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70)을 빼고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논할 수 없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막 성공 스토리를 써나간 43살의 젊은 지도자 퍼거슨을 1986년 11월 데려올 때 맨유는 잉글랜드에서 그럭저럭 인기를 갖춘 중대형 클럽에 불과했다. 하지만 퍼거슨 부임 뒤 27년간 맨유는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거듭났고 4만5000여석 정도 규모였던 홈구장 올드트래포드는 이제 7만6000여석으로 확장, 거의 모든 경기에서 만원 관중을 이루는 명소로 변했다. 성적은 물론 흥행과 마케팅 브랜드 등 구단 전체의 가치를 크게 늘리고 8일 은퇴 선언한 퍼거슨 감독은 경영학, 사회학 등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을까. 국내·외에서 그를 관찰하고 연구한 이들이 답을 내놓았다.
◇감독이 아닌 코디네이터
매일 압박에 시달리는 게 맨유 감독의 숙명이다. 좋은 성적은 당연하다. 선수와 코치는 물론 구단 직원과 후원 기업 등 맨유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수많은 이해 관계 조정은 맨유 감독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설명한다. 지난 2006년 퍼거슨 감독 등 프리미어리그 명장들의 조직 경영 노하우를 소개한 책 '90분 리더십'을 번역한 차영일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과장은 퍼거슨 감독을 가리켜 "축구를 잘 아는 사람 이상의 인물이다. 여러 이해집단을 아우르는 리더십이 그에겐 있다. 축구 코디네이터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차 과장은 "퍼거슨 감독은 구단 주요 인사는 물론 프로그램 책자를 파는 직원이나 청소부, 매점 판매원 등의 이름까지도 외어 그들에게 인사라도 건네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인지하고 조절하며 그들의 신뢰를 얻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영입이 아닌 육성
어린 선수를 육성, 구단의 기틀로 만든 일은 평생 사업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 취임 다음 날 구단 유소년 경기를 보며 "우리의 미래가 여기 있다"고 말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퍼거슨 리포트'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애니타 엘버스 교수는 "퍼거슨 감독의 장기적인 성공은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성장시키려는 그의 확고한 의지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퍼거슨 감독 아래 맨유는 거액 이적료를 주고 선수를 영입한 경우가 없었다. 데이비드 베컴과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등은 퍼거슨 감독이 지휘한 맨유 유스 프로그램의 역작이었다. 포르투갈의 유망한 17세 청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2003년 데려와 6년 뒤 1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레알 마드리드에 판 것은 퍼거슨 감독의 육성 능력과 경영학적 판단력을 보여준다.
많은 축구팬들은 퍼거슨 감독이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라커룸에서 선수들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른다는 이른 바 '퍼거슨 헤어 드라이어'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헤어 드라이어'는 선수가 극도로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곳이 되어주는 퍼거슨 감독 만의 관리 기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10년 넘게 해설한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베컴이 1998 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을 당하고 모든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때, 호나우두가 2006 독일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웨인 루니의 퇴장을 유도한 뒤 윙크를 해 영국에 발도 못 붙일 것 같았을 때 그들을 변호하고 감싼 이가 바로 퍼거슨 감독이었다. 선수가 곤경에 처할 때 맨 앞에 나서 방패가 되어 준 퍼거슨 감독의 리더십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컴과 호나우두는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한 직후 "그는 내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며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부상 선수 관리+로테이션…이게 바로 퍼거슨
급해도 한 번 더 점검하고 기다린다. 부상 선수 관리와 로테이션 역시 퍼거슨 리더십에서 빼 놓을 수 없다. 아직도 많은 구단들이 당장의 성적이나 유혹에 얽매여 선수를 혹사시키는 상황이지만 퍼거슨 감독은 선수가 100% 컨디션이 아닐 경우 절대 쓰지 않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박지성 부친 박성종 JS 파운데이션 상임이사는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도 2군 경기나 연습 경기를 먼저 뛰게 해 몸 상태를 보고 그 다음 후반 교체 출전 등으로 적응 시간을 서서히 늘리게 한다. 퍼거슨 감독은 서두르는 법이 절대 없다"고 말했다. 11명의 주전을 못 박지 않고 20명 안팎의 선수들을 빡빡한 일정에 맞춰 돌려가면서 쓰는 로테이션은 퍼거슨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박 이사는 "로테이션은 후보급 선수들에게 항상 '뛸 수 있다, 열심히 하면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유도한다"고 전했다.
퍼거슨 리더십, 경영학에 던진 메시지는?
[스포츠서울 2013-05-09]
알렉스 퍼거슨 감독(70)을 빼고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논할 수 없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막 성공 스토리를 써나간 43살의 젊은 지도자 퍼거슨을 1986년 11월 데려올 때 맨유는 잉글랜드에서 그럭저럭 인기를 갖춘 중대형 클럽에 불과했다. 하지만 퍼거슨 부임 뒤 27년간 맨유는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거듭났고 4만5000여석 정도 규모였던 홈구장 올드트래포드는 이제 7만6000여석으로 확장, 거의 모든 경기에서 만원 관중을 이루는 명소로 변했다. 성적은 물론 흥행과 마케팅 브랜드 등 구단 전체의 가치를 크게 늘리고 8일 은퇴 선언한 퍼거슨 감독은 경영학, 사회학 등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을까. 국내·외에서 그를 관찰하고 연구한 이들이 답을 내놓았다.
◇감독이 아닌 코디네이터
매일 압박에 시달리는 게 맨유 감독의 숙명이다. 좋은 성적은 당연하다. 선수와 코치는 물론 구단 직원과 후원 기업 등 맨유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수많은 이해 관계 조정은 맨유 감독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설명한다. 지난 2006년 퍼거슨 감독 등 프리미어리그 명장들의 조직 경영 노하우를 소개한 책 '90분 리더십'을 번역한 차영일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과장은 퍼거슨 감독을 가리켜 "축구를 잘 아는 사람 이상의 인물이다. 여러 이해집단을 아우르는 리더십이 그에겐 있다. 축구 코디네이터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차 과장은 "퍼거슨 감독은 구단 주요 인사는 물론 프로그램 책자를 파는 직원이나 청소부, 매점 판매원 등의 이름까지도 외어 그들에게 인사라도 건네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인지하고 조절하며 그들의 신뢰를 얻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영입이 아닌 육성
어린 선수를 육성, 구단의 기틀로 만든 일은 평생 사업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 취임 다음 날 구단 유소년 경기를 보며 "우리의 미래가 여기 있다"고 말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퍼거슨 리포트'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애니타 엘버스 교수는 "퍼거슨 감독의 장기적인 성공은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성장시키려는 그의 확고한 의지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퍼거슨 감독 아래 맨유는 거액 이적료를 주고 선수를 영입한 경우가 없었다. 데이비드 베컴과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등은 퍼거슨 감독이 지휘한 맨유 유스 프로그램의 역작이었다. 포르투갈의 유망한 17세 청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2003년 데려와 6년 뒤 1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레알 마드리드에 판 것은 퍼거슨 감독의 육성 능력과 경영학적 판단력을 보여준다.

박지성(오른쪽)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 (스포츠서울DB)◇스타들이 "아버지"라 부른 이유
많은 축구팬들은 퍼거슨 감독이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라커룸에서 선수들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른다는 이른 바 '퍼거슨 헤어 드라이어'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헤어 드라이어'는 선수가 극도로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곳이 되어주는 퍼거슨 감독 만의 관리 기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10년 넘게 해설한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베컴이 1998 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을 당하고 모든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때, 호나우두가 2006 독일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웨인 루니의 퇴장을 유도한 뒤 윙크를 해 영국에 발도 못 붙일 것 같았을 때 그들을 변호하고 감싼 이가 바로 퍼거슨 감독이었다. 선수가 곤경에 처할 때 맨 앞에 나서 방패가 되어 준 퍼거슨 감독의 리더십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컴과 호나우두는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한 직후 "그는 내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며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부상 선수 관리+로테이션…이게 바로 퍼거슨
급해도 한 번 더 점검하고 기다린다. 부상 선수 관리와 로테이션 역시 퍼거슨 리더십에서 빼 놓을 수 없다. 아직도 많은 구단들이 당장의 성적이나 유혹에 얽매여 선수를 혹사시키는 상황이지만 퍼거슨 감독은 선수가 100% 컨디션이 아닐 경우 절대 쓰지 않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박지성 부친 박성종 JS 파운데이션 상임이사는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도 2군 경기나 연습 경기를 먼저 뛰게 해 몸 상태를 보고 그 다음 후반 교체 출전 등으로 적응 시간을 서서히 늘리게 한다. 퍼거슨 감독은 서두르는 법이 절대 없다"고 말했다. 11명의 주전을 못 박지 않고 20명 안팎의 선수들을 빡빡한 일정에 맞춰 돌려가면서 쓰는 로테이션은 퍼거슨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박 이사는 "로테이션은 후보급 선수들에게 항상 '뛸 수 있다, 열심히 하면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유도한다"고 전했다.
〈스포츠서울닷컴 김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