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2 12화

메시아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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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나가지마시오2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이다음은 이전의 밖에나가지마시오1의 뒷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몸을 이끌어 그 곳에서 벗어났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귀신 같은 감각으로 내가 있는 곳을 찾아낸 검은 생물들은 어느새 내 곁에 모여 배고프다고 울부 짖고 있었다. 왜 나를 따르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신장이 다른 생물들보다 월등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게는 거의 없는 이성이 남아 있기 때문인가.

이틀 째,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하자 뱃속에서 아우성을 쳐댄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검은 생물들은 길길이 날뛰며 나를 재촉한다. 그들과 함께 지내오면서 꽤 많이 동화가 된 것 같다. 작은 몸짓과 표정에도 그들이 뭘 원하고 싫어하는지 대강 구별하게 되었다.

하지만 난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이 싫었다. 무분별하게 자신들이 죽는 이유조차 모른채 사지를 뜯기며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몸을 일으켜 다시 연구가 행해졌었던 건물로 이동한다.

“크르르르.”

그것이 사냥을 위한 몸짓으로 여긴 검은 생물들은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연신 으르렁대며 내 뒤를 따랐다. 처음 2~300백의 규모가 더 늘어나 있는 것 같은 기분은 뭘까. 단순한 착각인걸까.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검은 생물들을 힐끗 보며 생각없이 걸은 덕에 목표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다. 사태 수습에 나선 연구 기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뒤에 있던 수 백의 검은 생물들은 내 통제를 무시하고 그들을 덮쳐 나가기 시작했다.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살기 위해 권총을 무작정 갈겨대지만 이들은 허기에 이성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의 위협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

정신 없이 뜯어먹는 그들을 보니 내 몸도 슬슬 통제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배고픔을 잊고 억지로 누른 탓에 그것을 잃어가는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고, 건물에서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나오면서 권총질을 해대는 모습에 내 몸의 통제는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크아오!”

낯선 괴성을 흘리며 큰 도약을 통해 사람 무리 가운데에 도달한 내 몸은 날카로운 손톱을 크게 휘둘러 사람들의 몸을 잘라내었다. 양 옆에서 열심히 나를 향해 총질을 하던 사람들은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운이 좋아 몇몇 총알이 연한 살을 뚫고 들어왔어도 신기한 재생 능력 덕에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당혹과 절망이 깊게 서려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수 백의 검은 생물들은 곧 바로 그들을 덮쳤고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되었다. 비릿한 피냄새와 화약 냄새가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쯤 내 몸은 고기 덩어리를 허겁지겁 삼키고 있는 상태였다.

탕. 탕탕탕. 타앙.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유리 창문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수십 명의 사람들이 총질을 하며 우리 앞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 총알에 평범한 생물들이 수두룩하게 뒤로 자빠졌지만 우리에게는 단순히 ‘먹이’로 인식될 뿐이었다.

길게 포효를 하며 사람들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가는 생물들의 모습이 사뭇 장관이었다. 물론 그 선두에는 내 몸이 있었다. 웬만한 총알로는 내 몸을 뚫을 수가 없었기에 가장 선두에서 방패 막이가 되어 사람들을 공격했다.

부우웅. 휘웅. 한 두 번의 휘두름으로 절명해버리는 사람들. 학살을 하고 있는 나와 생물들. 붉고 끈적한 액체들이 온 몸을 수북하게 덮었지만 떼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먹어치워 대는 것뿐이었다. 이런 끔찍한 광경에서는 이성도 잃어버렸으면 좋겠지만 가혹하게도 정신만은 말짱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훤히 잘 보였다.

그렇게 몇 차례 사람들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나의 활약으로 인해 그들은 모두 고깃덩어리로 되어 버렸고 생물들의 뱃속에 자리 잡았다. 한 때 인간이었던 자들과 인간들이 싸우는 꼴이라니..

“크아아아!”

이제 완전히 이 운명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 내게 말을 걸었던 그도 모든 걸 받아들이고 적응해냈기 때문에 그렇게 즐거워하고 힘이 넘쳐났던 것이다. 그래, 더 이상 몸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몸에 힘이 돌아왔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크..크크크.”

주위가 피바다로 변해 있었을 때 즈음 나는 완전히 ‘괴물’이 되기로 결심했다.


**


그 뒤부터는 순조로웠다. 나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괴물 녀석들 덕에 매일 매일 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개체를 늘려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연히 발견한 ‘감염’이라는 점을 십분 이용해 사람들을 적당히 모아 살짝 상처를 주고 난 뒤 그들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빠른 속도로 개체를 늘려나갔다. 그 중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이성을 유지한 놈들은 꽤나 큰 도움을 주었다. 나 정도는 아니지만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그들은 여러 재주를 통해 사람들을 긁어모으는데 한 몫 했다.

물론 정부에서 대응을 아주 안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와 인력은 상당히 위험했지만 매스컴을 타고 우리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이 더 두려웠던 정부의 행동으로 인해 우리는 행동 반경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개개인이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잠복하고 활동할 때쯤엔 이미 겉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괴물들의 수를 불려나간 후였다. 죽어나가면 다시 채우면 된다. 나만 죽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뒤에서 괴물들을 조종하면서 인간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렇게 생활을 즐기고 있었지만 여전히 은혜의 대한 갈망은 처음과 같았다. 아니,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그 감정은 단순한 사랑과 호기심이 아닌 증오와 원망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군림을 하고 있을 때쯤 왠지 모르게 내가 변해있었다.

먹고 싶었다. 그 연약해 보이는 살결을 크게 물어 씹고 싶었다. 나를 보며 멍한 눈과 멍한 표정을 유지하던 은혜의 얼굴과 사지를 모조리 뱃속에 넣고 싶었다. 그렇게하면 하나가 되어 완전히 행복해질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에 잊지 못할 향수를 맡았다. 내 머릿속을 절대 떠나지 않는 은혜의 냄새. 체취. 그리고 희망이었다. 그것에 사로잡힌 나는 직접 은혜를 찾으러 헤맸지만 아슬아슬하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은혜 때문에 그곳에 오래 정착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느껴지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그래, 은혜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다시 향수를 쫓아 밤을 나서던 도중 아주 우연히 낯선 집 위에서 나를 보고 있던 은혜가 보였다. 처음과는 다르게 생기와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 상태 그대로 뱃속에 넣으면 전보다 더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옆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인간 놈 때문에 내 속이 뒤틀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최대한 좋은 말로 그 놈을 회유했지만 듣지 않았다. 어쩔 수가 없다. 은혜를 잡는데 저런 더러운 놈들을 없애고 싶지 않았기에 주변 괴물들을 모조리 모아 그곳을 공격했다. 인간들치고는 꽤나 거센 공격에 많은 수의 괴물들이 죽어나갔지만 상관 없었다. 내 목적이 바로 앞에 있는한 머뭇거릴 시간 조차도 아까웠다.

그런 과정에서 왠지 낯설지 않은 인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강인하게 생긴 얼굴과 은혜를 아끼는 마음이 상당히 강해보였다. 어디서 봤지?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목표와 희망이 저기 있는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콰아앙. 퍼벙.

하지만 내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간들이 도망쳐버렸다. 내 통제를 따르지 않는 기이한 괴물이 있는가하면 숨겨 두었던 통로로 멀리 도망가버린 인간들의 변수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 남은 날들은 많았고 은혜와 다른 인간들의 체취를 모두 머릿속에 박아 넣은 후였다.


**


그렇게 얼마나 찾았을까. 넓은 시내에서 은혜 무리들을 찾을 수 있었고 거기서 뜻하지 않게 다른 녀석과 싸움을 해야만 했다. 일반 녀석들과는 다른 차원의 속도에 밀려 팔 하나를 잃었지만 녀석이 방심한 틈을 이용해 죽여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은혜는 멀리 도망간 후였다.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려 다음을 기약했다. 나를 보며 사시나무 떨 듯 공포에 지린 인간들에게는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은혜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이상하게도 잡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 일주일째가 되니 점점 초조해져갔다. 귀신 같이 사라져버린 은혜와 인간들의 흔적을 다시 찾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온 도시를 샅샅이 뒤져 배회했지만 두 번 다시 은혜의 체취를 맡을 수는 없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루를 무료하게 무의미하게 보내던 찰나, 뜻 밖에 소식을 전해 들었다. 습격에 살아 돌아온 녀석이 전해 준 말은 내 심장을 빠르게 강타했다. 그리고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강 설명이 된다. 그 배신자의 체취로 은혜의 것을 완전히 지워버린 것이다. 뒤를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그 길을 추적에 나섰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명백히 살아 있는 은혜를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한 곳에 정착한 은혜 무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대로 괴물들을 이끌고 이동했다. 꽤 많은 함정들로 인해 괴물들 수십이 죽어나가긴 했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전보다 진해지고 확연해지는 은혜의 체취. 나는 그것을 잊지 않았다. 빠르게 이동해 지하 비슷한 곳에 다다랐을 때에는 배신자로 보이는 녀석들과 다른 인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은혜가 나를 보며 서있었다.

드디어. 오랜 갈망을 해결할 때가 되었다. 잔뜩 흥분한 탓에 몸이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은혜를 원하고 있단 말인가. 서둘러 은혜를 손안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단숨에 은혜를 취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처음 은혜를 얻기 위해 싸웠던 그날처럼 인간들의 반격은 실로 대단했다.

거기에 배신자 두 놈의 힘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내 갈망은 그보다 더 했고 집념은 그들의 수십, 수 백배였다. 나를 멈출 수 없었다. 눈 앞에 오랫동안 그리던 고지가 있는데 어느 누가 포기한단 말인가. 다행히 인간들은 상당히 지쳐 있었고 곧 승기를 거머쥘 수 있었다.

‘조금이면 된다. 은혜야.’

언제부터 이토록 은혜를 원했던 것인가. 손 안에 넣고 싶었다. 내 손에..

사라락. 푸슉.

착각이었을까. 처음 나에게 먹힌 남자의 털들이 눈에 보인다. 가늘고 얇은 검은 색의 실타래 들이 공중을 떠다닌다. 스르르. 몸에 힘이 빠진다. 어찌된 상황이지?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몸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이야아아!”

처음 은혜의 곁에 있었던 인간이 달려온다. 그리고 내 살갗을 꿰 뚫기 시작했다. 낯선 느낌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몸은 그대로 추욱 늘어져버린다. 이것이 죽는다는 느낌인가? 왜?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사람들을 해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내 다짐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크...쿨럭.”

마지막 한 번만 은혜를 보고 싶다. 내 유일한 존재의 이유. 나를 여기까지 움직이게 해줬던 원동력이 되었던 이유. 몸에 힘이 거의 빠져나간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짜내 은혜가 서있는 곳을 바라본다. 처음 볼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생기 있는 얼굴로 은혜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 느린 동작이 마치 나비와도 같아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기만 한다. 내 위에서 연신 난도질을 해대는 인간의 모습 따위는 들어오지 않는다. 마침내 내 곁으로 다가온 은혜가 손을 뻗어 나를 어루만져주었다. 아, 아아. 뜨거운 무언가가 눈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 한 번의 손길을 위해 달려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죽어야만 하는 것인가. 단지 은혜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인데.

“잘가.”

분명한 은혜의 목소리였다. 온전히 말을 하는 그 모습에 화악. 가슴이 뜨거워졌다. 무언가 내뱉고 싶지만 혀와 목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를 어루만지는 그 손길에 보답하기 위해 가슴 속에서 뭉쳐 있던 말을 천천히 내뱉는다.

“지..키..고싶.. 사..”

미세히 고개를 끄덕이는 은혜. 그리고 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은혜. 아아, 이제 된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이대로.. 이대로.



**


하얀 들판 위에서 흑발을 휘날리며 은혜가 뛰어 다닌다. 저번에도 왔었던 장소다. 나는 은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뛰어간다. 행여 우리 사이를 가로 막기 위한 진흙이 나를 저 멀리 데리고 가버리면 곤란하다.

“왜 그렇게 뛰어?”

어느새 다가온 은혜가 나를 올려다보며 친근하게 말한다. 주룩.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턱을 타고 뚝뚝 떨어진다. 그 모습을 애처롭게 올려다보던 은혜가 떨어지는 눈물을 받아내며 말한다.

“이제 걱정 마. 이곳에서 함께 지내자.”
“함께..?”

내 말에 은혜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며시 손을 뻗어 그녀의 곱고 작은 손을 맞잡았다.

“영원히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