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여자 - (1화)

윙윙2013.05.18
조회4,252

출처 ; 어느날갑자기(유일한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이 짧을것같네요..^^

 

 

 

 

 

 

"야! 그 책장은 여기야. 여기!"

나와 성준이는 인석이가 가르키는 곳에 간신히 책장을 내려놨다.

 

고등학교 동창인 인석이가 이삿짐을 날라달라고 전화온 것은 며칠 전이었다.

 

 

군대를 면제받아 동기들 보다 먼저 취직한 인석이는 꽤 괜찮은 대기업에 다니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오피스텔을 얻어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일 시간이 많아 보이는 나와 성준이에게 이삿짐이나 날라달라고 부탁했다.

 

 

특별한 일이 없던 나는 성준이와 함께 인석이를 도와주기로 했다.

 

오피스텔로의 이사라 별 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짐이 많아 3시간 정도 땀흘린 끝에 간신히 다 옮겼다.

 

고생했다며 인석이가 시켜준 짜장면을 기다리며 담배를 하나 빼물고 오피스텔 안을 둘러보았다.

 

 

새로 지은 오피스텔이어서 그런지 깨끗하고 현대 적이었다.

 

특히 시원할 정도로 확 트인 유리창은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9층에서 내다 보이는 뒷산의 모습이 기분나뻐 보였다.

 

 

곧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다고 그런지, 산이 깍여지는 모습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석이 말로는 신도시의 이런 새 오피스텔치고는 참 싼 가격이 얻었다는 것이었다.

"그래 너 한번 애기해봐라..도대체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거야?이런 어려운 시기에.."

인석이는 그 질문에 픽 웃으며 반 농담조로 얘기했다.

"임마, 난세는 영웅을 만드는 거야.

 

IMF라고 직장에서 눈치보면서 불안하게 살기 보다는, 과감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진리야.

 

이럴 때일수록 아이템만 잘 잡으면 성공은 쉬울거야."

성준이 놀려대듯이 그런 인석이에게 말했다.

"너도 벤처 벤처 하니 거기에 눈이 멀었구나. 되지도 않는 거 언론에서 떠드니까 덥석 달려들었군..

 

배가 불러서 그래. 나나 일한이는 취직 생각에 머리 터질 것 같은데, 그런 자리 차고 나오다니..

 

그러나 저러나 도대체 뭐해서 돈 벌 생각이야?"

 

"글쎄... 그건 아직 비밀이야.. 나중에 얘기해 줄께... 조금 구체화되고 하면..."

평소같으면 이런 일이 있으면 먼저 떠벌릴 놈인데, 이번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몇 번을 채근했지만, 완전히 소귀에 경 읽기였다.

 

나와 성준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인석이는 워낙 괴짜라 또 이상한 일 벌린 다음에 우리를 놀래킬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입이 결코 무겁지 않은 놈이라 며칠후면 스스로 애기할 것 같기도 했다.

 

우리의 대화는 마침 배달 온 짜장면 때문에 중단되었다.

 

남들보다 음식먹는 속도가 빠른 나는 먼저 먹고 일어나서 오피스텔 안에 어지럽게 쌓인 인석이의 짐들을 대충 훑어봤다.

 

 

혹시나 인석이가 그렇게 비밀로 하고 싶은 사업의 단서라도 발견할까 싶어서였다.

 

박스를 정리하는 척 하면서, 짐을 뒤적이다가 밑에 깔린 찌그러진 박스에 뭔가 특이해 보이는 책자들이 들어있는 것을 봤다.

 

어떤 책들인가 집어 들었다.

 

조잡해 보이는 칼라에 영어로 써있는 잡지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조잡한 칼라와 이상한 사진들이 엉켜있는 표지 때문에 무슨 그림인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그림이 무엇인가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들고 있던 그 잡지를 놓칠뻔 했다.

 

사람이 피를 튀기며 토막나는 사진하며, 온갖 잔인한 장면들이 엉켜있는 사진이었다.

 

 

영어로 된 제목은 피빛 글자로 'World Most Scary Pictures'라고 써 있었다.

 

 

그 잡지가 발견된 Box를 보니 비슷한 잡지들이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 잡지인가 펼쳐보려는 순간, 인석이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하며 갑자기 내 손에서 그 잡지를 낚아챘다.

"야, 왜 남에 물건 막 뒤지는 거야?"

의외의 반응에 당황해 있는 사이에, 인석이는 그 잡지들을 챙겨서 박스에 다시 넣었다.

"뭔데, 그러는 거야?좀 보자."

하지만, 인석이는 이상할 정도로 그 잡지에 대해서는 굳은 얼굴로 보여주길 거부했다.

 

 

나와 성준이는 한참을 졸랐지만, 너무 신경질적인 인석이의 모습에 포기했다.

 

성준이와 나중에도 얘기했지만, 그날 인석의 모습은 너무 이상했다.

 

 

평소와는 달리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더구나 내가 봤던 그 잡지는 표지만으로 끔찍한 모습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인석이가 그런 면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고, 그것을 숨긴다는 것에 대해 더욱 이상함이 느껴졌다.

 

결국 본인이 싫다는 것을 더 이상 강요하는 것이 무리라고 느낀 나와 성준이는 그 잡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짐 정리를 끝낸 우리는 오피스텔을 떠날 채비를 했다.

 

인석이는 자기의 이상한 행동이 미안했던지, 오피스텔을 나서는 우리들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야.. 오늘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내가 술 한잔 거하게 살게..오늘 내가 얘기안해 준 것들은, 때가 되면 꼭 애기해줄게..

 

기분 상했다면 미안하다..나도 사정이 있어.."

미안해하는 인석이를 두고, 오피스텔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성준이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얘기했다.

"잠깐 조용히 해봐! 무슨 소리 들리지 않니?"

 

"무슨 소리?"

 

"쉿! 잠깐!"

성준이의 갑작스런 말에 우리는 다들 숨을 죽이며 무슨 소리가 나나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성준은 분명히 무슨 소리를 들은 것처럼 다시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오피스텔 한가운데 서서 성준은 어리둥절해 있는 우리들에게 손짓을 했다.

 

따라 들어간 나와 인석은 성준이가 가르키는 쪽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뭔가 희미한 소리가 들리긴 들렸다.

 

너무 작아서 잘 들을 수 없었지만, 언뜻 듣기로는 흐느낌 소리같았다.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름이 쫙 끼치고,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상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리도 금새 그쳐 무슨 소리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인석이가 궁금한 듯 물어봤다.

"무슨 소리를 들었다는 거야?"

성준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확신을 못하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잘 모르겠어.. 처음에는 분명히 들렸는데, 나중에는 소리가 너무 작아져서..

 

뭔가가 흐느끼는 것 같은 소리였는데, 그 소리가 동물 소리인지 사람 소리인지 구분이 잘 안가..

 

 

남자 소리 같지는 않고.. 여자 아이 소리같기도 하고.. 여하튼 기분 나쁜 소리였어.."

 

"무슨 옆방에서 나는 소리 아냐?  테레비나 라디오 소리겠지 뭐.."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말했다.

 

 

하지만 인석이의 말로는 새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아직 입주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석이의 방 근처에는 아직 아무도 이사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좀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인석이는 성준이가 농담한다고 생각하는 듯이 가볍게 대꾸했다.

"짜식. 내가 좀 안 보여줬다고 장난치는군.. 혼자 있을 때 겁 좀 먹으라고 이상한 소리들린다고 뻥치고.."

성준이는 진짜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 별 생각 안하고 그만가자고 하며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 있던 성준이를 끌고 나왔다.

 

인석이 오피스텔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면서, 나는 성준이에게 그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진짜냐 농담이냐 물었다.

 

 

성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너 정말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니? 난 정말 들었어..

 

뭐랄까..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기분나쁜 소리였어.

 

분명히 인석이 방안에서 들렸고... 뭘까? 그 소리..."

나도 짧은 순간이나마 그 소리를 듣고 성준이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지만, 그런 하찮은 얘기는 버스를 타면서부터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그 소리가 그런 무시무시한 일의 시작이었다는 것은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인석이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그로부터 2주일 후였다.

 

 

이사할 때 도와준 것에 대한 답례로 나와 성준이에게 술을 한잔 사겠다는 것이였다.

 

 

전화 건 인석이의 목소리가 좀 어두워보였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고 약속장소에 나갔다.

 

성준이는 자기 말대로 아무 할 일이 없는지 먼저 약속장소에 나와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인석이가 나타났다.

 

그런데 인석이의 얼굴은 한 눈에 봐도, 무슨 심한 일을 겪은 사람처럼 초췌하고 말이 아니었다.

 

인석이는 자리 앉아 마자 목이 탄지 맥주 한잔을 쉬지않고 들이켰다.

 

 

나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그래.. 니가 그렇게 비밀로 하던 벤처기업은 잘 되가고 있냐?"

인석이는 내 질문에는 대답도 않하고, 다짜고짜 성준이에게 엉뚱한 질문을 했다.

"야, 성준아, 니가 지난 번 이사하던 날 내 방에서 들었다는 그 이상한 소리 혹시 여자 목소리 같지 않았니?"

성준이는 처음에는 인석이의 질문을 잘 못알아들은 것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다가, 잠시 후 대답했다.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그때 내가 그랬잖아? 소리가 너무 희미해 잘 모르겠다고.."

 

"어떻게 들으면 여자의 흐느낌 소리같기도 했지만..그런데 무슨 일이야? 옆방 여자가 밤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너를 유혹하기나 하니?"

인석이는 아무말 없이 맥주를 다시 한잔 들이키더니, 두려움에 가득찬 눈빛을 번뜩이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들려줬다.

"내 방 주변에는 왠일인지 아직도 아무도 입주 안했어. 혹시 모르지..

 

그런 일을 나만 모르고 그 오피스텔에 입주 한건지... 나 벌써 사흘째 오피스텔에 못 들어가고 있어.

 

그 방에 혼자 있기가 너무 무서워.. 니네들은 제발 내 얘기 좀 믿어줘...지금까지 아무도 안 믿고 있지만..

 

 

이사온 지 이틀째 되는 밤이었어... 그날 밤 그 일이 시작되었어.. 그 무시무시한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