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절수술한 사실을 남친에게 고백하려합니다..

2120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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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살 대학생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때 임신중절수술을 받았어요.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로는 낙태겠지만요...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 어쩔 줄 모르다가 고민 긑에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먼저 저희집에다가 알렸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한테 뺨을 맞고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습니다.
엄마가 그렇게 우는 모습도 처음 봤었고 아빠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도 처음 봤었어요.
아빠가 남자친구에게도 발길질을 하고, 의자를 던지면서 온갖 욕을 하셨는데 그 오빠는 그냥 죄송하다며 울면서 맞고만 있었네요. 저는 아빠 왜 그러냐고, 내가 잘못했다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소리지르면서 매달렸었는데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틀 후 저희 부모님과 같이 병원에 가서 확진을 받고 다음날로 수술날짜를 잡았고
수술 후 몽롱한 정신으로 나와서 집에서 계속 울었네요.
부모님께서는 수술 후 몇주동안 저에게 밥먹으라는 말 외에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그 뒤로 저에게 마음을 많이 닫으셨습니다.
제가 늦둥이 외동딸인데다가 자라면서 말썽을 크게 부린 적도 없었고, 학교성적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거는 기대가 크셨는데 그 사건 이후로 부모님께서는 저에 대한 기대를 한번에 접으셨어요. 더 이상 너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식의 부모님의 태도가 원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 이해는 되더군요..
그 오빠는 저의 중절수술과 그 전후에 있었던 일들을 받아들이고 견뎌내기 힘들었는지 수술한지 한달쯤 뒤에 저와 더 관계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전화로 말했고 저는 담담하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그 오빠와의 관계는 끝나버렸어요.
수술 뒤 내 인생이 갈데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정말 괴로울때 그 무겁고 괴로운 마음을 아무에게나 털어놓고 울고 싶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네요.

1년 후 수능을 치루고, 더 이상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 싫어서 제게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준다는 학교에 지원해서 갔습니다. 제 성적으로 갈 수 있는 학교보다는 많이 낮은 학교였지만 등록금 때문에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대학생활이 벌써 1년이 넘어가네요.

전 길을 걸을 때마다 아기를 보면 가슴이 꽉 죄는듯이 아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낙태에 관련된 이야기나 글을 접할 때마다 죄책감에 괴로워했기에 저는 이제 더 이상 누구를 사랑할 수도, 사랑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난 몹쓸 년이라고, 평생 이렇게 살아도 누구를 원망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요.

근데... 그런 제가 지금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네요. 저보다 세살 많은 오빠인데.. 작년 여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됐고, 처음에 괜찮은 사람이네 싶었던 감정이 어느덧 호감으로 발전해서 연인사이가 된지 네달이 조금 넘었어요. 아기에게 몹쓸죄를 저질러놓고 나 혼자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어서 무서울 때가 많을 정도입니다.

사귀게 된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오빠가 조금씩 스킨쉽을 원하기 시작했지만 전 도저히 그 스킨쉽을 받아줄 자신이 없어 계속 거부하기만 했어요. 지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인데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손이 닿으면 깜짝깜짝 놀라게 되고 옛날 기억이 떠올라서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오빠는 제가 남자경험이 없어서 겁이 많아 그러는 줄로만 알아요.

그런데 요즘들어 오빠가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지는데다가 저도 어느샌가 오빠한테 많이 의지하게 되면서 오빠한테 조만간 제가 예전에 수술했다는 사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듭니다.
제가 겁많고 순진한줄로만 아는 그 오빠한테도 선택권은 줘야하니까요.. 괜히 더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진짜 오빠한테 너무너무 미안하고 하기 싫은 얘기지만.. 해야될 것 같아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말하지 말까 생각도 해봤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저 자신의 감정에도 떳떳하고 싶었고요.. 제 상처를 오빠에게 떠넘기고 나만 편안해지려고 이런 마음을 먹는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해야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얘기를 한 뒤 그 오빠의 선택이 좋은 방향으로 갈 확률이 적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 오빠가 제 과거를 품어줄 수 있는 아량이 있는 남자이기를 마음 속으로 바랄 뿐이죠..

그런데 막상 말한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될지 모르겠네요..
분명히 저를 보면 웃으면서 이제 왔어? 라고 할텐데.. 그런 오빠 앞에서 이 사실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무섭고 답답해요...

이러다가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고...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받아야 할 죗값을 받는 거겠죠...? 참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