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미안해... 엄마 미안해..

hong2013.05.16
조회89,202

손끝, 발끝이 떨리고 가슴이 저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잘 생각했다는 ... 잘 했다는 위로를 받고 싶어 들어왔습니다.

결혼식이 6월1일입니다만 오늘 뒤집어 엎고 왔습니다.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저는 올해 32살이고 아주 아주 많이 복잡한 가정사가 있습니다.

제가 4살에 아버지가 촬영중에 돌아가시고 (카메라 감독) 어머니는 아버지 돌아가신지 2년이

되지 않아  다른 분과 재혼을 하셨습니다.

재혼을 한 집은 아주 화려하고 행복했습니다. 어머니에게만요.

저를 방치하다 못해 너무 너무 귀찮은 존재로 여기셨던 어머니는 저를 ...

저만 혼자 지하방에 가두어 키우셨습니다. 아침은 안주고 점심은 유치원에 가서 먹고 돌아오면

1층에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새 아버지가 오시기전에 지하실로 내려가야했습니다.

새아버지가 오시기전에 엄마는 항상 밥을 물에 말아서 주셨어요. 

짐승이 먹는것처럼 바닥에 내려놓으면 저는 허겁지겁 먹다 체해서 밤새 울고 아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곳은 2층짜리 양옥집이었는데 1층에는 엄마와 새아버지가 계셨고

2층에는 새아버지의 여동생들이 살았습니다. 누구하나 내려오지 않았어요.

짐승처럼 눅눅하고 추운 방에서 얼마간 있었던 저는 눈도 뜨지 못할만큼 붓고 열이나는 증상에

죽다 살아났고 이 소식을 들은 고모는 한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고모와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돌아가신 제 아버지만이 피붙이였던 고모는

저를 끔찍히 아껴주셨어요. 아버지와는 다르게 몸이 약해 잘 배우지도 못해서 학업을 중단했던 고모는

 저를 맡으신 이후로 "엄마"가 되었습니다.  26살의 나이에 저를 맡아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너 때문에 힘들다 라는 소리 하신적도 없고 부모없는 자식이라 손가락질 받을까봐 정말 유별날 정도로 사랑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혼자시구요...

손톱 발톱, 머리카락 귀지, 코 까지  부모없는 티는 어디서든 난다고 들으셨다며 꼼꼼하게 살피셨고, 편도선이 잘 붓던 제가 열이라도 조금 날라 치면 밤새  간호하시고 다 큰 나이에도 업어서 재워주셨습니다.

다른 애들이 무시하지 못하게, 다른 학부모들이 입방아 찧지 못하게 옷, 신발, 가방은 학기마다 바뀌었고

항상 최고 브랜드만 사주셨어요. 좋은 공연이나 전시회가 있으면 "고모는 무식해서 잘 모르는데 이게 그렇게 유명하다더라." 하시며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주말마다 데려가 주셨어요.

저를 먹여 살리기에는 월급이 너무 적었던 택시회사경리를 그만두고  제가 초등학교 3학년때 도배일을 시작하셨어요. 일이 바빠지고 수완이 좋아지면서 조금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갔고 고모가 하는 사업은 자리를 잡아 돈을 꽤 많이 모으시게되었지요.

저도 고모가 자랑할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꽤 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나름 수재소리를 들었고 현재 전문직이고 연봉은 1억이 조금 안되네요.

제 예비신랑은 같은 분야인데 자격증을 따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연봉은 3천 조금 넘고, 시댁이 제가 사는 지역에서 중형 병원을 운영하고 계세요.  

소개팅으로 만나 사랑을 했고 연애도 나름 오래했습니다. 고모는 제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정말 춤을 추셨어요. 좋은집으로 시집간다고 ...

일사천리로 너무 잘 진행되던 중에 어제 예비 시누이에게서 이상한 얘기를 들었어요. 예비 시부모님께서

지물포하시는 저희 고모를 창피해 하신다고요... 그래서 차라리 혼주석을 비웠으면 좋겠다구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오늘 낮에 어머니와 대면하여 여쭤보았습니다. 난색을 표하시면서

예비신랑네 집안은 장사꾼 상대를 원래 안하는데  아들이 널 워낙 좋아하니 어쩔수 없이 승낙하신거라고

결혼식에는 혼주석을 차라리 비워놓는게 어떠냐구요...

무슨 말같지도 않는 소리인지요... 제게는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분이라고 말씀드리니 "어쨌든 엄마는 아니잖아" 이러십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와서 얼마나 떨면서 울었는지요... 예비신랑보고 두번 얘기 안나오게 해결하라고 얘기했더니 이사람 하는말이 자기엄마말이 틀린건 없대요. 어쨌든 고모일 뿐이라고 결혼식은 자기 부모님이 얘기한대로 올리자네요...

그 얘기듣고 헤어지자 했습니다.  예비시모 시부, 예비신랑 다 전화오는데 무시하고있어요.

고모에게 얘기를 해야하는데... 간이 저리고 심장이 떨립니다.

저 잘한거 맞나요?

댓글 107

ㅇㅇ오래 전

Best네. 진짜 잘하신거 맞습니다. 결혼후엔 어차피 친정도 아니라고 명절에도 못가고 경조사도 못가겠네요. 그 집안의 돈이 전부 님꺼 되는것도 아니고, 생활 궁핍하신것도 아니고 능력좋고 고모님이 반듯하게 키워주셨는데, 금수만도 못한 짓 하실 필요없습니다. 고모님께 말씀드리면 당장은 마음 아파할지 몰라도 시집가서 온갖 서러움 당하고 인간된 도리도 모르는 집안에 시집보내 한평생 눈물로 사는것보다 훨씬 낫습니나. 개인적으로 머리검은 동물은 거두지말라는 편견을 깨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동오래 전

그런 사람과는 헤어지는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네요 정말 복 많은 분입니다 오히려 결혼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다행이라고 감사하게 생각하시고 더 좋은 분 만나세요 ^^ 고모님같은 훌륭한 분 밑에서 훌륭하게 자라셨네요 ^^

미유미유오래 전

백만번 천만번 잘하셨습니다. 저도 복잡한 가정사가 있어 고아원에 갈뻔한 저를 고모가 키워주셨어요. 5살때부터 결혼하기전까지 자식처럼 아끼고 돌봐주시며 때론 힘드실때 저한테 모진소리도 하시고 구박도 하셨지만 그건 정말 친딸한테도 하는 그런 푸념이셨지 제가 미워서가 아니란걸 누구보다 잘 알고 가슴깊이 느끼며 컸습니다. 세상 부끄럼없이 내자식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데 배아파 낳은 자식 아니고 조카를 이렇게나 어엿하게 잘 키우신 고모님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셨을 고모님을 부끄러워하다니요... 정말 분노가 끓어 오르네요... 그 집안과 더는 상종하지 마십시오. 자기네 집안이 대단해봤자 인성이나 품성이 님네 고모님 발끝도 못미칠 수준이군요. 저희 시댁은 저희 고모님 대단하시다며 고생 많으셨겠다고 친정엄마로 알고 잘해드리겠다며 이해해주셨는데... 부디 인성과 품성이 좋은 사람과 다시 만나실수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요오래 전

고모님 진짜 진짜 대단하십니다. 님도 정말 대단하시구요! 응원합니다! 정말 잘 헤어지셨네요~ 두 분 영원히 행복하길 빌겠습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로즈오래 전

정말 잘하셨네요. 결혼해서도 계속 부딪치게 될거예요. 더 좋은 사람들 많으니까 긍정적 마인드 잃지마세요~~

흥해라대한민국오래 전

ㅋㅋㅋㅋㅋㅋㅋ언니멋있다!! 좋은 고모만나서 첨은 힘들었지만 자립하고 능력있는 여자됬네!! 능력되니깐 헤어지자는 말도 잘 나오고!! 진짜 멋있다. 딱잘라서 거절할수있는것도 ! 대단!! 진짜 고모님이 잘키우셨네요!! 남자쪽이 잘못했네.. 언니정도 능력이면 다른남자만나요

혀니오래 전

하...머 이런 XXXX 같은 집안이있나...아오.. 헤어지시길 백번 천번 잘하셨습니다. 당분간 힘드시더라도 고모님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이겨내시길.... 화이팅~~!!!

아무래도오래 전

완전똥차놈...가족자체가 완전 똥차네ㅗㅗ어이가없네 어이가없어

너무하네오래 전

님 글 읽는데 눈물나려함 ... 어릴적 상처가 너무 맘이 아프네여 고모가 님 상처 글구 너무 이쁘게 키워주셔성 ㅋㅋ 아무리 재력이며 학벌이며 좋아도 인간이 될던 사람이랑은 결혼을 하는게 아니에여 ... 나를 낳아준 부모든 아니든 어찌됫던간에 나를 이만큼 사랑으로 키워주셧는데...엄마가 아니자나 .... 이런 미친 .... 님 잘 하셧어여 결혼전에 이럼 결혼후에 님에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짐 절대 네버 하지마삼 ~

오래 전

어떻게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키워주신 분한테 그따위 소리를 하냐. 이 버러지같은 새끼. 잘 헤어졌어요!!

오래 전

와....고모분 대단하다...아무리 고모라고해도 자기자식처럼 저렇게 헌신적으로 키우기 힘드셨을텐데....글쓴이도 너무 잘자라주었어요 정말 두분 다 감동입니다 ㅠ 그리고 시댁 ㅡㅡ.. 결혼엎은거 정말잘하셨어요 역시현명하심

닉네임을 다르게 변경할 수 있어요!
 님이
hong님에게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