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2 6화

메시아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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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송병헌은 마음이 급해진다. 이대로 중요한 피실험자를 허망하게 잃어버리는 것은 극구 사양이다. 어떻게든 샘플을 피실험자에게 주입해야만 한다는 강박감이 강하게든다.

“제길..”

하지만 남자의 몸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샘플을 버텨낼 최소한의 체력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수 많은 실패를 거듭한 시점이지만 평범한 사람과 월등히 다른 조건의 남자라면..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시도해볼만하다. 만약 이번 실험이 잘 된다면 밖으로 나갈 수도, 은혜를 데리고 나갈 수도 있다.

띵-동.

6층에 도착한 송병헌과 2명의 조수들은 남자가 실려 있는 침대를 힘차게 밀기 시작하고 다른 두 명은 엘리베이터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커다란 유리관으로 달려간다. 말 없이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하루 이틀 호흡을 맞추는 팀이 아님을 보여준다.

푸시익. 투명하고 더운 입김과 함께 투명한 유리관이 열린다. 다른 한 명은 버튼을 눌러 유리관을 세우고는 다른 버튼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드르르륵. 거친 바퀴 마찰음과 함께 침대가 미끄러지듯 유리관 앞에 멈춘다. 버튼을 조작하는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끙끙거리며 유리관에 남자를 구겨 넣듯이 처박아 놓고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저마다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지만 누구하나 닦아낼 생각조차 없다. 아니, 자신들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푸시익. 다시 닫히는 유리관. 안에는 힘을 완전히 잃은 남자가 머리를 유리관에 처박은 상태로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버튼을 조작하던 조수가 송병헌을 보며 묻는다.

“정말 합니까?”
“....”

송병헌은 말 없이 남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각이 급하다. 송병헌은 고개를 젓고 말한다.

“죽어버린 실험자들 샘플까지 다 주입시켜.”
“..예?”

조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송병헌을 보며 확인을 묻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송병헌은 굳은 얼굴로 흔들림이 없었다. 조수는 길게 한숨을 쉬며 버튼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불안과 초조함이 전신을 흔들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여지껏 일을 해왔지만 이런 전례가 없었다. 이것은 도박을 넘어서 가망이 없는 확률이다.

“박사님..”
“이번 회기에 주어진 샘플을 소비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다는거지? 다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라고.”

송병헌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침울해진다. 겉으로는 평범한 척하며 지내왔지만 이들 모두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사람들을 상대로 목숨을 담보로 한 임상실험이 달가울 리가 없다. 조수는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남은 버튼을 누른다. 취이익. 그러자 유리관 가운데에서 은색의 바늘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일반 바늘과는 다른 굵기와 크기.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대경하며 혀를 내두르겠지만 이들은 이미 면역이 되어 있는 상태다.

취이익. 굵고 기다란 바늘은 그대로 남자의 허리 가운데를 뚫고 조금 더 나아가 멈췄다. 그 충격이 상당한지 의식을 잃은 남자의 몸이 크게 들썩거린다. 쿠궁. 유리관이 약간 흔들거린다. 그 소음에 조수가 당황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송병헌이 조수를 거칠게 밀어내고 남은 보라색의 버튼을 누른다.

[샘플 주사를 실시합니다.]

무미한 기계음이 들리고 곧 은색의 바늘안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인간의 피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작고 검은 알갱이들이 기분 나쁘게 득실거린다. 수 천, 수 만의 알갱이들이 헤엄치듯이 붉은 물을 따라 남자의 허리를 거칠게 공격해대는 것 같다. 그 과정이 꽤나 충격이 큰지 남자의 거구가 조금씩 들썩거린다. 마침내 불안과 초조함을 이기지 못한 조수가 송병헌을 보며 말한다.

“박사님..”
“지금 이 일은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한다. 저 남자가 죽기만을 바래야 돼.”

그렇게 2~3분가량이 지나자 완전히 투입이 완료된 바늘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샘플 투입이 완료된 남자는 그대로 쥐죽은 듯 고개를 박고 있을 뿐이었다. 송병헌과 조수들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한숨을 쉬고서 다른 유리관들의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한다.

“크아아!”

이들이 다가오는 것을 처음부터 주시하고 있던 유리관의 ‘생물’들은 괴성을 질러대며 유리관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최소 수 백개는 되어 보이는 유리관안에서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생물들이 동시에 포효를 하는 광경은 그리 좋은 꼴은 아니다.

“크와아악!”

잔뜩 가래가 낀 목소리로 유리관 앞에서 이것저것 조사를 하는 조수들과 송병헌을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노려보는 검은 생물체들. 거칠게 유리관을 두드리며 나오려고 발광을 하는 생물들이 있는가하면 애초에 포기한 듯 조용히 앉아 있는 생물들이 그들의 시야를 어지럽힌다.

그렇게 30분이 지난 후에 모든 유리관의 점검을 마친 이들은 마지막 남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여전히 죽은 듯 고요한 남자의 모습. 실망의 기색도 없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무한히 번복되는 과정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익숙해져가고 자연스러워져가는 모습을 원망하고 싶지만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걸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쉬고 내일 아침 7시에 네가 직접 가라.”

송병헌은 자신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조수를 지목하며 말했다. 조수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1층으로 내려온 이들은 각 통로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송병헌 역시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간다. 피로 범벅이 된 백색의 가운과 와이셔츠를 대충 벗어버리고는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대충 샤워를 한다.

“....”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항상 같은 얼굴일 줄만 알았던 익숙한 얼굴이 아니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주름들이 얼굴 곳곳에 즐비하고, 지속적인 과업에 피부는 푸석해져 있다. 말라비틀어진 입술을 꽈악 깨물며 대충 씻어낸 그는 대충 물기를 닦은 후 옷장에서 적당한 티와 바지를 입고 침대에 눕는다.

“후..”

이대로 진척이 없으면 남은 사람들이 당장 실험대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무리 입을 단속시킨다고 해도 피실험자들이 다른 피실험자에 의해 죽었다는 것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있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피실험자들의 자유를 구속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안전을 운운하며 그들을 보호한다고는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격리’, ‘수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혜 역시..”

복잡한 생각이 자꾸만 머리 속을 흔든다. 송병헌은 애써 눈을 감는다. 지금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일단은 잠을 청해야 한다.

똑-똑.

얼마나 잤을까. 아니, 언제 잠들었을까. 송병헌은 번쩍 눈을 뜨고 시계를 본다. 하지만 어두운 공간에서 시계바늘이 보일 리가 없다. 그는 자신이 조금 밖에 자지 않았음을 인식하고는 느리게 걸어가 기계적으로 방문을 연다.

“무슨 일이..야?”

송병헌은 문 앞이 껌껌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각에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이 있단 말인가? 송병헌은 자신이 꽤 피곤한 상태에 있다고 여기고 다시 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는다.

“?”

하지만 거기에 느껴지는 감촉은 익숙했던 목재의 감촉이 아닌 단단하고 묵직한 감촉이다. 송병헌은 눈을 껌뻑거리며 자신 앞에 있는 것을 제대로 식별해내기 위해 고개를 든다.

“크르르르.”

낮고 굵은 울음이 그의 귀를 강타한다. 찌리릿. 전신이 마비된 듯 빳빳하게 굳어져버린다. 그는 간신히 두 눈을 굴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2미터의 거구를 가만히 바라본다. 처음 자신의 눈길을 사로 잡았던 강인한 체격의 사내. 단숨에 실험에 응하겠다고 나선 사내. 은혜를 보호해주던 사내.

“허... 허.”

공포보다는 당혹감이 더 큰 탓에 헛웃음만 나온다. 이미 인간의 몸과 얼굴이 아니다. 송병헌은 멍청하게 거구의 괴물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잠시간의 고요한 정적. 괴물의 붉고 강렬한 눈빛이 번뜩이더니 입을 크게 벌린다.

날카로운 송곳니들 사이사이 흐르는 더러운 액체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송병헌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다. 도망간다고 한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도망칠 수 없다.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6층에 있던 생물들이 모조리 빠져나온 상태라면 살아날 가망은 가지지 않는게 좋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크아아아!”

강렬한 포효소리와 함께 괴물이 움직인다. 질끈. 송병헌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감는 것 뿐이다.

“..사님!”
“박사님!”

송병헌은 몸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헛바람을 들이키며 벌떡 일어난다. 그 모습에 조수 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송병헌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그 바보 같은 모습을 주욱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조수 한 명이 용기를 내어 송병헌의 어깨를 흔든다.

“박사님 정신 차리십시오.”

다행히 조수의 말에 송병헌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조수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고는 말했다.

“다들 무사한가?”
“예?”
“다..”

송병헌은 그제야 자신의 방을 둘러 보았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피범벅이 된 가운과 와이셔츠가 어제의 일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을씨년스럽다. 그제서야 송병헌은 자신이 악몽을 꿨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말했다.

“아, 아니야. 그보다 결과는?”
“실패입니다.”
“그런가.”

이젠 실망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기대도차 하지 않은 일이었다. 송병헌은 옷장에서 적당한 가운을 꺼내 입고는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변하는 단계입니다만.. 샘플의 양이 너무 많은 탓인지 꽤 진전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살아는 있군. 즉시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해. 소거의 날은 언제지?”
“다음주입니다.”
“가지.”

생생한 악몽이다. 처음 일을 할 때나 꾸던 악몽이 왜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일까. 송병헌은 애써 머리를 저으며 방을 나선다. 그 뒤를 조수 둘이 여러 파일 철들을 챙기고서 그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