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발끝이 떨리고 가슴이 저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잘 생각했다는 ... 잘 했다는 위로를 받고 싶어 들어왔습니다.
결혼식이 6월1일입니다만 오늘 뒤집어 엎고 왔습니다.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저는 올해 32살이고 아주 아주 많이 복잡한 가정사가 있습니다.
제가 4살에 아버지가 촬영중에 돌아가시고 (카메라 감독) 어머니는 아버지 돌아가신지 2년이
되지 않아 다른 분과 재혼을 하셨습니다.
재혼을 한 집은 아주 화려하고 행복했습니다. 어머니에게만요.
저를 방치하다 못해 너무 너무 귀찮은 존재로 여기셨던 어머니는 저를 ...
저만 혼자 지하방에 가두어 키우셨습니다. 아침은 안주고 점심은 유치원에 가서 먹고 돌아오면
1층에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새 아버지가 오시기전에 지하실로 내려가야했습니다.
새아버지가 오시기전에 엄마는 항상 밥을 물에 말아서 주셨어요.
짐승이 먹는것처럼 바닥에 내려놓으면 저는 허겁지겁 먹다 체해서 밤새 울고 아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곳은 2층짜리 양옥집이었는데 1층에는 엄마와 새아버지가 계셨고
2층에는 새아버지의 여동생들이 살았습니다. 누구하나 내려오지 않았어요.
짐승처럼 눅눅하고 추운 방에서 얼마간 있었던 저는 눈도 뜨지 못할만큼 붓고 열이나는 증상에
죽다 살아났고 이 소식을 들은 고모는 한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고모와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돌아가신 제 아버지만이 피붙이였던 고모는
저를 끔찍히 아껴주셨어요. 아버지와는 다르게 몸이 약해 잘 배우지도 못해서 학업을 중단했던 고모는
저를 맡으신 이후로 "엄마"가 되었습니다. 26살의 나이에 저를 맡아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너 때문에 힘들다 라는 소리 하신적도 없고 부모없는 자식이라 손가락질 받을까봐 정말 유별날 정도로 사랑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혼자시구요...
손톱 발톱, 머리카락 귀지, 코 까지 부모없는 티는 어디서든 난다고 들으셨다며 꼼꼼하게 살피셨고, 편도선이 잘 붓던 제가 열이라도 조금 날라 치면 밤새 간호하시고 다 큰 나이에도 업어서 재워주셨습니다.
다른 애들이 무시하지 못하게, 다른 학부모들이 입방아 찧지 못하게 옷, 신발, 가방은 학기마다 바뀌었고
항상 최고 브랜드만 사주셨어요. 좋은 공연이나 전시회가 있으면 "고모는 무식해서 잘 모르는데 이게 그렇게 유명하다더라." 하시며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주말마다 데려가 주셨어요.
저를 먹여 살리기에는 월급이 너무 적었던 택시회사경리를 그만두고 제가 초등학교 3학년때 도배일을 시작하셨어요. 일이 바빠지고 수완이 좋아지면서 조금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갔고 고모가 하는 사업은 자리를 잡아 돈을 꽤 많이 모으시게되었지요.
저도 고모가 자랑할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꽤 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나름 수재소리를 들었고 현재 전문직이고 연봉은 1억이 조금 안되네요.
제 예비신랑은 같은 분야인데 자격증을 따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연봉은 3천 조금 넘고, 시댁이 제가 사는 지역에서 중형 병원을 운영하고 계세요.
소개팅으로 만나 사랑을 했고 연애도 나름 오래했습니다. 고모는 제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정말 춤을 추셨어요. 좋은집으로 시집간다고 ...
일사천리로 너무 잘 진행되던 중에 어제 예비 시누이에게서 이상한 얘기를 들었어요. 예비 시부모님께서
지물포하시는 저희 고모를 창피해 하신다고요... 그래서 차라리 혼주석을 비웠으면 좋겠다구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오늘 낮에 어머니와 대면하여 여쭤보았습니다. 난색을 표하시면서
예비신랑네 집안은 장사꾼 상대를 원래 안하는데 아들이 널 워낙 좋아하니 어쩔수 없이 승낙하신거라고
결혼식에는 혼주석을 차라리 비워놓는게 어떠냐구요...
무슨 말같지도 않는 소리인지요... 제게는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분이라고 말씀드리니 "어쨌든 엄마는 아니잖아" 이러십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와서 얼마나 떨면서 울었는지요... 예비신랑보고 두번 얘기 안나오게 해결하라고 얘기했더니 이사람 하는말이 자기엄마말이 틀린건 없대요. 어쨌든 고모일 뿐이라고 결혼식은 자기 부모님이 얘기한대로 올리자네요...
그 얘기듣고 헤어지자 했습니다. 예비시모 시부, 예비신랑 다 전화오는데 무시하고있어요.
고모에게 얘기를 해야하는데... 간이 저리고 심장이 떨립니다.
저 잘한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