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안도의 한숨인지, 아쉬움의 한숨인지는 당사자인 나도 알 길이 없었다.
손에는 힘이 풀렸는지, 돌이 툭 떨어졌다. 그 소리를 듣곤, 서주희가 나를 돌아봤다.
“전.......어떻게 하면 되죠...?”
“그야...”
나는 서주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이건 당신이 후드새끼의 얼굴을 보지 못한 감사함이고, 내가 돌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그대의 머리를 찍을 일이 없게 되었음에 대한 고마움 이었다.
“없는 일 인척 하면 돼. 경찰이나 주변에 알렸다간, 취조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분명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겠지. 그리고 내가 경찰 쪽 공부를 해서 아는데, 이런 사건은 보통 첫 목격자가 용의자 선상에 오르기 마련이야... 까딱하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함구하는 게 좋아. 물론 가족에게도.”
내 입에서 물 흐르듯, 말이 터져 나왔다.
내가 다시 곱씹어 봐도 이건 완벽에 가까운 설득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주희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너무 기뻐 그녀를 와락 안고 싶었지만, 너무 속이 뻔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나의 본능을 억제 하였다.
문득, 그녀의 얼굴을 보니 지금까지 긴장 탓에 굳어있던 얼굴이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져 보였다.
나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고 만약 편의점 사장이 나를 보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 보았다. . . . . .
아찔하다.
“저... 다 왔어요.”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나보다.
“아, 들어가 봐.”
“네, 근데 저...”
이 인간은 아까부터 무슨 저를 그렇게 찾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볼 때는 그렇게 쾌활하고 발랄하더니, 오늘은 짜증날 정도로 답답했다.
“무슨 일인데?”
“전 당신 이름도 몰라요.......”
“뭐...?”
“죄송해요, 실례가 됐나요...?”
그녀의 얼굴이 부끄러운지, 붉게 달아올랐다. 그와는 반대로, 나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방금까진 혼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공황상태에 빠져있더니, 이제 와서 그런 걸 신경 쓰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꾸역꾸역 눌러 담아 다시 폐 속으로 밀어 넣고 말했다.
“하기야, 우리가 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데 그게 당연하지.”
“죄송해요...”
“난 전선기 라고 해.”
“예, 저는...”
“서주희지? 이력서 보고 알았어.”
“.......”
내가 말을 뺏어버리자,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 어색함을 끝내기 위해 구역질나지만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도 따라 살짝 웃어보였다. 곧,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하였다. 흘끗 보니 저장된 내 번호의 이름을 바꾸려는 것이었다.
전엔 과연 내가 뭐라고 등록되어있을까 궁금하여 유의깊게봤다.
-xx편의점
그래, 이럴 줄 알았다.
돌아오는 길은 버스가 끊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잡아타기로 했다.
택시는 이 저녁에 음침한 차림의 나를 태우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3개의 택시의 뒷꽁무니에 욕을 몇 번 날리고 나서야,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다.
“YY고시원이요”
“응? 거기가 어디야.”
“아... 그 학원 많은 쪽이요”
“그렇게 말하면 모르지...”
“음... 어제 살인사건 난거 아세요?”
“그럼, 요즘 세상이 참 말세야 말세... 어디 무서워서 밖에 쏘다니겠어. 쯧쯧...”
“네, 그 동네로 가주세요.”
의외로 말은 쉽게 통했다.
이미 이 근방에서는 꽤 유명한 사건이 되었는지 택시기사는 무릎을 치며 나의 총명함에 감탄사를 내 뱉었고, 나는 으쓱거리며 학창시절에나 들었던,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택시기사의 말동무가 되었다.
“7600원이야.”
“네 여기 있습니다.”
내가 만원을 꺼내들자, 택시기사는 능숙한 솜씨로 돈을 받은 뒤, 남겨줄 돈을 세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동전을 꺼낼 때 조금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동전은 주지 말라고 말하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동전은 됐어요.”
“그래? 고맙네.”
택시기사는 씨익 웃으며, 나에게 2000원을 남겨주었다. 나는 2천원을 채 가듯 지갑에 넣고 문을 조금 세게 닫았다.
-쾅... 부웅...
택시는 개의치 않고 다음 일터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조금 보다가,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았다.
3시간이 지나기엔 아직 1시간가량이 남아 있었다.
나는 시간도 삐댈 겸, 지혜 상태도 좀 볼 겸해서 고시원으로 향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고시원 건물은 마치 어두운 동굴 속 같이 조용했다.
나는 평소 버릇대로 발걸음 소리를 최소한으로 해서 내 방의 문을 열었다.
“음.......?”
와서 지혜의 상태를 보니 왠지 이상해 보였다.
방안에 들어온 나를 보자마자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소리는 나질 않았다.
“왜 그래?”
박지혜는 말을 못하는 자신도 답답한지 눈물을 글썽글썽 거렸다.
그런데 웃긴 건 그 와중에도 뭐가 그렇게 급한지 서둘러서 뭔가를 표현하려고 했다.
“...? 엥?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내 말을 들은 박지혜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심한 두통을 느끼며 채워진 수갑을 풀어주었다.
그리곤 방문에서 고개만 내밀어 복도의 상태를 살폈다.
그동안 고시원에 살면서, 화장실이 바로 앞에 있어서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고 때에 따라선 지독한 냄새도 나서 괴롭기 그지없었는데, 오늘만큼 화장실이 가깝단 사실이 고마운 적은 없었다.
나는 서둘러 박지혜를 화장실에 넣고 문을 잠가버렸다.
“아... 이걸 생각 못하다니...”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걸 눈치 못 챈 내가 바보였었다.
그래도 늦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랴, 만약 내가 그대로 알바를 가버렸다면 내방은 걷잡을 수 없이 큰 폭탄이 터졌을 것이다.
박지혜가 나오고, 그 낯짝을 보기가 싫어서 얼른 수갑을 채우고 방을 나와 버렸다.
거사를 치르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지혜도 별 반응 없이 고분고분했다.
편의점엔 늦지 않게 도착했다. 충분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3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았다.
사장은 졸린지 서주희에 대해서 별 질문을 하지 않고 하품을 쩍쩍하며 손을 흔들곤 집에 총알처럼 가버렸다.
“오늘은 거의 꽁이구만...”
남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젠 손님올 시간도 지났으니, 눈뜨고 있기만 하면 된다.
-딸랑딸랑
“어서오세... 와, 이 순경님!”
“어... 나 왔어...”
이 순경은 꽤나 지쳐보였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 때문에 야근하고 오는 길이 틀림없었다.
나는 사건에 대해 궁금한 게 많기 때문에 아부란 아부를 다 떨며 말했다.
“피곤하시죠? 좀 앉아서 쉬시죠.”
“아냐, 담배가 떨어져서 담배 사고 바로 갈 거야.”
“근데 담배 끊으셨다고...”
“빌어먹을 새끼 때문에 이놈의 담배를 끊을 수 없다. 한대 필래?”
“그럼요!”
이 순경과 나는 편의점 앞으로 나왔다.
나는 얼른 라이터를 꺼내어 이 순경에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 순경은 답답한지 깊게 빨아 마시곤, 땅이 꺼져라 연기를 뱉어 냈다.
“에... 그 사건은 어떻게 된 거예요?
“골치 아파, 증거도 없고 목격자도 없어. 유일한 증거라곤 흉기뿐인데, 주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에 피해자 피만 묻어 있을 뿐이야. 비도 많이 내려서 나오는 게 하나도 없어.”
“그거 참 귀찮게 됐군요... 죽은 자는 누구죠?”
나의 질문에 이 순경은 다시 한 모금을 후유 하며 뱉어냈다.
“최성은이란 20대 여잔데, 불쌍하게 됐지. 안 그래도 아까까지 피해자 부모님들이 와서 대성통곡을 쏟아내고 갔어. 참내, 그 동안 사건도 없어서 좋다 싶었는데, 한방에 살인사건이 뭐람....”
“그럼 돌에 맞아 죽은 거예요?”
“그냥 맞아 죽은 게 아냐, 죽었는데도 머리를 계속 후려 쳐버린 모양이더라고. 너, 떡갈비 만들 때 고기 다지는 건 알지? 머리가 그 꼴이야. 완전 다져졌어. 신원 파악하는 것도 꽤 애를 먹었어. 비위 상해서 오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후유, 가야겠군. 아직 야근 끝난 게 아니라서.”
“아... 예...”
이 얘기를 듣고 나도 완전히 담배 맛이 떨어져 버렸다. 문득 그걸 직접 봤다는 서주희가 떠올랐다.
과연, 그런 장면을 보고나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았다.
이 순경은 남은 불똥을 털어버리곤 일어섰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걸음을 움직이려는 이 순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래도 삐대고 있는 걸 걸린 것 같았다.
이 순경도 그런 전화인줄 알았는지,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평소 버릇대로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룸메이트 - (7화)
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하지만...”
“...??”
“얼굴은 못 봤어요.......”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안도의 한숨인지, 아쉬움의 한숨인지는 당사자인 나도 알 길이 없었다.
손에는 힘이 풀렸는지, 돌이 툭 떨어졌다. 그 소리를 듣곤, 서주희가 나를 돌아봤다.
“전.......어떻게 하면 되죠...?”
“그야...”
나는 서주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이건 당신이 후드새끼의 얼굴을 보지 못한 감사함이고, 내가 돌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그대의 머리를 찍을 일이 없게 되었음에 대한 고마움 이었다.
“없는 일 인척 하면 돼. 경찰이나 주변에 알렸다간, 취조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분명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겠지. 그리고 내가 경찰 쪽 공부를 해서 아는데, 이런 사건은 보통 첫 목격자가 용의자 선상에 오르기 마련이야... 까딱하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함구하는 게 좋아. 물론 가족에게도.”
내 입에서 물 흐르듯, 말이 터져 나왔다.
내가 다시 곱씹어 봐도 이건 완벽에 가까운 설득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주희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너무 기뻐 그녀를 와락 안고 싶었지만, 너무 속이 뻔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나의 본능을 억제 하였다.
문득, 그녀의 얼굴을 보니 지금까지 긴장 탓에 굳어있던 얼굴이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져 보였다.
나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고 만약 편의점 사장이 나를 보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 보았다.
.
.
.
.
.
아찔하다.
“저... 다 왔어요.”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나보다.
“아, 들어가 봐.”
“네, 근데 저...”
이 인간은 아까부터 무슨 저를 그렇게 찾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볼 때는 그렇게 쾌활하고 발랄하더니, 오늘은 짜증날 정도로 답답했다.
“무슨 일인데?”
“전 당신 이름도 몰라요.......”
“뭐...?”
“죄송해요, 실례가 됐나요...?”
그녀의 얼굴이 부끄러운지, 붉게 달아올랐다. 그와는 반대로, 나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방금까진 혼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공황상태에 빠져있더니, 이제 와서 그런 걸 신경 쓰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꾸역꾸역 눌러 담아 다시 폐 속으로 밀어 넣고 말했다.
“하기야, 우리가 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데 그게 당연하지.”
“죄송해요...”
“난 전선기 라고 해.”
“예, 저는...”
“서주희지? 이력서 보고 알았어.”
“.......”
내가 말을 뺏어버리자,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 어색함을 끝내기 위해 구역질나지만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도 따라 살짝 웃어보였다. 곧,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하였다. 흘끗 보니 저장된 내 번호의 이름을 바꾸려는 것이었다.
전엔 과연 내가 뭐라고 등록되어있을까 궁금하여 유의깊게봤다.
-xx편의점
그래, 이럴 줄 알았다.
돌아오는 길은 버스가 끊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잡아타기로 했다.
택시는 이 저녁에 음침한 차림의 나를 태우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3개의 택시의 뒷꽁무니에 욕을 몇 번 날리고 나서야,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다.
“YY고시원이요”
“응? 거기가 어디야.”
“아... 그 학원 많은 쪽이요”
“그렇게 말하면 모르지...”
“음... 어제 살인사건 난거 아세요?”
“그럼, 요즘 세상이 참 말세야 말세... 어디 무서워서 밖에 쏘다니겠어. 쯧쯧...”
“네, 그 동네로 가주세요.”
의외로 말은 쉽게 통했다.
이미 이 근방에서는 꽤 유명한 사건이 되었는지 택시기사는 무릎을 치며 나의 총명함에 감탄사를 내 뱉었고, 나는 으쓱거리며 학창시절에나 들었던,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택시기사의 말동무가 되었다.
“7600원이야.”
“네 여기 있습니다.”
내가 만원을 꺼내들자, 택시기사는 능숙한 솜씨로 돈을 받은 뒤, 남겨줄 돈을 세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동전을 꺼낼 때 조금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동전은 주지 말라고 말하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동전은 됐어요.”
“그래? 고맙네.”
택시기사는 씨익 웃으며, 나에게 2000원을 남겨주었다. 나는 2천원을 채 가듯 지갑에 넣고 문을 조금 세게 닫았다.
-쾅... 부웅...
택시는 개의치 않고 다음 일터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조금 보다가,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았다.
3시간이 지나기엔 아직 1시간가량이 남아 있었다.
나는 시간도 삐댈 겸, 지혜 상태도 좀 볼 겸해서 고시원으로 향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고시원 건물은 마치 어두운 동굴 속 같이 조용했다.
나는 평소 버릇대로 발걸음 소리를 최소한으로 해서 내 방의 문을 열었다.
“음.......?”
와서 지혜의 상태를 보니 왠지 이상해 보였다.
방안에 들어온 나를 보자마자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소리는 나질 않았다.
“왜 그래?”
박지혜는 말을 못하는 자신도 답답한지 눈물을 글썽글썽 거렸다.
그런데 웃긴 건 그 와중에도 뭐가 그렇게 급한지 서둘러서 뭔가를 표현하려고 했다.
“...? 엥?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내 말을 들은 박지혜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심한 두통을 느끼며 채워진 수갑을 풀어주었다.
그리곤 방문에서 고개만 내밀어 복도의 상태를 살폈다.
그동안 고시원에 살면서, 화장실이 바로 앞에 있어서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고 때에 따라선 지독한 냄새도 나서 괴롭기 그지없었는데, 오늘만큼 화장실이 가깝단 사실이 고마운 적은 없었다.
나는 서둘러 박지혜를 화장실에 넣고 문을 잠가버렸다.
“아... 이걸 생각 못하다니...”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걸 눈치 못 챈 내가 바보였었다.
그래도 늦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랴, 만약 내가 그대로 알바를 가버렸다면 내방은 걷잡을 수 없이 큰 폭탄이 터졌을 것이다.
박지혜가 나오고, 그 낯짝을 보기가 싫어서 얼른 수갑을 채우고 방을 나와 버렸다.
거사를 치르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지혜도 별 반응 없이 고분고분했다.
편의점엔 늦지 않게 도착했다. 충분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3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았다.
사장은 졸린지 서주희에 대해서 별 질문을 하지 않고 하품을 쩍쩍하며 손을 흔들곤 집에 총알처럼 가버렸다.
“오늘은 거의 꽁이구만...”
남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젠 손님올 시간도 지났으니, 눈뜨고 있기만 하면 된다.
-딸랑딸랑
“어서오세... 와, 이 순경님!”
“어... 나 왔어...”
이 순경은 꽤나 지쳐보였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 때문에 야근하고 오는 길이 틀림없었다.
나는 사건에 대해 궁금한 게 많기 때문에 아부란 아부를 다 떨며 말했다.
“피곤하시죠? 좀 앉아서 쉬시죠.”
“아냐, 담배가 떨어져서 담배 사고 바로 갈 거야.”
“근데 담배 끊으셨다고...”
“빌어먹을 새끼 때문에 이놈의 담배를 끊을 수 없다. 한대 필래?”
“그럼요!”
이 순경과 나는 편의점 앞으로 나왔다.
나는 얼른 라이터를 꺼내어 이 순경에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 순경은 답답한지 깊게 빨아 마시곤, 땅이 꺼져라 연기를 뱉어 냈다.
“에... 그 사건은 어떻게 된 거예요?
“골치 아파, 증거도 없고 목격자도 없어. 유일한 증거라곤 흉기뿐인데, 주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에 피해자 피만 묻어 있을 뿐이야. 비도 많이 내려서 나오는 게 하나도 없어.”
“그거 참 귀찮게 됐군요... 죽은 자는 누구죠?”
나의 질문에 이 순경은 다시 한 모금을 후유 하며 뱉어냈다.
“최성은이란 20대 여잔데, 불쌍하게 됐지. 안 그래도 아까까지 피해자 부모님들이 와서 대성통곡을 쏟아내고 갔어. 참내, 그 동안 사건도 없어서 좋다 싶었는데, 한방에 살인사건이 뭐람....”
“그럼 돌에 맞아 죽은 거예요?”
“그냥 맞아 죽은 게 아냐, 죽었는데도 머리를 계속 후려 쳐버린 모양이더라고. 너, 떡갈비 만들 때 고기 다지는 건 알지? 머리가 그 꼴이야. 완전 다져졌어. 신원 파악하는 것도 꽤 애를 먹었어. 비위 상해서 오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후유, 가야겠군. 아직 야근 끝난 게 아니라서.”
“아... 예...”
이 얘기를 듣고 나도 완전히 담배 맛이 떨어져 버렸다. 문득 그걸 직접 봤다는 서주희가 떠올랐다.
과연, 그런 장면을 보고나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았다.
이 순경은 남은 불똥을 털어버리곤 일어섰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걸음을 움직이려는 이 순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래도 삐대고 있는 걸 걸린 것 같았다.
이 순경도 그런 전화인줄 알았는지,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평소 버릇대로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잠깐 담배가 떨어져서 담배 좀 사러 편의점에 왔습니...”
-당장 뛰어와, 목격자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