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틀간의 잊을수없는 기억...

apple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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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외국에살며 일하느라 많이 잊혀진 기억이지만...

아직도 너무 생생한...비올때마다 학교건물을 지날때마다 머릿속을 스치는 그 이틀간의 기억...

 

벌써 16-7년전 중3때 있었던일이다.

모범생이 아니었기에 거의 모든 교과서들은 책상 서랍에 두고 다녔던 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험기간이 다가왔다.

학교에서 실컷자다가 가야만하는 학원이기에 비몽사몽 가서 몇시간을 떼우고 10시30분쯤 집에 도착했다.

학원은 주로 국영수 였고...다음날 시험은 암기과목 이었던걸로 기억이 난다.

 

이런...교과서가 없다. 학교에 그냥 두고 온것이다.

암기과목으로라도 평균점수를 유지해야했기에 찜찜했지만 교과서를 가지러 가야만했다.

학교는 자전거로 5분거리...3일째 내리는 비...정말 가기 싫었다.

 

 

밤 11시

흠뻑 비를 맞고 도착한 어두운 학교앞.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저 멀리 보이는 작은불빛조차 하나 안 비추는 캄캄한 학교건물.

겁이 많진 않지만 비오는 날 학교앞에 선채로 학교건물을 바로보고있으면 누구나 등꼴이 오싹해질것이다.

비가와서 그런지 농구를 하는 사람도 운동장을 뛰는 사람도 단한명 없었다.

 

다행히 열려있는 정문. 자전거를 세워놓고 조심스레 문을열고 들어갔다.

3일째 내리는 비로 학교만의 오묘한 냄새와 습함이 기분나쁘게 몰려왔다...

겨울도 아닌데...3일째 내리는 비 때문인지...학교안은 꽤나 추웠다.

불 하나 켜져있지않은 복도 끝에...경비아저씨의 숙소불만 아주 희미하게 복도를 비추고있었다.

 

중3학생들의 교실들은 3층...학교는 ㄷ 자 모양이었.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철창문이 잠겨져있다...이럴수가...하지만 다행히도

체구가 크지 않은 나는 문과 바닥 틈으로 기어서 들어갈수 있었다...

2층...

3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내 발소리 말고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복도가 그리도 긴지 처음 알았다...

도착한 3층 정가운데에 서있는대로 양쪽으로 펼쳐져있는 복도와 수많은 창문과 교실문들...

조용했다...순간 그냥 돌아갈까도 생각했었다...

내 교실은 복도 끝으로 가서 꺽어지고 끝에있었기에 갈길이 너무 멀었다. 가는길에 화장실도 있고...

그리고 그 꺽어지는 곳에 작은 도서실이 있다.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도서실이 이었다...책상들도 위아래도 쌓여있고...

 

처벅처벅...

한쪽으로는 창문밖으로 내리는 비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보이고...

한쪽으로는 책상들이 빽빽한 캄캄한 교실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꺽어지기만 하면 된다...

 

근데...

 

불꺼진 도서실에 한 여학생이 책상에 엎드린채 있었다...

5초동안 창문밖에서 그 모습을 보고 움직일수 없었다...

스스로 위안하느라...시험기간이니까...공부하나다가 잠들었나보지...

하고 억지로 외면한채 나는 내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불을 켤 필요도 없었다. 또 괜히 켰다가 경비아저씨께 걸리면 골치만 아프니까...

내 자리는 창가쪽 맨끝 맨뒤였으니까...찾기도 쉬웠다.

불꺼진 아무도 없는 교실이란...너무나도 달랐다.

무슨정신으로 교과서를 챙긴지도 기억이 안난다...

다시 교실을 나와 도서실을 지나야만하는데...무서웠다.

지나가면서 안보려 했으나 무서울수록 더 보게된다는 심리마냥 흘낏 보았다.

다행이 여학생은 그자리에 없었다.

"자다가 깨서 놀라고 집에 돌아갔나..?"

휴~난 한숨을 쉬며 단숨에 계단을 내려오고 철창문 틈으로 기어나와 정문을 통과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다음날...

 

시험은 그런대로 잘봤던 기억이 난다...무서워숴 잠도 잘 오지도 않았거니와...

하지만 하루종일 어딘가모르게 정신은 조금 나가있었던거 같다.

왜냐 그날도 교과서를 놓고왔으며 그걸 알게된건 역시나 전날처럼 학원끝나고 집에와서야 알았으니까.

 

다시 학교를 가야했다.

너무 싫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비는 그날도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많이 불고...

다시 자전거를 챙기고 학교로 향했다.

가는내내 그 여학생이 또 있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에 비에 젖는것도 잊고 달렸다.

다시 캄캄한 학교건물앞.

 

같은 행로로 교실을 가는도중...

10걸음 앞에서 보이는 도서실이 눈에 들어오자 무서웠다...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교실로 가기위해선 지나야만 하는 도서실...

빠르게 지나쳤지만 한쪽눈으로 도서실 안쪽을 보았다...

다행히 여학생은 그날 도서실에 없었다.

"오늘은 안 졸았나보네...ㅋ"

 

얼릉 복도를 꺽어 돌아서 교실을 향했다.

조용히 교실문을 열고...

찾기쉬운...불을 켜지않고도 찾을수 있는 내 자리로 가려는 순간.

난 5초간 얼음이 될수밖에 없었다.

교실문을 연채로...그자리에 선채로...난

아무소리도 낼수가 없었고 움질일수도 없었다 그리고 내눈을 의심했다.

.

.

.

.

그 여학생은 내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은채...

여학생의 검지손가락이 책상을 주기적으로 쳐내는 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딱.. 딱.. 딱..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