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신시엘씨와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정상규201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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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신시엘씨와 거울 속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신시엘씨는 거울을 쳐다본다.

그러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뭉뚝한 코, 미소 지을 때 마다 보이는 살짝 누런 금니, 덥수룩한 인중, 매서운 눈이 인상적이다.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는 신시엘씨를 쳐다본다.

신시엘씨의 고개를 따라, 자신의 고개를 돌린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저 따라할 뿐이다. 그의 자아에는 자신의 신시엘씨를 따라하는 본능이 있을 뿐이다.

신시엘씨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있는 '거울' 위에 있는 캐비넷을 연다. 그러자 내부가 드러난다.

내부에는 평소 신시엘씨가 즐겨 사용하는 면도크림이 있다. 면도크림의 이름은 '잘레뜨 쀼전' 머나먼 프랑스에서 건너온 수입산이며 제목 밑 문구에는 이렇게 써져 있다.

(당신의 인중을 챙겨드립니다!)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문구였다.

신시엘씨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그것이 자신의 신념이자, 곧 정신적 지주였다. 바로 그 것이 '신용'이었다.

그의 손에 믿음직스러운 면도크림이 주욱하고 덜어진다. 하얗다. 너무나도 하얗다.

"꼭 내 '순결함' 같군."

신시엘씨가 미소를 지으며 면도크림을 바라보다가 앞 쪽,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살고 있는 '거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꼭 내 '순결함' 같군”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미소를 지으며 신시엘씨에게 답한다.

신시엘씨는 웃으며 면도기를 들고 수염을 천천히 밀어냈다. 거대한 밀림의 숲이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웃으며 면도기를 들고 수염을 천천히 밀어냈다.

"시원하군."

깔끔해진 인중을 쪼물쪼물 거리며 만지작거리는 신시엘씨다.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시원하군“

미스터 미러 신시엘 씨도 인중을 쪼물쪼물 거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탈의실 안에서의 신시엘 씨와, 전신 거울 속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오우! 오우!"

신시엘씨가 옷걸이에 걸린 체크무늬 와이셔츠를 입고서는 '전신거울'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멋지군!"

신시엘씨는 손으로 와이자를 취하고 턱을 쓰다듬으며 갖가지 포즈를 취한다.

“오우! 오우!”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감탄사를 내뱉는다. 자신, 아니, 앞에 있는 자신과 동일한 '존재'를 보며 말이다.

“멋지군!”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는 '존재'를 바라보며 와이자를 취하고 턱을 쓰다듬으며 갖가지 포즈를 취한다.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신시엘씨와 엘리베이터 안 거울 속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신시엘 씨는 출근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서 1층 버튼을 눌른다. 그러고는 양 옆에 붙여져 있는 거울을 차례대로 바라본다.

양 옆에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 씨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신시엘 씨는 미소를 짓는다.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미소를 짓는다.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2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미소를 짓는다. 제 2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3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미소를 짓는다. 제 3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4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미소를 짓는다. 제 4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5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미소를......

“그만해라.”

신시엘 씨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지껄이며 대답했다.

“그만해라.“

마찬가지로, 거울 속 제 1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한다. 그에 지지 않는 듯, 그 뒤에 있는 수도 셀 수 없이 펼쳐져 신시엘 씨를 바라보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한다.

하나 같이 똑같은 행동이다.
하나 같이 똑같은 대답이다.
하나 같이 똑같은 얼굴이다.
하나 같이 똑같은 옷이다.

“내 꼭두가시 노릇 그만하라고.”

신시엘 씨가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를 노려본다. 공격자세를 취하며 말이다.

“내 꼭두가시 노릇 그만하라고.”

마찬가지로, 거울 속 제 1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공격자세를 취한다. 그에 지지 않는 듯, 그 뒤에 있는 수도 셀 수 없이 펼쳐져 신시엘 씨를 바라보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공격자세를 취한다.

“네가 진짜일까?”

신시엘 씨가 다시 평온한 자세를 취하며, 귀찮다는 듯 미스터 미러 신시엘 씨를 쳐다본다.

“네가 진짜일까?”

마찬가지로, 거울 속 제 1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평온한 자세를 취한다. 그에 지지 않는 듯, 그 뒤에 있는 수도 셀 수 없이 펼쳐져 신시엘 씨를 바라보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평온한 자세를 취한다.

“아니면 내가 진짜일까?”

신시엘 씨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를 노려보며 대답한다.

“아니면 내가 진짜일까?”

마찬가지로, 거울 속 제 1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자신’을 가리킨다. 그에 지지 않는 듯, 그 뒤에 있는 수도 셀 수 없이 펼쳐져 신시엘 씨를 바라보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자신’을 가리킨다.

“하하하! 그건 알 수 없겠지?”

신시엘 씨가 자지러지게 웃는다.

“하하하! 그건 알 수 없겠지?”

마찬가지로,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2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제 2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3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제 3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4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제 4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 뒤에 있는 제 5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자지러지게 웃는......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신시엘 씨는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를 바라본다. 마찬가지로,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도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를 나가본다.

“하기야, 이 세상도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가 없지. 안 그런가?”

신시엘 씨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하기야, 이 세상도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가 없지. 안 그런가?”

마찬가지로, 거울 속 제 1의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신시엘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에 지지 않는 듯, 그 뒤에 있는 수도 셀 수 없이 펼쳐져 신시엘 씨를 바라보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가 대답하며 미소를 짓는다.

“또 보자구. 다른 ‘거울’ 속에서.”

신시엘 씨는 미스터 미러 신시엘씨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신시엘 씨는 세상 밖으로 나갔다.

신시엘 씨가 세상 밖으로 나간 후, 달라진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을 뿐이었고,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은 아무것도 없는 ‘무’를 비추기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