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컬투 게시판에 들어왔다가 ‘인연’이란 주제를 보고 제 이야기도 살짝 풀어볼까 싶어 태어나 처음으로 사연이란 것을 남겨봅니다.
음, 그러니까 오래 전(제가 좀 연식이 있습니다.ㅜㅜ), 제가 갓 스무 살이 넘었을 때였습니다.
아직 어린 탓에 연애 경험이 전혀 없던 저와 친구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상형에 관해 떠들곤 했답니다. 친구들은 각자의 이상형에 대해 말했지요.
눈알이 휙휙 돌아가게 잘 생긴 남자,
한 번에 폭 안길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
누가 보아도 훤칠할 정도로 쭉 빠진 바디라인을 가진 남자,
숨이 턱 막히도록 돈이 많은 남자,
자상하고 친절한 남자 등등....
그러나 저의 이상형은 한결 같았습니다. 바로 착한 남자.
하지만 저 또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키 작고 대머리만 아니면 다른 것은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주야장천 똑같은 이상형을 고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비록 강원도 산골에서 막 상경한 촌놈에,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밖에 없던 사람, 그래서 더 순박한 남자.
아버지를 일찍 여윈 저로서는 그의 따스하고 착한 품성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단번에 끓어오르는 양은 냄비가 아닌, 뭉근하게 끓지만 한 번 끓으면 쉽게 식지 않은 뚝배기 같은 사람이다.’라는 말에 홀딱 넘어가 그 사람과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답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세월이란 것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저희 집에 놀러왔던 막내 시누이가 저에게 묻더군요. ‘언니는 어떻게 오빠처럼 키 작은 남자와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그 순간 저는 뜨악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더군요. 현관을 들어서는 남편과 마주한 저는 장승처럼 뻣뻣하게 굳어졌습니다.
“내 남편의 키가 이렇게 작았다니....”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남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남편의 키가 작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충격의 쓰나미가 저를 휩쓸고 가더군요. 하지만 이왕 결혼을 한 거, 지금까지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그게 뭐 큰 대수겠냐싶어 아무 말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러니까 남편이 딱 마흔이 되던 해였습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야한다며 남편이 증명사진을 찍어왔더군요. 사진을 보는 순간, 저는 또다시 장승이 되어야 했습니다. 바로 남편의 이마를 가리고 있어야할 머리카락들이 없었던 것입니다. 키 작은 것까지는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대머리이기까지 했을 줄이야.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랑 결혼을 했단 말인가?
무언가 속아도 단단히 속은 것 같은 억울함에 혈압이 확 올랐습니다.
“자기, 대머리였어?”
“새삼스럽게 왜 이래? 머리 빠지기 시작한지 몇 년짼데. 당신, 나한테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니야?”
놀라서 따지듯 묻는 제게 남편은 오히려 버럭 역정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무안했는지 자기는 아직 대머리가 아니라 그저 처음보다 이마가 조금 넓게 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가 아무리 넓기로서니 거의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마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단 말입니까!
세상에 이럴 수가... 저는 기가 막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긴, 제가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눈에 콩 깎지가 씌어 제대로 보지 못한 제 탓이지요.
그 후, 명절이 맞이해 시댁에 갔을 때였습니다. 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우연찮게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저도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희 시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그래서 부부의 인연이란 따로 있는 것이라고. 네가 눈에 콩 깎지가 씌지 않았다면 내 아들 같은 녀석을 만났겠느냐’라고. ㅜㅜ
네, 맞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부부의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결혼을 한 후, 남편과 함께 열여덟 번째의 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 제 남편의 이마요? 짐작들은 하시겠지만 그때보다 조금 더 넓어?졌답니다. 키도 40대 후반으로 들어서니 더 줄어드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이제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비록 남편의 외양은 해가 바뀔수록 변해가고 있지만, 저를 향한 남편의 사랑도, 착한 심성도 처음 그대로이니까요. ^^
덧: 만약 제 사연이 채택된다면... 남편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네요.
사랑하는 기택 씨~ 허락도 없이 자기 얘기 풀어서 미안해! ㅜㅜ
하지만 자기 이야기임과 동시에 내 이야기잖아. 그치?
아무튼 18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해줘서 고맙고, 월셋방 얻을 보증금조차 없이 결혼해서 지금 이날까지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와 준 자기한테 진심으로 감사해.
부부 인연은 따로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평택에 사는 00이 엄마입니다.
우연찮게 컬투 게시판에 들어왔다가 ‘인연’이란 주제를 보고 제 이야기도 살짝 풀어볼까 싶어 태어나 처음으로 사연이란 것을 남겨봅니다.
음, 그러니까 오래 전(제가 좀 연식이 있습니다.ㅜㅜ), 제가 갓 스무 살이 넘었을 때였습니다.
아직 어린 탓에 연애 경험이 전혀 없던 저와 친구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상형에 관해 떠들곤 했답니다. 친구들은 각자의 이상형에 대해 말했지요.
눈알이 휙휙 돌아가게 잘 생긴 남자,
한 번에 폭 안길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
누가 보아도 훤칠할 정도로 쭉 빠진 바디라인을 가진 남자,
숨이 턱 막히도록 돈이 많은 남자,
자상하고 친절한 남자 등등....
그러나 저의 이상형은 한결 같았습니다. 바로 착한 남자.
하지만 저 또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키 작고 대머리만 아니면 다른 것은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주야장천 똑같은 이상형을 고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비록 강원도 산골에서 막 상경한 촌놈에,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밖에 없던 사람, 그래서 더 순박한 남자.
아버지를 일찍 여윈 저로서는 그의 따스하고 착한 품성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단번에 끓어오르는 양은 냄비가 아닌, 뭉근하게 끓지만 한 번 끓으면 쉽게 식지 않은 뚝배기 같은 사람이다.’라는 말에 홀딱 넘어가 그 사람과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답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세월이란 것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저희 집에 놀러왔던 막내 시누이가 저에게 묻더군요. ‘언니는 어떻게 오빠처럼 키 작은 남자와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그 순간 저는 뜨악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더군요. 현관을 들어서는 남편과 마주한 저는 장승처럼 뻣뻣하게 굳어졌습니다.
“내 남편의 키가 이렇게 작았다니....”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남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남편의 키가 작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충격의 쓰나미가 저를 휩쓸고 가더군요. 하지만 이왕 결혼을 한 거, 지금까지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그게 뭐 큰 대수겠냐싶어 아무 말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러니까 남편이 딱 마흔이 되던 해였습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야한다며 남편이 증명사진을 찍어왔더군요. 사진을 보는 순간, 저는 또다시 장승이 되어야 했습니다. 바로 남편의 이마를 가리고 있어야할 머리카락들이 없었던 것입니다. 키 작은 것까지는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대머리이기까지 했을 줄이야.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랑 결혼을 했단 말인가?
무언가 속아도 단단히 속은 것 같은 억울함에 혈압이 확 올랐습니다.
“자기, 대머리였어?”
“새삼스럽게 왜 이래? 머리 빠지기 시작한지 몇 년짼데. 당신, 나한테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니야?”
놀라서 따지듯 묻는 제게 남편은 오히려 버럭 역정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무안했는지 자기는 아직 대머리가 아니라 그저 처음보다 이마가 조금 넓게 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가 아무리 넓기로서니 거의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마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단 말입니까!
세상에 이럴 수가... 저는 기가 막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긴, 제가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눈에 콩 깎지가 씌어 제대로 보지 못한 제 탓이지요.
그 후, 명절이 맞이해 시댁에 갔을 때였습니다. 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우연찮게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저도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희 시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그래서 부부의 인연이란 따로 있는 것이라고. 네가 눈에 콩 깎지가 씌지 않았다면 내 아들 같은 녀석을 만났겠느냐’라고. ㅜㅜ
네, 맞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부부의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결혼을 한 후, 남편과 함께 열여덟 번째의 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 제 남편의 이마요? 짐작들은 하시겠지만 그때보다 조금 더 넓어?졌답니다. 키도 40대 후반으로 들어서니 더 줄어드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이제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비록 남편의 외양은 해가 바뀔수록 변해가고 있지만, 저를 향한 남편의 사랑도, 착한 심성도 처음 그대로이니까요. ^^
덧: 만약 제 사연이 채택된다면... 남편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네요.
사랑하는 기택 씨~ 허락도 없이 자기 얘기 풀어서 미안해! ㅜㅜ
하지만 자기 이야기임과 동시에 내 이야기잖아. 그치?
아무튼 18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해줘서 고맙고, 월셋방 얻을 보증금조차 없이 결혼해서 지금 이날까지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와 준 자기한테 진심으로 감사해.
나랑 여우한테는 세상에서 자기가 최고로 멋진 남편이고 아빠라는 거 알지?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 가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