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환자로 살아간다는 것

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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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써있다시피 나는 아토피가 있는 20대후반女임.

 

생명에 지장 주는 것도 아니고 환자란 말은 왠지 어감이 이상하지만;

 

아토피가 본격적으로 발병한건 2살 때부터라고 하니 거의 30년이 다 되어 감.

 

정말 아토피 치료를 위해 안 해본게 거의 없음.

 

병원도 계속 다니고 뜸도 뜨고 침도 맞고 한약도 먹고 암튼 좋다는건 다 해봄.

 

어릴 때부터 계속 나아졌다 심해졌다의 순환을 반복하고 있는데

 

최근 또 갑자기 심해져서 병원을 다니고 있음.

 

연고랑 약이랑 처방 받아 먹고 바르고 하다 보니 문득 옛날 생각도 나고

 

피부 때문에 워낙 빡치고 서러운 기억이 많아서 그냥 글을 써봄.

 

아토피 완치약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노벨상 수상할 거임.

 

주위의 누구나 잘 아는듯이 좋은 정보 준다는듯이

 

'아토피엔 ㅇㅇ이 좋다더라'라고 한 마디씩 하기도 하고

 

심지어 피부과를 가도 의사선생님마다 먹으면 안 될 음식, 피해야 될 것 등 알려주는게 다 다름.

 

누구는 고기를 아예 먹지 말라고도 하고,

 

또 최근에 갔던 병원은 술만 빼고 다 먹어도 상관없다고 하고

 

어차피 무엇을 해도 이건 난치병이므로 그냥 어느 정도 걸러서 들음.

 

밀가루와 튀긴 음식은 살찌기도 하니까 웬만하면 안 먹긴 하는데,

 

나는 어느 때는 막 술 먹거나 스트레스 왕창 받아도 피부에 별 변화 없을 때도 있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막 나빠지기도 하고 정말 종잡을 수가 없음.

 

아토피 하나만도 버겁고 억울한데 이것 때문에 비염도 생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비염이 주로 여름-가을 환절기에 심해지는데

 

이때는 자다가 가래 때문에 숨막혀서 깨기도 하고

 

코가 막혀서 숨이 안 쉬어져서 진짜 너무너무 괴로울 때도 있음.

 

내가 평생동안 이비인후과, 피부과에서 처방 받아서 먹은 약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0알은 넘을거임.

 

아토피로 인한 고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가려움 & 사람들의 시선임.

 

일주일에 한번씩 손톱을 짧게 깎아도 긁다가 피날 때가 많은데

 

딱지가 생겨도 너무 가려워서 또 긁고 그럼 아물기도 전에 딱지 떨어져서 또 피나고 <- 연속ㄷ

 

그러면서 피부엔 흉터자국만 남음.

 

긁다 보면 그 자리는 각질이 두꺼워지고 그러면서 주름&색소침착이 생김.

 

그래서 아토피 있는 사람은 노화도 빨리 진행된다고 함(피부과에서 직접 들음ㅠ).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가려운 순간이 있는데

 

그땐 차라리 살을 칼로 파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듦.

 

반면 가렵지 않고 빨갛게 되는 부위도 있고 때처럼 각질이 막 벗겨지는 부위도 있음.

 

두피에서 각질이 떨어질 때도 있는데 두피엔 약도 못 발라서 비듬처럼 보일 때도 있었음ㅠ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는건 거의 이것 때문임.

 

내가 초딩 때만 해도 아침에 세수만 하면 로션은 커녕 거울도 안 보고 바로 학교 가고 했는데

 

어느날 친구들이 "너 밀가루로 세수했냐?ㅋ" 이러는 거임.

 

알고 보니 그게 얼굴 전체에 각질이 일어나서 애들 눈엔 밀가루처럼 보였나 봄.

 

그땐 나도 내가 아토피란걸 몰라서 "엉 나 밀가루로 세수했어ㅋ" 이러면서 애들이랑 웃고 넘김.

 

중1 때였음.

 

하복을 입는데 아토피는 특히 팔꿈치와 무릎 안쪽 등 살이 접히는 부위가 심함.

 

내 팔을 본 어떤 여자애가 "징그럽다." 이러는 거임.

 

딱히 감정 없이 악의도 없이 벌레 보고 징그럽다고 하는 것 마냥 한 말이었음.

 

이때까지만 해도 나도 별 생각 없었음. '아 그렇구나' 이 정도?

 

중2 때였음.

 

이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함. 국어시간이었음.

 

평범하게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내 근처에 서 있던 국어선생님이

 

"어머! 너 얼굴이 왜 그러니?! 양호실 가야 되는거 아니니?!" 이러고 소리치는 거임.

 

이때 내 얼굴은 불그스름했음.

 

선생님이 말하자 반 애들 전체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고 나는 뭔 말도 못하고 있었음.

 

내 뒤에 앉은 친구가 아 얘 얼굴이 좀 터서 그래요 라고 대신 말해줬음.

 

근데 어떤 남자애가 내 옆자리에 앉은 애한테 "야! 피해!" 이러는 거임.

 

걔가 진짜로 피하진 않았지만 아마 이게 피부 때문에 속상했던 최초의 기억 같음.

 

고1 때.

 

고등학교는 여학교였는데, 사회선생님 중에 조낸 욕 잘하는 사람이 있었음.

 

수업시간에도 맨날 애들한테 ㅇㅇ년 ㅇ년 이러면서 욕하면서 얘기했음.

 

어느날 그 사회시간에 선생님이 나를 딱 보더니 실실 쪼개면서

 

"야 너는 왜 이렇게 얼굴이 벌개? 소주 한 병 먹고 왔냐?" 이랬음.

 

역시나 반 애들이 다 나를 쳐다봤고 나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그냥 넘김.

 

이때는 얼굴이 빨갛게 된데다가 각질까지 너무 심해서

 

이 사회시간이 있고 며칠 후에 나는 조퇴를 하고 피부과에 갔음.

 

그리고 학교가 상고라 고3 때 어딘가 면접을 보러 갔음.

 

학생기록부? 인가 그걸 들고 갔는데 고1때의 질병조퇴가 딱 하나 찍혀 있었음.

 

(그거 빼곤 3년 동안 개근이라서 졸업 때 정근상도 받았음)

 

거기서 그걸 보더니 이건 뭐냐고 물어봐서

 

제가 아토피가 있는데 그때 심해져서 병원 가느라 조퇴했다고 했더니

 

그럼 지금은 다 나았냐, 또 심해지면 일하다 말고 병원 가야 되는거 아니냐고 함.

 

뭐라고 대답했는진 기억나지 않고 어쨌든 그 회사는 가지 않았지만 별로 기분이 좋진 않았음.

 

그 뒤로도 나는 새로 알게 되는 사람마다 항상 아토피가 있어서 피부가 이렇다고 설명해야 됐음.

 

친한 친구들은 이해해주고 아무렇지 않게 봐줌.

 

20대 초중반 넘어가면서는 10대 때처럼 심하진 않았음.

 

근데 작년이었음.

 

엄마가 아토피가 완치되는 약이라며 한약 냄새 나는 스프레이를 가져옴.

 

그걸 개발한 사람의 딸도 아토피였다가 다 나았다고 함.

 

그 뒤로 나는 아침저녁으로 그 스프레이약을 뿌렸는데 명현현상이라며 5,6개월 가량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정도로 증세가 최악으로 심해졌음.

 

눈꺼풀도 빨갛게 되면서 붓고 피부가 짓무르는 것처럼 따갑기도 하고 각질은 각질대로 떨어짐.

 

봄부터 그 약을 써서 여름이 제일 심했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게 싫어서 최대한 감추기 위해

 

나는 작년 여름 내내 머리를 풀고 꼭 가디건을 입고 다녔음.

 

평소에 목주름 생길까 봐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도 안 보지만 누가 내 얼굴 볼까 봐

 

고개도 푹 숙이고 땅만 보고 다녔음.

 

그러던 어느날이었음.

 

퇴근하고 집에 다 와가는데 어떤 아줌마가 "아가씨 아토피에요?" 이러는 거임.

 

머리 풀고 고개 숙이고 가디건을 입었는데도 손등에 난 자국이 보였나 봄.

 

이어폰을 꼈는데도 또렷이 들릴 정도의 크기라

 

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다 나를 쳐다보는 거임.

 

순간적으로 그 아줌마 입을 막고 싶었고 투명인간이라도 되서 없어지고 싶었음.

 

내릴 때가 다 되서 문 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못 들은 척 나도 내릴 준비 하는데

 

그 아줌만 아랑곳하지도 않고

 

"아유 아가씨 나 한번 믿고 ㅇㅇㅇ알로에 먹어봐 그거 먹으면 싹 나아!" 이러는 거임.

 

아나 아줌마가 누군 줄 알고 내가 그 아줌마를 믿고 그걸 먹음??

 

그러자 그 옆에 앉은 아줌마가

 

"어머 그거 먹으면 나아요?" 이러고 맞장구 치더니 둘이 나를 흘끔거리면서

 

내가 내릴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 들렸음.

 

그때 최소한 얼굴 피부만이라도 멀쩡했다면 그냥 "먹는 약 있어요"라고 했겠지만

 

나한테 쏠린 시선이 너무 짜증나서 문 열리자마자 내려서 막 걸어갔음.

 

그리고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자

 

내가 왜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얘기 듣고 이런 일을 당하면서 살아야 되나 하고 억울했음.

 

친구한테 카톡으로 하소연을 하면서 눈물이 막 나왔음.

 

그 상태로 집에 가자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어봐서 그 아줌마 얘기를 하면서 점점 더 빡쳐서 아예 엉엉 울음.

 

그 외에도 아토피 때문에 빡치고 서럽고 슬프고 괴롭고 억울하고 당황스럽고 아픈 기억은 너무 많음.

 

몇 달 전에는 네이트에서 아토피 관련 기사를 봤는데

 

거기 댓글 중에 '아토피 환자들은 게을러서 그렇다, 땀흘리고 운동하고 깨끗이 씻으면 낫는다'

 

이런 내용이 있었음.

 

그걸 보는 순간 진심으로 짜증이 울컥했음.

 

아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가 무슨 전문가라고 함부로 나불거려?

 

아마 싸이라도 오픈돼 있었으면 들어가서 따졌을 테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반대만 하나 누름;

 

나는 주6회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샤워하지만 그거랑 아무 상관없음.

 

오히려 지금 다니는 피부과에서는 땀흘리고 씻는게 안 좋다고 했음.

 

그래서 바디워시는 안 하고 물로만 씻음.

 

연예인 같은 물광피부, 꿀광피부 이런건 나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아무런 흉터나 상처 자국 없는 그런 피부가 참 부러움.

 

팔, 다리, 몸에 아무 자국도 없이 매끈하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함.

 

나중에 애 낳을 생각도 없긴 하지만

 

만약에 내 애가 똑같이 아토피라면 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함.

 

뭔가 쓰다 보니 심정이 졸 착잡해져서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음ㄷ

 

인터넷에서 보면 아토피인 사람은 많은거 같은데

 

돌아다니다 보면 나처럼 심한 사람은 없는거 같음.

 

그냥 나 빼고 다 멀쩡한 피부를 가진 사람 같기만 함.

 

의학이 날로 발달하니 너무 늦지 않는 언젠가 아토피 완치약도 개발되었으면 좋겠음.

 

그리고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아토피인 것 같은 사람 있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