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네이트판에다가 그림을 올리곤 했는데,
어쩌다가 전시건의뢰가 들어와서 커다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비전공자인 내가 전시를 해도 괜찮은 걸까, 약간 걱정되었지만
암튼 나에게는 좋은 기회이므로 승낙해버렸다.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건 고등학교 때 4절지 스케치북에 풍경화를 그렸던
적 빼고는 처음이다.
그 뒤로는 글쎄, 커다란 수학문제집에 피보나치수열을 그린(?)
다던지 했었던 거 같은데.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랑 먹고 사는 건 다른 거야'라는 생각때문이었을까,
미술은 내 길이 아닐거 같다... 라는 막연한 두려움같은 게 나를 이과로 몰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결국은 예술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는 건축학과에 입학했고,
지금은 마치 고등학교 때 커다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 두근두근하던 그때처럼,
커다란 캔버스를 사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이랑은 참 징한 연인 거 같다.
그렇지만 캔버스에 수채색연필을 쓰는건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
면봉과 손가락을 붓대신 써가면서 결국 완성은 시켰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도 좋은 붓을 써서 그려보고싶고,
유화나 아크릴화로 그림을 그려보고싶은데 미술재료비는 참으로 비싸구나..
아- 더 잘 할수 있는데-
이렇게 스스로 욕심내서 그림그리고 싶은 기분은 참 오랜만이다.
간만의 욕심이 조금 기쁜 거 같기도 하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었겠는가.
너는 재능이 없어.
그 너무도 잔혹하고 당연한 진실을..
Context.
맥락.
건물을 지을 때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중 하나.
그 건물이 주변환경과 어떻게 어울릴지를 꼭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본 5성급 호텔은 그 자체로 마치 성과 같이 으리으리했지만,
주변의 다 쓰러져가는 주민들의 민가 사이에 우뚝 솟아올라간 그 모습은, 뭐랄까, 폭력적이었다.
그럼 뭐야, 주변 건물이랑 비슷비슷하게 지어야 하는 건가.
생각해보면 치킨집 골목에 내 가게가 생기면
나도 치킨집을 차리는 것도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맥주 테이크아웃 가게를 차릴 수도 있는 것이고,
사람들이 치킨을 사 와서 먹을수 있는 곳을 만들어도 정답이다.
체코의 댄싱 하우스처럼
마치 여타 다른 유럽식 전통 주택들인 척 들어서서 혼자 춤을 추고 있는 건물도
정답이 될 수 있는 것처럼...
-2년전 그림을 발견, 채색했다. 그러니-이것도 군대그림.
전공에 대한 부담이었던걸까, 군대에서는 건축물그림이 좀 많다.
계절이 바뀌기 시작할 때 즈음에마다 느껴지는 공기의 냄새가 있다.
2월 말 즈음이 되면
여기저기서 꿈틀꿈틀거리는 것들의
자취가 약간 따스해진 공기에 녹아들어가 있는 것을 느껴서
'이거 봐, 봄이 곧 올 것만 같아!' 라고 친구한테 외치곤 한다.
(그러나 사실 꽃샘추위 때문에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고, 나는 결국 친구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어제는 자전거를 타다가
햇빛 아래에서 들어쉰 공기에 풍성하게 자란 여름의 초록을
느껴서,'아, 어서 반바지와 샌들을 꺼내놓지 않으면 안되겠다..!'
라고 느꼈는데, 정말 여름이 왔는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확실히,
길을 걷다보면 자꾸 팥빙수가 생각나기 시작한 건 맞다.
이건 거의 확실한 여름의 징조 중 하나라니깐요.
ㅎㅎ 오랜만에 왔어요, 여기에 그림을 올리는것도 인생의 한 사이클이 되어버린거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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