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버젼] THER 생생하고 솔직한 자연 분만 후기.

행복아크로스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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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내려오다.

 

예정일 : 7월 6일

분만일 : 7월 14일

유도X 무통X

 

 

□■ 임신 9개월 ■□

 

어느 예비맘교실에서 '젠틀버스'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아기가 탄생하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스트레스에 대해 모르고 있던 나는 그 강의를 듣는 내내 눈물이 났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것은 폐호흡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겁에 질려서 우는 거라고 했다.

(물론 폐호흡을 하기 위함도 있지만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면 공포에 질려있다.)

 

강의를 들어보니 우리나라 분만과정 중 잘못된 점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아기가 받는 스트레스 또한 컸다.

 

수중분만을 창시한 미셀오당 박사 역시 우리 나라 출산 데이터를 보고는 '이대로 가면 한국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율 1위가 될것이다'라고 말하고 돌아갔고 그 후 우리나라는 청소년 자살율 1위가 되었다. 

 

이건 모두 분만과정 중 잘못된 부분 때문이였다.

- 자궁속은 어두운데 비해 수술실의 조명은 턱없이 밝다. 성인이 이 정도 밝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실명을 할 수 있다.

 

- 불안과 겁에 질린 아이를, 울려야한다는 이유로 거꾸로 들어서 때린다.

 

-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 두려워하는 아기를 엄마와 바로 분리해 신생아실로 보낸다.

 

- 무분별한 의료개입이 많다. (무통분만, 유도촉진제 등)

 

- 자연스럽게 폐호흡으로 넘어가기 전에 탯줄을 자른다.

 등등.

 

이런 문제들을 보완한 것이 젠틀버스다.

분만실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아기가 나오면 바로 엄마 가슴위에 올려서 시간을 보내고 아빠가 목욕을 시키고 폐호흡을 충분히 하면 그 때 탯줄을 자르는 등.

 

젠틀버스 강의 중 가장 기억 나는 한가지는 분만 비교 동영상이었다.

우선, 우리나라 분만 동영상은 TV나 여기저기서 많이 봤던 모습이였다. 산모는 고통속에 소리를 질렀고 아이를 낳은 후에 산모는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게 당연했다.

그런데 젠틀버스로 아이를 낳은 동영상에선 아기가 울지 않고 태어났고 눈을 크게 뜨고는 엄마를 바라보며 웃었다.

산모 역시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웃으면서 아기를 바라보고 1시간 후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기적에 가까운 동영상이였다.

 

짧지만 강력했던 젠틀버스 강의를 듣고 젠틀버스를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젠틀버스를 한다는걸 알게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등록해서 한달간 강의를 들었다.

그러는 동안 출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점차 바뀌었고 출산의 고통이 기대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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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일 ■□

드디어 예정일이 되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진통을 기다렸지만 이슬도 비치지 않고 아무 소식이 없었다. 밖에 나가서 5시간동안 걸으며 운동을 했다.

 

 

□■ 예정일 + 4일 ■□

 

긴장이 풀렸던 걸까? 결국 몸살이 났다. 이하선염도 함께 걸려 결국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기를 빨리 보고 싶은데 몸까지 안좋으니 너무 속상했다. 이러다 유도분만을 하거나 수술을 하게 될까봐 걱정됐다.

 

 

□■ 예정일 + 6일 ■□

 

드디어 이슬이 비췄다. 병원에 있던 나는 너무 기뻐 몸이 다 낫는것 같았고 들뜬 마음에 퇴원을 했다. 무리한 운동을 할 순 없어서 집에서 조금씩 움직였다.

 

□■ 예정일 + 8일. 드디어 출산 ■□

 

전날 저녁부터 약한 생리통처럼 배가 아팠다. 하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였고 진통 간격도 없었다. 계속 아팠지만 아주 약하게 아팠다.

 

걷기운동을 1시간 정도 하고 남편과 집에서 동영상을 이것저것 봤다. 새벽 1시쯤 잠자리에 누웠고 난 잠이 오지 않았다.

 

2시쯤 생리통 같은 아픔이 좀 더 세졌다. 참을만 했다.

그리고 3시. 진통 간격이 규칙적인것 같아서 진통 어플을 켰다.

정확하게 5분 간격이였다. 1분 아프고 5분간 휴식.

 

병원에선 5분 간격일때 오라고 했는데 아직 문자하며 웃을 여유가 있었고 젠틀버스 강의에선 3분 간격일때까지 운동하다가 병원에 오라고 해서 집에서 더 참았다.

 

점점 진통이 세졌고 나중엔 허겁지겁 가게 될까봐 샤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집을 정리 하며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6시쯤 남편이 깼다. 난 여전히 잠을 못자고 있었고 결국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게 되었다.

 

새벽 7시쯤 병원에 입원했다. 젠틀버스의 강의대로 자궁문이 많이열릴때까지 운동을 해야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밥도 못먹고 잠을 못잔데다 몸살까지 겹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입원함과 동시에 금식이라 영양제를 놓아주셨다. 주사 바늘이 수술 바늘이라 너무 아팠다. 굴욕 3종 세트 중 하나인 내진을 했지만 그닥 아프진 않았다.

 

나름 많이 참고 갔기에 자궁문이 많이 열려 있을줄 알았는데 1cm도 안 열렸다고 했다. 내진의 아픔보다 허무함이 더 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관장하는게 힘들었다. 제모 내진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관장 하는데 살짝 아팠다.)

 

진통이 오면 심호흡을 했고 남편이 등 마사지를 해주었다. '1분만 참으면 5분간 꿀같은 휴식이 있다.' 내 자신을 다독이며 진통에 맞섰다.

 

간호사님께서 무통 분만을 원하냐고 물었다. 나중엔 해주고 싶어도 못해준다고 미리 말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물어봤지만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진통이 올때마다 행복이에게 말했다. '행복아 많이 힘들지? 엄마가 도와줄게 힘차게 나와 엄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시간이 갈수록 진통이 점점 세졌고 몸살끼에 진통에 몸이 너무 지쳐있었다. 정말 부끄럽게도 무통과 수술 생각이 간절했다. 속으로 꾹꾹 참다가 결국 무통을 놔달라고 말을 했다.

 

의사선생님께서 내진을 해보시더니 아직 2~30% 밖에 진행이 안됐으니 조금만 더 진행이 됐을때 놔주시겠다고 하셨다. (일찍 놓으면 진행이 더뎌져서 더 힘들다고)

 

드디어 40% 진행이 됐다. 의사선생님께서 오셨을때 다시 한번 수술 여부를 물어보셨다. 거의 다 왔는데 무통을 맞기를 원하냐고. 그리고는 '잘할 수 있을것 같은데' '할 수 있다'하며 격려를 해주셨고 난 젠틀버스 강의를 다시 떠올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내 폰엔 '바위같은 엄마' 라는 글귀가 적혀있었고 마음을 더 강하게 먹으려고 했다. 

 

20~30%일때가 제일 고비였고 40% 부터는 오히려 힘을 빼기 시작했다. 호흡을 하려고 노력했고 아기를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힘들면 행복이는 몇 배로 더 힘들겠지?'

'나보다 더 어린 아인데 얼마나 힘들까? '

그 때부턴 무통이나 수술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진행이 점점 빨라졌다.

 

내 아픔만 생각했을땐 진행이 너무 느렸는데 아기에게 집중을 하고 말을 걸기 시작하니 진행이 점점 빨라졌다.

 

그러다 갑자기 아기 머리가 보인다며 분주해졌다.

 

드디어 힘주기에 들어갔고, 분만 준비가 시작됐을땐 진통의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곧 행복이를 만날 수 있을거란 기쁨에 호흡을 하며 행복이에게 말했다

 

"행복아 조금만 힘내자" "미끄러지듯이 술술 나와"

 

그리고 쑤욱. 하는 느낌과 함께 행복이가 내 품에 안겼다.

젠틀버스 동영상처럼 행복이는 울지 않았고 곧 눈을 뜨고 엄마와 아빠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연분만을 해냈다는 기쁨과 행복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는 기쁨이 동시에 들었다.

 

지금 행복이는 또래보다 빠르게 눈 마주치기를 하고 고개를 들고 반뒤집기를 하고 있다.

 

수술을 생각할때 붙들어주신 모란 원장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젠틀버스 강의를 해주신 장우식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육아가 힘들고 지치는 면도 분명 있겠지만 행복이를 보고 있으면 항상 행복하고 매번 감사하게 된다.

남편과도 사이가 더 좋아졌고 얼른 행복이가 커서 함께 놀러가고 싶단 생각뿐이다. 자고 있는 행복이를 볼때면 내 뱃속에 10개월간 있던 아이가 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뜨거운 눈물이 올라온다. 건강하게 나와줘서 너무 고맙고 대견스럽다. 엄마가 되어서 행복하다.  

 

출산할 때 남편의 도움이 너무 컸다. 젠틀버스 과정중에 남편이 아기를 목욕시켜야 하는 것도 있고 남편의 역할이 중요해서 가족분만실을 썼는데 진통하는 내내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며 옆에서 마사지를 해주는데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나보다 더 수고한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

 

남편아, 우리 행복이 잘 키우면서 영원히 신혼처럼 잘 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