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남자와 비장애인 여자의 소개팅 이야기. 유쾌하고 삐쭉하게 :)

반달이2013.05.02
조회738,584

 

안녕하세요! 글쓴이입니다 ^^

많은 관심 감사드려요. 진심을 받아주심에 더더더 감사드립니다!

2탄 주소도 여기에 올려봅니다. ^^..

 http://blog.cyworld.com/hsjuri/8333109 

 

 

 

 

우리의 첫만남은 소개팅이었다.

소개팅으로 만났다고 하면 다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시 되묻는다. 띠옹

 

"...(잠시 머뭇거리다가).. 근데.. 주리씨는 항승씨가 그런..(눈동자가 잠시 흔들린다)... 장애가 있는거.. 알고 소개팅한거야?"

 

100이면 120!! @_@ 띠용~ 다른 반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질문에 나는 또 다시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그냥 미소만 보이고 말을 끝내지 않는다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마음씨 착한 여자- 라는 원치 않는 타이틀을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황

 

 

 

-긴 바지를 입고 있을 땐, 사람들은 항승씨가 의족을 사용한다는걸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물론 오른쪽 팔은 금방 알아채지만-

 

 

 

사실은 이렇다.

대학 동기인 H양이 소개팅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었다.

나는 그 때까지 한번도 소개팅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심하게 긴장됐지만.. 연애를 너무 하고 싶었기에 바로 오케이를 했다!

하지만 나와 소개팅을 할 남자가 장애가 있다고 했다. 자기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약간의 약시(시각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완전 보이지 않는 전맹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각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애매모호한 말.

 

그때까지 참으로 자유로운 연애(?)주의자였던 난, 그 정도의 시각장애는 연애에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장애아이들을 만나는 연극교사였고, 남동생도 장애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물론 보통의 20대 여성들과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과 일상이 분리되듯이, 나라고해서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거다.

벌써 4년 전 이야기라서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소개팅 전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뭐, 사랑을 눈으로 하나?... 삐질'

 

그.런.데.

다음날 나의 첫 소개팅을 위해 피부에 이것저것을 덮고 누워있던 중. H양에게 전화가 왔다. 긴~ 통화를 마친 후, 멍-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자기도 그 사람을 한번도 못봤는데, 그쪽 주선자랑 연락을 하다보니.. 내일 소개팅에 나올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었다고..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지체장애인이라고 했다.

 

'.........................'

 

장애인 동성친구, 이성친구는 있었지만 장애인 남자친구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20살 중반.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만남을 전제로 하는 소개팅을 한다는 것은 사실 상상도 못했었다.

지체장애 아이들과 바로 그 날 오전까지도 즐겁게 수업하고 온 교사로서 참 부끄러운 고백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랬다. 지체장애 아이들에게는 너도 할 수 있다며,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일하고 사랑하고, 결혼해서 살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던 내가

막상 지체장애인을 만나려고 하니 가슴이 점점 더 먹먹해졌다. 무거웠다. 음.. 솔직히 그 소개팅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도 않은 그냥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장애인과 결혼하는 비장애인을 바라보며 '와~ 정말 저 사람을 사랑하나보다. 사랑의 위대함이다! 멋지다!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고,

그 옆의 장애인을 바라보며 '와..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비장애인과 결혼하니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할까..화이팅!' 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마치 앞집 불구경 하듯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잉잉 특수교육과, 특수교사, 장애인 가족..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소개팅을 위해 대전에서 일부러 서울로 올라온 사람을 어찌 다시 내려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중에 알고보니, 소개팅을 위해 일부러 왔다기보다는 서울에 올라온김에 소개팅까지 했다고 하더라. 으악!!! 더 화가 난다!!허걱)

사람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버리는건 예의가 아니라서 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다음 날, 첫 소개팅을 위해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름대로 꽃단장을 하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언니의 하얀 원피스를 훔쳐 입고, 언니의 목걸이와 귀걸이를 훔쳐 걸고 ..놀람

한참 좋아하던 당고머리를 하고 또각거리며 강남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남자. 10분 전인데 연락이 없다.

 

5분 전

정각

10분 뒤

20분 뒤

...

 

 

연락이 없다. 겨우겨우 연락이 닿아서 하는 말..

 

" 차를 가지고 나왔는데,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서 강남역에서 돌고 있어요.. "

 

강남역에 차를 가지고 나오다니. 토요일 오후에. 그럴 예정이었으면 어디에 주차할지 미리 알아놨어야지!!

적어도 소개팅인데! 화남

 

그렇게 그와 남자쪽 주선자는 40분을 늦었고, 그는 말끔한 티셔츠와 조끼를 걸쳐입고 (신경 쓴 티가 많이 나는 ㅋㅋ)

애매한 웃음을 보이며 걸어왔다.

 

뭐, 귀여웠다. 원빈이나 현빈처럼 엄청나게 미남인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듬직했고, 귀여웠고, 순박해보였다..

그리고 오른쪽 팔이 없었다.

 

 

 

-그는 사실 요렇게나 귀엽다. 아주 귀엽다. 진짜 귀엽다. 그래서 그의 애칭은 "(귀)요미"다..꺄악-

 

 

 

... 그리고 어디서 식사를 하면 좋을지 나에게 물었다.

...(왓?! 버럭)

 

서울에 올라와보니 건물이 너무 높다고, 이렇게 큰 건물들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며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던 그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식사할 곳을 생각해오지 않은 비매너에 살짝 빈정이 상했지만, 그의 순박함에 웃으면서 넘어가기로 크게 마음 먹었다.

그리고는 일본식 카레를 파는 곳으로 향했다. 나.의.안.내.를.따.라. ㅋㅋ

 

 

주선자 2명과 함께 총 4명이서 어색한 식사를 하면서 그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맵지도 않은 카레를 먹으면서 땀을 어찌나 뻘뻘 흘리던지. 카레집에 가자고 한 내가 미안해질참이었다.

지각때문에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탓일까. 항승씨가 나중에 와서 말하기를.. 나의 표정이 정말 우씨 이랬다고 한다.

세상에서 시간약속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난데. 그는 엄청 늦었으니. 그럴 법 하지 않은가? 주차는 변명이 안된다. 미리 생각했어야지!!

(그때나 지금이나 내 성질 더러운건 여전하다...)

 

식사 후에도 나.의.안.내.를.따.라. 커피숖으로 향했고, 한적하고 분위기 좋고, 엄청 비싼 카페에서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때 그는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5살 때의 교통사고를 언급했고, 갑자기 오른쪽 바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있어야 할 다리가 없었다. 아주 단단해보이는 철봉과 검은발이 있었다.

 

전날 저녁, 팔 절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다리는 몰랐었다. 그 때 아주 잠깐 우리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내가 느끼기에는 아주 잠깐일 것이고, 항승씨가 느끼기에는 아주아주아주 긴 시간이었겠지. 훗.

 

 

그의 장애로 인한 쇼크는 사실 잠깐이었다.

이야기를 점점 나누면 나눌수록 그의 생각, 그의 가치관, 그의 믿음, 그의 목표, 그의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험을 즐기고, 여행을 좋아하며, 배낭 하나 달랑 들고 유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자유로움이 비슷했고

다혈질로 막 성질을 부리지 않고 일단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의 방식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더 좋았다.

이야기를 마무리 할 때 쯤, 난 이미 머릿속에서 그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

대전과 서울. 어떻게 장거리 연애를 해야 하지? 요런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거기까지 허걱

 

그 뒤로 우리는 2년 동안 장거리 연애는 커녕, 단거리 친구도 되지 못했다.

2차 커피숖에서 나와 나를 지하철로 데려다주던 항승씨의 발걸음이 아주 빨랐다.

마치 나를 빨리 보내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그는 나를 강남역 7번 출구 앞까지 엄청 빠른 발걸음으로 데려다주고 나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 다음에 뵐 수 있으면 또 봐요 "

 

이게 뭐지? 이게 뭐하자는거지? 내 전화번호 묻지 않는거야? 나랑 연락하고 싶지 않아? 으악? 너 아까까지는 나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왜이래? 내가 별로야? 나 지금 까이는거야? 너 지금 나 뻥 차버리는거니? 응? 그런거야? 아가야? 애기야? 누나한테 할 말 없니??흑흑당황화남꾸벅

 

그는 나의 등을 떠밀었고, 나는 그대로 사람들의 홍수에 휩싸여 강남역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첫 소개팅에서 이렇게 뒷통수를 맞은(사실 그럴 수도 있는건데. 내가 마음에 안들었던걸 그때는 왜 이해를 못했을까?) 난 멘붕에 빠졌다.

동네친구들과 모여 흰 원피스를 입고 소주맥주를 들이부었고.. 술김에 주선자 H양에서 전화해서 한참동안 고해성사+진상을 부렸다.

내가 그렇게 별로인지, 진짜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냥 간건지, 원래 소개팅이 이런건지, 지가 늦어놓고 나한테 이래도 되는건지 등등..

H양은 아직도 나에게 이 날 이야기를 주구장창 할 만큼.. 정말 엄청 진상을 부린 것 같다 취함

 

결국 H양-남자쪽 주선자J님-항승씨로 연결된 라인은 돌고 돌아 항승씨-나 에게까지 돌아왔다. 원점을 찾은걸까.

 

다음날 정중하게 전화가 와서 너무 미안했다고, 자기는 소개팅을 처음 해봐서 예의를 잘 몰랐다고, 주선자에게 물어서 전화번호를 알았다고.

자기가 처음부터 너무 늦어서 주리씨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얼른 자리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낸거다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생각했다 등등.. 주리씨는 완전 서울아가씨인데 자기는 너무 시골총각 같아서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등..

지금 생각해도 별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긴 하다. ㅋㅋ

 

긴 전화통화 끝에 오해가 있었던 걸로 마무리하고 우리는 이야기를 끝냈다.

그렇게 연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소개팅은 친구도 되지 못한채, 어정쩡하게 끝나버렸다....

그냥 나는 매력없는 그런저런 여자이자 신경질적인 서울깍쟁이로, 항승씨는 소개팅에 40분 늦은 남자이자 나를 뻥 차버린 남자로..

서로에게 기억되고, 2년이란 시간이 그냥 흘러갔다. 간간히 문자로 연락을 하거나, 일년에 한번정도 얼굴 본 적은 있지만 연애의 감정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렇게 그냥 별로 친하지 않은, 그냥 가끔 연락하는 동성친구로 관계를 마무리하는가.. 싶었는데

우리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그 때부터 진짜 시작됐다. 

 

 

 

어머. 몰입해서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첫만남을 끝냈으니, 다음에는 연애의 시작으로 !! 사랑

 

 

댓글 330

오래 전

Best와하하!! 그때 당시 항승이랑 대전해서 같이 공부했던 누나예요. 소개팅하러 서울간다고 온동네 소문 다 내놓고 서울, 거기다 강남을 간다며 어떡해야 하냐며 호들갑 다 떨고 설레여하며 나가서는 그랬던 거예요?^^ 소개팅 떠난 날 어떻게 됐는지 다들 궁금해 했거든요. 담날 들어보니 기숙사에 술 진탕 먹고 늦게 들어와서 소개팅 망했다고 씁쓸하게 웃는 항승이 보고 다들 웃었거든요. 으이그~~^^ 요렇게? 그 뒤로 항승이가 그때 그 소개팅 했던 분이랑 연애한다는 소식듣고 넘넘 반갑고 신기했는데 이렇게 비하인드 스트리까지~ 그것도 아주 우연히 네이트판에서 보니 더더더 반가워요^-^♥

흔흔오래 전

Best또 하나 잡앗다.... 또....기다린다....

어머오래 전

Best언니 왜이래여 왜케 짧은건가여.... 언능 다음글올려주세요ㅋㅋ

많이쓰림오래 전

흠 만나고 싶은데.... 만난 자신 없고 말은 할수 없어가지고 대화를 해야지~ 전혀 안되는데 더 실망할까봐 두러워서 소개팅을 피하게 되더라구요. 부럽..... ㅋㅋㅋ

오래 전

티비에서 봤던 분들 같은데 .....

ㅇㅇ

삭제된 댓글입니다.

총알탄팬더오래 전

사랑인가? 연민인가? 동정인가? 그런데 제가 가장 크게 걱정 하는건 여성분에 사랑이 과연 타인들에게 관심을 받아야하는가 입니다. 나에 고정관념 인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는 것,,, 부디 예쁜사랑 하시고 좋은 결실과 행복한 미래를 만드시길,,,

ㅎㅎ오래 전

요즘보기 드는 처자일세....장애인을 바라보는 마음이 정말 차카시군요~^^! 요즘 여자들 치고 그런 장애인과 소개팅한다면 성질내며 집에가버렸을텐데...... 그런 마음씨가 보기 좋네요!! 굿~~~

아니오래 전

탈한국녀다~ 진심 한국여자중에 0.00000000000001%의 여성이시네~ 캬 요즘 진짜 멀쩡한 여자를 보기가 힘든데....이건뭐 멀쩡함을 넘어서 거의 한국여자중에는 처음으로 존경심이 느껴지네요... 대단하십니다.

D컵일본녀조아오래 전

ㅋㅋㅋ

요즘오래 전

돈만 많으면 팔다리가 없어도 사랑하겠지 요즘 여자들은

꿍디꿍디오래 전

두분 모습 정말 보기 좋아요 ^^ 예쁜 사랑하세요~

오래 전

며칠전에 아침방송에 나오시는거 봤어요 ㅡ그 텐트안에 풍선이벤트 ㅎㅎ 남자분 굉장히 호탕하시고 여자분도 이쁘시고 저에 판에서 글 읽었던터라 괜히 엄청반가워서 한참봤네요^^ 두분 너무너무 잘어울리고 예쁘세요♥ 방송보는 내내 엄마미소 ㅎㅎㅎ 행복하세요^^ 항상~^^

닉네임을 다르게 변경할 수 있어요!
 님이
반달이님에게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