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스크롤이 짧을것 같네요..^^ 얼마쯤 잤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두려움이란 망토를 벗어버리고 눈꺼풀에 가려진 내 망막을 쏘아 대는 건, 원인을 알 수 없는 빛 뿐이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이 다시 머릿속을 강하게 때려댄다. 갖은 두통에 쉽게 눈을 뜰 수 없어 몸을 꿈틀거리니, 절대 듣고 싶지 않던 목소리가 들려왔다.“야, 일어나.”눈을 뜨기가 무서웠다. 무시하고 다시 자는 척 해볼까 싶었지만, 감정이 없을 그 벽돌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번쩍 눈을 뜨고야 말았다. 검은 후드티에, 온몸이 비에 젖은 채로 벽돌을 휙휙 휘둘러대는, 후드새끼였다.“왔어요.......?”어제까진 분명, 나에게 이런 충격적인 선물을 선사해준 후드새끼의 얼굴을 젖은 수건짝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지만, 목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과거의 이상과는 영 다른 목소리였다. 나는 몸을 한껏 웅크리고,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병신새끼.”후드가 혀를 거칠게 차며 나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무엇하나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의미의 한심함 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말대꾸할 힘도, 생각도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야 이 새끼야, 내가 밥을 던져놨더니 그걸 니 손으로 버려? 정신이 있어?”“주, 죽인다는 거 아니었어요? 왜 사람을 그 꼴로 만들어 버리고 내 집 앞에.......”“하룻밤에 한명뿐이다. 니 방 앞에 놓은 건 서비스일 뿐이야. 덤이라고 하지. 같이 다니던 한 년은 이미 멀리 가셨다구. 나 착하지 않냐?”마지막 말에는 격하게 반항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진동만 할 뿐, 혀는 겁을 먹어 함부로 나불거리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건을 당한 뒤 후드를 보자, 전과 같은 이성적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오직 그의 손에서 돌고 있는 구멍이 3개 뚫린 빨간색 벽돌의 움직임만을 주시했다.“A/S라고 들어봤나?”“네...?”“난 정말 착한 것 같애.......”후드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피식 웃어 보이더니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언가를 툭 건드렸다.“.......!”“어때, 감동인가? 고객만족 써비스란 이런 거지”분명 아까 도망치고 있어야할 박지혜가 내방에 더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이번엔 보통 차가운 물로 적셔도 도무지 깨어날 것 같질 않았다. 온몸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뻘겋게 피멍이 들어 있었고, 손발은 묶인 채 입엔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목에서 흘러 나오던 피는 지혈이 되었는지 꿰맨 자국 뿐이었다. 대체 뭐하자는 짓거린가 따지고 싶었지만 만족스럽게 그녀의 몸을 흘겨보는 후드새끼의 앞에선 그럴 수 없었다.“게다가 옵션까지 붙였어.”후드는 그녀의 발 옆에 쭈그려 앉더니 해맑은 표정으로 그녀의 발을 가르켰다.“아...”그녀의 양쪽 엄지발가락이 없었다. 잘린 부분은 무언가로 지진 듯 시커멓게 그을려져 있었고, 가끔씩 그녀의 몸이 고통의 신호를 보내는지 움찔거렸다. 나는 차마 더 이상 그녀의 육체를 볼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후드새끼를 보는 게 마음이 편했다. 징그러운 꼴을 보고 나니 정신이 돌아버린 듯, 마음이 차츰 안정되는 것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한뒤에 후드새끼에게 따졌다.“이걸로 대체 뭘 하란 거예요? 이런 짓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요?”“그건 니가 생각할 문제지. 따먹든지 구워먹든지 알아서해. 신고라도 할 건가? 과연 나만 처벌 받고 끝날까?”“.......”모든 일에는 상관관계라는 게 있다. 이 빌어먹을 후드새끼가 반병신이 된 박지혜를 내 방에 두고 간 이상 나도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재수 없으면, 공범으로 몰려 콩밥 먹게 생길 판 이었다. 후드새끼는 이 모든 일을 다 아는 듯 냄새풍기는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어, 어디가요!”“비가 그쳤어. 왜, 또 부탁할 사람이 있나?”“어, 없어요...”“그럼 다음엔 그냥 온다. 누구든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싶다고 말만 하라고, 내가 기가 막히게 주문 접수를 해줄 테니까.”후드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드가 나간 뒤 한참동안에도 나는 겁에 질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좁디좁은 방에 쓰러진 여자 육체 한 개와, 물바다가 된 온 바닥이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현실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여자의 발목에는 피가 통하지 않게 낚싯줄로 감겨져 있었다. 저렇게 지혈을 하고 상처부위를 라이터로 구워버린 것 같았다. 분명 온 몸이 비로 젖어있는 데도, 싸구려 삼겹살 타는 냄새가 방안을 진동시키고 있었다.나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창문을 열어 냄새부터 빼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이젠 침대가 더러워지건 말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일단, 몸을 닦기 위해 옷을 벗겨 냈다. 그리고 서랍에서 깨끗한 수건을 꺼내어 물을 살짝 묻혀 진흙투성이인 몸을 닦기 시작했다. 마른 몸에 자랑처럼 달려있는 두개의 지방덩어리도, 지금은 한낱 몸뚱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닦아내고 잘려진 엄지발가락 부위에는 상처가 곪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하고 붕대로 싸맸다.“후유.......”문득 시계를 보니 아침 9시를 넘겼었다. 내가 깨어날 때의 시간은 경황이 없어 보질 못했지만, 날이 밝아오는 걸 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막상 온 몸을 닦아 놓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녀에겐 내가 잠옷처럼 입곤 하던 반팔 티와 반바지를 입혔다. 목의 상처는 차마 계속 볼 용기가 나지 않아 회색 목도리로 목을 감싸고, 발엔 양말을 신겼다. 양말을 신었어도, 엄지발가락의 부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닭살을 불러일으켰다.“아!!! 어쩌라고 후드새끼야!!!”답답해서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자,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렀다. 지르고 나니 여기가 고시원이란 걸 깨닫고 서둘러 입을 막아보지만 이미 내 입을 떠난 소리들은 고시원 전체를 울려버린 것 같았다.“.......”나는 숨소리를 줄이며 밖의 상황을 들으려 했지만 다행이도, 별 반응이 없었다. 덕분에 긴장이 풀려버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그때,-똑똑똑“헉.......!”“208호 학생! 학생 목소리 맞지?! 무슨 소리야!”이 목소린 분명 고시원 주인아줌마다. 평소에도 개미 기어가는 소리만 나도 방문을 두들기고 잔소리를 몇 십 분씩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문을 열 수 없었다. 문을 열었다간 박지혜를 단박에 들켜버리고 만다. 이 고시원은 외부인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다. 특히 이성끼리 한방에 있는 게 걸려버리면, 그날로 퇴실이다. 하지만 퇴실이 무섭지 않았다. 지금의 저년의 꼴을 보면, 경찰에 신고할게 뻔했다.“문 열어봐! 뭐해 학생!”“젠장, 어쩌지? 어쩌지?”급한 김에 이불로 덮어보지만, 불룩 튀어나와 효과가 없었다. 옷장에 숨기기엔 옷장은 너무 작았고, 고시원은 단칸방이라 다른 방에 숨길 수도 없었다. 한참을 방방 구르다가 갑자기 머리를 스쳐가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쾅쾅쾅“학생! 문 열고 들어간다!”-철컥“하하... 아주머니 오셨어요?”“히익.......!”-쾅주인아줌마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잠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문 뒤에서 다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말을 했으면 안 들어갔을 텐데...!!”“하하... 이런 걸 어떻게 말해요.......”나는 발목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내 팬티를 다시 원위치로 입었다. 컴퓨터는 마치 자랑을 하듯이 남녀가 성교를 나누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었고, 나는 한결 안심하며 컴퓨터를 껐다.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은 건, 앞부분이 불룩해진 내 팬티뿐이었지만, 깜방에 비하면 이정도 대가는 싼 편이었다. 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저 늙은이에게 보여준 건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너란 녀석은 참 놀랍군.......”그 위기에 순간에서 급하게 힘을 내준 나의 그것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한숨 돌린 나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없어지자마자 컴퓨터 책상 밑에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져서 박혀있는 지혜년을 꺼냈다. 이년이 이 방에서 나가 경찰에게 신고라도 한다면, 그걸로 이제 끝이었다. 좋든 싫든 이제 나는 그 후드새끼와 공범이 돼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보물처럼 아껴 놓았던 수갑을 꺼내어 이년의 팔과 침대를 연결해 채워버렸다.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엄지발가락이 없어 쉽게 걸을 수도 없을 테니 이정도 조치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저녁쯤, 알바 갈 시간이 30분정도 남았을 때 지혜년이 눈을 떴다. 이번에도 눈 뜨자마자 눈물 콧물을 질질 싸며 손발이 닳도록 빌어댔다. 이번엔 나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저년은 대답도 못하니 내 입만 중노동이다.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나름 가장 아끼는 컵에 따라 주었다. 그년은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망설이다가 컵을 덥석 잡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별 감정 없이 물을 마시던 그년을 보다가 알바를 가기위해 일어섰다. 그러다 문득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했다.-이번 주 날씨...-맑음10
룸메이트 - (5화)
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이 짧을것 같네요..^^
얼마쯤 잤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두려움이란 망토를 벗어버리고 눈꺼풀에 가려진 내 망막을 쏘아 대는 건, 원인을 알 수 없는 빛 뿐이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이 다시 머릿속을 강하게 때려댄다.
갖은 두통에 쉽게 눈을 뜰 수 없어 몸을 꿈틀거리니, 절대 듣고 싶지 않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일어나.”
눈을 뜨기가 무서웠다.
무시하고 다시 자는 척 해볼까 싶었지만, 감정이 없을 그 벽돌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번쩍 눈을 뜨고야 말았다.
검은 후드티에, 온몸이 비에 젖은 채로 벽돌을 휙휙 휘둘러대는, 후드새끼였다.
“왔어요.......?”
어제까진 분명, 나에게 이런 충격적인 선물을 선사해준 후드새끼의 얼굴을 젖은 수건짝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지만, 목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과거의 이상과는 영 다른 목소리였다.
나는 몸을 한껏 웅크리고,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
“병신새끼.”
후드가 혀를 거칠게 차며 나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무엇하나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의미의 한심함 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말대꾸할 힘도, 생각도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야 이 새끼야, 내가 밥을 던져놨더니 그걸 니 손으로 버려? 정신이 있어?”
“주, 죽인다는 거 아니었어요? 왜 사람을 그 꼴로 만들어 버리고 내 집 앞에.......”
“하룻밤에 한명뿐이다. 니 방 앞에 놓은 건 서비스일 뿐이야. 덤이라고 하지. 같이 다니던 한 년은 이미 멀리 가셨다구. 나 착하지 않냐?”
마지막 말에는 격하게 반항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진동만 할 뿐, 혀는 겁을 먹어 함부로 나불거리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건을 당한 뒤 후드를 보자, 전과 같은 이성적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오직 그의 손에서 돌고 있는 구멍이 3개 뚫린 빨간색 벽돌의 움직임만을 주시했다.
“A/S라고 들어봤나?”
“네...?”
“난 정말 착한 것 같애.......”
후드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피식 웃어 보이더니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언가를 툭 건드렸다.
“.......!”
“
어때, 감동인가? 고객만족 써비스란 이런 거지”
분명 아까 도망치고 있어야할 박지혜가 내방에 더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이번엔 보통 차가운 물로 적셔도 도무지 깨어날 것 같질 않았다.
온몸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뻘겋게 피멍이 들어 있었고, 손발은 묶인 채 입엔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목에서 흘러 나오던 피는 지혈이 되었는지 꿰맨 자국 뿐이었다.
대체 뭐하자는 짓거린가 따지고 싶었지만 만족스럽게 그녀의 몸을 흘겨보는 후드새끼의 앞에선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옵션까지 붙였어.”
후드는 그녀의 발 옆에 쭈그려 앉더니 해맑은 표정으로 그녀의 발을 가르켰다.
“아...”
그녀의 양쪽 엄지발가락이 없었다.
잘린 부분은 무언가로 지진 듯 시커멓게 그을려져 있었고, 가끔씩 그녀의 몸이 고통의 신호를 보내는지 움찔거렸다.
나는 차마 더 이상 그녀의 육체를 볼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후드새끼를 보는 게 마음이 편했다.
징그러운 꼴을 보고 나니 정신이 돌아버린 듯, 마음이 차츰 안정되는 것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한뒤에 후드새끼에게 따졌다.
“이걸로 대체 뭘 하란 거예요? 이런 짓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요?”
“그건 니가 생각할 문제지. 따먹든지 구워먹든지 알아서해. 신고라도 할 건가? 과연 나만 처벌 받고 끝날까?”
“.......”
모든 일에는 상관관계라는 게 있다.
이 빌어먹을 후드새끼가 반병신이 된 박지혜를 내 방에 두고 간 이상 나도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재수 없으면, 공범으로 몰려 콩밥 먹게 생길 판 이었다.
후드새끼는 이 모든 일을 다 아는 듯 냄새풍기는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어, 어디가요!”
“비가 그쳤어. 왜, 또 부탁할 사람이 있나?”
“어, 없어요...”
“그럼 다음엔 그냥 온다. 누구든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싶다고 말만 하라고, 내가 기가 막히게 주문 접수를 해줄 테니까.”
후드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드가 나간 뒤 한참동안에도 나는 겁에 질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좁디좁은 방에 쓰러진 여자 육체 한 개와, 물바다가 된 온 바닥이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현실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여자의 발목에는 피가 통하지 않게 낚싯줄로 감겨져 있었다.
저렇게 지혈을 하고 상처부위를 라이터로 구워버린 것 같았다.
분명 온 몸이 비로 젖어있는 데도, 싸구려 삼겹살 타는 냄새가 방안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창문을 열어 냄새부터 빼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이젠 침대가 더러워지건 말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일단, 몸을 닦기 위해 옷을 벗겨 냈다.
그리고 서랍에서 깨끗한 수건을 꺼내어 물을 살짝 묻혀 진흙투성이인 몸을 닦기 시작했다.
마른 몸에 자랑처럼 달려있는 두개의 지방덩어리도, 지금은 한낱 몸뚱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닦아내고 잘려진 엄지발가락 부위에는 상처가 곪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하고 붕대로 싸맸다.
“후유.......”
문득 시계를 보니 아침 9시를 넘겼었다.
내가 깨어날 때의 시간은 경황이 없어 보질 못했지만, 날이 밝아오는 걸 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막상 온 몸을 닦아 놓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녀에겐 내가 잠옷처럼 입곤 하던 반팔 티와 반바지를 입혔다.
목의 상처는 차마 계속 볼 용기가 나지 않아 회색 목도리로 목을 감싸고, 발엔 양말을 신겼다.
양말을 신었어도, 엄지발가락의 부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닭살을 불러일으켰다.
“아!!! 어쩌라고 후드새끼야!!!”
답답해서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자,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렀다.
지르고 나니 여기가 고시원이란 걸 깨닫고 서둘러 입을 막아보지만 이미 내 입을 떠난 소리들은 고시원 전체를 울려버린 것 같았다.
“.......”
나는 숨소리를 줄이며 밖의 상황을 들으려 했지만 다행이도, 별 반응이 없었다.
덕분에 긴장이 풀려버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똑똑똑
“헉.......!”
“208호 학생! 학생 목소리 맞지?! 무슨 소리야!”
이 목소린 분명 고시원 주인아줌마다.
평소에도 개미 기어가는 소리만 나도 방문을 두들기고 잔소리를 몇 십 분씩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문을 열 수 없었다. 문을 열었다간 박지혜를 단박에 들켜버리고 만다.
이 고시원은 외부인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다.
특히 이성끼리 한방에 있는 게 걸려버리면, 그날로 퇴실이다. 하지만 퇴실이 무섭지 않았다.
지금의 저년의 꼴을 보면, 경찰에 신고할게 뻔했다.
“문 열어봐! 뭐해 학생!”
“젠장, 어쩌지? 어쩌지?”
급한 김에 이불로 덮어보지만, 불룩 튀어나와 효과가 없었다.
옷장에 숨기기엔 옷장은 너무 작았고, 고시원은 단칸방이라 다른 방에 숨길 수도 없었다.
한참을 방방 구르다가 갑자기 머리를 스쳐가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쾅쾅쾅
“학생! 문 열고 들어간다!”
-철컥
“하하... 아주머니 오셨어요?”
“히익.......!”
-쾅
주인아줌마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잠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문 뒤에서 다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을 했으면 안 들어갔을 텐데...!!”
“하하... 이런 걸 어떻게 말해요.......”
나는 발목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내 팬티를 다시 원위치로 입었다.
컴퓨터는 마치 자랑을 하듯이 남녀가 성교를 나누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었고, 나는 한결 안심하며 컴퓨터를 껐다.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은 건, 앞부분이 불룩해진 내 팬티뿐이었지만, 깜방에 비하면 이정도 대가는 싼 편이었다. 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저 늙은이에게 보여준 건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너란 녀석은 참 놀랍군.......”
그 위기에 순간에서 급하게 힘을 내준 나의 그것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한숨 돌린 나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없어지자마자 컴퓨터 책상 밑에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져서 박혀있는 지혜년을 꺼냈다.
이년이 이 방에서 나가 경찰에게 신고라도 한다면, 그걸로 이제 끝이었다.
좋든 싫든 이제 나는 그 후드새끼와 공범이 돼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보물처럼 아껴 놓았던 수갑을 꺼내어 이년의 팔과 침대를 연결해 채워버렸다.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엄지발가락이 없어 쉽게 걸을 수도 없을 테니 이정도 조치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저녁쯤, 알바 갈 시간이 30분정도 남았을 때 지혜년이 눈을 떴다.
이번에도 눈 뜨자마자 눈물 콧물을 질질 싸며 손발이 닳도록 빌어댔다. 이번엔 나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저년은 대답도 못하니 내 입만 중노동이다.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나름 가장 아끼는 컵에 따라 주었다. 그년은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망설이다가 컵을 덥석 잡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별 감정 없이 물을 마시던 그년을 보다가 알바를 가기위해 일어섰다.
그러다 문득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했다.
-이번 주 날씨...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