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에게 물었다.

반달이2013.05.06
조회336,872

 

제주도 여행 후,

항승씨와 좀 더 자주 연락하게 됐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무언가 애매한 공기가 여전히 둘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하루종일 공연 연습을 하면서도, 혹시 그의 문자가 오지는 않을까 하고 핸드폰으로 자꾸 신경이 간다.

 

그렇게 애매모호하고 몰캉몰캉한 2주가 지나고, 그에게 연락이 왔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문자. 문자메시지라는 것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배경음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느낌이 전해지고, 온몸으로 그 내용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래서 혼자 오해할 때도 많지만... 흑흑

그렇게 우리는 포천에 있는 식당에서 만났다.

무언가는 다른 분위기. 그는 차를 깨끗하게 세차하고, 아주 단정한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머리를 만지고,

내가 좋아하는 안경(그는 거의 2.0이다..)을 쓰고 내 앞에 나타났다.

 

' .. 아, 오늘인가?..(두근두근 몰랑몰랑 어째어째 세상에세상에 난누군가 여긴어딘가바쁨).. '

 

분명 느끼고 있었지만 식당에서 난 애써 모른척 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나의 밀당은 왜 혼자 계속 됐던걸까?

지금이었다면 덥썩 그의 손을 먼저 잡았을텐데... (...)

그때는 그저 앉아서 새침한 미소를 지은채로 음식만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그가 꼭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난 모르는 척 따라나섰고, 그의 차는 포천에 있는 한 공원으로 향했다.

 

그 곳은 허브와 꽃, 그리고 아주 다양한 색깔의 조명들로 예쁘게 꾸며져있었다.

그 때부터 나의 심장은 두근두근설렘 내 심장 소리가 밖으로 들릴 것 같아서 꾹꾹 참느라 말을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옆에서 애매한 거리를 유지한채로 함께 걷던 항승씨도 같은 심정이었을까? 그도 유난히 말이 없다.

하지만 그의 등에는 정장에 어울리지 않는 배낭이 하나 들려있다.

그냥 여기 이것저것 들어서 가지고 나왔다고 말하는 그.

 

' ... 아.. 혹시?.. '

 

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그는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

그는 정장을 입고, 안경알이 없는 안경을 쓰고(ㅎㅎ), 어울리지 않는 배낭을 들고, 어정쩡한 브이 포즈를 잡았다.

(그 때 찍은 사진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 때의 그 모든 풍경과 분위기는 정말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내 사진은 찍어주질 않는다. 읭? ㅋㅋ

 

어쨌든, 가장 높은 곳에서 난간에 기대어 공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 주리야 "

 

세상에. 내 이름이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걸 들으니.. 너무 놀라웠다.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나의 이름이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니. 글자 하나하나에 감정이 실려있는 것 같았다.

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나의 이름이. 이렇게 두근거렸었나?

 

항승씨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담담했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배낭에 들어있던 장미꽃다발을 꺼내 나의 손에 들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 난 너를 좀 더 알고 싶어. 너와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너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꽃 "

 

세상에. 이렇게 돌직구를 날리다니. 이런 저런 이야기 다 빼버리고, 이렇게 나에게 직접 말하다니.

나 혼자 열심히 했던 밀당을 싹- 잊게 할 만큼 강력한 한 마디를 나에게 던졌다.

그 때부터 나의 생각의 회로가 막혀버린 듯,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도 아닌데, 여전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

이건 내가 어찌 해야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논리적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였는데, 이건 논리로는 정리가 안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고, 그 마음을 전하고 공유한다는 건 논리가 통하지 않는, 너무나도 비논리적인 과정이다.

감정이라는 놈이 참 그랬다.

 

그 뒤로 약 1분간 정적이 흘렀고,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그 공원에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만 더 크게 울렸다.

항승씨는 나의 당황스러움을 눈치챘고, 그 뒤로 나의 감정들을 토닥여주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 주리야. 내가 이렇게 너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넌 절대 모를거야.

  널 처음 봤을 때 부터 난 니가 좋았어(이런 드라마 대사 같은 이야기를 직접 들을 줄이야...!) 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어.

  내가 생각했을 때 넌 너무 대단한 여자고, 난 너무 부족한 남자거든. 물론 난 장애도 있고. 직업도 안정적이지 않고. 돈도 별로 없고.

  너에 비해 부족한 것들만 계속 생각났어. 내가 너를 좋아해서는 안되는 이유들만 계속 떠올랐지. 그러면서 나의 감정을 숨겼던 것 같아.

  하지만 여행을 함께 하면서, 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안되는 이유들을 하나 둘씩 버릴 수 있게 됐어.

  지금도 난 여전히 부족해. 여전히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어. 하지만 너는 나의 그런 점들을 버릴 수 있게 해줬어. 진심으로.

  너와 함께 있으면 난 계속 힘이 생겨.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야. "

 

.

.

.

.

 

세상에. 너무 진심이 느껴져서 더 뭐라 답할 수가 없었다. 그냥 심장이 턱- 하고 막히는 그런 느낌. 꾸며가며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나를 향해 직선으로 다가오니 더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7줄로 정리한 저 이야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항승씨는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한시간 동안 나와 함께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나는 한시간 동안 계속해서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질문에 어울리지 않는 답인데, 왜 계속 그런 말들만 했던 걸까, 난?

난 항승씨의 진심어린 고백을 받을만큼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항승씨의 그 진심을 받아줄 수 있는 진실하고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난 26년간 착하다는 말은 솔직히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오히려 이기적이고 못된 여자였다.

내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은 나의 논리에 의해 나오는 것일뿐, 선의에 의해 자의로 행동하는 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못난 여자였다.

 

나 혼자 그에게 했던 밀당도 있고, 처음에 소개팅으로 만났고, 20대의 불타는 청춘들이고.

전후사정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이성적으로 끌리고 있었고 곧 누군가 먼저 고백을 할 타이밍이었고, 결론이 나올 그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나는 왜 그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한시간 동안 밀어내려고 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와의 연애를 꿈꾸고 있었다. 그와 함께라면 나도 변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것도 이기적이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온통 그를 향한 화살이었다.

 

" 나는 사실 엄청 이기적이야. 착한 척 하는거야.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못난 여자인지 니가 알게되면 너도 나를 싫어할꺼야.

  너도 나를 떠날꺼야. 난 너와 친구로 지내면서 사실 착한 척 한거야.

  난 혼자있을 때 정말 얼마나 못된 생각만 하는데. 난 사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소중해. "

 

일단 이렇게 자기디스_를 하며 화살을 들었다. 하지만 항승씨는 나의 말에 정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감정적인 반박(?)을 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질 수 없는 난, 계속해서 나의 이상한 단점들을 덧붙였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한 번 튕겨본걸까? 계속 밀당을 한걸까?? 뭘까?..)

 

" 난 뚱뚱해. 난 예쁘지 않아. 난 머리도 나빠. 난 책도 별로 안읽어(이건 왜 말한걸까?). 난 남자친구보다 내 일이 더 소중해. 난 이런 여자야.

  난 너에게 도시락을 싸주고 마중나가는 현모양처 스타일이 아니야.

  너와의 약속과 일이 겹친다면 난 생각도 안해보고 당연히 일을 하러 갈꺼야.

  난 요리도 못해. 난 사실 청소 하는 것도 별로 안좋아해. 밖에서만 깔끔한 척 해. 난 친구도 별로 없어. 난 엄청 이기적이거든.

  난 내가 중심이야. 내 논리로 세상을 봐. 겉에서는 웃지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아. 이렇게 이중적이야 "

 

나의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들에도 그는 정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대답해줬다.

너의 건강함이 좋아(뭣?!허걱), 너의 그런 면을 난 원래 좋아했어, 요리는 내가 할께, 청소는 같이 하자,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께, 난 잘 듣는 사람이니까

너의 이야기를 나에게 하면 되잖아 등등..

포천에서 출발해 성북으로 오는 그 한시간. 그는 나의 이기적인 이야기들을 끝까지 담담하게 들어주었고,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적절한 해결책들을 제시해주었다. ㅋㅋ

 

이미 머릿속은 패닉상태. 항승씨의 말들이 외계어로 들리는 상태. 톡 건들기만 해도 빵- 터질 것 같은 상태.

내가 말했던 모든 이유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진짜 이상한 이유도 있었다..

 

" 난.. (주저한다) 겨울에는 주말마다 보드를 타러 스키장에 가. 시간 있을 때 마다 강원도로 향해.

  우리가 만약 사귀게 된다면 주말에만 만나야 할텐데 넌 보드를 즐기지 않잖아. 이런 날 이해해줄 수 있어? "

 

진짜 이상한 이유인데,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진심이다...허걱 그는 날 빤히 쳐다보며 웃었고, 이렇게 답했던 것 같다.

 

" 나도 같이 탈께. 한 번 배워볼께. 니가 가르쳐줘. ^^ "

 

의족을 사용하는 사람이 스노우보드를 즐긴다는건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였기에 나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한시간의 전쟁(?)을 끝냈던 것 같다. ㅎㅎ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의족보더로 활동하며, 나에게 보드를 가르쳐주고 있다. 세상에!! 꺄악)

 

 

그렇게 나는 집으로 들어왔고, 그 날부터 3일간 24시간 항승씨의 말들만 계속 곱씹었다.

처음에는 섹스앤더시티에서 미란다가 남편과 헤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글로 정리하던 장면처럼

나도 정말 A4용지를 앞에 놓고 논리적으로 이유들을 정리했다. (다시 생각해도 부끄럽다)

 

그와 사귀게 된다면 우린 보통 커플처럼 거리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께는 과연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까?

 

근데 아무리 정리해봐도 이건 논리적인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도박판에서 걸고 또 걸고 하는 것과 같은 문제도 아니다.

논리로 살아가던 나에게 감정으로 선택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그 때의 멘붕이란. 정말 하늘이 빙빙 돌고. 모든 사물들이 항승씨의 고백으로 보이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다 나에게 바보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비실비실거리던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 야! 어차피 니 마음은 다 정해져있잖아? 마음의 소리를 들어!! 쫌!! 지금 수능공부하니? ㅋㅋ"

 

.

.

.

맞다. 그랬다. 난 항승씨와의 관계를 마치 수학문제를 푸는 것 처럼 논리적으로 따져보려고 했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30이라면 그도 나에게 30만큼, 아니 40만큼 줄 수 있는지를 조건과 상황으로 계산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갱지에 올라가있는 검은 잉크무리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줄 수 있는게 지금 0이면 어떤가. 그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0이라면 또 어떤가.

내가 그의 것으로 100을 채워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 연애의 목표가 아닌데. 그렇게 혼자 멋진 사람이 되고 나면 상대방은?..

 

그렇게 3일이 지났고, 그가 다시 찾아왔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식사를 하고, 성북동의 수연산방이라는 전통찻집으로 향했다.

(소개팅의 기억때문인지, 그는 나와 만날 때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하곤 했다. ㅋㅋ)

조심스럽게, 하지만 묵직하게 그가 다시 물었다.

 

" 이제 대답해 줄 수 있니? ^^.. "

 

" 으악. 당황허걱싫어버럭흑흑 아니... "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리곤 다시 3일 전의 그 때처럼 내가 얼마나 못난 인간인지에 대해 다시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은 분명 항승씨를 향하고 있는데 행동은 산으로 향하고 있다. 내 몸과 정신인데 다스릴 수가 없다....!

3일간 숙성된 나의 논리를 들은 그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 아니, 그런거 말고. 난 니가 어떤 이유를 말해도 상관없어. 함께 마주하면 되니까. 내가 궁금한 질문에 대해 답해줘. "

 

으악. 그는 더이상 2년간 친구로 알아왔던 항승씨가 아니었다. 내 앞에 앉아있던 그는 정말 단단한 남.자.였다.

커다란 그 앞에서 나는 점점 더 작아졌고, 목소리는 기어들어갔으며, 눈 앞의 찻잔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나도 내 맘을 모르겠다.

 

그는 3일 전 처럼, 나의 당황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받아주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헉. 세상에. 나는 나의 마음을 아직 전할 준비가.... 이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의 얼굴을 보니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찻집을 나와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굉장히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운데에 있는 팔각정 2층으로 올라가 그가 말했다.

 

" 주리야. 나의 마음과 같다면 내 손을 잡아줘. "

 

하. 세상에. 나는 떨려죽겠는데 그는 어쩜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이젠 그가 미워보이기까지 한다(?)

난 그 팔각정을 정확히 17바퀴 돌았다. 그가 서 있는 곳을 계속 지나쳤다. 그의 손을 잡을 용기가 없었다.

그 손을 잡고나면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커보였다. 그때도 난 여전히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나보다.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난 도저히 지금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ㅋㅋ)

내가 평소에 자주 가던 한강으로 향했다. 이 곳이라면 좀 더 편히 생각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그가 다시금 단호히 말했다.

그 한강다리 밑에서 나는 또다시 왔다갔다왔다갔다왔다갔다왔다갔다 또 왔다갔다왔다갔다왔다갔다.. 무한반복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설렘 머리는 이미 터진 후였다...

 

그리고 결심했다.

위아래앞뒤전후사정 다 버리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고.

내가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남자의 손을 잡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난 방향을 바꿔,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

 

생각보다 훨씬 두꺼웠고, 단단했고, 거칠었다.

그의 왼손은, 오른손이 해야 할 일들까지 혼자서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더 무거웠다. 아주 아주..

그리고 그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 이후로 2년이 지났고, 우리는 지금까지 다행인지(^^?) 서로에게 의지하고 공감하며 즐겁게 만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눈물 흘리며 힘들었던 시간도 있고, 서로에게 강요하며(정확히 말하면 내가 항승씨에게 강요하며) 싸웠던 시간도 있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매일매일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고 있다.

위에서 계속 덧붙였던 나의 이상하고 어이없는 이유들은 그와 만나면서 정말 더 이상하고 어이없어지는 상황들을 만들어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나의 논리적이지만 섬세하지 못한 부분들을 이해해줬고,

나는 그의 섬세하지만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들을 듣고자 노력했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완벽한 관계라는 것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관계도, 그런 사람도 없다.

우리도 정말 작은 것 하나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싸움에서 또 새로운 이해를 넓혀가고, 서로에게 배운다.

이렇게 하루하루 소소하게 살아가는 것. 그 시간들을 함께해준 항승씨에게, 또 나에게 우리는 서로 고맙다 ^^..

 

장애인 항승과 비장애인 주리가 아니가 그냥 사랑하는 항승과 주리다. 별 거 없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일기처럼 끄적인 이야기들에 관심 가져주시고, 진심으로 응원해시고, 공감해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항승씨와 저의 연애 중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장애인 남자친구를 만나는 딸을 마주한 어머니, 그와 처음 만난 아버지, 사람들의 시선,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역시나(?)  힘들었던 일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항승씨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합니다. 미소 (저의 바람입니다만 ㅋㅋ)

 

감사합니다 :)

 

 

 

 

 

 

 

 

댓글 321

먹먹오래 전

Best이런판보고 댓글 달지 않는 나인데 아무리 달달한 연애이야기에도 그저 코웃음 치며 좋을때다 혼잣말을 하던 나인데 아 뭔가 내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네요 사랑은 정말 이렇게 하는거네요.

zz오래 전

Best계속 안좋은점을 말한거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남자분의 말이 계속 듣고 시퍼서 그른거 아닐카욤? ? ㅋㅋㅋ 날 그럼에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죠아섭.. ㅋㅋ

잘지내오래 전

Best여태 본 판 중에 가장 솔직하게 처음부터 쓰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잘 보고 있어요. 보면서 곧 만날 사랑하는 사람 생각 많이 났어요. 예쁜 사랑 계속 하셨으면 좋겠어요-

ㅁㅁㅁ오래 전

아 나 왜 울고 있지 .....

헝헝캬오래 전

주리야.. 휴..여기서 저도 침을 꿀꺽 두근두근 .. 캬ㅠㅠ두분 훈남훈녀 진짜 잘어울리세요!!! 저도 이런 드라마틱한 연애하고프네요

아유오래 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정말 아름다워서요. 너무 솔직하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꾸밈없고 예뻐서 너무 보기 좋고 예쁜 사랑 오래오래 하시길 바랄게요♡

오래 전

신춘문예 당선작? 이건 뭐 현실의 사랑얘기가 아니라 한 작가의 창작편 같다. 응원한다는말 못 합니다. 주리님의 양날의 선택에 모두 응원할 뿐. 히지만 권선징악을 꿈꾸는 어느 작은팬의 소망임.

잠만자오래 전

탈루라는 아는 이름이 잠깐 나와서 놀랬네요...ㅎㅎ 감사합니다.. 주리님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내어 보여주셔서... Y에서 두분의 모습을 봤어요... 거기서 보니 항승씨는 정말 정말 밝은 사람이네요... 그정도의 밝음과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이 만나 이렇게 되었나 봅니다.. 가슴이 뜨뜻했어요 감사합니다... 영원이 부러워 할껍니다...

LYN오래 전

이 글 보고 정말 백만년만에 로그인 ㅠㅠ 남자분의 고백... 진심이 담긴 세상 최고의 고백이네요... 읽으면서 학벌과 경제력이 저보다 못하다고 떠나버린 전남친이 내내 생각났어요... 전 정말 그 사람 자체만을 보고 사랑했기에 조건은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날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거 같다고 떠난 그 사람...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터놓고 얘기해주지 그랬냐고 속으로 원망 많이 했는데... 그렇게 서로의 고민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면 저와 그 사람도 항승씨와 주리씨처럼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요... 사랑을 위해 크게 용기를 낸 항승씨도 멋지고, 그렇게 항승씨가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주리씨도 멋져요. 두 분 정말 인연이신 거 같아요. 행복하세요...^^♥

닉네임없음오래 전

한편의 멜로소설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본문중에 책을 별로 안읽으신다는말..거짓말인듯! 이렇게 글을 잘쓰시는데..작가로 데뷔하셔도 될거같아요ㅋ 달달하고 훈훈하고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대단하다는 표현마저 실례일지 모르겠으나 글쓴이의 마음이 너무 진실되고 예쁘네요. 두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뿌앙오래 전

하지원 닮으셨어요!!

멜번보단시드니오래 전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똥꾸멍멍멍오래 전

영화같은 사랑이야..이걸영화로 만들어보는개어때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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