그의 귓가에 멤돌았다.
'쐐에에에에엑'
'투둑'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적으로 기준의 몸에서 검은기운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사내의 왼쪽 다리는 본연의 위치를 잊은듯 바닥에서 나뒹굴고있었고, 이어서 사내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른팔과 왼쪽다리를 잃은 사내는 몸을 구르며 미칠듯한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런 그를 아무 감정없이 바라보던 기준은 이윽고 오른손을 들었다.
사내는 그런 기준의 손을 바라보았고,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들이 모여 검의 모양을 갖춰가자 고통에 몸부림치던것도 잊은채 필사적으로 도망치려했다.
팔한짝과 다리하나로 볼썽 사납게 바닥을 기어가는 사내의 모습에 기준의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가고있었고, 그순간 오른손을 일직선으로 그으며 크게 휘둘렀다.
'쐐에에에에에에엑'
'챙'
익숙치 않은소리에 일순간 미간에 내천(川)자로 주름이 잡혔던 기준은 자신의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린 하나의 인영을 쏘아보았다.
"조용히 처리하라고 얘기했것만... 꼬라지 하고는.."
죽음의 공포에서 간신히 벗어난 사내는 자신앞에서 나지막히 깔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떳고 익숙한 인영의 모습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한참동안 사내를 응시하던 인영은 이내 고개를 돌려 기준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은 일말의 동요도없이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그건 다름아닌.. 기준도 안면이 있었던..
박형사..
박선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