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 (14화)

윙윙2013.05.23
조회2,816

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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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뭘 해볼까?”



나는 평소처럼,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청소를 깨끗하게 했다.

 

 

지금 조금이지만 물비린내가 풍겨왔기 때문이다. 문득 옆을 슥 보니 공개수배 전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



이상한 일이지만 한성철이 없어졌다.

 

이상해서 좀 더 자세하게 수배서를 살펴보니, 다른 용의자의 전과가 훨씬 화려해진게 보였다.

 

 

아무래도 스펙에 밀려 전단지에 인쇄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흉악한 놈이 스펙이 딸린다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나는 진열되어 있는 신문을 하나 꺼내어 여유있게 시간을 즐겼다.

 

 

아까 고시원에서 살짝 잠이든 모양인지 기분은 아주 상쾌하고 좋았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갑자기? 아니, 원래 핸드폰이 울릴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전화가 온 사람은 바로...



-서주희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편의점이라는 허공을 가득 매우는 벨소리를 쳐다보고 그게 마치 카페 배경음악인 것처럼 나는 신문을 보고 있었다.

 

 

무려 수십차례나 울려대던 핸드폰이 조용해지자 나는 축제의 공연이 끝난 것처럼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전화는 다시 울렸다.


받기싫다. 받기싫다. 받기싫어.


하지만 받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번 더 튕겨볼까? 저번에 주희도 내 전화 한번 튕기고 안받았잖아? 나는 두 번째에도 안받고 세 번째에 받을거야... 받아질 거야...


전화는 소방차의 사이렌처럼 급박하게 울려대고 있었다.

 

 

마치 전화를 받아서 무슨일인지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갈 것 같았다.

 

 

나는 종교도 없는 주제에 기도를 하며 망자의 영혼을 위해 아멘을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리고 3번째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아... 여전히 받기 싫다 차라리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전화기를 박살내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번엔...



“어, 주희야.”


“오, 오빠... 흑흑... 오빠...”


“응? 왜 그래, 벌써 나 보고싶어졌어?”


“오빠... 흑흑...”



그래, 그래, 내가 니 오빠야. 그래서 뭐?



“무슨일 있어?”



속에서 잔인한 방랑자의 웃음이 피어올랐다.

 

 

나는 지금 내 여자친구에게 어떤일이 생겼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나의 기분은 지금 상쾌하고, 좋았다. 이 기분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나... 흑흑... 나... 집이야...”


“그래, 집에 갔으니까 집이겠지.”


“그, 근데... 집에... 흑... 집에...”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귀에서 뗐다.

 

 

지금 내 여자친구가 나에게 해줄 사랑스러운 말은 왠지 듣기가 싫었다.

 

 

내 손에 있는 핸드폰에서 무언가 여자의 목소리가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용이 궁금하진 않았다. 나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


전화기에서 나는 소리가 조용해질때쯤, 나는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핸드폰에선, 그녀의 울음소리와, 호흡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미안, 못들었어... 핸드폰이 잘 안터지네 이상하게... 다시 말해줄래?”


“흑흑... 흑흑...”



그녀의 울음소리가 차츰 질려버릴 것 같았다.

 

 

통화를 끊어버릴까 생각을 했지만, 아 이건 좀 아니다 싶어 관두었다.



“주희야 무슨일 있어?”



나는 조금 더 상냥하게 말을 건냈다. 이제 그녀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거친 숨소리만 내 귀에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눈물을 잊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녀도 성대를 잃어버린 것일까?


나는 아무말도 없는 주희에게 해줄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핸드폰을 멍하니 들고 서있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분 좋은 호흡소리가, 나의 기분을 더 상쾌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때 조금씩 풍기던 비린내가 소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비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흣흣...하하하하하하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 벨소리로 울려 퍼지던 공간에, 내 웃음소리와, 피비린내로 바뀐 소리로 가득 찼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놈의 심장은 한번 두근거리면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콰과광!!



그때, 내 부끄러운 모습을 촬영하는 것처럼 번개가 번쩍였다.



“아.......”



한바탕 웃음을 질러댄 나는 흥이 빠진 듯, 다시 정색을 하였다.

 

 

나의 웃음소리를 주희는 듣지 못한 것처럼 숨소리만 계속 들렸다.

 

 

아까보다 더욱 거칠어진 것 같았다.

 

 

나는 음악을 듣듯 그 소리를 계속 들으며 편의점을 둘러보면서 쇼핑을 즐겼다.



-딸랑딸랑



그때 편의점에 누군가 들어왔다.



“마쎄 한갑 주세요.”



그는 깨끗하게 청소에 놓은 편의점 바닥에 자랑처럼 흙탕물로 발자국을 남기며 들어왔다.

 

 

좋았던 기분이 일순간에 깨지며,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를 어쩌죠?”


“네?”


“지금 편의점 컴퓨터가 고장나서 물건을 팔 수 없는데요... 1시간 뒤에 사장님이 오신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시면...”


“아니, 말이 되는 소립니까 그게?”



돼지가 흥분했는지 발을 굴려댔다. 그럴 때마다 발자국의 개수는 늘어갔다.


알았어, 내가 미안하니깐 그만좀 하지?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뭐 이런 거지같은 편의점이 다있어? 퉷...”



-딸랑딸랑...



돼지는 문도 발로 차며 확실하게 영역표시를 하고 편의점을 나섰다.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으며 쇼핑을 했다. 그리고 능숙하게 바코드를 찍었다.



“검은색 우산과 우비는 합쳐서...17600원”



나는 편의점을 그 길로 나섰다. 불도 끄고 문도 확실히 잠궜다.

 

 

전화기는 계속 내 뺨에 붙어서 주희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전화기에 담담하게 말했다.



“주희야... 너네집 정확한 주소가 어디야.......? 지금 비와서 위험한데...”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구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