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올라오는 글들 보니 정말 암담한 직장이 많네요. 그에 비하면 저는 행복해야 하겠지만 저도 참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 공간을 빌어서 씁니다. 저는 중학생 때 가족 모두 캐나다로 이민와서 대학을 음악교육 전공을 하고 전공에 따라 지금 초등학교 음악교사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게 아니라서 이 글이 공감이 안가실 수도 있겠네요. 한국은 교사가 임용고시를 치고 발령을 받지만 북미에서는 교사가 교사자격증을 받은 후에는 공기업에 취직하듯이 지역 교육청에 취직신청서를 내고 교육청 인사과 직원과 면접을 본 후 일단 땜빵교사가 됩니다. 땜빵교사는 제가 Teacher Teacher-on-Call을 억지로 한국말로 번역해서 만든 말인데 그게 뭐냐면 정규 교사들이 하루씩 이틀씩 결근을 하게 되면 그날 그날 하루씩 가서 아이들 맡아주는 교사입니다. 그렇게 보통 2, 3년 하다가 어느 학교에 정규직이나 기간제에 티오가 나면 지원하면 지원자 중에 연차가 많은 순서로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이 면접 보라고 연락이 옵니다. 교장 선생님의 면접을 본 후 맘에 들어하시면 특정 학교 교사가 되는 겁니다. 저는 지금 3년차이고요. 지금 있는 학교에서 참 골치 아픈 게 매년 올려야 하는 아이들 뮤지컬입니다. 학교 전통이라네요. 교장 선생님이 저를 면접하실 때 그 학교에 취직하게 되면 매년 7학년들을 연기 중심으로 4~7학년이 모두 뮤지컬을 연습해서 올리는 게 학교 전통이니 할 수 있겠냐고 하셔서 제가 경험은 없지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kindergarten에서 3학년 아이들 노래와 율동 연습 시켜서 크리스마스 공연해야 하고 4월 말에는 나머지 학년들 뮤지컬 연습시켜서 공연을 해야 한답니다. 주변에 어느 학교도 그렇게 매년 공연을 두번씩 하는 학교 하나도 없다는 건 취직하고 나서 나중에 알았어요. 4~6학년은 백그라운드 합창단이고 연기는 7학년이 하는데 7학년이 한국 나이론 13살입니다. 초등학교 최고학년이죠. 아이들 의상 마련하는데 도와주시는 학부모님도 한분 계시고 연기랑 춤 도와주시는 학부모님 한분 계십니다. 4~6학년 아이들 합창곡은 제가 걔들 각반 음악 시간에 곡들을 연습시키면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됩니다. (여기선 음악 교사 혼자서 전교에 전학년 음악을 다 가르칩니다. kindergarten부터 7학년까지. 그래도 파트타임인 불쌍한 음악교사. ㅠㅠ 한국처럼 교육부에서 만들어주는 교과서도 없이 교과 내용을 개별 교사가 직접 일일히 짜서 학습지도안으로 만들어서 가르쳐야 합니다.) 문제는 7학년들!!! 7학년들은 연극에서 대사를 맡는 아이들과 춤을 맡는 아이들로 나눠집니다. 대사를 맡는 아이들은 제가 수업 시간에 볼 수가 있어서 연습을 여차여차 시켜놨는데 춤을 맡는 아이들은 제가 정규 수업 시간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걔들은 방과 후 연습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본론은 이겁니다. 이 놈들이 하겠다고 처음에 말만 하고 춤추는 배역을 다 정해줬더니 (배역도 걔들이 희망한 것들로 줬음) 연습을 안나옵니다. 핑계는 다양합니다. 까먹었느니, 치과 가야 한다느니, 하키 연습 가야 한다느니, 농구 연습 가야 한다느니, 어린 동생 돌봐주러 가야 한다느니 등등.. 5월 2일이 공연이라서 이제 3주 밖에 안남았는데 연습에 나와야 하는 숫자의 30%밖에 안나옵니다. 한국처럼 체벌도 못하구요. 그렇다고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작년에 6학년 아이들 (그니깐 현재 7학년)보고 뮤지컬 하고 싶냐고 했더니 절반 이상이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전통이라 뮤지컬을 학부모들이 기대를 하고 있어서 하기는 합니다. 제가 2010년부터 이 학교 음악을 가르쳤는데 뮤지컬이 힘들어서 저 이전에 교사들 모두 1, 2년 하다가 다른 학교로 다들 전근 갑니다. 제가 3년차로 있는 게 음악 교사로써는 이 학교에서 진짜 오래있는 게 됩니다. 7학년들이 또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니 반항도 많고 말도 안듣는 나이입니다. 올해는 그나마 애들이 반항하는 애들은 별로 없는데 작년이랑 제작년 정말 힘들었죠. 작년은 근데 교사들 파업한다고 뮤지컬을 하진 않고 뮤지컬에 나오는 곡 5개 선곡해서 합창 발표로 대신했습니다. 교사 파업은 수업을 안하는 것까지 가기보단 (수업 거부 하루 했음) 1년 내도록 성적표를 써주지 않고 방과 후 클럽 활동이나 과외 활동 안하는 겁니다. 여긴 국가가 좌파 국가라서 모.든. 직장이 노조가 있고 교사들도 주 전체 똘똘 뭉쳐서 노조가 있죠. 노조에서 파업할지 주 전체적으로 투표도 하고 교육 예산 더 받으려고 정부랑 협상도 하고 억울한 교사가 있으면 변호도 해줍니다. 그리고 모든 교사는 교사자격증 받는 즉시 자동적으로 노조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노조는 각 주마다 하나씩. 노조에서 결정된 걸 불순종하면 벌금도 물려지고 신문에도 납니다. 하여튼 작년엔 교사들 파업 때문에 뮤지컬까지 안하고 합창 공연만 해서 편했습니다. 반항아들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연습 때마다 안나오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저 도와주시는 학부모들이 그 놈들 다 자르자고 하십니다. 다 자르면 원래 작품보다 너무 부실해 지기 때문에 안내키지만 할 수 없이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에휴... 말 안듣고 온갖 핑계 대고 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놨다가 이제 와서 하기 싫다고 하고 배역은 다 정해져 있고 의상도 갖고 오라고 해도 질질 끌고 안들고 오고. 퇴근해도 되는 시간보다 평균적으로 서너시간 늦게 퇴근하는데 저 혼자 뭘하나 싶습니다. 지금 6학년인 애들 데리고 내년에 뮤지컬 할 엄두도 안나네요. 다른 학교에 티오가 나면 한번 취직 신청을 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취직이 된단 보장도 없지만) 3년 동안 전 학년 아이들을 가르쳐 놨으니 아이들이랑 고운 정 미운 정 많이 들었는데. 전교생이 550명이 조금 넘는데 걔들 이름 외우는 것도 정말 힘듭니다 (아직도 이름 가물가물한 애들도 많고) 겨우 이름 외웠는데 새 학교 가서 새로 수백명의 아이들 다시 이름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고. 이제부터 뮤지컬 안하겠단 베짱도 제가 없고요. 전통을 끊는다는 게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서. 학생들은 좋아하겠지만 학부모들의 부담스런 눈초리를 받으며 지낼 용기가 안나네요. 한국과 다르게 여긴 학부모들이 초등 3학년 때까진 매일 바래다 주고 데리러 오고 학교 내에 자원 봉사도 엄청 많이 하거든요. 어쩌다가 한번씩 학부모와 부딪히는 게 아니고 항상 얼굴을 보며 살아야 하기 땜에... 물론 제가 내년부터 안하겠다고 하면 말릴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학부모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원망을 살 것 같은 두려움에 선듯 못하겠단 소리를 못하겠네요. 뭐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긴 글 하소연이나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격려와 위로 한마디 적어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캐나다 초등 음악 교사
한국은 교사가 임용고시를 치고 발령을 받지만 북미에서는 교사가 교사자격증을 받은 후에는 공기업에 취직하듯이 지역 교육청에 취직신청서를 내고 교육청 인사과 직원과 면접을 본 후 일단 땜빵교사가 됩니다. 땜빵교사는 제가 Teacher Teacher-on-Call을 억지로 한국말로 번역해서 만든 말인데 그게 뭐냐면 정규 교사들이 하루씩 이틀씩 결근을 하게 되면 그날 그날 하루씩 가서 아이들 맡아주는 교사입니다. 그렇게 보통 2, 3년 하다가 어느 학교에 정규직이나 기간제에 티오가 나면 지원하면 지원자 중에 연차가 많은 순서로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이 면접 보라고 연락이 옵니다. 교장 선생님의 면접을 본 후 맘에 들어하시면 특정 학교 교사가 되는 겁니다.
저는 지금 3년차이고요. 지금 있는 학교에서 참 골치 아픈 게 매년 올려야 하는 아이들 뮤지컬입니다. 학교 전통이라네요. 교장 선생님이 저를 면접하실 때 그 학교에 취직하게 되면 매년 7학년들을 연기 중심으로 4~7학년이 모두 뮤지컬을 연습해서 올리는 게 학교 전통이니 할 수 있겠냐고 하셔서 제가 경험은 없지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kindergarten에서 3학년 아이들 노래와 율동 연습 시켜서 크리스마스 공연해야 하고 4월 말에는 나머지 학년들 뮤지컬 연습시켜서 공연을 해야 한답니다. 주변에 어느 학교도 그렇게 매년 공연을 두번씩 하는 학교 하나도 없다는 건 취직하고 나서 나중에 알았어요. 4~6학년은 백그라운드 합창단이고 연기는 7학년이 하는데 7학년이 한국 나이론 13살입니다. 초등학교 최고학년이죠. 아이들 의상 마련하는데 도와주시는 학부모님도 한분 계시고 연기랑 춤 도와주시는 학부모님 한분 계십니다. 4~6학년 아이들 합창곡은 제가 걔들 각반 음악 시간에 곡들을 연습시키면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됩니다. (여기선 음악 교사 혼자서 전교에 전학년 음악을 다 가르칩니다. kindergarten부터 7학년까지. 그래도 파트타임인 불쌍한 음악교사. ㅠㅠ 한국처럼 교육부에서 만들어주는 교과서도 없이 교과 내용을 개별 교사가 직접 일일히 짜서 학습지도안으로 만들어서 가르쳐야 합니다.) 문제는 7학년들!!! 7학년들은 연극에서 대사를 맡는 아이들과 춤을 맡는 아이들로 나눠집니다. 대사를 맡는 아이들은 제가 수업 시간에 볼 수가 있어서 연습을 여차여차 시켜놨는데 춤을 맡는 아이들은 제가 정규 수업 시간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걔들은 방과 후 연습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본론은 이겁니다. 이 놈들이 하겠다고 처음에 말만 하고 춤추는 배역을 다 정해줬더니 (배역도 걔들이 희망한 것들로 줬음) 연습을 안나옵니다. 핑계는 다양합니다. 까먹었느니, 치과 가야 한다느니, 하키 연습 가야 한다느니, 농구 연습 가야 한다느니, 어린 동생 돌봐주러 가야 한다느니 등등.. 5월 2일이 공연이라서 이제 3주 밖에 안남았는데 연습에 나와야 하는 숫자의 30%밖에 안나옵니다. 한국처럼 체벌도 못하구요. 그렇다고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작년에 6학년 아이들 (그니깐 현재 7학년)보고 뮤지컬 하고 싶냐고 했더니 절반 이상이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전통이라 뮤지컬을 학부모들이 기대를 하고 있어서 하기는 합니다. 제가 2010년부터 이 학교 음악을 가르쳤는데 뮤지컬이 힘들어서 저 이전에 교사들 모두 1, 2년 하다가 다른 학교로 다들 전근 갑니다. 제가 3년차로 있는 게 음악 교사로써는 이 학교에서 진짜 오래있는 게 됩니다. 7학년들이 또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니 반항도 많고 말도 안듣는 나이입니다. 올해는 그나마 애들이 반항하는 애들은 별로 없는데 작년이랑 제작년 정말 힘들었죠. 작년은 근데 교사들 파업한다고 뮤지컬을 하진 않고 뮤지컬에 나오는 곡 5개 선곡해서 합창 발표로 대신했습니다. 교사 파업은 수업을 안하는 것까지 가기보단 (수업 거부 하루 했음) 1년 내도록 성적표를 써주지 않고 방과 후 클럽 활동이나 과외 활동 안하는 겁니다. 여긴 국가가 좌파 국가라서 모.든. 직장이 노조가 있고 교사들도 주 전체 똘똘 뭉쳐서 노조가 있죠. 노조에서 파업할지 주 전체적으로 투표도 하고 교육 예산 더 받으려고 정부랑 협상도 하고 억울한 교사가 있으면 변호도 해줍니다. 그리고 모든 교사는 교사자격증 받는 즉시 자동적으로 노조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노조는 각 주마다 하나씩. 노조에서 결정된 걸 불순종하면 벌금도 물려지고 신문에도 납니다. 하여튼 작년엔 교사들 파업 때문에 뮤지컬까지 안하고 합창 공연만 해서 편했습니다. 반항아들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연습 때마다 안나오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저 도와주시는 학부모들이 그 놈들 다 자르자고 하십니다. 다 자르면 원래 작품보다 너무 부실해 지기 때문에 안내키지만 할 수 없이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에휴... 말 안듣고 온갖 핑계 대고 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놨다가 이제 와서 하기 싫다고 하고 배역은 다 정해져 있고 의상도 갖고 오라고 해도 질질 끌고 안들고 오고. 퇴근해도 되는 시간보다 평균적으로 서너시간 늦게 퇴근하는데 저 혼자 뭘하나 싶습니다. 지금 6학년인 애들 데리고 내년에 뮤지컬 할 엄두도 안나네요. 다른 학교에 티오가 나면 한번 취직 신청을 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취직이 된단 보장도 없지만) 3년 동안 전 학년 아이들을 가르쳐 놨으니 아이들이랑 고운 정 미운 정 많이 들었는데. 전교생이 550명이 조금 넘는데 걔들 이름 외우는 것도 정말 힘듭니다 (아직도 이름 가물가물한 애들도 많고) 겨우 이름 외웠는데 새 학교 가서 새로 수백명의 아이들 다시 이름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고. 이제부터 뮤지컬 안하겠단 베짱도 제가 없고요. 전통을 끊는다는 게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서. 학생들은 좋아하겠지만 학부모들의 부담스런 눈초리를 받으며 지낼 용기가 안나네요. 한국과 다르게 여긴 학부모들이 초등 3학년 때까진 매일 바래다 주고 데리러 오고 학교 내에 자원 봉사도 엄청 많이 하거든요. 어쩌다가 한번씩 학부모와 부딪히는 게 아니고 항상 얼굴을 보며 살아야 하기 땜에... 물론 제가 내년부터 안하겠다고 하면 말릴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학부모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원망을 살 것 같은 두려움에 선듯 못하겠단 소리를 못하겠네요.
뭐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긴 글 하소연이나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격려와 위로 한마디 적어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