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며 눈을뜬 난 꿈이었음을 깨닫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몸을 움직인탓에 아까 싸움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보이는 통증이 몸을 엄습해왔고, 그탓에 내 미간은 짜증으로 살짝 구겨지는듯 했다.
"하아....하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된탓에 찝찝하기도 했거니와 이런 악몽을 꾼 날은 언제나 그렇듯 잠을 자긴 글렀기에 난 거실로 나와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꿀꺽 꿀꺽 꿀꺽 카아..... 후.."
시계를보니 새벽 3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고, 아까전의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난 나직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거지..나이트메어?"
'뭐가 말이지?'
"내가 언제부터 잠들었던거냐고.."
'아까 녀석들이 가고난후에 혼자 계속 '박형사' '박형사' 중얼거리더니 쓰러졌잖아, 기억 안나냐? 무슨 술먹고 필름 끊기는것도 아니고 매번 참 번거롭기 짝이없군'
"아...."
불현듯 머릿속에 박형사의 말이 훑고 지나갔다.
"앞으로 딱 일주일만 시간을 주마 그이상은 나도 못기달려.. 그때까지 니가 할수있는 발악이란 발악은 다 해보는게 좋을거야. 그때가서도 이렇게 싱거우면 네놈 하나론 안끝날거니까 지방에 부모님이 거주한다지? 큭큭큭"
'나 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건들이겠다고? 강아지가 협박도 정도껏 해야지... '
아까 나이트메어의 말처럼 솔직히 나때문에 더이상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걸 보고싶지 않은건 사실이었기에 지금의 내가 무슨선택을 해야 옳은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건 사실이었다. 부모님과 나만을 생각한다면 강준석과 지민이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위해서라도 놈은 꼭 제거해야만 한다. 게다가 그놈이 끝이아니라 나이트메어에 의해 만들어진 그 존재까지도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인데.. 그렇다고 맘편히 싸울수도 없는노릇아닌가? 내 이기심 때문에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된다는건가?..
기간은 일주일.. 그안에 어떤식으로든 결과는 도출되겠지.. 설사 내가 마음을 먹고 전력을 다한다 한들 김민기 김동혁은 그렇다쳐도 박형사를 막을수 있을까? 그때보다 훨씬더 강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가능할까..? 아니 가능해야한다. 박형사한테 밀리면 그 존재와는 어떻게 대적하겠다는거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고 복잡해져만 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 난 들고있던 물을 원샷하고는 방에들어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저기 있잖아 나이트메어"
'뭐지?'
"내가 아니 우리가 만약에 져버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글쎄..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군.. 그래도 만에하나 그렇게된다면 그야말로 세상은 아비규환이 된다해도 무방하겠지..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녀석이 가만히 잠자코 있을리는 만무하니까 말야'
"그럼 우리부모님.. 그리고 친구들.. 김민기 김동혁.. 전부다 죽을수도 있겠네..?"
'요행을 바라는건가? 그런 지옥같은 세상에서 무사할수있는 인간은 없을거라 생각한다만..'
"역시 그렇지...그럼 이미 결론은 난거네... 괜히 고민했구만.. 고맙다 나이트메어"
'..........'
"너때문에 시작되긴 했지만 그래도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무슨......'
"그럼 잘자라 나이트메어!"
'........그래..'
내가 어떤선택을하던 결과가 똑같다면.. 해보는데까진 해보는수밖에..
'무슨일이있어도 막아내고 말겠어'
혼란스럽기만 했던 머리가 뻥 뚤린 휴일의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정리되는듯 난 굳은 결심을 뒤로하고 오지않는 잠을 청하려 이불을 뒤집어썼다.
여름이 다가오는 따뜻한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도 그어떤날보다 춥고 스산한 새벽은 그렇게 옅게 지워져가는듯 했다.
"데려왔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됐다 이미 알고있으니까"
박선우는 뒤에 서있는 김민기와 김동혁을 가르키며 말끝을 흐렸고 지민의 어머니는 나름 인자한 표정을 억지로 구사하는듯 인위적인 그모습이 마치 성형수술 중독에 빠져 볼품없게 변해버린 사람의 그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김민기와 김동혁은 처음 만나는 모양인듯 어색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을뿐이었고 방안에 흐르는 살기와 이질적인 기운에 주눅이라도 든듯 어색했던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있었다. 그런 그들의 사정은 알바 아니라는듯 아랑곳하지않고 지민의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반갑네, 나와 만나는건 처음인데 그렇게 어색하게 있지 말게나.. 따지고 보면 나도 자네들과 같다면 같은 처지라네.."
김민기와 김동혁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궁금증이 유발한듯 의아한 표정으로 변해갔고 그녀는 흡족한듯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박지민이라고 알게야.. 자네들과 같은학교 같은반이었지.. 그 얘가 내 딸이라네.."
"무슨....."
"지민이라구요..?"
궁금증을 참다못한 그들은 서로 저마다 입을 열었고 그녀는 어느새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어가더니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기준이라고 알지? 방금 만나고 온모양인데.. 그놈이 내딸도 죽였지.. 힘없는 늙은이일뿐인 난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네..."
"준석이뿐만아니라 박지민도 그자식이 죽인거였습니까?"
"이런 미친새끼를 봤나.."
"자네들도 경험해서 알겠지만, 슬픔에 빠져있던 난 본의아니게 어떤 존재에 의해 신비한 힘을 얻게되었어. 자네들에게 선우가 나눠준 그 힘 말이야.."
그녀의 이어지는 말에 그들은 귀를 기울인채 진지한 표정으로 변해있었고 그누구도 먼저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놈에게 복수를 하게되면 세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말거라네.. 그래서 이렇게 내 뜻을 대신해서 이루어줄수 있는 자네들을 부른것이야.."
어떻게 해석해도 살인청부업과 같은 맥락의 대화인데도 불구하고 모종의 거래가 일전에 있었는듯 김민기와 김동혁은 놀라기는 커녕 너무나 익숙한고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희에게도 그놈은 복수의 대상일뿐입니다. 저희가 처리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네.. 내 그래서 자네들에게 내힘도 조금 나눠주려 하는데 괜찮겠나?"
"정말입니까? 그럼 저희야 감사하죠"
"그렇습니다. 어차피 재미없던 인생이었는데 이런 신비스러운 힘을 손에 넣게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그들의 말에 그녀의 표정은 처음의 인위적인 인자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고, 박선우만이 뭔가 눈치챈듯 억지로 웃음을 참는듯 힘들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고맙네 고마워.. 일전에 선우한테 얘기 들었을거야.. 내 약속대로 보상은 섭섭치 않게 하겠네"
"감사합니다."
"맡겨주시죠"
김민기와 김동혁은 뭐가 그리 기쁜지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듯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있었고 박선우는 그런 그들을 이만 됐으니 잠시 나가있으라고 손짓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고 방에 지민어머니와 단둘이 남게된 박선우는 억지로 참았다는듯 미친듯이 웃기시작했고, 덩달아 그녀 또한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염려하지 마라 큭큭.. 네가 그동안 나한테 해준게 있는데 이정도야 뭐 그리 대수겠느냐 크큭.. 일전에 말했듯이 이번만은 충분히 즐기거라.. 하던일은 그뒤에 마무리 짓도록하고..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큭큭큭.. 그럼.."
말을 마치고 방안을 나서는 선우에게서 공기마저 얼어붙는듯한 지독히 차가운 살기가 군데군데 남아서 아른거렸고 그녀는 그런 살기를 음미하듯 찬찬히 감상하더니 이내 나직히 중얼거렸다.
"네놈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나이트메어' 큭큭큭...."
-수일전-
강준석의 죽음으로 침울해져있던 민기와 동혁은 학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채 동네 게임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준석이 있었기에 반의 군기를 잡는게 가능한것이었기에.. 지난번 빵셔틀한테 당한뒤로 급속도로 술렁이는 분위기였는데 준석이가 죽어버린 지금 학교에 가봤자 그 거지같은 빵셔틀새끼한테 굽신거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린 결단이었다.
'파파파파팡'
'크악..'
매일같이 똑같은 게임만 해서그런지 재미도없고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그들이었기에 그날은 저녁 8시를 넘기지 못한채 게임방을 나올수밖에 없었다.
"동혁야 우리이제 어쩌냐.. 준석이도 없는데.."
"뭘 어째 나라고 별다른 뾰족한 수라도 있겠냐.."
"그나저나 별일없이 몇년동안 잘 지내던 준석이가 무슨 묻지마 범죄에 당할수가 있냐고.. 이러 우리도 조심해야 하는거 아니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동네 놀이터에 도착한 그들은 구석진 어두컴컴한 곳으로 가더니 익숙하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물었다.
신세한탄을 하며 거의다타버린 꽁초를 발로밟아 끄고는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야 근데 저거 뭐냐?"
"뭐가"
민기가 가르킨곳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놀이터에 있는 그네에 한남자가 앉아있었는데 별로 이상할게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이질적인 분위기에 김동혁마저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새꺄 무슨 말이라도 해봐 갑자기 으스스하잖아"
"...아..그래.. 근데 진짜 갑자기 왜이렇게 추운거지..?"
그때였다. 그네에 앉아있던 남자는 그들을 힐끗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저거 우리한테 오는데?"
"너 아는사람이냐?"
"내가 저런 이상한놈을 어떻게 알아 니가 아는사람 아냐?"
"아니거든? 야 뭔가 심상치 않은데 그냥 가자"
서둘러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김민기와 김동혁은 순식간에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그 남자로인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라 나자빠졌다.
"으힉"
"뭐야!!!!"
대충 삼십대로 보이는 그 사내는 꼴사납게 넘어져서 구르는 그들을 보더니 살짝 웃으며 입을열었고 그들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뿐 분위기에 압도되어 미동조차 할수없었다.
"원하는게 있는것 같은데 맞나?"
차가운 밤공기를 적시며 울려퍼지는 사내의 목소리에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기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마치 보이지않는 사슬에 결박이라도 된듯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 지질않았다.
"당신뭐야.."
"대체 우리한테 왜이러는건데요...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은 그들을 보던 사내는 잠시동안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이내 나직히 입을 열었다.
"너희가 원하는걸 이뤄주도록 하지. 어차피 우리는 목적이 같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거든."
알수없는 말에 뭔가 제대로 잘못 걸렸다는 듯한 민기와 동혁의 표정이 보기좋게 구겨지는것도 잠시.. 말을 마친 사내의 손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 빛은 성인남자의 주먹만한 크기로 모아져 영롱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김민기와 김동혁은 어느순간부터 그 영롱한 빛에 매료되어 넋이라도 잃은듯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뿐이었고 얼마안있어, 그빛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듯 사라져 본래의 어둠만이 자태를 뽐내고있었다.
빛이 사라진 뒤에도 그들은 정신을 잃은건지, 잠이든건지 움직일 생각은커녕 마치 조각상처럼 굳어있을뿐이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살짝 웃어보인 사내는 몸을 돌리고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원하는것이 생각났다면 따르거라."
사내는 짧게 한마디를 내뱉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듯 미동조차 없던 그들은 어느샌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푸르스름한 빛을 띠기 시작한 그들의 쾡한 눈에선 살기라고밖엔 표현할수없는 기운이 은은히 흘러나오고 있었고, 좀전까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그모습에 모르는사람이 보았다면 확실히 무언가에 홀린것이라해도 무방할정도였다.
이윽고 그들은 좀전까지 있던장소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고, 순간적으로 유리에 금이가듯 공간이 부숴지더니, 어느샌가 동네 꼬마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평범한 저녁시간 놀이터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 사람들은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했다는듯, 표정엔 아무런 일말의 변화도 없었고, 좀전의 놀이터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그모습에 모르는사람이 보았다면 꿈이라도 꾼것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런 마법같은 불가사의한 시간이 존재했다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도 온화하기만 했고, 그렇게 유난히 달빛이 미약한 저녁은 지나가고 있었다.
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24
출처 -웃대 (못된야옹)님 -
15부. 농락
빛과같은 빠르기로 한줄기 섬광이 정확히 내심장을 겨냥한채 쏘아진다. 서둘러 양손을 들어 막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튀어나온 인영이 내앞을 가로막는다.
순식간에 그 인영은 빛에 관통되어 처참하게 터져버렸고, 사방으로 살점들이 튀며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그 고깃덩어리들이 내게 고함을 질러덴다.
"너때문에 내가죽었어"
"너때문에 내가죽었어"
"너때문에 내가죽었어"
바닥에 뿌려진 살점들이 사방에서 나를 조여오며 소리치는 끔찍한 광경에 난 몸에 힘이 풀린탓인지 어떠한 행동조차 취하지 못한채 가만히 서있을뿐이었다.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내가 죽었다고"
"너때문에 내가 죽은거라고"
"너. 때. 문. 에"
"아냐... 아냐... 나때문이 아냐... 아니야!!!!!!!!!!!!!!!!!!!!!!!!!!!!!!"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며 눈을뜬 난 꿈이었음을 깨닫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몸을 움직인탓에 아까 싸움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보이는 통증이
몸을 엄습해왔고, 그탓에 내 미간은 짜증으로 살짝 구겨지는듯 했다.
"하아....하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된탓에 찝찝하기도 했거니와 이런 악몽을 꾼 날은 언제나 그렇듯 잠을 자긴 글렀기에 난 거실로 나와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꿀꺽 꿀꺽 꿀꺽 카아..... 후.."
시계를보니 새벽 3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고, 아까전의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난 나직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거지..나이트메어?"
'뭐가 말이지?'
"내가 언제부터 잠들었던거냐고.."
'아까 녀석들이 가고난후에 혼자 계속 '박형사' '박형사' 중얼거리더니 쓰러졌잖아, 기억 안나냐? 무슨 술먹고 필름 끊기는것도 아니고 매번 참 번거롭기 짝이없군'
"아...."
불현듯 머릿속에 박형사의 말이 훑고 지나갔다.
"앞으로 딱 일주일만 시간을 주마 그이상은 나도 못기달려.. 그때까지 니가 할수있는 발악이란 발악은 다 해보는게 좋을거야. 그때가서도 이렇게 싱거우면 네놈 하나론 안끝날거니까
지방에 부모님이 거주한다지? 큭큭큭"
'나 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건들이겠다고? 강아지가 협박도 정도껏 해야지... '
아까 나이트메어의 말처럼 솔직히 나때문에 더이상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걸 보고싶지 않은건 사실이었기에 지금의 내가 무슨선택을 해야 옳은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건 사실이었다.
부모님과 나만을 생각한다면 강준석과 지민이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위해서라도 놈은 꼭 제거해야만 한다. 게다가 그놈이 끝이아니라 나이트메어에 의해 만들어진
그 존재까지도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인데.. 그렇다고 맘편히 싸울수도 없는노릇아닌가? 내 이기심 때문에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된다는건가?..
기간은 일주일.. 그안에 어떤식으로든 결과는 도출되겠지.. 설사 내가 마음을 먹고 전력을 다한다 한들 김민기 김동혁은 그렇다쳐도 박형사를 막을수 있을까?
그때보다 훨씬더 강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가능할까..? 아니 가능해야한다. 박형사한테 밀리면 그 존재와는 어떻게 대적하겠다는거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고 복잡해져만 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 난 들고있던 물을 원샷하고는 방에들어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저기 있잖아 나이트메어"
'뭐지?'
"내가 아니 우리가 만약에 져버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글쎄..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군.. 그래도 만에하나 그렇게된다면 그야말로 세상은 아비규환이 된다해도 무방하겠지..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녀석이 가만히 잠자코 있을리는 만무하니까 말야'
"그럼 우리부모님.. 그리고 친구들.. 김민기 김동혁.. 전부다 죽을수도 있겠네..?"
'요행을 바라는건가? 그런 지옥같은 세상에서 무사할수있는 인간은 없을거라 생각한다만..'
"역시 그렇지...그럼 이미 결론은 난거네... 괜히 고민했구만.. 고맙다 나이트메어"
'..........'
"너때문에 시작되긴 했지만 그래도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무슨......'
"그럼 잘자라 나이트메어!"
'........그래..'
내가 어떤선택을하던 결과가 똑같다면.. 해보는데까진 해보는수밖에..
'무슨일이있어도 막아내고 말겠어'
혼란스럽기만 했던 머리가 뻥 뚤린 휴일의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정리되는듯 난 굳은 결심을 뒤로하고 오지않는 잠을 청하려 이불을 뒤집어썼다.
여름이 다가오는 따뜻한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도 그어떤날보다 춥고 스산한 새벽은 그렇게 옅게 지워져가는듯 했다.
"데려왔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됐다 이미 알고있으니까"
박선우는 뒤에 서있는 김민기와 김동혁을 가르키며 말끝을 흐렸고 지민의 어머니는 나름 인자한 표정을 억지로 구사하는듯 인위적인 그모습이 마치 성형수술 중독에 빠져
볼품없게 변해버린 사람의 그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김민기와 김동혁은 처음 만나는 모양인듯 어색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을뿐이었고 방안에 흐르는 살기와 이질적인 기운에 주눅이라도 든듯 어색했던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있었다.
그런 그들의 사정은 알바 아니라는듯 아랑곳하지않고 지민의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반갑네, 나와 만나는건 처음인데 그렇게 어색하게 있지 말게나.. 따지고 보면 나도 자네들과 같다면 같은 처지라네.."
김민기와 김동혁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궁금증이 유발한듯 의아한 표정으로 변해갔고 그녀는 흡족한듯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박지민이라고 알게야.. 자네들과 같은학교 같은반이었지.. 그 얘가 내 딸이라네.."
"무슨....."
"지민이라구요..?"
궁금증을 참다못한 그들은 서로 저마다 입을 열었고 그녀는 어느새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어가더니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기준이라고 알지? 방금 만나고 온모양인데.. 그놈이 내딸도 죽였지.. 힘없는 늙은이일뿐인 난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네..."
"준석이뿐만아니라 박지민도 그자식이 죽인거였습니까?"
"이런 미친새끼를 봤나.."
"자네들도 경험해서 알겠지만, 슬픔에 빠져있던 난 본의아니게 어떤 존재에 의해 신비한 힘을 얻게되었어. 자네들에게 선우가 나눠준 그 힘 말이야.."
그녀의 이어지는 말에 그들은 귀를 기울인채 진지한 표정으로 변해있었고 그누구도 먼저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놈에게 복수를 하게되면 세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말거라네.. 그래서 이렇게 내 뜻을 대신해서 이루어줄수 있는 자네들을 부른것이야.."
어떻게 해석해도 살인청부업과 같은 맥락의 대화인데도 불구하고 모종의 거래가 일전에 있었는듯 김민기와 김동혁은 놀라기는 커녕 너무나 익숙한고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희에게도 그놈은 복수의 대상일뿐입니다. 저희가 처리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네.. 내 그래서 자네들에게 내힘도 조금 나눠주려 하는데 괜찮겠나?"
"정말입니까? 그럼 저희야 감사하죠"
"그렇습니다. 어차피 재미없던 인생이었는데 이런 신비스러운 힘을 손에 넣게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그들의 말에 그녀의 표정은 처음의 인위적인 인자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고, 박선우만이 뭔가 눈치챈듯 억지로 웃음을 참는듯 힘들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고맙네 고마워.. 일전에 선우한테 얘기 들었을거야.. 내 약속대로 보상은 섭섭치 않게 하겠네"
"감사합니다."
"맡겨주시죠"
김민기와 김동혁은 뭐가 그리 기쁜지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듯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있었고 박선우는 그런 그들을 이만 됐으니 잠시 나가있으라고 손짓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고 방에 지민어머니와 단둘이 남게된 박선우는 억지로 참았다는듯 미친듯이 웃기시작했고, 덩달아 그녀 또한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메어님 연기력이 점점 늘어가십니다 크크큭"
"그런가? 큭큭 인간들을 속이는건 너무 재밌어서말이야 연기에 몰입이 된단말이지.."
"크크큭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제 저놈들몸에 융합만 시키면 되는것이니 마지막까지 잘좀 부탁드립니다 크큭.."
"염려하지 마라 큭큭.. 네가 그동안 나한테 해준게 있는데 이정도야 뭐 그리 대수겠느냐 크큭.. 일전에 말했듯이 이번만은 충분히 즐기거라.. 하던일은 그뒤에 마무리 짓도록하고..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큭큭큭.. 그럼.."
말을 마치고 방안을 나서는 선우에게서 공기마저 얼어붙는듯한 지독히 차가운 살기가 군데군데 남아서 아른거렸고 그녀는 그런 살기를 음미하듯 찬찬히 감상하더니
이내 나직히 중얼거렸다.
"네놈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나이트메어' 큭큭큭...."
-수일전-
강준석의 죽음으로 침울해져있던 민기와 동혁은 학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채 동네 게임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준석이 있었기에 반의 군기를 잡는게 가능한것이었기에.. 지난번 빵셔틀한테 당한뒤로 급속도로 술렁이는 분위기였는데 준석이가 죽어버린 지금
학교에 가봤자 그 거지같은 빵셔틀새끼한테 굽신거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린 결단이었다.
'파파파파팡'
'크악..'
매일같이 똑같은 게임만 해서그런지 재미도없고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그들이었기에 그날은 저녁 8시를 넘기지 못한채 게임방을 나올수밖에 없었다.
"동혁야 우리이제 어쩌냐.. 준석이도 없는데.."
"뭘 어째 나라고 별다른 뾰족한 수라도 있겠냐.."
"그나저나 별일없이 몇년동안 잘 지내던 준석이가 무슨 묻지마 범죄에 당할수가 있냐고.. 이러 우리도 조심해야 하는거 아니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동네 놀이터에 도착한 그들은 구석진 어두컴컴한 곳으로 가더니 익숙하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물었다.
'후우.......'
뽀얀 담배연기가 어둠속에 유유히 퍼져나갔고 얼마동안 아무말도없이 담배만 피던 동혁은 뭔가 생각난듯 문득 입을열었다.
"그런데 너네집 아직도 그대로냐? 너네 아빠 사채쓰고 도망간뒤로 경매넘어갔단 이야기 들은지도 꽤 된것같은데.."
"후아.. 모르겠다.. 이번달까지 이자도 못갚게 생겨서 이러다 길에서 노숙하게 생겼다.. 사는게 왜이리 드럽냐.."
"새끼.. 너나 나나 어쩌냐 증말.. 그동안 준석이랑 어울리느라고 애써 잊고 살고있었는데 미래가 컴컴한 암흑이구만..."
신세한탄을 하며 거의다타버린 꽁초를 발로밟아 끄고는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야 근데 저거 뭐냐?"
"뭐가"
민기가 가르킨곳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놀이터에 있는 그네에 한남자가 앉아있었는데 별로 이상할게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이질적인 분위기에 김동혁마저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새꺄 무슨 말이라도 해봐 갑자기 으스스하잖아"
"...아..그래.. 근데 진짜 갑자기 왜이렇게 추운거지..?"
그때였다. 그네에 앉아있던 남자는 그들을 힐끗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저거 우리한테 오는데?"
"너 아는사람이냐?"
"내가 저런 이상한놈을 어떻게 알아 니가 아는사람 아냐?"
"아니거든? 야 뭔가 심상치 않은데 그냥 가자"
서둘러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김민기와 김동혁은 순식간에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그 남자로인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라 나자빠졌다.
"으힉"
"뭐야!!!!"
대충 삼십대로 보이는 그 사내는 꼴사납게 넘어져서 구르는 그들을 보더니 살짝 웃으며 입을열었고 그들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뿐 분위기에 압도되어 미동조차 할수없었다.
"원하는게 있는것 같은데 맞나?"
차가운 밤공기를 적시며 울려퍼지는 사내의 목소리에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기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마치 보이지않는 사슬에 결박이라도 된듯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 지질않았다.
"당신뭐야.."
"대체 우리한테 왜이러는건데요...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은 그들을 보던 사내는 잠시동안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이내 나직히 입을 열었다.
"너희가 원하는걸 이뤄주도록 하지. 어차피 우리는 목적이 같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거든."
알수없는 말에 뭔가 제대로 잘못 걸렸다는 듯한 민기와 동혁의 표정이 보기좋게 구겨지는것도 잠시.. 말을 마친 사내의 손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 빛은 성인남자의 주먹만한 크기로 모아져 영롱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김민기와 김동혁은 어느순간부터 그 영롱한 빛에 매료되어 넋이라도 잃은듯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뿐이었고 얼마안있어, 그빛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듯 사라져 본래의 어둠만이 자태를 뽐내고있었다.
빛이 사라진 뒤에도 그들은 정신을 잃은건지, 잠이든건지 움직일 생각은커녕 마치 조각상처럼 굳어있을뿐이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살짝 웃어보인 사내는 몸을 돌리고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원하는것이 생각났다면 따르거라."
사내는 짧게 한마디를 내뱉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듯 미동조차 없던 그들은 어느샌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푸르스름한 빛을 띠기 시작한 그들의 쾡한 눈에선 살기라고밖엔 표현할수없는 기운이 은은히 흘러나오고 있었고, 좀전까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그모습에 모르는사람이 보았다면
확실히 무언가에 홀린것이라해도 무방할정도였다.
이윽고 그들은 좀전까지 있던장소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고, 순간적으로 유리에 금이가듯 공간이 부숴지더니, 어느샌가 동네 꼬마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평범한 저녁시간 놀이터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 사람들은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했다는듯, 표정엔 아무런 일말의 변화도 없었고, 좀전의 놀이터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그모습에 모르는사람이 보았다면 꿈이라도 꾼것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런 마법같은 불가사의한 시간이 존재했다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도 온화하기만 했고, 그렇게 유난히 달빛이 미약한 저녁은 지나가고 있었다.
16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