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다시 한편이 되었는지 좀전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괜히 애꿎은 문손잡이만 만질뿐이었고...
"허허허.. 기억이 잘안나는데.. 내가 소리쳤던가? 아하하하..."
"여보!! 당신자꾸 왜이래!!"
"아빠 실망이야!!
'딸깍'
"어라..? 어어어어어~~~~~~~~~~~"
'쿵'
갑자기 열린 문에의해 손잡이를 흔들고있던 그는 자연스럽게 몸이 안으로 기울어지며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뭐야.. 문 열려있었잖아..."
"여보 안다친거야?"
"아빠 괜찮아!!?"
그는 다행인건지 황당한건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아빠 근데 깔고있는 그건 뭐야?"
"뭘 깔고있다는 거니.."
지윤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그는 엉덩에 붙었다 떨어지는 종이조각을 발견할수 있었고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창천동 하늘공원에서 기다릴게요 - 기준'
"기준이가 문자 보고 메모 남겼나보네~"
"이상하네.. 오빠한테 보낸 따가워톡 채팅창에 숫자1 그대로 있는데.. 렉걸렸낭.."
"근데 얘는 갑자기 왠 공인으로 오래는거니 먼길오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엄마 그냥 여기서 기달리면 알아서 오겠지~ 귀찮게 뭘 또가"
"어허! 오빠가 서울 구경이라도 시켜주려나보지! 잔말말고 빨리 나와~ 얼마 안걸리니까 후딱 가서 데리고 오게!"
그의 외침에 모녀는 누가 그엄마의 그딸 아니랄까봐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짓던 기준아버지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경쾌한 엔진소리가 그들을 반긴것도 잠시 차는 그렇게 미끄러지듯 도심한복판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촤악~ 촤악'
"크흐흐흐흐 크하하하하하하하 꼴좋구나 빌어먹을 자식아 크하하핫"
고깃덩어리를 헤집어 놓는것도 이제 못할만큼 잘게 조각조각 난 살점들이 바닥을 어리접히고 있었고 기준은 이제 질렸다는듯 칼을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게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을 피로 뒤집어쓴 그 악귀같은 형상은 보는이로 하여금 기절할만한 괴이함을 자아냈지만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는듯 웃고있을 뿐이었다.
"이제 다했냐? 슬슬 나도 질려가던 참이었는데"
본능적으로 뒤를돌아본 기준은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다리를꼬고 있는 박선우를 보았고, 이내 믿어지지 않는다는듯 경악한채 방금까지 즐겼던 살점들과 박선우를 번갈아 보고있을 뿐이었다.
"새끼 진짜 멍청하네 적어도 얼굴은 확인하고 즐겨야할꺼아니냐 ㅋㅋ"
"바꿔치기 한건가...."
어설펐다..아무리 이성을 잃고 나이트메어에게 몸을 맡겼다지만 어설퍼도 너무 어설펐다. 바꿔치기 하는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다니.. 인간의 몸에 너무 오랜시간있었던 탓에 감이떨어진건지 나이트메어 마저 동요하고있었다. 서로 동요가 컸던건지 어느새 내정신은 몸에 흡수되듯 돌아와 있었고 아까전의 당한 상처로 인한 고통이 순식간에 몸을 엄습해왔다.
"크윽... 그럼 저건.."
"아~ 조~기밑에 널부러져있던 네 친구시체지 뭐겠냐 크크큭.."
난 떨리는 내손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격하게 쿵쾅거리며 요동치는 심장소리만이 귓가에 멤도는듯 했다. 죽인것도 모자라 죽은사람의 시신을 저렇게 훼손하고도 내가 인간일까.. 눈은 이미 예전에 말라붙어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이기준.. 상황이 좋지않아.. 저놈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것 같다.. 인간의 몸안에 들어와있었다곤 하나 악마중 하나인 이 내가 감쪽같이 당할줄은...'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는건데.."
'저놈이 저정도인데.. 그 존재는 상상하기도 싫어지는군..'
"........"
내손으로 모든것을 끝낼수 있을줄 알았던건 지독한 오만이었나보다.. 나이트메어조차 이렇게 말할만큼 강하단 건가.. 난 대체 어쩌면 좋은거니.. 지민아...
"근데 말이다.. 설마 방금전 보인 살기가 네 힘의 전부인거? 그렇다면 무진장 실망이라고~ 일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네 주변사람도 좀 생각하라고 앙?"
"......."
"한가지 재밌는걸 알려줄까?"
내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은 놈은 이죽거리며 입을놀렸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던 난 묵묵히 고개를 숙인채 그냥 서있을뿐이었다.
"네 몸속에 있는 '그것'을 '실체화' 할수있다는것 알고있나?"
'실체화라니 무슨말이지?'
의미를 알수없는 놈의 말에 난 서서히 고개를 들어 박선우를 쳐다봤고 놈은 그럴줄 알았다는듯 이어서 입을 놀릴뿐이었다. 지금의 내게 흥미를 끈건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일전에 '그분'이 하는 이야길 들은적이 있지.. 몸주인의 혼이 니놈처럼 멀쩡하게 존재할수있다면 '그것을' 밖으로 꺼내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야. 큭큭"
"......."
"물론 리스크는 따르기마련이지, 인간따위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꼴이니 말야.. 하지만 성공하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는군..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나?"
"... 나한테 그런걸 알려주는 의도가 뭐지?"
"글쎄.. 뭘거같은데?"
"그렇게 잘 알면 니놈이나 해보지 그래"
"이런이런 기억력 진짜 나쁘구나 너~ 말했잖아? 난 일부분의 힘만 받은거지만 넌 다르다고. '그것'을 직접 몸에 품고 있으니 말야"
"만약 니말대로 성공한다면 니놈은 죽은거나 마찬가지일텐데?"
"큭큭.. 어차피 지금의 네놈은 너무 시시해서말야, 모험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나 할까?"
박선우의 눈빛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고 마치 그랬다가 자기가 죽더라도 상관없다는듯 이죽거릴뿐이었다.
"나이트메어 사실이야?"
'그래.. 저놈이 그런것까지 알고있다니 믿기지가 않는군.. 하지만 그랬다간 넌 반드시 죽는다. 놈의 말을 들어선 안돼'
"난 어차피 죽어도 좋아. 아니 죽을각오로 이곳에 온거야..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죽는것보단 뭐라도 해보는게 훨씬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너란놈은 정말...'
"걱정마.. 혹시알아? 지난번에 네 힘을 전부 주입시켰을때도 살아남았잖아.. 이번에도 그럴지.."
'.......'
"합의는 잘 보고 있나? 큭큭"
나이트메어와의 이야기끝에 결심이 선 나는 놈의 비아냥거림에 한껏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놈한테 고맙단 말은 해둬야겠다."
"그말은 한번 해보겠다는 거로군? 역시 근거없는 자신감 하나는 예술이야 니놈은.. 큭큭"
"칭찬으로 듣지"
말이끝남과 동시에 난 머릿속에 한가지만을 떠올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나이트메어' ..악마의 형상을... 공간의 저편에서 여러가지를 소환했던것 처럼.. 어쩌면 처음부터 놈의 말이 아니었어도 난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짝만 다른 방향으로 다가갔다면 진작 생각해 냈을지도 모르겠지.. 그래.. 이까짓 목숨따위..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야 했던 나였어.. 내목숨 하나로 놈을 소멸시킬수 있다면 정말 싸게 먹히는거니까.
'본래의 네 모습을 갖춰 모든것을 멸해버려'
일순간 내 몸에서 부터 시작된 칠흑같은 어둠이 주변을 덮어가기 시작했고, 그 어둠은 삽시간에 모든것을 집어삼키며 마치 광활한 우주의 그것처럼 끝도없는 암흑만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크큭큭큭 크하하핫하하핫핫"
박선우는 어둠이 지배하는 실로 놀라운 장관을 바라보며 실성한듯 크게 웃기 시작했고, 난 어느새 내앞에 떠있는 거대한 존재를 눈으로 실감할수 있었다.
대략 성인남자의 두 세배는 될법한 커다란 그 모습에 압도된 난 그게 나이트메어의 본모습이란걸 어렵지 않게 알수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시커먼 도포같은것을 뒤집어 쓴듯 세차게 휘날리는 옷자락이 눈에 들어왔고 손으로 짐작되는 곳에는 자신의 몸만한 커다란 검은기운이 넘실거림에 마치 거대한 검을 들고있는 사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온통 시커먼 그 옷자락 끝은 미세하게 반짝임이 있었는데 그때문인지 주변이 온통 캄캄한 어둠인데도 불구하고 동화되지 않고 눈에 확들어왔다. 마치 검은색 바탕의 캔버스에 흰색 테두리를 그어놓은듯이...
"이것이.. 너의 본모습...."
"크아아~~~"
내가 말끝을 흐리기도 전에 이미 나이트메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평범하게 검과 같은 기운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박선우의 몸에 붙어있어야 할 팔한짝이 보이지 않았고,
난..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것처럼 온통 검은 바탕속에서 한줄기 붉은빛의 선혈이 낭자하는 그모습이 실로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키키키키키키키키킥 역시 하찮아 하찮아 하찮다고 인간새끼들은 키키키키킥킥킥킥"
"..나이..트..메어?"
"큭큭.. 큭큭큭 크핫핫핫핫"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사악한 나이트메어의 목소리에 이질감을 느낀 난 그런 나이트메어를 응시한채 말을 더듬거렸고,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선우의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고막을 진동시켰다. 자기팔 한짝이 잘려나갔음에도 고통스러운 표정은 커녕 즐겁다는듯한 그의 표정에 난 뭔가 일이 틀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수있었고 그런 궁금증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선우는 입을 열었다.
"이제 나오셔도 될것 같은데요 크큭.."
그의 말이 귓가를 간지럽히며 자극 한것도 잠시 선우의 옆엔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정체 불명의 여인이 방긋 미소를 지은채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난 과거 지민의 장례식장에서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처지나갔고 그건 다름 아닌 지민의 어머니였다.
"당신이 어떻게.."
실로 충격적일수밖에 없었다. 지민의 어머니가 놈이 말하던 '그분' 이라니.. 나이트메어에 의해 만들어진 또다른 나이트메어라니.. 이런식으로 만나게 될것이라곤 꿈에도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진실을 알게되고 죽은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을줄은.. 아니다. 충분히 상상할수 있었고 당연히 알고있어야 했다. 이건 확실한 내 실수였다.. 나이트메어에게 진실을 듣고나서 단한번도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지민어머니는 뭐였는지 의구심조차 품지못한 덕분에 이런 꼴을 맞이하게 만든 내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니가 바로 '그 존재' 였군.. 그 몸을 유지할수 있는건 역시 아직 본래주인의 혼과 밸런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인건가..?"
내 말은 들은척도 없이 그녀는 무언가 하려는듯 갑자기 한손을 치켜들었고, 그 순간 그녀의 손아귀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느낀것도 잠시, 눈앞에 있어야 할 나이트메어의 존재가 마치 지우개로 밑그림을 지워내듯 지워져 가고 있음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나이트메어!!!!"
찰나의 순간에 공간을 지배하던 어둠과함께 나이트메어는 그녀의 손아귀에 흡수되듯 사라져버렸고, 그녀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손아귀를 거세게 움켜쥐었다.
'팟'
박터지는듯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마치 정진되었던 집에 다시 전력이 공급되는듯이 주변은 처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나이트메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이..트..메어..?"
'...........'
"다시 내몸에 들어와있는거지..?"
".........."
"이봐... 이런 중요한때 장난하지 말라고.."
'...........'
"마..말도안돼...."
평소와 달리 머릿속은 마치 텅 비어버린것 같은 고요함 만이 그의 목소리를 대신했고, 그의 목소리는 커녕 미세한 기운조차..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 이 트 메 어 !!!!!!!!!!!!!!!!!!!!!!!!!!!!!!!!!!!!!!!!!!!!"
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29
출처 - 웃대(못된야옹)님 -
20부. 재회
'띵동'
'띵동'
"아 씨!!"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지윤아 그러다 고장날라 문자 제대로 남긴거 맞니?"
"보냈다니까! '따가워톡'으로 몇개나 전송했는데!! 확인을 안하잖아 확인을!!"
지윤은 아까 통화후 화난게 아직도 안풀렸는지 얼굴이 새빨게 져가지곤 씩씩 거리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안간다 그랬잖아 엄마도 참 아휴.."
"지윤이 너 자꾸 엄마한테 짜증 낼래?"
"이럴꺼면 몇일전부터 미리 약속을 잡고 오든가 답답하잖아!"
"어머어머 얘 말하는것좀 봐. 내아들 집에 엄마가 약속까지 잡으면서 가야하니?"
"아 몰라"
"둘다 그만해용~ 내가 기준이한테 전화한번 해볼게"
험악해지는 분위기가 못마땅했는지 옆에서서 보다못한 지윤아버지는 둘의 가운데로 끼어들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휴대폰을 꺼내 귀에대기 무섭게 '다다다다' 쏘아부치는 모녀의 사자후에 그는 늦은 후회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지윤이 쟤 말버릇좀봐요! 내가 잘못한거냐구요!"
"아빠 내가 틀린말 했냐구요!"
"여보 말좀해봐요 당신 대체 누구편인거예요!"
"아빠 내말 듣고있어? 아빠 아빠!!!"
"아!!!!!!!!!!!!쫌!!!!!!!!!!!!!!! 가만히좀 있어봐!!!! 안들리잖아!!!!!!!!!!!!!!"
참다못한 그는 모녀와는 비교할수없는 내공의 사자후를 외쳤고 순간적으로 잠잠해진듯 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셈으로 연결되겠으며, 통화료가 부과....'
"기준이 전화기 꺼져있구만 이거이거...이를어쩐다.."
휴대폰을 닫으며 중얼거린 그는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신 방금 우리한테 큰소리 친거에요?"
"맞어 아빠 지금 엄마하고 나한테 소리질렀잖아!"
언제 다시 한편이 되었는지 좀전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괜히 애꿎은 문손잡이만 만질뿐이었고...
"허허허.. 기억이 잘안나는데.. 내가 소리쳤던가? 아하하하..."
"여보!! 당신자꾸 왜이래!!"
"아빠 실망이야!!
'딸깍'
"어라..? 어어어어어~~~~~~~~~~~"
'쿵'
갑자기 열린 문에의해 손잡이를 흔들고있던 그는 자연스럽게 몸이 안으로 기울어지며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뭐야.. 문 열려있었잖아..."
"여보 안다친거야?"
"아빠 괜찮아!!?"
그는 다행인건지 황당한건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아빠 근데 깔고있는 그건 뭐야?"
"뭘 깔고있다는 거니.."
지윤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그는 엉덩에 붙었다 떨어지는 종이조각을 발견할수 있었고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창천동 하늘공원에서 기다릴게요 - 기준'
"기준이가 문자 보고 메모 남겼나보네~"
"이상하네.. 오빠한테 보낸 따가워톡 채팅창에 숫자1 그대로 있는데.. 렉걸렸낭.."
"근데 얘는 갑자기 왠 공인으로 오래는거니 먼길오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엄마 그냥 여기서 기달리면 알아서 오겠지~ 귀찮게 뭘 또가"
"어허! 오빠가 서울 구경이라도 시켜주려나보지! 잔말말고 빨리 나와~ 얼마 안걸리니까 후딱 가서 데리고 오게!"
그의 외침에 모녀는 누가 그엄마의 그딸 아니랄까봐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짓던 기준아버지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경쾌한 엔진소리가 그들을 반긴것도 잠시 차는 그렇게 미끄러지듯 도심한복판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촤악~ 촤악'
"크흐흐흐흐 크하하하하하하하 꼴좋구나 빌어먹을 자식아 크하하핫"
고깃덩어리를 헤집어 놓는것도 이제 못할만큼 잘게 조각조각 난 살점들이 바닥을 어리접히고 있었고 기준은 이제 질렸다는듯 칼을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게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을 피로 뒤집어쓴 그 악귀같은 형상은 보는이로 하여금 기절할만한 괴이함을 자아냈지만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는듯 웃고있을 뿐이었다.
"이제 다했냐? 슬슬 나도 질려가던 참이었는데"
본능적으로 뒤를돌아본 기준은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다리를꼬고 있는 박선우를 보았고, 이내 믿어지지 않는다는듯 경악한채 방금까지 즐겼던 살점들과 박선우를 번갈아 보고있을 뿐이었다.
"새끼 진짜 멍청하네 적어도 얼굴은 확인하고 즐겨야할꺼아니냐 ㅋㅋ"
"바꿔치기 한건가...."
어설펐다..아무리 이성을 잃고 나이트메어에게 몸을 맡겼다지만 어설퍼도 너무 어설펐다. 바꿔치기 하는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다니.. 인간의 몸에 너무 오랜시간있었던 탓에 감이떨어진건지 나이트메어 마저 동요하고있었다.
서로 동요가 컸던건지 어느새 내정신은 몸에 흡수되듯 돌아와 있었고 아까전의 당한 상처로 인한 고통이 순식간에 몸을 엄습해왔다.
"크윽... 그럼 저건.."
"아~ 조~기밑에 널부러져있던 네 친구시체지 뭐겠냐 크크큭.."
난 떨리는 내손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격하게 쿵쾅거리며 요동치는 심장소리만이 귓가에 멤도는듯 했다. 죽인것도 모자라 죽은사람의 시신을 저렇게 훼손하고도 내가 인간일까.. 눈은 이미 예전에 말라붙어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이기준.. 상황이 좋지않아.. 저놈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것 같다.. 인간의 몸안에 들어와있었다곤 하나 악마중 하나인 이 내가 감쪽같이 당할줄은...'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는건데.."
'저놈이 저정도인데.. 그 존재는 상상하기도 싫어지는군..'
"........"
내손으로 모든것을 끝낼수 있을줄 알았던건 지독한 오만이었나보다.. 나이트메어조차 이렇게 말할만큼 강하단 건가.. 난 대체 어쩌면 좋은거니.. 지민아...
"근데 말이다.. 설마 방금전 보인 살기가 네 힘의 전부인거? 그렇다면 무진장 실망이라고~ 일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네 주변사람도 좀 생각하라고 앙?"
"......."
"한가지 재밌는걸 알려줄까?"
내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은 놈은 이죽거리며 입을놀렸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던 난 묵묵히 고개를 숙인채 그냥 서있을뿐이었다.
"네 몸속에 있는 '그것'을 '실체화' 할수있다는것 알고있나?"
'실체화라니 무슨말이지?'
의미를 알수없는 놈의 말에 난 서서히 고개를 들어 박선우를 쳐다봤고 놈은 그럴줄 알았다는듯 이어서 입을 놀릴뿐이었다. 지금의 내게 흥미를 끈건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일전에 '그분'이 하는 이야길 들은적이 있지.. 몸주인의 혼이 니놈처럼 멀쩡하게 존재할수있다면 '그것을' 밖으로 꺼내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야. 큭큭"
"......."
"물론 리스크는 따르기마련이지, 인간따위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꼴이니 말야.. 하지만 성공하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는군..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나?"
"... 나한테 그런걸 알려주는 의도가 뭐지?"
"글쎄.. 뭘거같은데?"
"그렇게 잘 알면 니놈이나 해보지 그래"
"이런이런 기억력 진짜 나쁘구나 너~ 말했잖아? 난 일부분의 힘만 받은거지만 넌 다르다고. '그것'을 직접 몸에 품고 있으니 말야"
"만약 니말대로 성공한다면 니놈은 죽은거나 마찬가지일텐데?"
"큭큭.. 어차피 지금의 네놈은 너무 시시해서말야, 모험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나 할까?"
박선우의 눈빛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고 마치 그랬다가 자기가 죽더라도 상관없다는듯 이죽거릴뿐이었다.
"나이트메어 사실이야?"
'그래.. 저놈이 그런것까지 알고있다니 믿기지가 않는군.. 하지만 그랬다간 넌 반드시 죽는다. 놈의 말을 들어선 안돼'
"사실이었군.. 그럼 그렇게 해봐야겠어"
'제정신이냐? 그랬다간 니가 죽어버린다고'
"나이트메어.. 어차피 이대로 있어봐야 놈에게 죽는건 매한가지라고!! 그렇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난 어차피 죽어도 좋아. 아니 죽을각오로 이곳에 온거야..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죽는것보단 뭐라도 해보는게 훨씬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너란놈은 정말...'
"걱정마.. 혹시알아? 지난번에 네 힘을 전부 주입시켰을때도 살아남았잖아.. 이번에도 그럴지.."
'.......'
"합의는 잘 보고 있나? 큭큭"
나이트메어와의 이야기끝에 결심이 선 나는 놈의 비아냥거림에 한껏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놈한테 고맙단 말은 해둬야겠다."
"그말은 한번 해보겠다는 거로군? 역시 근거없는 자신감 하나는 예술이야 니놈은.. 큭큭"
"칭찬으로 듣지"
말이끝남과 동시에 난 머릿속에 한가지만을 떠올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나이트메어' ..악마의 형상을...
공간의 저편에서 여러가지를 소환했던것 처럼.. 어쩌면 처음부터 놈의 말이 아니었어도 난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짝만 다른 방향으로 다가갔다면 진작 생각해 냈을지도 모르겠지..
그래.. 이까짓 목숨따위..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야 했던 나였어.. 내목숨 하나로 놈을 소멸시킬수 있다면 정말 싸게 먹히는거니까.
'본래의 네 모습을 갖춰 모든것을 멸해버려'
일순간 내 몸에서 부터 시작된 칠흑같은 어둠이 주변을 덮어가기 시작했고, 그 어둠은 삽시간에 모든것을 집어삼키며 마치 광활한 우주의 그것처럼 끝도없는 암흑만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크큭큭큭 크하하핫하하핫핫"
박선우는 어둠이 지배하는 실로 놀라운 장관을 바라보며 실성한듯 크게 웃기 시작했고, 난 어느새 내앞에 떠있는 거대한 존재를 눈으로 실감할수 있었다.
대략 성인남자의 두 세배는 될법한 커다란 그 모습에 압도된 난 그게 나이트메어의 본모습이란걸 어렵지 않게 알수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시커먼 도포같은것을 뒤집어 쓴듯 세차게 휘날리는 옷자락이 눈에 들어왔고 손으로 짐작되는 곳에는 자신의 몸만한 커다란 검은기운이 넘실거림에 마치 거대한 검을 들고있는 사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온통 시커먼 그 옷자락 끝은 미세하게 반짝임이 있었는데 그때문인지 주변이 온통 캄캄한 어둠인데도 불구하고 동화되지 않고 눈에 확들어왔다. 마치 검은색 바탕의 캔버스에 흰색 테두리를 그어놓은듯이...
"이것이.. 너의 본모습...."
"크아아~~~"
내가 말끝을 흐리기도 전에 이미 나이트메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평범하게 검과 같은 기운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박선우의 몸에 붙어있어야 할 팔한짝이 보이지 않았고,
난..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것처럼 온통 검은 바탕속에서 한줄기 붉은빛의 선혈이 낭자하는 그모습이 실로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키키키키키키키키킥 역시 하찮아 하찮아 하찮다고 인간새끼들은 키키키키킥킥킥킥"
"..나이..트..메어?"
"큭큭.. 큭큭큭 크핫핫핫핫"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사악한 나이트메어의 목소리에 이질감을 느낀 난 그런 나이트메어를 응시한채 말을 더듬거렸고,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선우의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고막을 진동시켰다.
자기팔 한짝이 잘려나갔음에도 고통스러운 표정은 커녕 즐겁다는듯한 그의 표정에 난 뭔가 일이 틀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수있었고 그런 궁금증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선우는 입을 열었다.
"이제 나오셔도 될것 같은데요 크큭.."
그의 말이 귓가를 간지럽히며 자극 한것도 잠시 선우의 옆엔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정체 불명의 여인이 방긋 미소를 지은채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난 과거 지민의 장례식장에서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처지나갔고 그건 다름 아닌 지민의 어머니였다.
"당신이 어떻게.."
실로 충격적일수밖에 없었다. 지민의 어머니가 놈이 말하던 '그분' 이라니.. 나이트메어에 의해 만들어진 또다른 나이트메어라니.. 이런식으로 만나게 될것이라곤 꿈에도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진실을 알게되고 죽은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을줄은.. 아니다. 충분히 상상할수 있었고 당연히 알고있어야 했다. 이건 확실한 내 실수였다..
나이트메어에게 진실을 듣고나서 단한번도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지민어머니는 뭐였는지 의구심조차 품지못한 덕분에 이런 꼴을 맞이하게 만든 내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니가 바로 '그 존재' 였군.. 그 몸을 유지할수 있는건 역시 아직 본래주인의 혼과 밸런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인건가..?"
내 말은 들은척도 없이 그녀는 무언가 하려는듯 갑자기 한손을 치켜들었고, 그 순간 그녀의 손아귀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느낀것도 잠시, 눈앞에 있어야 할 나이트메어의 존재가 마치 지우개로 밑그림을 지워내듯
지워져 가고 있음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나이트메어!!!!"
찰나의 순간에 공간을 지배하던 어둠과함께 나이트메어는 그녀의 손아귀에 흡수되듯 사라져버렸고, 그녀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손아귀를 거세게 움켜쥐었다.
'팟'
박터지는듯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마치 정진되었던 집에 다시 전력이 공급되는듯이 주변은 처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나이트메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이..트..메어..?"
'...........'
"다시 내몸에 들어와있는거지..?"
".........."
"이봐... 이런 중요한때 장난하지 말라고.."
'...........'
"마..말도안돼...."
평소와 달리 머릿속은 마치 텅 비어버린것 같은 고요함 만이 그의 목소리를 대신했고, 그의 목소리는 커녕 미세한 기운조차..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 이 트 메 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