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어느날갑자기(유일한님)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스크롤 압박이 있습니다.^^ 그날 밤 역시 똑같은 악몽에 시달렸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사건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은혜를 만나 잘 얘기하고,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신경을 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독서실로 향했다. 왠일인지 그 날은 독서실 문이 열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고시생이나 유학 준비생들이 먼저와서 문을 열었나 하면서 총무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깡마른 청년이 총무실 책장을 뒤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생기며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누구신데, 총무실에 들어와 계신거죠?"그 사람은 내 말에 대답은 안하고 나를 찬찬히 살펴봤다. 그 사람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였지만, 안경너머의 눈빛에 광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오라... 새로운 총무님인가 보네... 걱정마소. 내 짐만 챙겨 곧 나갈테니까..."나는 그 사람의 무시하는 말투에 기분이 상했다."아니, 누구시냐고 물었잖아요? 독서실 원생이면, 당장 총무실에서 나가주세요!"나의 언성이 높아지자, 그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더니 나를 다시 한번 노려봤다. 그리고는 기분나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내가 누구냐고요? 그날 밤 전화해서 당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야! 기억나요? 그 보름달 뜨던 날밤에 전화한 사람...."그 사람의 의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며칠전 술 취한 듯한 사람으로부터 독서실에서 당장 나가라는 전화를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그럼 댁이...." "그렇다니까.. 당신은 내게 신세 진거요.."그 사람은 그 말을 하고는 다시 자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그런데, 정말 누구세요?"그 사람은 내 질문에 다시 물끄러미 나를 돌아보더니 그제서야 답을 해 주는 것이었다. "아.. 아직도 내가 누군지 눈치 못채셨군... 좀 둔한 것 같소... 당신... 나는 서경기라고 하오. 바로 당신 전에 있던 이 독서실 총무였고.. 이제 좀 이해가 되겠소?"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만 알 수 있었지만, 아직도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그런 전화를 했는지 이해 할 수도 없었고, 아무 얘기없이 독서실을 그만 두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독서실 주인 아저씨 말처럼 좀 싸이코 끼가 있어 보였다. 더군다니 처음보는 내게 던지는 건방진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나는 약간 도발적으로 말을 건넸다."아 그러세요... 그런데, 아무 얘기 없이 독서실 그만 두셨다면서요.. 주인 아저씨가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하셨나 보더라고요..."그는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얘기했다."그런 상황에 말하고 자시구가 어디 있어! 그냥 여기서 떠나는 것이 장땡이었지.. 그런데, 형씨는 진짜 아무 것도 몰라요? 하긴 아직 호된 꼴을 안 당했으니까 멀쩡한 모습으로 여기 나오고 있겠지..."그러면서 그는 자기 사시 공부책들을 가방에 챙겼다. 얼추 챙겼는지 가방을 잠갔다. 나는 그 사람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말하는 투가 거슬렸지만, 그 서경기 라는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뭔가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가시기 전에 제게 알려 주시고 가시죠. 부탁입니다...."좀 정중하게 부탁하니까, 좀 망설이던 그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총무실 소파에 불량한 자세로 앉아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리고는 내게 의아스런 질문을 던졌다."당신 여기서 일한지 얼만큼 됬소?" "이제 일주일 채 못 되었는데...." "일주일이라... 그 정도면 아직 모를 수도 있겠지... 여기서 밤 늦게 남아있다가 좀 이상한 경험 하지 않았어요?" 그 질문을 받자, 나는 그 동안 있었던 좀 이상했던 일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 사람은 그 일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 했다."이상한 경험이라면... 혹시 여자 방 얘기하시는 거에요?" "이 사람 알고 있었네! 그런데도 아직도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보기보단 대단한 사람이네..."그는 내 대답을 듣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는 그의 의외에 반응에 좀 놀랐다. 그는 다시 나를 바라보고 그 동안 어떤 경험을 했냐고 물어보았다.나는 근무 첫날부터 경험했던 이상한 일들을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다. 밤 12시가 지나면 그 독서실에서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며, 아무도 없는 독서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던 아이의 창백한 얼굴이며, 12시가 되기 전에 독서실을 나가려는 아이들, 그리고 매일 밤 벽에 그려지는 의미없는 숫자들 등 내가 경험했던 얘기를 해 주었다. 내 얘기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했다."그게 전부라면, 아직 여기서 버틸만하네... 조심해요. 아직 당신은 진짜 무서운 일을 안 당한 것이니까.."나는 그 얘기를 듣고, 은혜가 들려주었던 얘기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더니 그 서경기라는 전 총무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얘기했다. "그 얘기라면 나도 다 들었어요. 사진도 보고, 테잎도 보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처음에 나는 이게 왠 유치한 장난이냐 생각하고, 그 은혜라는 애를오히려 정신병자로 생각했죠. 휴... 인간은 생각하는 폭이 짧다니까....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무시무시한 독서실에 관해서... 하긴 나도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단 한가지 내가 확신하는 것은. 이 독서실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이요."그의 단호한 말에 나는 좀 놀랐다."무슨 말씀이시죠... 도대체 어떤 일들을 겪으셨길래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죠?"그는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뿜어내고는 내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믿을 수 없는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 독서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3개월 전이었소.휴... 그때는 내가 이런 일을 겪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죠... 제기랄......당신도 그랬겠지만, 이 독서실 총무자리는 이상할 정도로 조건을 가지고 있었소. 고시원을 전전하던 나는 좀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고, 짭잘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총무자리를 찾다가 이 독서실에 오게 되었소. 그때도 내 전임 총무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대고 그만두었다는 얘기만 들었소.. 아... 그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여하튼 나는 이 독서실에서 근무하기로 하고, 주인에게 여기서 숙식을 하겠다고 했소. 그런데,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건 주인 아저씨도 독서실에서 자겠다는 말에 펄쩍 뛰는 것이었소. 이유를 묻는 내게 몇 달전 여기서 자던 총무가 강도가 들어오는 바람에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밤에 사람을 둘 수 없다고 대답했소. 빈 독서실에 왠 강도가 들었나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주인이 그것만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밤 2시까지 여기 있기로 했소. 사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독서실을 찾았지만, 월급이라든지 다른조건이 너무 좋아 이 독서실을 선택한 거요. 그 이외는 별 특별한 조건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이 총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소.처음에는 평범한 독서실로 생각되었소.독서실에 책가방만 던져놓고 나가 노는 애들, 공부 대신 휴게실에서 몇 시간동안 잡담만 하고 있는 애들, 독서실을 데이트 장소로 생각하는 애들, 보충 수업 끝나고 축쳐진 어깨를 하고 독서실로 들어오는 애들... 여느 독서실과 다를 바 없었소.그런데, 당신도 이제는 알겠지만, 애들이 12시 되기전에 모두 가방을 싸고 독서실을 나가는 것이었소. 좀 이상했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소.나로서는 조용히 공부할 시간이 두 시간이나 생기니 좋은 일이었으니까..첫날부터 12시 되기 전에 애들이 모두 독서실을 나갔소.나는 잘 됬다는 생각에 이어폰을 끼고 공부에 집중했소. 원래 나는 공부할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죠..그러니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한 거요.. 한 20분을 공부했을까... 집중이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되는 거요.자꾸 이어폰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몇 번을 이어폰을 벗어들고 귀를 기울여 받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소. 음악에서 나오는 반주소리를 잘 못 들었으려니 하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 했소.그런데 이번에는 누가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소." 다시 이어폰을 벗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생각이 들어 이어폰을 끼고 다시 책을 들여다 봤소.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자꾸 느껴지는 거요. 나는 애써 그 느낌을 지우고 책에 집중하려 했지만, 그 느낌은 점점 강해지는 거요. 마치 뒤에서 나를 보고 있는 그 무엇이 한 걸음 한 걸음 내 등뒤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소.확 뒤돌아 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소.나는 내 엉뚱한 행동이 웃겨서 혼자서 피식거리며, 책으로 눈으로 돌렸소.그런데....이번에는 바로 내 머리위에서 나를 강렬하게 내려보는 듯한 시선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소. 어찌나 그 느낌이 생생한지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았소.천장을 올려다 보기가 두려웠소. 이번에는 정말 뭔가가 내 머리위에서 나를 노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오..그 느낌을 무시하고는 도저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소.심호흡을 하고 천장을 올려다 봤소...아무 것도 없었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달랐소. 뭔가가 있다가 내가 올려다 보니 삭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소.나도 모르게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소.그런 기괴한 느낌마저 드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소. 꺼림직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기지개를 한번 피고, 이번에는 이어폰을 빼고 공부를 시작했소.사방은 정말 죽음과 같은 적막 그 자체였소.너무 조용하니깐,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 거요..그래도 책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거요.처음에는 무시했소..그런데 그 소리는 점점 커지는 것 같았소.아무런 의미 없는 잡음으로 생각했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자, 마치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같이 들렸소.아마 당신도 들었던 그 소름끼치는 소리였을 거요.공부를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소.그 소리는 여자 방쪽에서 나오는 것 같았소.아무도 없을 방에서 사람 소리같은 것이 난다고 생각나니 무섭기 시작하는 거요. 무시하려 했지만, 점점 또렷해진 그 소리는 바로 벽 너머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요. 7
독서실 - (9화)
출처 ; 어느날갑자기(유일한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습니다.^^
그날 밤 역시 똑같은 악몽에 시달렸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사건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은혜를 만나 잘 얘기하고,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신경을 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독서실로 향했다.
왠일인지 그 날은 독서실 문이 열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고시생이나 유학 준비생들이 먼저와서 문을 열었나 하면서 총무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깡마른 청년이 총무실 책장을 뒤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생기며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신데, 총무실에 들어와 계신거죠?"
그 사람은 내 말에 대답은 안하고 나를 찬찬히 살펴봤다.
그 사람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였지만, 안경너머의 눈빛에 광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오라... 새로운 총무님인가 보네... 걱정마소. 내 짐만 챙겨 곧 나갈테니까..."
나는 그 사람의 무시하는 말투에 기분이 상했다.
"아니, 누구시냐고 물었잖아요? 독서실 원생이면, 당장 총무실에서 나가주세요!"
나의 언성이 높아지자, 그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더니 나를 다시 한번 노려봤다.
그리고는 기분나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누구냐고요? 그날 밤 전화해서 당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야!
기억나요? 그 보름달 뜨던 날밤에 전화한 사람...."
그 사람의 의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며칠전 술 취한 듯한 사람으로부터 독서실에서 당장 나가라는 전화를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럼 댁이...."
"그렇다니까.. 당신은 내게 신세 진거요.."
그 사람은 그 말을 하고는 다시 자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누구세요?"
그 사람은 내 질문에 다시 물끄러미 나를 돌아보더니 그제서야 답을 해 주는 것이었다.
"아.. 아직도 내가 누군지 눈치 못채셨군... 좀 둔한 것 같소... 당신...
나는 서경기라고 하오. 바로 당신 전에 있던 이 독서실 총무였고.. 이제 좀 이해가 되겠소?"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만 알 수 있었지만, 아직도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그런 전화를 했는지 이해 할 수도 없었고, 아무 얘기없이 독서실을 그만 두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독서실 주인 아저씨 말처럼 좀 싸이코 끼가 있어 보였다.
더군다니 처음보는 내게 던지는 건방진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나는 약간 도발적으로 말을 건넸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 아무 얘기 없이 독서실 그만 두셨다면서요..
주인 아저씨가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하셨나 보더라고요..."
그는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얘기했다.
"그런 상황에 말하고 자시구가 어디 있어! 그냥 여기서 떠나는 것이 장땡이었지..
그런데, 형씨는 진짜 아무 것도 몰라요? 하긴 아직 호된 꼴을 안 당했으니까 멀쩡한 모습으로 여기 나오고 있겠지..."
그러면서 그는 자기 사시 공부책들을 가방에 챙겼다.
얼추 챙겼는지 가방을 잠갔다.
나는 그 사람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말하는 투가 거슬렸지만, 그 서경기 라는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가시기 전에 제게 알려 주시고 가시죠. 부탁입니다...."
좀 정중하게 부탁하니까,
좀 망설이던 그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총무실 소파에 불량한 자세로 앉아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리고는 내게 의아스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 여기서 일한지 얼만큼 됬소?"
"이제 일주일 채 못 되었는데...."
"일주일이라... 그 정도면 아직 모를 수도 있겠지... 여기서 밤 늦게 남아있다가 좀 이상한 경험 하지 않았어요?"
그 질문을 받자, 나는 그 동안 있었던 좀 이상했던 일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 사람은 그 일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 했다.
"이상한 경험이라면... 혹시 여자 방 얘기하시는 거에요?"
"이 사람 알고 있었네! 그런데도 아직도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보기보단 대단한 사람이네..."
그는 내 대답을 듣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는 그의 의외에 반응에 좀 놀랐다.
그는 다시 나를 바라보고 그 동안 어떤 경험을 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근무 첫날부터 경험했던 이상한 일들을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다.
밤 12시가 지나면 그 독서실에서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며, 아무도 없는 독서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던
아이의 창백한 얼굴이며, 12시가 되기 전에 독서실을 나가려는 아이들, 그리고 매일 밤 벽에 그려지는
의미없는 숫자들 등 내가 경험했던 얘기를 해 주었다.
내 얘기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했다.
"그게 전부라면, 아직 여기서 버틸만하네... 조심해요. 아직 당신은 진짜 무서운 일을 안 당한 것이니까.."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은혜가 들려주었던 얘기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더니 그 서경기라는 전 총무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얘기했다.
"그 얘기라면 나도 다 들었어요. 사진도 보고, 테잎도 보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처음에 나는 이게 왠 유치한 장난이냐 생각하고, 그 은혜라는 애를오히려 정신병자로 생각했죠. 휴...
인간은 생각하는 폭이 짧다니까....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무시무시한 독서실에 관해서... 하긴 나도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단 한가지 내가 확신하는 것은. 이 독서실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이요."
그의 단호한 말에 나는 좀 놀랐다.
"무슨 말씀이시죠... 도대체 어떤 일들을 겪으셨길래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죠?"
그는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뿜어내고는 내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믿을 수 없는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 독서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3개월 전이었소.
휴... 그때는 내가 이런 일을 겪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죠... 제기랄......
당신도 그랬겠지만, 이 독서실 총무자리는 이상할 정도로 조건을 가지고 있었소.
고시원을 전전하던 나는 좀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고, 짭잘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총무자리를 찾다가 이 독서실에 오게 되었소.
그때도 내 전임 총무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대고 그만두었다는 얘기만 들었소..
아... 그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여하튼 나는 이 독서실에서 근무하기로 하고, 주인에게 여기서 숙식을 하겠다고 했소.
그런데,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건 주인 아저씨도 독서실에서 자겠다는 말에 펄쩍 뛰는 것이었소.
이유를 묻는 내게 몇 달전 여기서 자던 총무가 강도가 들어오는 바람에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밤에 사람을 둘 수 없다고 대답했소.
빈 독서실에 왠 강도가 들었나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주인이 그것만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밤 2시까지 여기 있기로 했소.
사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독서실을 찾았지만, 월급이라든지 다른조건이 너무 좋아 이 독서실을 선택한 거요.
그 이외는 별 특별한 조건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이 총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소.
처음에는 평범한 독서실로 생각되었소.
독서실에 책가방만 던져놓고 나가 노는 애들, 공부 대신 휴게실에서 몇 시간동안 잡담만 하고 있는 애들,
독서실을 데이트 장소로 생각하는 애들, 보충 수업 끝나고 축쳐진 어깨를 하고 독서실로 들어오는 애들...
여느 독서실과 다를 바 없었소.
그런데, 당신도 이제는 알겠지만, 애들이 12시 되기전에 모두 가방을 싸고 독서실을 나가는 것이었소.
좀 이상했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나로서는 조용히 공부할 시간이 두 시간이나 생기니 좋은 일이었으니까..
첫날부터 12시 되기 전에 애들이 모두 독서실을 나갔소.
나는 잘 됬다는 생각에 이어폰을 끼고 공부에 집중했소.
원래 나는 공부할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니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한 거요..
한 20분을 공부했을까...
집중이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되는 거요.
자꾸 이어폰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몇 번을 이어폰을 벗어들고 귀를 기울여 받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소.
음악에서 나오는 반주소리를 잘 못 들었으려니 하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 했소.
그런데 이번에는 누가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소."
다시 이어폰을 벗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생각이 들어 이어폰을 끼고 다시 책을 들여다 봤소.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자꾸 느껴지는 거요.
나는 애써 그 느낌을 지우고 책에 집중하려 했지만, 그 느낌은 점점 강해지는 거요.
마치 뒤에서 나를 보고 있는 그 무엇이 한 걸음 한 걸음 내 등뒤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소.
확 뒤돌아 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소.
나는 내 엉뚱한 행동이 웃겨서 혼자서 피식거리며, 책으로 눈으로 돌렸소.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내 머리위에서 나를 강렬하게 내려보는 듯한 시선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소.
어찌나 그 느낌이 생생한지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았소.
천장을 올려다 보기가 두려웠소.
이번에는 정말 뭔가가 내 머리위에서 나를 노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오..
그 느낌을 무시하고는 도저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소.
심호흡을 하고 천장을 올려다 봤소...
아무 것도 없었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달랐소.
뭔가가 있다가 내가 올려다 보니 삭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소.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소.
그런 기괴한 느낌마저 드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소.
꺼림직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기지개를 한번 피고, 이번에는 이어폰을 빼고 공부를 시작했소.
사방은 정말 죽음과 같은 적막 그 자체였소.
너무 조용하니깐,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 거요..
그래도 책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거요.
처음에는 무시했소..
그런데 그 소리는 점점 커지는 것 같았소.
아무런 의미 없는 잡음으로 생각했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자, 마치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같이 들렸소.
아마 당신도 들었던 그 소름끼치는 소리였을 거요.
공부를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소.
그 소리는 여자 방쪽에서 나오는 것 같았소.
아무도 없을 방에서 사람 소리같은 것이 난다고 생각나니 무섭기 시작하는 거요.
무시하려 했지만, 점점 또렷해진 그 소리는 바로 벽 너머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