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안먹으려고 과일깎다 손가락 깎았네요.

피콜로더듬이2008.08.20
조회1,069

일기장에 썼던건데 그냥 올려봅니다.

그냥 편하게 수필처럼 쓴거에요.

존칭은 없습니다.남의일기 훔쳐보는 기분으로 보셔도 좋을듯.

참고로 다이어트 중인데 잘 안돼네요.저는 의지가 부족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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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아! 양념통닭이 미치도록

먹고싶은거였다.

안먹은지 오래된것도 아닌데 자꾸만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시켜먹을까 말까 하고 고민하다 일단 그냥 밥을 대충 차려먹으면

생각이 안날까 싶어 대강 먹었다.

근데 먹고나도 계속 생각이 나는거다.

 

'시킬까..아냐..내일 먹자..시킬까..아냐..'

 

그러면서 치킨 체인점 홈페이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메뉴를 클릭하고 우리동네매장찾기등을 눌러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다 도저히 이것은 아니다.

차라리 먹고말자 라는 생각에 또래오래 치킨에 전화를 걸었다.

사실 우리동네에는 없는데 옆동네에 있어서 배달안되면 안먹고

배달되면 먹자 라고 생각하고 번호를 눌렀다.

근데 아주머니께서 우리동네는 멀어서 거기까지 배달안한단다.

그래서 나는 차리리 잘됐다 라고 생각하고

 

복숭아나 하나 깎아 먹어야지 생각하며

얼마전 받아놓은 헬보이2를 켜놓고 복숭아를 감자깎는칼로

쓱싹쓱싹 깎았다.복숭아 겉에난 털이 싫었고

안깎고 먹으면 털땜에

입술이 부르트는 알레르기땜에 어쩔수 없다.

 

참 조심성 없게도 쓱싹 거리며 깎다보니

새끼손가락이 따끔했다.

그래서 놀라서 얼른 손가락을 보니

세상에 손 끝부분 살을 조금 깎아버린거였다.

잘린부분에선 피가 금방 방울 맺혀서 떨어졌다.

 

'이런신발!!!!!'

 

근데 희안하게 아픔이 느껴지지않는다.

워낙 순식간에 잘려서 그런가 아프지않았다.

얼른 휴지를 뭉쳐 싸매니 손끝부분에 신경이 많아서 그런지

잘린살에 휴지가 닿는 느낌이 소름끼친다.

 

잠시 진정하고 감자깎는칼을 보니 살점이 붙어있었다.

진짜 돌아버릴것 같았다.

피는 멈출 것 같지않았고 일단 살점을 떼어보니 그다지 크지않아서

다행이었으나 이걸 어떻게 해야될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복숭아는 이미 저쪽에 내팽기친후였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통증이 오기 시작했고 꽤 아팠다.

 

근데 정말 그상황에 어떤 생각이 문득 들었나면

 

'아..차라리 그냥 통닭시켰으면 과일 안먹을테고 안다쳤을텐데..'

 

라는 바보같은 생각이 잠깐 들어서 한편으론 우습기도 했다.

 

여튼 나는 119를 부르자니 너무 상처가 약해 오버페이스고

약국이나 병원을 가자니 어차피 약바르고 반창고 붙일건 뻔한거

같아서 일단 후시딘을 꺼내 상처에 짜내니 피에 엉겨 그냥 흘러

내렸다.'

 

'아..신이여..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나이까...'

 

신을 원망하며 휴지로 계속 손가락을 싸매고 있었다.

피가 멈춰야 뭘 하던지 말던지 할거 아닌가.

그러나 침착하게 나는 생각했다.

바닥에 떨어진 조그만 살점을 집어들어서

일단 상처부위에 덮었다.삐뚤어졌지만 그냥 그대로 두고

밴드를 꺼내 살점을 고정시키고 포장테이프로

새끼손가락의 상처부위와 손가락 전체에 감았다.

테이프로 손가락을 조금 쎄게 싸매 지혈시키 요령이었다.

 

살점을 다시붙여놓은건 그래야 빨리 아물고 새살이 돋아날 시간을 줄여주며 그만큼 피가 새어나갈 통로도 막아주고 혈소판의 움직임을 최소화 할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꽤나 당황했었지만 침착하게 머리를 회전시키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머리속에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였다.

 

이러고 나니 내가 마치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되었으나

주변사물을 이용해 응급치료를 해낸 외과과장 닥터김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심장보다 위로 손을 놓으려고 일단 눕고 베게위에 손을 두어

피가 멈추고 살점이 붙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헬보이2를 틀어서 보았다.

1편보다는 확실히 재밌다.

중간쯤 보다가 잠이와서 컴터를 끄고 잠들었다.

 

물론 손가락의 여파인지 기분 좋지않은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침 손가락에 테이프와 반창고를 제거하니

살점이 삐뚤어진채로 였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붙었다.

피도 멈췄고..

어차피 인간은 재생능력이 있기때문에

(피콜로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대로 아물게 두면 새살이 돋아나 괜찮을 것 같다.

감자깎는칼 우습게 봤다가 진짜 큰코다친 날이었다.

 

아마 꽤나 오랫동안은 내손으로 과일 안 깎아먹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