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에서 개봉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들 보면 하나같이 전문성우가 아닌 연예인에게 더빙을 맡기고 있던데요, 이게 문제라는거 아시나요?
연예인이 더빙한다고 해도 까메오라던가 감초 역할로 캐스팅된거면 말도 안합니다. 문제는 주연 역할을 죄다 연예인으로 도배를 해놓는다는거죠. 물론 정말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시는 연예인 분들도 조금은 계시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이 연기력이 미숙하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더빙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로 어색한게 많이 느껴집니다. 속된 말로 오글거린다고도 하죠. 아무리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도 이런 어색한 연기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연기력은 둘째치고 애초에 발음조차 제대로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용 이해조차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걸 누가 돈주고 보고 싶어할까요?
이건 아이돌이나 개그맨이 아닌 전문배우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연기와 목소리 연기는 연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방식 같은 것은 다르기 때문이니까요. (실제로 연예인 더빙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셨던 얼마 안 되는 분들 중 한 배우분은 더빙과 드라마 연기의 호흡이 달라서 많이 힘드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돈은 기존 성우분들보다 더 많이 받습니다. 뭔가 잘못된것 같이 느껴지네요.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대부분 성우를 캐릭터에 맞추는게 아니라, 오히려 캐릭터를 해당 연예인에 맞추고 있어요. 원판이랑 비교하면 약간 오버겠지만 캐릭터 왜곡이 생긴다는 겁니다. 이것 또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는겁니다. 연예인 목소리가 듣고싶으면 극장이 아니라 콘서트 같은데를 가야죠. 안그런가요? 연예인을 이용해 홍보를 하려면 어디까지나 홍보에만 연예인을 쓰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게다가 개그맨들이 더빙을 하면 자기가 주로 미는 유행어까지 넣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것 또한 분위기를 망칩니다. 뜬금없이 유행어가 나오는거 진짜 재미없어요. 안웃겨요. 오히려 오글거려요. 개그는 개그프로그램에서 하셔야죠. 유행어 싫어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죠? 먼 훗날에 애니메이션을 다시 봤을 때 해당 유행어를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위화감은 어쩌실 거죠? 애초에 애들 보라고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15세 이용가인 개그콘서트에서 사용하는 유행어를 넣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죄송합니다. 좀 흥분했네요.
모처럼 만화영화보러 극장에 갔다가 어색한 연기력 때문에 감상도 제대로 못해서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정말 많은걸로 알고있습니다. 연예인 더빙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개봉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이고요.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친구는 연예인 더빙이 보기 싫다며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원판을 불법다운로드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그 친구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할 거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그런데 올해 1월쯤, 연예가중계에서 연예인 더빙이 오히려 홍보차원에서 좋은거라며 띄워주기까지 하더군요. 그 방송을 보며 정말로 기가 막혔습니다. 홍보만 잘하면 뭐하나요? 내용은 부실한데 포장만 왕창 해놓는걸 보면 마치 요즘 나오는 과자들 같네요.
게다가 국내 성우계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연예인들이 밥그릇까지 다 가져가버리니 말이 아닙니다. 연예인 더빙은 대체 누구를 위한 더빙인가요? 시청자들은 어색한 연기력에 감상도 제대로 못하고, 해당 연예인분들은 연기 못한다고 욕먹고, 성우분들은 일거리가 없어집니다.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이 이상한건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다 아무문제 없는데 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건가요?
뭐, 제가 이상한거라고 칩시다. 하지만 이제 제가 말할 사건(까지는 아니고 일)은 연예인 더빙에 대한 제 입장이 틀린 생각이라고 해도 정말 어이가 없는 일 같습니다.
이 일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모 코미디 프로그램의 모 코너에서 모 개그맨들이 아이돌이 연기하는건 어색하다는 식의 풍자개그를 했습니다. 근데 그 개그맨들은 지금 연예인더빙을 합니다. 물론 연기력이 부족한건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용감한 개그맨들이 아이돌 연기에 대해 저런 발언을 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어이없진 않았을 겁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해당 개그맨들이 가요계로 진출하자, 어떤 아이돌들이 개그맨은 개그나 하라는 식에 발언을 했답니다. 저 풍자개그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한 거랍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아는 바이지만요.)
아무튼간에 아이돌 연기하는 것엔 부정적인 발언을 했으면서 왜 정작 자기들은 더빙에 손을 대는걸까요? 우리나라의 음악계는 활발하니까 괜찮다 쳐도, 성우계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거기까지 손을 벌려야 할 정도로 해당 개그맨분들이 어려운 것도 아니잖습니까. 오히려 그 개그맨분들은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개념 없는 짓을 한다는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용감한’ 일이 아닙니다. ‘비겁한’ 일이죠. 뭣도 모르는 아이돌이 이런 일을 맡으면 소속사가 시켜서 했겠구나 하고 이해라도 하지, 자기들은 뭔가 다르고 자기들은 뭔가 있다는 양 굴어대던 분들이 지금 이런 속물짓을 하고 있습니다. 컨셉질 끝났다고 없던 일로 치부하는건가요 뭔가요?
더 기가 막히는 일이 뭔지 아세요? 해당 개그맨이 최근 더빙을 한 ‘쾌걸 조로리'라는 어떤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그 애니메이션은 원래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국내에 방송된 적이 있고, 그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이제 국내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원래 TV판이 방영되던 때 주인공 ‘조로리’의 성우를 맡고 있던 성우분은 극장판에서 개그맨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고 악당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요? TV판이든 극장판이든 시리즈가 같다면 피치못할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캐릭터엔 같은 성우를 캐스팅해야죠. 이것도 역시 홍보 때문에 연예인을 쓴 것 같던데 이미 국내에서 충분한 인지도가 있던 애니메이션을 굳이 연예인까지 써가며 홍보를 해야 했나 하는 의문까지 듭니다. 쓴다고 해도 꼭 기존 성우까지 쫓아내면서 주연에 캐스팅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말이죠.
이건 기존 팬들에 대한 배신입니다. 또한 성우계에 대한 모욕입니다. 교체된 개그맨이 연기를 잘했다면 모를까, 역시 ‘발더빙’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이 더빙을 한 개그우먼 역시 이미지부터가 담당 캐릭터랑 전혀 매치가 안되는데도 억지로 캐스팅한 덕에 캐릭터랑 완전 따로 놀며, 목소리가 붕 뜬다고 말이 많습니다.) 덕분에 TV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팬이 된 아이들이 엄마 손잡고 극장 갔다가 주인공 목소리가 이상해졌다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일만 많아지겠네요.
원래 주인공 성우분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을까요. 심지어 연예인이 더빙할때는 기존 성우들이 가이드까지 해준다는데, 자기가 맡던 역을 가이드까지 해주는 그 성우분의 심정을 저는 감히 상상할수 없네요.
그런데 인터뷰에서, 정작 주연자리를 빼앗은 개그맨은 연이어 애니메이션 더빙을 맡는 이유는 개런티가 낮기 때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해당 애니메이션을 같이 더빙한 다른 개그우먼은 사심발언이랍시고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조로리 역할을 해서 같이 더빙하고 싶었다며 애니메이션 더빙을 아무나 할수있는 일로 취급했습니다. 더빙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 용감한 멤버 중 나머지 한분은 “성우가 대신하게 됐다”며 마치 자신이 성우에게 배역을 빼앗겼다는 듯한 발언을 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더빙에 노하우 운운하는걸 보면 정말 기가 찹니다.
더빙을 무슨 용돈벌이 마냥 생각하는 이런 사람들이 아이돌이 연기하는걸 욕한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니, 황당하다 못해 배신을 당한 느낌입니다. 정말 돈에 미친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인기좀 얻고 돈좀 번다고 너무 거만해진거 아닌가요?
정말 화가 나네요. ‘발더빙’은 둘째치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이중잣대에다 남의 밥그릇 가로채기까지. 이게 개념있는척 풍자개그하던 개그맨들이 해도 되는 일인가요? 이렇게 되니, 그분들이 풍자개그를 하던 시절부터 사실은 겉멋만 든 풍자개그가 아니라 그저 남 꼬투리 잡아서 비난하기 급급하던게 아니었나 하는 의심까지 드네요.
개인적으론 팬이었는데 정말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대실망을 넘어서 지금은 안티로 돌아서기 직전입니다. 양심이라는 것이 그분들에게 있었다면 이런 일을 저지를수 있는걸까요? 자신들의 일이 무시받아서 화난 경험이 있다면 남도 마찬가지라는것을 전혀 모르는걸까요?
덕분에 조로리 극장판의 평점은 지금 바닥을 기고 있고(사이트 측에서 평점 조작만 하지 않았다면요.), 다른 사이트에선 지금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심각한 상황 아닌가요?
더빙은 장난이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혼신의 연기를 하듯이 성우분들도 열정을 바쳐 노력합니다. 모습이 안보이면 대충 하는것 같나요? 절대 아니예요. 성우분들도 노력하는건 마찬가지예요. 다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을 뿐이죠.
더빙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특히 더빙을 하는 연예인 분들(몇몇분 빼고)이 그렇게 생각하는건 더욱 안됩니다. 인기얻고 돈좀 번다고 더빙을 무슨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하는것처럼 생각하는 발언을 하시는 연예인 분들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특히 아이돌에게 연기가 장난이냐며 일침을 가하셨던 분들이 그렇게 말했을 때는 코도 막혔고요. 심지어 같은 개그프로그램에서 자기도 더빙좀 해보자고 툴툴대는 어떤 개그맨분도 계시던데, 묻겠습니다. 성우 일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목소리 연기도 연기라는 점에서는 드라마 연기와 동일합니다. 피나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연기’요. 노력은 중요합니다. 특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하는건 더욱 더 중요하죠. 그런데 우리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반성을 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현실을 바꾸진 못해도 우리의 인식을 바꿀순 있지 않나요?
연예인분들께 부탁드립니다. 혹시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의가 들어온다면 되도록이면 거절해주세요. 혹시나 불가피하게 맡게 되었다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주세요. 더빙은 장난질도, 용돈벌이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도 아닙니다. 이것도 수많은 관람객이 기대를 걸고있는 엄연한 ‘일’입니다. ‘귀테러’는 이제 그만해주세요.
PD, 감독 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더빙에 연예인을 쓰지 말아주세요. 홍보를 위해서라면 홍보 까지만 연예인을 써주세요. 혹시 불가피하게 연예인을 쓰게 되었다면 기존 성우들처럼 충분한 훈련과정을 거쳐서 더빙하게 하세요. 대충 하지 마시고.
보이지 않는다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건 아닙니다. 성우분들은 더 좋은연기를 하기 위해 이 순간에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것입니다. 제발 그들의 일을 용돈벌이라는 가치로 매기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들의 노력을 잔디마냥 짚밟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이 방송계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그들도 열정을 바쳐서 일합니다.
용감한 개그맨들을 비롯한 몇몇 연예인분들, 이제 착각 마시고 김칫국좀 그만 마시세요. 애니메이션 팬들(특히 어린이들)은 연예인들이 더빙하는거 안좋아합니다. 오히려 싫어합니다. 연예인 팬이라고 해도 이런건 원하지 않을겁니다. 팬들이 원하는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게 일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저기 많은 일에 아무 생각없이 손뻗치는 문어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빛날수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스타’라는 점을 알아주세요.
시간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위에 언급한 서명운동을 하는 사이트랍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한번씩 서명해 주세요.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38123 이건 문제의 예고편 영상입니다. 예고편만 보고도 욕하는 사람들이 많네요. http://youtu.be/PvwtBF_eTdE
네티즌들의 반응
5월 25일 16시 기준 평점입니다. 만일 이후에 갑자기 평점이 확 올라간다면 조작이 가해졌다는 거겠죠.
아이돌이 연기하는건 개념없다면서 정작 자기들은 더빙하는 모 용감한 개그맨들
연예인이 더빙한다고 해도 까메오라던가 감초 역할로 캐스팅된거면 말도 안합니다. 문제는 주연 역할을 죄다 연예인으로 도배를 해놓는다는거죠. 물론 정말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시는 연예인 분들도 조금은 계시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이 연기력이 미숙하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더빙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로 어색한게 많이 느껴집니다. 속된 말로 오글거린다고도 하죠. 아무리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도 이런 어색한 연기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연기력은 둘째치고 애초에 발음조차 제대로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용 이해조차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걸 누가 돈주고 보고 싶어할까요?
이건 아이돌이나 개그맨이 아닌 전문배우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연기와 목소리 연기는 연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방식 같은 것은 다르기 때문이니까요. (실제로 연예인 더빙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셨던 얼마 안 되는 분들 중 한 배우분은 더빙과 드라마 연기의 호흡이 달라서 많이 힘드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돈은 기존 성우분들보다 더 많이 받습니다. 뭔가 잘못된것 같이 느껴지네요.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대부분 성우를 캐릭터에 맞추는게 아니라, 오히려 캐릭터를 해당 연예인에 맞추고 있어요. 원판이랑 비교하면 약간 오버겠지만 캐릭터 왜곡이 생긴다는 겁니다. 이것 또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는겁니다. 연예인 목소리가 듣고싶으면 극장이 아니라 콘서트 같은데를 가야죠. 안그런가요? 연예인을 이용해 홍보를 하려면 어디까지나 홍보에만 연예인을 쓰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게다가 개그맨들이 더빙을 하면 자기가 주로 미는 유행어까지 넣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것 또한 분위기를 망칩니다. 뜬금없이 유행어가 나오는거 진짜 재미없어요. 안웃겨요. 오히려 오글거려요. 개그는 개그프로그램에서 하셔야죠. 유행어 싫어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죠? 먼 훗날에 애니메이션을 다시 봤을 때 해당 유행어를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위화감은 어쩌실 거죠? 애초에 애들 보라고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15세 이용가인 개그콘서트에서 사용하는 유행어를 넣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죄송합니다. 좀 흥분했네요.
모처럼 만화영화보러 극장에 갔다가 어색한 연기력 때문에 감상도 제대로 못해서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정말 많은걸로 알고있습니다. 연예인 더빙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개봉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이고요.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친구는 연예인 더빙이 보기 싫다며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원판을 불법다운로드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그 친구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할 거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그런데 올해 1월쯤, 연예가중계에서 연예인 더빙이 오히려 홍보차원에서 좋은거라며 띄워주기까지 하더군요. 그 방송을 보며 정말로 기가 막혔습니다. 홍보만 잘하면 뭐하나요? 내용은 부실한데 포장만 왕창 해놓는걸 보면 마치 요즘 나오는 과자들 같네요.
게다가 국내 성우계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연예인들이 밥그릇까지 다 가져가버리니 말이 아닙니다. 연예인 더빙은 대체 누구를 위한 더빙인가요? 시청자들은 어색한 연기력에 감상도 제대로 못하고, 해당 연예인분들은 연기 못한다고 욕먹고, 성우분들은 일거리가 없어집니다.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이 이상한건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다 아무문제 없는데 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건가요?
뭐, 제가 이상한거라고 칩시다. 하지만 이제 제가 말할 사건(까지는 아니고 일)은 연예인 더빙에 대한 제 입장이 틀린 생각이라고 해도 정말 어이가 없는 일 같습니다.
이 일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모 코미디 프로그램의 모 코너에서 모 개그맨들이 아이돌이 연기하는건 어색하다는 식의 풍자개그를 했습니다. 근데 그 개그맨들은 지금 연예인더빙을 합니다. 물론 연기력이 부족한건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용감한 개그맨들이 아이돌 연기에 대해 저런 발언을 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어이없진 않았을 겁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해당 개그맨들이 가요계로 진출하자, 어떤 아이돌들이 개그맨은 개그나 하라는 식에 발언을 했답니다. 저 풍자개그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한 거랍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아는 바이지만요.)
아무튼간에 아이돌 연기하는 것엔 부정적인 발언을 했으면서 왜 정작 자기들은 더빙에 손을 대는걸까요? 우리나라의 음악계는 활발하니까 괜찮다 쳐도, 성우계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거기까지 손을 벌려야 할 정도로 해당 개그맨분들이 어려운 것도 아니잖습니까. 오히려 그 개그맨분들은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개념 없는 짓을 한다는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용감한’ 일이 아닙니다. ‘비겁한’ 일이죠. 뭣도 모르는 아이돌이 이런 일을 맡으면 소속사가 시켜서 했겠구나 하고 이해라도 하지, 자기들은 뭔가 다르고 자기들은 뭔가 있다는 양 굴어대던 분들이 지금 이런 속물짓을 하고 있습니다. 컨셉질 끝났다고 없던 일로 치부하는건가요 뭔가요?
더 기가 막히는 일이 뭔지 아세요? 해당 개그맨이 최근 더빙을 한 ‘쾌걸 조로리'라는 어떤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그 애니메이션은 원래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국내에 방송된 적이 있고, 그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이제 국내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원래 TV판이 방영되던 때 주인공 ‘조로리’의 성우를 맡고 있던 성우분은 극장판에서 개그맨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고 악당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요? TV판이든 극장판이든 시리즈가 같다면 피치못할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캐릭터엔 같은 성우를 캐스팅해야죠. 이것도 역시 홍보 때문에 연예인을 쓴 것 같던데 이미 국내에서 충분한 인지도가 있던 애니메이션을 굳이 연예인까지 써가며 홍보를 해야 했나 하는 의문까지 듭니다. 쓴다고 해도 꼭 기존 성우까지 쫓아내면서 주연에 캐스팅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말이죠.
이건 기존 팬들에 대한 배신입니다. 또한 성우계에 대한 모욕입니다. 교체된 개그맨이 연기를 잘했다면 모를까, 역시 ‘발더빙’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이 더빙을 한 개그우먼 역시 이미지부터가 담당 캐릭터랑 전혀 매치가 안되는데도 억지로 캐스팅한 덕에 캐릭터랑 완전 따로 놀며, 목소리가 붕 뜬다고 말이 많습니다.) 덕분에 TV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팬이 된 아이들이 엄마 손잡고 극장 갔다가 주인공 목소리가 이상해졌다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일만 많아지겠네요.
원래 주인공 성우분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을까요. 심지어 연예인이 더빙할때는 기존 성우들이 가이드까지 해준다는데, 자기가 맡던 역을 가이드까지 해주는 그 성우분의 심정을 저는 감히 상상할수 없네요.
그런데 인터뷰에서, 정작 주연자리를 빼앗은 개그맨은 연이어 애니메이션 더빙을 맡는 이유는 개런티가 낮기 때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해당 애니메이션을 같이 더빙한 다른 개그우먼은 사심발언이랍시고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조로리 역할을 해서 같이 더빙하고 싶었다며 애니메이션 더빙을 아무나 할수있는 일로 취급했습니다. 더빙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 용감한 멤버 중 나머지 한분은 “성우가 대신하게 됐다”며 마치 자신이 성우에게 배역을 빼앗겼다는 듯한 발언을 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더빙에 노하우 운운하는걸 보면 정말 기가 찹니다.
더빙을 무슨 용돈벌이 마냥 생각하는 이런 사람들이 아이돌이 연기하는걸 욕한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니, 황당하다 못해 배신을 당한 느낌입니다. 정말 돈에 미친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인기좀 얻고 돈좀 번다고 너무 거만해진거 아닌가요?
정말 화가 나네요. ‘발더빙’은 둘째치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이중잣대에다 남의 밥그릇 가로채기까지. 이게 개념있는척 풍자개그하던 개그맨들이 해도 되는 일인가요? 이렇게 되니, 그분들이 풍자개그를 하던 시절부터 사실은 겉멋만 든 풍자개그가 아니라 그저 남 꼬투리 잡아서 비난하기 급급하던게 아니었나 하는 의심까지 드네요.
개인적으론 팬이었는데 정말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대실망을 넘어서 지금은 안티로 돌아서기 직전입니다. 양심이라는 것이 그분들에게 있었다면 이런 일을 저지를수 있는걸까요? 자신들의 일이 무시받아서 화난 경험이 있다면 남도 마찬가지라는것을 전혀 모르는걸까요?
덕분에 조로리 극장판의 평점은 지금 바닥을 기고 있고(사이트 측에서 평점 조작만 하지 않았다면요.), 다른 사이트에선 지금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심각한 상황 아닌가요?
더빙은 장난이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혼신의 연기를 하듯이 성우분들도 열정을 바쳐 노력합니다. 모습이 안보이면 대충 하는것 같나요? 절대 아니예요. 성우분들도 노력하는건 마찬가지예요. 다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을 뿐이죠.
더빙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특히 더빙을 하는 연예인 분들(몇몇분 빼고)이 그렇게 생각하는건 더욱 안됩니다. 인기얻고 돈좀 번다고 더빙을 무슨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하는것처럼 생각하는 발언을 하시는 연예인 분들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특히 아이돌에게 연기가 장난이냐며 일침을 가하셨던 분들이 그렇게 말했을 때는 코도 막혔고요. 심지어 같은 개그프로그램에서 자기도 더빙좀 해보자고 툴툴대는 어떤 개그맨분도 계시던데, 묻겠습니다. 성우 일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목소리 연기도 연기라는 점에서는 드라마 연기와 동일합니다. 피나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연기’요. 노력은 중요합니다. 특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하는건 더욱 더 중요하죠. 그런데 우리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반성을 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현실을 바꾸진 못해도 우리의 인식을 바꿀순 있지 않나요?
연예인분들께 부탁드립니다. 혹시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의가 들어온다면 되도록이면 거절해주세요. 혹시나 불가피하게 맡게 되었다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주세요. 더빙은 장난질도, 용돈벌이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도 아닙니다. 이것도 수많은 관람객이 기대를 걸고있는 엄연한 ‘일’입니다. ‘귀테러’는 이제 그만해주세요.
PD, 감독 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더빙에 연예인을 쓰지 말아주세요. 홍보를 위해서라면 홍보 까지만 연예인을 써주세요. 혹시 불가피하게 연예인을 쓰게 되었다면 기존 성우들처럼 충분한 훈련과정을 거쳐서 더빙하게 하세요. 대충 하지 마시고.
보이지 않는다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건 아닙니다. 성우분들은 더 좋은연기를 하기 위해 이 순간에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것입니다. 제발 그들의 일을 용돈벌이라는 가치로 매기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들의 노력을 잔디마냥 짚밟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이 방송계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그들도 열정을 바쳐서 일합니다.
용감한 개그맨들을 비롯한 몇몇 연예인분들, 이제 착각 마시고 김칫국좀 그만 마시세요. 애니메이션 팬들(특히 어린이들)은 연예인들이 더빙하는거 안좋아합니다. 오히려 싫어합니다. 연예인 팬이라고 해도 이런건 원하지 않을겁니다. 팬들이 원하는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게 일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저기 많은 일에 아무 생각없이 손뻗치는 문어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빛날수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스타’라는 점을 알아주세요.
시간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위에 언급한 서명운동을 하는 사이트랍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한번씩 서명해 주세요.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38123
이건 문제의 예고편 영상입니다. 예고편만 보고도 욕하는 사람들이 많네요.
http://youtu.be/PvwtBF_eTdE
네티즌들의 반응
5월 25일 16시 기준 평점입니다. 만일 이후에 갑자기 평점이 확 올라간다면 조작이 가해졌다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