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집] 연평도 풍어가

민권연대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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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집] 연평도 풍어가

 

<목차>

 

1. 연평도 풍어가 1 ~ 6 _ 황선

2. 백로 _ 황선

3. 민심 _ 황선

4. 바다 _ 유정

5. 제대로 붙어보자! _ 권오혁

6. 장촌 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_ 신동호

 

1. 연평도 풍어가 1 ~ 6 _ 황선

 

연평도 풍어가 1

 

위기가

높다는 것은

숨겨둔 평화의 꿈

무르익어 터질 듯

하다는 것

여기 연평, 오직

평화와 번영

 

연평도 풍어가 2

 

연평도에서는

전쟁을 말하지 말자

연평도의 평화는

세상의 안보

폭음 말고 “豊漁歌”

 

연평도 풍어가 3

 

서해 5도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창조경제는

평화 통일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지요

평화가 ‘밥’입니다.

 

연평도 풍어가 4

 

남북어부들이 어울러

풍어가를 부르고

서울에서 인천에서

사리원에서 해주에서

금방이라도 건너와

해금강이 예있구나

극찬할 섬, 연평도

 

연평도 풍어가 5

 

바람따라 순하게 살아온

백성들 헐뜯어

남의 나라 잇속에

방패삼는 허수아비들만 아니면

나뭇가지 위에

과하지 않은 둥지를 틀어

더불어 사는 백로가 부러울 일

뭐 있겠어요.

 

여기, 연평도.

 

연평도 풍어가 6

 

어디 연평도 뿐이겠습니까

접경지역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정치권은 사실상 무력화된

정전체제를 대체할 한반도

평화체제의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2. 백로

 

백로

 

황선

 

남 북 어부들이 어울려

풍어가를 부르고

서울에서 인천에서

사리원에서 해주에서

금방이라도 건너와

해금강이 예있구나

극찬할 섬.

 

해변에는 몽돌과 금모래가

물결 아래는 전복과 해삼이 지천이고

향 깊은 소나무엔

사람보다 다정하게

백로가 무수한 둥지를 지어

긴 목을 서로 부벼요.

 

바람따라 순하게 살아온

백성들 헐뜯어

남의 나라 잇속에

방패삼는 허수아비들만 아니면

나뭇가지 위에

과하지 않은 둥지를 틀어

더불어 사는 백로가 부러울 일

뭐 있겠어요.

 

여기, 연평도.

 

3. 민심

 

민심

 

황선

 

엄니는 물이라도 라면이라도

더 사야 되는 것 아니냐며

장바구니를 들고 날이 갈수록 부산해지고

아부지는 기름 값 때문에 주차비를 낭비하는

고물 자동차 엔진오일을 갈고

만땅이요, 휘발유를 눌러 채우고

 

등록금 대주기 벅차다

좀 쉬어가자며 휴학시켜 군대 보낸 아들 생각에

뉴스 보다 말고 아버지는

슈퍼 가서 담배 좀 사오라.

끊은 담배를 왜 또 찾냐는 엄마의 습관성 잔소리에

전쟁 나는 판에 담배가 대수냐며

재떨이 깨져나갈 듯 고함을 치고.

 

이럴 때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좀 빌어먹을 짓을 해서라도,

저기 인사청문회에 나온 인사들 발톱에 때만큼

양심을 팔아

아, 내 새끼 유학이라도 보내둘 것을,

애시당초 이런 나라에서 못살겠다고

탈한이라도 해서 저기 어디 아프리카에 가서

맹수와 더불어 살 것을,

아니아니아니

금쪽같은 내 새끼

군대나마 피해볼 것을.

 

크게 용기내진 못했어도 양심을 다하며 산 것이

이렇게 억울할 수가

핵폭격기가 날고 이지스함의 위용참이 아찔한 화면을 보고

대한뉘우스 아나운서의 호들갑이 더 이상 추억이 아닌 뉴스를 볼 때.

묵묵히 국민의 할 바를 다해온

갑남을녀 우리네 엄니 아부지

삶은 억울한 것이다.

 

별 꽝꽝 단 것들이 골프채 들고 잔디밭을 어슬렁거리며

마이크 앞에서는 천백 배 응징 소리치며 핏대 올릴 때

청와대 벙컨지 뭔지 때만 되면 들어가는 양반들이

국민들 보고는 안심하라며 세금 벌금 낼 수 있도록

변함없이 생업에 열중하랄 때.

갑남을녀로 살아 아들 군대 보낸 엄니 아부지들은

억울한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크든 작든 전쟁이 나서

죄 없는 우리만 죽자니 에라!

몽땅 죽자, 이 빌어먹을 세상 싹 다 뒈져버리자. 하는 것이다.

 

4. 바다

 

바다

 

유정

 

바다는 무섭다

숨을 쉴 수 없는 심연은

너무 크기만하다

바다는 무섭다

한 조각의 배가 있어도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

너무나 무섭다

노인과 바다가 경이로운 것은

맞서 싸워 무서움을 떨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터

그러나

맞섬은 두렵다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자신의 힘은 무엇일지

그래서 두렵다

바다는 우리를 헤치려 들지 않았다

바다는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두려운 것은 그저 내 자신일 뿐

바다를 무서운 존재로만 여기는

바다를 건너자

그래서 섬으로 가자

그곳에 평화가 있다

무서움과 두려움을 건너는

평화의 내가 볼수 있는

평화의 섬으로

 

5. 제대로 붙어보자!

 

제대로 붙어보자!

 

권오혁

 

우리 어디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시시하게 니 땅 내 땅

보이지도 않는 바닷물위

물가르는 선 치우고

 

무시무시하게 조준하던

총과 대포는 서쪽으로 돌려놓고

남북을 희롱하며 싹쓸이 신나했던 어선들

먼발치에서 입맛다시게 구경시켜

한 판 제대로 붙어보자.

 

4-5월이 가장 좋다

너의 출발선은 장재도

나의 출발선은 연평도다

해경이든 경비정이든

엄한 놈들 못 들어오게

보초를 든든히 세워두고

신나게 붙어보자.

누가 먼저 만선고를 울릴지!

 

장재도가 이겨도 좋고

연평도가 이겨도 좋다

그날의 서해바다는

온 세상에 보란 듯이

축포소리 울릴테니!

 

우리 어디 제대로 한 번 쓸어보자!

 

주춤주춤 두근두근

꽃게 밭을 눈앞에 두고

동동구르던 어부의 마음 풀어헤쳐

 

장재도가 위에서 몰아오게

연평도는 밑에서 몰아갈테니

우리 어디 제대로 한 번 쓸어보자!

 

속수무책으로 빼앗기고 도둑맞은 기구한 바다

만선의 뱃고동소리로 출렁이게 하자!

 

그날의 서해바다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통일의 바다로 빛나리니!

 

6. 장촌 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장촌 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신동호

 

미닫이가 닫힌 냉면집 앞을 한동안 서성였네

기울어진 간판이 요즘의 나 같이 좀 모자라 보이는 것이

NLL이나 중국어선 같은 건 그냥 육수로 끓여버릴 것 같았네

냉면 맛 또한 설핏하게 날 위로해줄 듯 했는데

허리 굽은 아저씨는 잠시 황해도 고향에 갔는가 보았네

바람만이 미닫이를 슬쩍 밀었다 제자리에 갖다놓고 있었네

 

육수를 내던 자국만 담벼락에 붙어 고향 냄새를 풍겼네

병사들의 차는 잠시 속도를 줄이면서 굴뚝을 보았네

주인의 부재는 천안함처럼 의문만 남기고

눈치 빠른 병사들이 남긴 바퀴자국 위로 개 한 마리 지나갔네

노를 저어 잃어버린 맛을 찾아 갔는가 보았네

장촌 냉면집 지붕이 자꾸 낮은 포복을 하고 기어갔네

 

메밀꽃처럼 눈이 내리는데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바다가 물러난 사리 갯벌 어디에서 개불을 잡고 있을까

까나리액젓은 현무암 빛깔로 곰삭은 맛을 내고

인생도 물냉면 사리 마냥 물컹해져버렸는데

혹시! 아무도 가지 않는 방공호를 돌아보고 있단 말인가?

텅 빈 길 위에서 나 혼자 분단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네.

 

(2013 백령도에서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