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28

그라시아스2013.04.12
조회886

출처 -웃대 (못된야옹)님-

 

 

 

 

 

 

 

 

 

 

 

 

 

 

 

 

 

 

 

 

 

 

 

 

 

 

 

 

 

19부. 폭주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한발 한발 내딛으며 힘겹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던 난 점점 가까워지는 기운을 나침판삼아 조금씩 녀석과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금방 쓰러져도 이상할게 없을법한 몰골에 축 쳐진 어깨와 그아래로 늘어트린 팔에의해 들고있던 길다란 검신이 땅에 끌리며 특유의 쇳소리를 냈고, 검신에 얼룩진 핏물이 걸어온 흔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아랫쪽 공원과는 사뭇다른 탁 트인 공터가 눈에들어왔고, 놈의 기운역시 바로 코앞에 있는것처럼 짙어졌다.



"짝짝짝"



'타앗'



이내 뒤에서 들려온 박수소리가 귓가를 자극하기 무섭게 내몸은 반사적으로 튕겨져 나갔다. 좀전까지 지쳐있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별개의 인물이란 생각이 들정도였다.



"어머 기준아 날죽이..."



'서걱'


지민의 모습을 한 박선우는 간발의 차이로 몸을 뒤로 젖혔고 검은 그의 머리칼을 몇가닥 잘라내었을뿐 허공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이어서 수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는 뒤로 발돋음하며 여유있게 전부 다 피해버렸다.



"호오~ 인정사정없네~ 이얼굴을 해도 사정없이 베려하다니 제법 쿨해졌는데? 큭큭"


그는 어느새 본래의 얼굴로 돌아와있었고 특유의 비아냥거림에 구역질이 날것만 같았다.


"닥쳐"


"하긴.. 한번이 어렵지 그뒤는 일도 아니지? 살인자 새끼 큭큭 거기다 위선자새끼"




'쐐에엑'



난 들고있던 칼에 기운을 최대로 주입해 녀석을 향해 쏘아 들어갔다. 오로지 분노만이 남은 내게 녀석의 말따위 들어줄 여유따윈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쉽게 내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린 녀석은 근처 나무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나직히 입을 열었다.



"뭐가 그리급해? 어차피 죽을새끼가 이야기정도는 하자고"


"너같은새끼 변명따위 듣고싶지않거든?"


"변명? 변명좋아하시네 박지민을 비롯한 친구들을 살해한건 너지 내가아냐. 새끼가 겁나 가증스럽기는.."


"아니 틀렸어 원인제공을 한건 네놈이니까"


"허이구 어쩜 그렇게 당당할수 있냐? 갑자기 본받고 싶어질라그러네.."


난 검에 다시한번 기운을 주입한채 녀석을 향해 휘둘렀지만 아니나 다를까 애꿎은 나뭇가지만 잘려 떨어져나갔을뿐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쥐새끼같은 새끼.."


"뭐?"


어느샌가 내 뒤에서 모습을 들어낸 녀석은 손을뻗어 내 목덜미를 잡으려했고 난 황급히 정신을 집중해 자리를 벗어남에 녀석의 손은 텅빈 허공만 휘저을뿐이었다.


'탁'


이번엔 마치 게임에서의 내 턴이 돌아온것 마냥 내가 박선우의 뒤에 모습을 드러냈고, 동시에 난 녀석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스르륵'


"십새끼"


마치 잔상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그의 신형을 보며 나직히 욕설을 뱉은 난 들고있던 칼을 공간의 저편으로 보내버리고 주먹을 불끈쥐며 자세를 잡기에 여념이없었다.

이내 즐겁다는듯 웃음기가 가득한 녀석이 저만치 앞에서 모습을 들어냈고 녀석은 특유의 재수없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미 너도 알고있을텐데? 너와 나는 '동류'라는걸 말야.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같은것 말야 큭큭"


"뭔 개소리냐"


"너나 나나 피차 방식은 달랐어도 나이트메어라는 존재에 의해 힘을 얻은건 매한가지 아니냐 그말은 즉 사용하는 능력도 비슷하달까? 큭큭"


"너같은 새끼란 동류라니 그것참 역겹기 그지없군, 그럼 내가 네놈을 죽여버리면 되는거겠지."


"글쎄.. 니몸에있는 허접한 잡신나부랭이한테 의존하는 네가 날죽이는게 가능할까?"


말이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은 스르륵 잔상을 남기더니 모습을 감췄고 기척마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간거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는게 고작이었던 난 녀석의 흔적조차 찾을수없었고 답답해 미칠것같은 그 순간 귓가에 기분나쁜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은 한쪽 다리"



'푸욱..'


"크헉....."


난 왼쪽 허벅지로부터 전해져오는 미칠듯한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아래를 내려다봤고 왼쪽 허벅지엔 뒤에서부터 뚫고 들어와 관총한채 삐죽히 나와있는 놈의 손끝이 보이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우린 동류라고.. 소환따위 나한텐 일도아니거든? 아까 네가 강준석을 죽일때 한것처럼 나도한번 따라해봤는데 어때? 맘에드나?"


"쑤욱"


놈은 사정없이 손을 뽑으며 한바퀴 몸을 회전해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고 난 마치 야구에서 타자가 홈런을 날린 공처럼 한참을 공중에 붕뜬채로 날다가 커다란 나무에 부딪히기 무섭게 곤두박질 쳤다.



'콰강..'



"쿨럭,.."


머리와 다리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난 한웅큼 피를 토해내며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쳤지만 정신은 마치 술에 만취된듯 몽롱한 탓에 일어나는것 조차 버거웠다.


"이제 알겠나 네놈과 내 힘의 차이를 .. 큭큭 한가지 덧붙이자면 말이다. 난 그분에게 일부분의 힘을 주입 받았을뿐이지만 네놈은 아니잖아? 아예 몸에 빙의되있는 주제에 고작 그것밖에 안되는건가?
이거야 원 흥이깨져서 견딜수가 없구만 큭큭큭"


난 이까짓 고통따위로 이렇게 주저앉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까지 아니 좀전만 하더라도 내손에 의해 무고한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지않은가?



'일어설수 있겠냐? 아무래도 그 존재는 이미 나와는 비교할수 없을정도의 힘을 지녀버린것 같군.. 미안하다.. 너한테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해서..'


"아냐 이정도 고통쯤 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기준.....'


나이트메어의 말을 뒤로하고 난 버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거친숨을 몰아쉬었고 그런 내모습에 놈은 재밌다는듯 눈웃음을 짓고있었다.



"하아.. 너야말로 고작 이거밖에 안되나보지? 허아..하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서 똘마니들이나 부리는 버러지같은새끼가 말이야.."


"그래 입이라도 놀려라. 그게 그나마 덜 억울할것이야 큭큭큭"


녀석의 말대로 난 입을 놀리는것밖에 할수 없는건지도 몰랐다. 이미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있는 날 너무나도 잘알았기에.. 젠장.. 잠시동안이라도 녀석의 눈을 피할수있다면
나이트메어에게 부탁해서 이까짓 상처쯤 꿈으로 돌려버리면 그만일것을...


"하아..하아.. 하나만 묻자. 지민을 비롯한 사람들을 죽인 이유가 뭐지..?"


"이제야 좀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눌마음이 생겼나보지?"


"........."



"하긴 어차피 네놈이 안다한들 뭐 달라질것도 없으려나.. 큭큭 내 특별히 선심쓰도록 하지."


녀석은 얼굴과 안어울리게 사람좋은 미소를 흘리며 마치 대단한것이라도 알려준다는 마냥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분'의 계획때문이었지. 바로 나이트메어 말이야"


"... 나이트메어..?"


"네놈은 오늘 그 안에들어있는 잡신나부랭이와 함께 소멸될것이니, 그 이름은 당연히 '그분'이 쓰게될것인데 뭐 문제있나? 어차피 네놈안에 들어있는것 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어 그렇게 약해빠져서야..
그분도 자신이 그런 허접한놈한테 만들어졌다는게 내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모양이고 큭큭"



"그래서.. 그 계획이란게 뭐지?"


난 됐다는듯 손사레를 치며 다음말을 재촉했고 놈은 살짝 미간이 찌푸려지는듯 하더니 이내 본래의 웃음기 있는 재수없는 얼굴로 돌아와 조곤조곤 입을 열기 시작했다.



"후훗.. 그건 말이야.. 인간들의 꿈이기도 한 영원한 젊음이다. 그분이 영생을 얻게되면 나역시 그러지 말란법은 없을것 아니겠나 크큭"



"무슨 말도 안되는...."



"어린 소녀의 혼을 444개 모아 흡수하게되면 가능하다고 하더군.. 내가 자그마치 몇년을 고생한줄 아나?"



"그럼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도 이미..."



"어~ 그래. 박지민은 단순히 그중 하나에 불과했던거지 큭큭... 나도 처음엔 좋아서 한건 아니었어. 사랑하는 사람을 살려준다는 말에 시작한게 된거였지."



"그딴일이 가능할리가 없잖아? 고작 그깟 이유로 죄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온건가.."



"아니 가능했었어. 근데 니새끼가 지난번에 보기좋게 망쳐버렸지. 내 평생의 소원을 말이야. 내기분이 어땠을것 같지?"



"애초에 네가 시작한 싸움이었어 이유가 뭐든간 네놈이 하는짓이 용서받을수 있다고 생각해?"



"하찮은 정론따위 하자고 말해주는게 아니거든? 네 말대로 따지면 니놈역시 나랑 다를게 있나? 지손으로 사람을 죽인새끼가.. 큭큭"



"그건...."



난 말문이 막혀 뭐라고 반론하지 못한채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고통스러운듯 신음을 흘릴뿐이었고, 녀석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근데 말이야 아무리 감쪽같이 죽여버려도 눈치빠른 놈들이 항상 있기 마련이었지. 얼굴을 바꾸고 죽였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알았는지 날 용케 찾아내더라고.. 곰곰히 생각해봤지 내가 증거를 남겼던게
아닐까 하고.. 근데 그게아니었드라.. 어떤이유에서건 귀신이 보이는 놈들은 내가 얼굴을 아무리 바꿔도 본래의 내모습이 보이는거 였드라고..애초에 눈치가 빠르고 말고는 아무 상관없었던 거지"



녀석의 말에 순간적으로 과거 준석이 내게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난 죽음의 개념을 알게되었지 그리고 내가 본건 귀신이었다는것까지.. 그 사실에 다다르자 너무 무서운거야.. 사실을 알아 차린탓인지 그 이후론 부모님으로 보이긴커녕 끔찍하기 짝이없는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난 정말..'










분명 그때 장례식장 옆에서 준석은 내게 귀신을 볼수있다고 말했었다.





"신발 그럼 강준석을 죽인건 네놈의 얼굴이 탄로날까봐였나?"



"뭘 새삼스럽게 흥분을 하나? 대충 짐작하지 않았냐? 큭큭 그리고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내얼굴을 볼수있는놈은 그놈말고도 많이 죽였으니까 크큭"



"그럼 김민기와 깅동혁은 무슨죄지? 그들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인간이잖아"



"아 그 찐따새끼들? 아무상관도 없기는~ 니놈과 상관있잖아? 큭큭.. 어때 망설임없이 죽여버리니까 되게 재밌지 않나? 크크크크"



"개만도 못한 신발새끼.."



"왜그래~ 난 재밌던데 크큭.. 그리고 어차피 니놈도 똑같다니까? 아니아니 아니지.. 니놈은 가증스럽게 착한척 '모두를구해내겠어' 라느니 위선을 떨기까지 했으니 나보다 더 악질이네 크크큭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개만도 못한건 신발새끼는 내가 아니라 네놈이라고 크하하하하하하핫"







더이상 놈의 쓸데없는 말따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내가 해야할일은 어차피 딱 하나뿐이니까..


난 두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인채 감정이 메마른듯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고 있었다.







"나이트메어.. '전력'으로 간다."


'바라던바다.'



















'콰가가가가가강!!!!!!!!!!!!!!!'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일순간 기준이 서있던 자리에서 무지막지한 굉음과 함께 태풍이라도 만난듯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박선우는 미동도 없이 그런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좀전까지의 웃음기 가득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사뭇 진지한 그의 눈빛은 보는이로 하여금 차갑다못해 마주치기만 해도 온몸이 얼어버릴듯한 살기로 가득했으며, 그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근원지를 똑바로 쏘아보며 나직히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나도 좀 놀아볼까나..?"












































"쿠우우웅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갑작스레 지진이라도 난것일까? 요란스럽게 흔들리는 땅울림에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사람들의 안색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끄럼을 타며 놀던 꼬마들도, 그네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도,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연인들마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각양각색 이었지만 그표정에 어려있는 것은 너나할것없이 일말의 공포라는 감정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묘한 땅울림은 멈춰 잠잠해져있었고,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지진을 예상하기라도 한듯 몇몇의 아쉬운표정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허둥데며 우왕좌왕 하던것을 멈추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뿐이었다.

































거센 바람이 한차례 훑고지나간후 마치 폭풍전야같은 고요함이 감도는가운데 먼저 말문을 연건 박선우였다.





"폼은 그만잡고 이제 그 잘난 힘좀 보여주실까?"




"안그래도 그럴라고 크큭"



갑자기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 놀란 그는 뒤를 돌아보기도전에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파앙'



거친 바닥과 입맞춤을하며 구르던것도 잠시 순식간에 그에게 다가간 기준은 관성의 법칙이 미처 다 적용되기도 전에 그의 한쪽 다리를 낚아채 반대편으로 던져버렸다.



'슈우웅'



날개라도 달고있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만한 비행을 하던 선우는 나무에 제대로 처박혔고 땅으로 곤두박질 치고있었으나, 기준의 공격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땅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다가와 그의 팔을 움켜잡은 기준은 슬쩍 들어올려 사정없이 구석구석 후려갈겼고 수건짝같이 너덜거리는 몸을 인정사정 볼것 없다는듯 땅바닥에 내리 꽂았다.



'빠각'


기분나쁜 뼈마디마디가 부서져 가루가 되는듯한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고 기준의 양손엔 어느새 제법 길다란 단검이 쌍으로 들려있었다.



"몇토막으로 나눠 볼까나 큭큭큭"



사람이라곤 생각되지않는 이질적인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기준은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렸는지 바닥에 널부러져 미동조차없는 그에게로 다가갔고, 이내
들고있던 칼로 미친듯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푹푹푹푹푹'



'촤악 촤아악'




"꿀먹은 벙어리냐? 크하핫 왜 말이없어 크흐흑 큭큭"



'서걱서걱 서걱 서걱 서걱'




"크하하하하하하하 이 개자식아 어디 아까처럼 지껄여 보라고 크하하하하하하하"




'푸욱 푸욱 푸욱'


'철퍽 철퍽 철퍽'




"입만 산건 네놈이잖냐 크하하하하하"







내 정신이 반영된 나이트메어가 장악하고 있는 몸은 그렇게 사방으로 피와 살점들을 튀기며 미친듯이 박선우의 몸뚱이를 난자했다.
나 역시 엄청난 분노로 이미 이성을 잃은지 오래였기에 나이트메어의 의지와 크게 다를것이 없었고, 그런 내게 끔찍하다느니 잔인하다느니 이런건 관심밖이었다. 오로지 놈을 죽여버리겠다는 마음뿐..

온몸을 피로 뒤집어쓴채 점점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만큼 갈기갈기 찢겨가는 고깃덩어리라고 밖엔 할수없는 그것들을 보는 기준의 눈엔 광기마저 어려있었고,


그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내려온 악마의 형상 그 자체였다..















20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