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1일 국정원이 불법적인 댓글조작으로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이후 4개월여가 지났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사건을 은폐‧축소시키기 급급해 하고 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정부와 여당은 남 탓을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4월 18일 경찰은 일부 국정원 직원이 댓글 등의 방식으로 정치활동을 한 건 맞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사건을 은폐‧축소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라는 의혹이 하루 만에 제기 되었다. 4월 19일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이 이번 사건을 축소하라는 상부의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경찰수사에 관해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수서경찰서가 요청한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분석용 키워드가 너무 많아 분석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키워드를 4개로 줄여서 조사하였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컴퓨터 분석 프로그램 '인케이스'로 분석하면 1개 키워드당 10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김인성 한양대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사팀이 당초 요청한 대로 100개의 키워드를 넣어 분석해도 하루 이틀이면 검색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실의 주장에 따르면 ‘인케이스’를 통해 키워드 4개만 검색하면 4시간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나아가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사용한 아이디 수십개를 발견하고도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18일에야 수사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디가 수사팀에 제때 전달됐다면 대선 투표일 이전에 김씨가 단 댓글이 발견될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해 수사결과는 대선 전에도 뒤집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2013년 3월 18일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인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은 사실상 확인 되었다. 결국 수사당국이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을 어떻게든 왜곡, 축소하려다 보니 이와 같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사당국의 태도는 이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단순히 국정원만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국정원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 부정개입 정황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벌인 남북대결 격화 조작과 정치개입
나아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을 보면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비단 이번의 대선뿐만이 아니라 전 방위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뒤 국정원 직원들에게 세종시, 4대강, 한·미FTA 등 정치현안에 개입하도록 지시했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국민들을 경악케 만든 것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나서서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종북‧좌파 여론몰이를 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발언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특히, 종북세력들이 선거 정국을 틈타 트위터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국론분열 조장하므로, 선제적 대처해야함(2011.11.18)”, “종북세력들은 사이버 상에서 국정 폄훼활동을 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함(2012.11.23)”, “종북세력 척결과 관련,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기 바람(2011.02.18.)”
이와 같은 지시아래 국정원 직원 김씨는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대북 삐라살포’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해서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라니 나이스하다”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비하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또한 김씨는 “통진당 모 의원님이 4.11 총선 당시 회식자리에서 장군님 상중이니 술은 자제하라 했다네???”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통합진보당을 비난하며 종북 여론 조작을 진행하였다. 통합진보당 이정의 대표의 대선 토론회와 관련하여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 우리나라 관용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라며 <조선일보>나 <한겨레> 등 일반적인 언론에서 쓰는 단어를 꼬투리 잡아 종북 여론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국정원의 행동은 남북대결 조장과 종북 좌파 여론조작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화해협력을 주장하는 야권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해 대선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국정원의 행동이 현재의 남북대결을 격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정책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반면, 남북긴장 고조 정책에 반대하면 ‘종북’이라고 규정지으며 여론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정원의 여론몰이는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나아가 긴장관계가 군사적 대결 위기로 번져 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국정원의 행동은 단순한 북풍 여론 조작을 넘어서는 행위로서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행동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엄중한 범죄 행위인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 내란죄 혐의 등 대단히 심각한 사안으로서 전 국정원장과 및 국정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괜히 나오는 소리가 아닌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든 노골적인 대선개입 부정
더군다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사항은 몇몇에 의해 비밀리에 은밀히 진행된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국정원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내부 인트라넷에 올라와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김 씨뿐 아니라 국정원이라는 전체 기구가 공공연히 정치 개입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야권 관계자는 “2011년 말 대북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한 뒤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미사리 카페촌이나 개인 주택, PC방 등에서 지침을 받고 일(댓글 달기)했다는 제보가 많았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심리정보국에 소속된 전체 직원은 7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경향신문, 2013.04.24.). 나머지 70여명의 직원들 역시 김씨 등과 같은 작업을 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는 경찰의 수사발표처럼 몇 몇 직원이 벌인 일이 아니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필두로 국정원 조직 전체가 일관된 지침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몇 몇 국정원 직원이 은밀히 일을 했더라도 문제가 컸을 텐데, 국정원장의 지시로 직원들이 조직적이고도 노골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단순히 ‘정치관여 금지’를 명시한 국정원법을 위반한 정도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이와 같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불법 대선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과 헌법을 뒤 흔드는 심각한 일인 것이다. 이를 두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정치개입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받을 수 있는 처벌을 언급하며 “일부 법학자들은 국정원장의 지시사항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진 종북낙인, 내부의 적을 만든 국론분열 등이 헌법상 내란의 죄까지 물을 수 있다고들 얘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한겨레, 2013.03.20).
나아가 이러한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는 선거 자체가 공정하게 시행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하는 선거과정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되면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참정권, 투표권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 부정은 그야말로 헌정유린 사태로서 국가의 안전과 질서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 사건인 것이다.
실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제대로 밝혀졌다면 선거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이곳 저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국가 정보기관이 앞장서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관권 선거고, 전모가 드러나면 대선결과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하다고 주장해왔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사건이 1972년 6월 미국 대선에서 발생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한국판 재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역사에 가정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이 문제가 중요한 문제이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그냥 덮어놓고 갈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18대 대선 결과가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즉, 대통령의 거취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적어도 원세훈 전 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법처리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이다.
즉각적인 국정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
검찰이 이 문제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검찰 역시 국민들이 신뢰하기는 힘들다. 검찰의 수사 지휘 없이 경찰이 사건 송치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한국 형사소송법의 현실임을 고려한다면, 그 동안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 하려고 했던 것이 경찰자체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검찰의 관여 없이 경찰이 단독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의 철저한 국정조사가 당장 시행되어야 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이미 혐의가 명백하고 해외 도피까지 시도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금 당장 구속해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야당의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이자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북한과 종북세력이 하는 주장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국가 안위를 무시한 국기(국가를 이루는 근본)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국기를 흔들고 있는 것은 국정원이며 이를 비호하고 있는 새누리당이다.
이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새누리당 인사들 역시 관련되어 있을 개연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국정원 직원 2명과 함께 대선개입 댓글 의혹을 받고 있는 일반인 이모(42)씨는 2004년 4.15 총선에서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모 의원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대선시기 소위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을 통해 불법대선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한 새누리당이 위와 같은 정치공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 자체가 국정조사의 대상과 다를 바 없다.
대국민 사과나 해명이라도 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은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로 대통령이 관망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을 근거도 없이 성추행범처럼 괴롭혔다는 이미지를 부각했고, 박근혜 후보를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포장했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결백하다면 국정조사를 포함한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책임 떠넘기기’, ‘본질왜곡’, ‘침묵’ 등으로 일관한다면 제2의 ‘4.19’를 보게 될 것이다.
[기획] 국민목숨마저 담보로 했던 국정원의 선거개입 부정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이 불법적인 댓글조작으로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이후 4개월여가 지났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사건을 은폐‧축소시키기 급급해 하고 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정부와 여당은 남 탓을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4월 18일 경찰은 일부 국정원 직원이 댓글 등의 방식으로 정치활동을 한 건 맞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사건을 은폐‧축소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라는 의혹이 하루 만에 제기 되었다. 4월 19일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이 이번 사건을 축소하라는 상부의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경찰수사에 관해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수서경찰서가 요청한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분석용 키워드가 너무 많아 분석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키워드를 4개로 줄여서 조사하였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컴퓨터 분석 프로그램 '인케이스'로 분석하면 1개 키워드당 10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김인성 한양대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사팀이 당초 요청한 대로 100개의 키워드를 넣어 분석해도 하루 이틀이면 검색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실의 주장에 따르면 ‘인케이스’를 통해 키워드 4개만 검색하면 4시간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나아가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사용한 아이디 수십개를 발견하고도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18일에야 수사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디가 수사팀에 제때 전달됐다면 대선 투표일 이전에 김씨가 단 댓글이 발견될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해 수사결과는 대선 전에도 뒤집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2013년 3월 18일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인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은 사실상 확인 되었다. 결국 수사당국이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을 어떻게든 왜곡, 축소하려다 보니 이와 같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사당국의 태도는 이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단순히 국정원만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국정원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 부정개입 정황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벌인 남북대결 격화 조작과 정치개입
나아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을 보면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비단 이번의 대선뿐만이 아니라 전 방위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뒤 국정원 직원들에게 세종시, 4대강, 한·미FTA 등 정치현안에 개입하도록 지시했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국민들을 경악케 만든 것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나서서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종북‧좌파 여론몰이를 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발언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특히, 종북세력들이 선거 정국을 틈타 트위터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국론분열 조장하므로, 선제적 대처해야함(2011.11.18)”, “종북세력들은 사이버 상에서 국정 폄훼활동을 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함(2012.11.23)”, “종북세력 척결과 관련,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기 바람(2011.02.18.)”
이와 같은 지시아래 국정원 직원 김씨는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대북 삐라살포’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해서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라니 나이스하다”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비하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또한 김씨는 “통진당 모 의원님이 4.11 총선 당시 회식자리에서 장군님 상중이니 술은 자제하라 했다네???”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통합진보당을 비난하며 종북 여론 조작을 진행하였다. 통합진보당 이정의 대표의 대선 토론회와 관련하여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 우리나라 관용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라며 <조선일보>나 <한겨레> 등 일반적인 언론에서 쓰는 단어를 꼬투리 잡아 종북 여론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국정원의 행동은 남북대결 조장과 종북 좌파 여론조작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화해협력을 주장하는 야권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해 대선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국정원의 행동이 현재의 남북대결을 격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정책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반면, 남북긴장 고조 정책에 반대하면 ‘종북’이라고 규정지으며 여론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정원의 여론몰이는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나아가 긴장관계가 군사적 대결 위기로 번져 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국정원의 행동은 단순한 북풍 여론 조작을 넘어서는 행위로서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행동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엄중한 범죄 행위인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 내란죄 혐의 등 대단히 심각한 사안으로서 전 국정원장과 및 국정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괜히 나오는 소리가 아닌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든 노골적인 대선개입 부정
더군다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사항은 몇몇에 의해 비밀리에 은밀히 진행된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국정원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내부 인트라넷에 올라와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김 씨뿐 아니라 국정원이라는 전체 기구가 공공연히 정치 개입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야권 관계자는 “2011년 말 대북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한 뒤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미사리 카페촌이나 개인 주택, PC방 등에서 지침을 받고 일(댓글 달기)했다는 제보가 많았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심리정보국에 소속된 전체 직원은 7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경향신문, 2013.04.24.). 나머지 70여명의 직원들 역시 김씨 등과 같은 작업을 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는 경찰의 수사발표처럼 몇 몇 직원이 벌인 일이 아니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필두로 국정원 조직 전체가 일관된 지침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몇 몇 국정원 직원이 은밀히 일을 했더라도 문제가 컸을 텐데, 국정원장의 지시로 직원들이 조직적이고도 노골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단순히 ‘정치관여 금지’를 명시한 국정원법을 위반한 정도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이와 같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불법 대선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과 헌법을 뒤 흔드는 심각한 일인 것이다. 이를 두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정치개입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받을 수 있는 처벌을 언급하며 “일부 법학자들은 국정원장의 지시사항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진 종북낙인, 내부의 적을 만든 국론분열 등이 헌법상 내란의 죄까지 물을 수 있다고들 얘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한겨레, 2013.03.20).
나아가 이러한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는 선거 자체가 공정하게 시행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하는 선거과정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되면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참정권, 투표권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 부정은 그야말로 헌정유린 사태로서 국가의 안전과 질서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 사건인 것이다.
실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제대로 밝혀졌다면 선거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이곳 저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국가 정보기관이 앞장서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관권 선거고, 전모가 드러나면 대선결과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하다고 주장해왔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사건이 1972년 6월 미국 대선에서 발생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한국판 재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역사에 가정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이 문제가 중요한 문제이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그냥 덮어놓고 갈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18대 대선 결과가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즉, 대통령의 거취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적어도 원세훈 전 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법처리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이다.
즉각적인 국정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
검찰이 이 문제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검찰 역시 국민들이 신뢰하기는 힘들다. 검찰의 수사 지휘 없이 경찰이 사건 송치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한국 형사소송법의 현실임을 고려한다면, 그 동안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 하려고 했던 것이 경찰자체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검찰의 관여 없이 경찰이 단독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의 철저한 국정조사가 당장 시행되어야 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이미 혐의가 명백하고 해외 도피까지 시도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금 당장 구속해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야당의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이자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북한과 종북세력이 하는 주장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국가 안위를 무시한 국기(국가를 이루는 근본)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국기를 흔들고 있는 것은 국정원이며 이를 비호하고 있는 새누리당이다.
이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새누리당 인사들 역시 관련되어 있을 개연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국정원 직원 2명과 함께 대선개입 댓글 의혹을 받고 있는 일반인 이모(42)씨는 2004년 4.15 총선에서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모 의원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대선시기 소위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을 통해 불법대선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한 새누리당이 위와 같은 정치공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 자체가 국정조사의 대상과 다를 바 없다.
대국민 사과나 해명이라도 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은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로 대통령이 관망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을 근거도 없이 성추행범처럼 괴롭혔다는 이미지를 부각했고, 박근혜 후보를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포장했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결백하다면 국정조사를 포함한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책임 떠넘기기’, ‘본질왜곡’, ‘침묵’ 등으로 일관한다면 제2의 ‘4.19’를 보게 될 것이다.
2013년 4월 29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