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집에서 만드는 고슬고슬 솥밥

이봉주201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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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을 쓰지 않는 나는 밥은 늘 솥에 한다. 솥밥은 쌀을 잘 불린 뒤 불조절만 잘 하면 그 어떤 도구에서 지은 밥보다 찰지고 맛난 밥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현미든 백미든 쌀을 기본으로 해서 그 위에 여러가지 재료들을 올려 다양한 종류의 테마밥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친한 언니들이 우리집에 와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밴쿠버의 4월은 마냥 늦가을 같기만 하다. 고슬고슬한 밥을 짓고 뜨근한 어묵탕을 끓여 언니들과 함께 나눴다.

 

난 무쇠솥은 쓴다. 물론 무겁다. 아주 옛날처럼 가마솥을 부뚜막에 걸어놓고 한번씩 볏짚으로 씻을 수 있었다면 더욱 쉬웠겠는가? (새벽마다 불도 지펴가면서??) 그에 비하면 이건 일도 아니라고 본다. 누룽지가 생겨도 뜨거울 때 쓱쓱 긁으면 잘 벗겨지니 정작 씻을 땐 전혀 번거롭지가 않다. 설겆이를 도맡아서 하는 고마운 남편 덕에 난 크기가 각각 다른 무쇠솥이 여러 개 있다. 무쇠솥에 한 밥이나 스튜 맛은 확실히 다르니 일이 좀 생겨도 좋은 품질의 무쇠솥만 보면 휴대폰으로 사진까지 찍어보내오며 자기가 알아서 사가지고 오기도 하는 남편이다. 어쨌든, 밥을 지어보자.

 

쌀은 자기 전에 현미찹쌀과 보통 백미를 씻어서 물을 자작하게 부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조금 더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면 질좋은 천일염을 약간 넣고 불려도 좋다.) 조금 더 고슬고슬한 밥을 원한다면 씻은 뒤 체에 받쳐 냉장고에 넣어줘도 좋다. 밥을 지을 땐 물은 불린 쌀 위로 아주 약간만 - 쌀알이 물밑으로 거의 드러날 정도로 -  올라오게 물을 붓는다. 쌀의 양보다 조금 더 적은 양의 물이 들어가는 듯 하다. 강불에서 뚜껑을 열고 물이 잦아들 때까지 끓인 뒤 물이 없어지면 뚜껑을 덮고 중불로 줄여 10분, 약불로 뜸을 들이며 15분 이상을 놓아둔다. 현미찹쌀의 양이 많다면 난 뜸을 좀 오랫동안 들이는 편이다. 뜸을 들이기 전에, 다시 말해 약불로 줄이기 전에 올리고 싶은 재료들을 밥 위에 얹어준다. 난 이날 불고깃거리를 표고버섯과 함께 섞어 넉넉히 올려주었다. 충분히 뜸을 들이기에 고기든 뭐든 왠만한 것은 아주 훌륭하게 익어나온다.

 

 

 

 

불린 쌀 위에 물을 붓고 나서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다. 언니들이 시장할까봐 급히 불고깃감을 올려버렸더니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사진이 없다.

 

 

 

 

보시다시피 재료들을 수북히 올린다. 나중에 밥이 지어지면 골고루 섞어먹어야하니까.

 

 

 

 

밥에 비벼먹을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놓았다. 한국수퍼라도 갔었더라면 달래를 구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지만 집에 있던 청량고추와 마늘, 집간장, 파, 참기름 등을 넣어 먹기 2시간 전에 만들어놓았었다. 미리 만들면 양념장이 숙성되어 더욱 맛있다.

 

 

 

 

 

 

밥을 비벼먹을 그릇은 나무 그릇으로 택했다. 고슬한 감이 그대로 유지되게. 볼품좋은 젓가락을 구해야하는데.... 한국에서 구해오고 싶은 것이 여럿 된다. 질그릇 같은 것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중국제품이나 일본제품이 있긴 한데, 그래도 난 한국 것들이 좋아보인다.

 

 

 

 

 

 

밥을 담을 용기는 원해 샐러드볼이다.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이 샐러드볼은 아주 야무지다. 뭘 내놓아도 소박해보이고 따뜻해보인다. 식사 전엔 따뜻하게 호박전을 구워냈다. 언니 중 하나가 열무김치를 가지고 오셔서 함께 담아내고.

 

 

 

 

 

드디어 밥이 지어졌다. 손목을 욱씬거리게 할 정도로 무거운 무쇠솥 뚜껑을 열면 다들 와~ 탄성을 터뜨린다.

 

 

 

 

밥을 푼다. 살아있는 밥알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얌전하게. 고슬고슬. 김이 모락모락.

 

 

 

 

 

알큰한 양념장이랑 살살 비벼먹었다. 갓 지은 밥이라면 몇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다.

 

 

 

 

 

 

함께 식사를 했던 언니들은 나에게 있어 가족같은 언니들이다. 사실 감기 기운에 몸이 골골 거렸지만 따뜻한 이들을 본다는 생각에 하나도 힘든 줄 몰랐다. 언니들 덕에 나와 딸내미는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다들 건강하세요

 

Love from Di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