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시청에 도착한 우리들은 1층 끝자락에 위치한 직원실에 모였다. 우민이 형과 준우 아저씨는 순찰을 나갔고 나와 동생은 은혜를 살폈다.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는 것이다. 피를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은혜의 특성상 과한 움직임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갈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며 나가겠다고 보채는 은혜. 나와 동생은 난처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
아저씨는 말 없이 은혜를 보고 있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기다렸다는 듯 문을 박차고 나가는 은혜. 남자와 동생이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랐다. 빠른 속도로 시청 복도 여기저기를 훑어보는 은혜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저대로 둘거에요?”
아저씨도 내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표정은 부산에 도착했을 때보다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이 이상 내 마음대로 한다면 은혜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네. 은혜는.. 이제.” “아니에요. 분명 방법이 있어요.” “..진성군.”
아저씨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던 아저씨가 아니었는데..
“아저씨.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지 마세요.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거에요.” “그래.”
나와 아저씨 사이에서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 일대를 정찰하고 다녀온 준우 아저씨와 우민이 형이 돌아왔다. 꽤 지친 모양인지 직원실에 들어오자마자 구석에 놓여진 소파에 몸을 맡긴 두 사람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
아저씨는 둘을 보며 물었다.
“특별한거라도 있나?” “아뇨. 없어요.”
준우 아저씨가 손을 저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기지개를 주욱 핀다. ‘아이고.’라는 소리가 절로 입에서 나온다. 반면 우민이 형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까 그 일 말인데요.”
역시 그냥 지나칠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민이 형이 이어서 말한다.
“너무 이상하지 않았나요? 아무리 낮이라고는 하지만 괴물들이 그렇게 무책으로 당할 정도라니.. 학생들도 평범했구요.” “확실히..”
자세를 바로 한 준우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상대해오면서 없앤 녀석들과 비교하자면 너무나 순한 양에 속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인가? 그저 움직이는 것뿐인가.
“힘이 부족할지도 모르네.” “..힘이요?”
아저씨의 말에 모두 귀를 기울였다. 아저씨는 팔짱을 끼고서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허기에지면 괴물들이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을 본적이 있어. 아마 모습을 변화시키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힘이 필요할거야.” “먹을 인간들이 줄어드니까 자연스럽게 약해지는거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실험해볼 가치는 충분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매우 수월해질지도 몰라.”
아저씨의 말에 준우 아저씨와 우민이 형은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실험이라.. 처음 은혜를 데리고 동네를 거닐던 때가 생각난다.
자동차안에서 괴물을 발견하던 때와.. 개들의 습격으로 건물에 피신하여 준우 아저씨를 만난 일들. 그리고 내 친구 기현이가 괴물이 되어 우두머리에게서 나를 지켜주던 일. 생각해보면 참 기구하고도 아슬한 순간이었다. 우리에게 정말 운이라도 따라주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 모든 상황들이 설명 되지가 않는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쉬고 밤이나 다음 날에 주위를 둘러보면서 괴물들의 상태를 살피는거로 하지.”
아저씨의 말에 모두 동의한 듯 몸을 추욱 늘어트렸다. 시계를 본다. 오후 5시.. 몇 시간 후면 해가 떨어진다. 밖에 있을 은혜와 동생 그리고 남자를 데리러 직원실을 나섰다. 침침한 복도를 지나 곳곳에 굳게 닫힌 다른 사무실의 안을 창문을 통해 바라본다. 민원실.. 인사과.. 복사실..
“?”
잘못 봤나? 복사실 안에 사람 비슷한 인영이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꽈악. K-2를 거칠게 움켜쥐고 복사실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은 문소리의 비명과 함께 쾨쾨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10평 정도 되어 보이는 복사실 안. 중앙에 커다란 복사실과 벽 쪽에 수납 공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본건가?”
안심하고 돌아나가려는 그 때. 미세하지만 빠른 발자국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여기서 가깝다. 바로 지척! 헙. 헛바람을 들이키며 반사적으로 앞으로 굴러 K-2 총구를 전방으로 향했다.
끼잉..
하지만 보이는 것은 작은 강아지 한 마리 뿐이었다.
“후..”
식은땀을 닦아내며 문을 열고 나온다. 다시 걸음을 옮겨 은혜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시청 앞에 넓은 인조 공원에서 은혜는 말라버린 분수대 위를 폴짝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 뒤를 남자가 묵묵히 따르고 있었고 동생은 차들이 주차된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은혜를 잠시 보다가 동생 쪽으로 걸어간다. 녀석도 곧 나를 발견했는지 담배를 끄고는 나에게 걸어온다.
“엉? 그건 왠 강아지냐.” “개?”
동생이 내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끼잉.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검은 색의 작은 발바리가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작고 여린 모습을 가만히 보자 문득 은혜가 떠올랐다. 나는 녀석을 단번에 안아들고 동생에게 보이며 말했다.
“복사실에 있길래 데리고 왔어.” “시끄러울텐데..”
성가신 것을 가져왔다는 태도로 동생의 눈썹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확실히.. 발바리 녀석이 상황 파악을 못하고 수시로 짖어대기라도 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뭐, 나중에 적당한 곳에 풀어주면 되겠지.”
그렇게 말한 동생은 휘적휘적 시청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어느새 나를 발견한 은혜가 내게 다가와 물끄러미 발바리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조심스럽게 발바리 녀석을 은혜에게 안기게 해주었고 조심스럽게 안아든 은혜는 한 손으로 발바리 녀석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가자. 은혜야.”
그대로 두면 해가져도 모를 것 같아서 나는 은혜의 등을 떠밀다시피 직원실로 데리고 왔다. 모두 발바리를 보며 왠 강아지를 데려왔냐며 말했지만 은혜가 꽉 쥐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초코.”
발바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은혜. 그게 이름인 것이다. 우린 은혜를 따라 녀석을 초코라고 부르기로 했다. 물론 적당한 때에 버리고 가자는 무언의 약속을 전부 한 상태였다. 적당히 끼니를 때운 우리들은 낮의 일을 간단히 회의하고 밤에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 중 한쪽 팔밖에 남지 않은 우민이 형은 이곳에 남아 은혜를 돌보기로 했다.
“일단 자 두는게 좋겠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아저씨의 말에 모두 적당한 위치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모두 어제의 일과 오늘 겪은 일에 많은 피로를 느꼈는지 금세 곯아떨어져버렸다.
쿵. 쿵. 쿵. 쿵. 쿵.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번쩍 눈이 떠진다. 완전히 해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불그스름하게 노을이 져 있었다. 시계를 보니 6:30분이다. 저 소리가 들리지 않는건가? 모두들 작은 움직임 없이 곤히 잠들어 있다. 괜히 깨우기가 미안해져 혼자 소총을 메고서 직원실을 나선다.
“어?”
달칵. 소리는 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찌된 영문이지? 문고리를 꽈악 잡고 힘차게 민다. 미동도 하지 않는 문. 아까전만해도 잘만 열리던 문이 이렇게 잠길 수가 있나?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
문득. 아까 낮에 봤던 고등학생 녀석들이 생각났다. 그래, 녀석들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괴물들을 처리한 후 완전히 돌아가지 않고서 우리를 주욱 미행한걸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문을 세게 밀어본다.
“흡..”
역시나 커다란 바위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남자의 힘을 써야만하는데.. 일단 모두를 깨워야겠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자고 있는 준우 아저씨를 깨우자 그 소리에 하나 둘 몸을 일으킨다.
“누가 문을 막아놨어요.” “뭐?”
잠결에 눈을 비비던 준우 아저씨가 화들짝 놀라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문고리를 잡고 세게 밀었다.
“제길.. 대체..” “아까 그 녀석들이요.. 아마도.” “..제길.”
이렇게 되면 이곳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녀석들이 튀어나와 우리에게 해를 입힐지 모르는 일이다. 괴물 녀석들 상대로도 벅찬 와중에 이런 녀석들의 장단에 맞춰줘야 한다니..
준우 아저씨가 끙끙대는 것을 보고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문을 몸통으로 강하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직. 곧 문이 반으로 갈라지며 앞이 뚫렸다. 저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오려는 그 때.
“크으으..” “크으.”
잊을 수 없는 소리가 복도 근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제길.. 제기랄! 우리는 말 없이 총구를 내리고 말 없이 서있었다. 이대로 그냥 지나쳐주기만을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지만 문을 부수는데 났던 소음이 너무나 컸나.
“크으?”
붉은 노을 빛을 받으며 한 마리의 괴물이 우리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 마리에 총알을 쓰는 것은 낭비다. 얼른 허리춤에 있는 대검을 꺼내 녀석의 뒷통수를 강하게 찍었다. 퍼억. 소리와 함께 힘없이 쓰러지는 녀석.
“크으으.” “크으.”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언뜻 들어도 상당 수의 녀석들이 복도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이 들린다. 우리는 초조하게 이를 갈며 한 놈씩 직원실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밖에나가지마시오 77화
밖에나가지마시오 7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421259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서둘러 시청에 도착한 우리들은 1층 끝자락에 위치한 직원실에 모였다. 우민이 형과 준우 아저씨는 순찰을 나갔고 나와 동생은 은혜를 살폈다.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는 것이다. 피를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은혜의 특성상 과한 움직임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갈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며 나가겠다고 보채는 은혜. 나와 동생은 난처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
아저씨는 말 없이 은혜를 보고 있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기다렸다는 듯 문을 박차고 나가는 은혜. 남자와 동생이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랐다. 빠른 속도로 시청 복도 여기저기를 훑어보는 은혜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저대로 둘거에요?”
아저씨도 내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표정은 부산에 도착했을 때보다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이 이상 내 마음대로 한다면 은혜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네. 은혜는.. 이제.”
“아니에요. 분명 방법이 있어요.”
“..진성군.”
아저씨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던 아저씨가 아니었는데..
“아저씨.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지 마세요.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거에요.”
“그래.”
나와 아저씨 사이에서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 일대를 정찰하고 다녀온 준우 아저씨와 우민이 형이 돌아왔다. 꽤 지친 모양인지 직원실에 들어오자마자 구석에 놓여진 소파에 몸을 맡긴 두 사람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
아저씨는 둘을 보며 물었다.
“특별한거라도 있나?”
“아뇨. 없어요.”
준우 아저씨가 손을 저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기지개를 주욱 핀다. ‘아이고.’라는 소리가 절로 입에서 나온다. 반면 우민이 형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까 그 일 말인데요.”
역시 그냥 지나칠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민이 형이 이어서 말한다.
“너무 이상하지 않았나요? 아무리 낮이라고는 하지만 괴물들이 그렇게 무책으로 당할 정도라니.. 학생들도 평범했구요.”
“확실히..”
자세를 바로 한 준우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상대해오면서 없앤 녀석들과 비교하자면 너무나 순한 양에 속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인가? 그저 움직이는 것뿐인가.
“힘이 부족할지도 모르네.”
“..힘이요?”
아저씨의 말에 모두 귀를 기울였다. 아저씨는 팔짱을 끼고서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허기에지면 괴물들이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을 본적이 있어. 아마 모습을 변화시키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힘이 필요할거야.”
“먹을 인간들이 줄어드니까 자연스럽게 약해지는거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실험해볼 가치는 충분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매우 수월해질지도 몰라.”
아저씨의 말에 준우 아저씨와 우민이 형은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실험이라.. 처음 은혜를 데리고 동네를 거닐던 때가 생각난다.
자동차안에서 괴물을 발견하던 때와.. 개들의 습격으로 건물에 피신하여 준우 아저씨를 만난 일들. 그리고 내 친구 기현이가 괴물이 되어 우두머리에게서 나를 지켜주던 일. 생각해보면 참 기구하고도 아슬한 순간이었다. 우리에게 정말 운이라도 따라주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 모든 상황들이 설명 되지가 않는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쉬고 밤이나 다음 날에 주위를 둘러보면서 괴물들의 상태를 살피는거로 하지.”
아저씨의 말에 모두 동의한 듯 몸을 추욱 늘어트렸다. 시계를 본다. 오후 5시.. 몇 시간 후면 해가 떨어진다. 밖에 있을 은혜와 동생 그리고 남자를 데리러 직원실을 나섰다. 침침한 복도를 지나 곳곳에 굳게 닫힌 다른 사무실의 안을 창문을 통해 바라본다. 민원실.. 인사과.. 복사실..
“?”
잘못 봤나? 복사실 안에 사람 비슷한 인영이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꽈악. K-2를 거칠게 움켜쥐고 복사실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은 문소리의 비명과 함께 쾨쾨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10평 정도 되어 보이는 복사실 안. 중앙에 커다란 복사실과 벽 쪽에 수납 공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본건가?”
안심하고 돌아나가려는 그 때. 미세하지만 빠른 발자국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여기서 가깝다. 바로 지척! 헙. 헛바람을 들이키며 반사적으로 앞으로 굴러 K-2 총구를 전방으로 향했다.
끼잉..
하지만 보이는 것은 작은 강아지 한 마리 뿐이었다.
“후..”
식은땀을 닦아내며 문을 열고 나온다. 다시 걸음을 옮겨 은혜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시청 앞에 넓은 인조 공원에서 은혜는 말라버린 분수대 위를 폴짝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 뒤를 남자가 묵묵히 따르고 있었고 동생은 차들이 주차된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은혜를 잠시 보다가 동생 쪽으로 걸어간다. 녀석도 곧 나를 발견했는지 담배를 끄고는 나에게 걸어온다.
“엉? 그건 왠 강아지냐.”
“개?”
동생이 내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끼잉.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검은 색의 작은 발바리가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작고 여린 모습을 가만히 보자 문득 은혜가 떠올랐다. 나는 녀석을 단번에 안아들고 동생에게 보이며 말했다.
“복사실에 있길래 데리고 왔어.”
“시끄러울텐데..”
성가신 것을 가져왔다는 태도로 동생의 눈썹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확실히.. 발바리 녀석이 상황 파악을 못하고 수시로 짖어대기라도 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뭐, 나중에 적당한 곳에 풀어주면 되겠지.”
그렇게 말한 동생은 휘적휘적 시청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어느새 나를 발견한 은혜가 내게 다가와 물끄러미 발바리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조심스럽게 발바리 녀석을 은혜에게 안기게 해주었고 조심스럽게 안아든 은혜는 한 손으로 발바리 녀석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가자. 은혜야.”
그대로 두면 해가져도 모를 것 같아서 나는 은혜의 등을 떠밀다시피 직원실로 데리고 왔다. 모두 발바리를 보며 왠 강아지를 데려왔냐며 말했지만 은혜가 꽉 쥐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초코.”
발바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은혜. 그게 이름인 것이다. 우린 은혜를 따라 녀석을 초코라고 부르기로 했다. 물론 적당한 때에 버리고 가자는 무언의 약속을 전부 한 상태였다. 적당히 끼니를 때운 우리들은 낮의 일을 간단히 회의하고 밤에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 중 한쪽 팔밖에 남지 않은 우민이 형은 이곳에 남아 은혜를 돌보기로 했다.
“일단 자 두는게 좋겠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아저씨의 말에 모두 적당한 위치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모두 어제의 일과 오늘 겪은 일에 많은 피로를 느꼈는지 금세 곯아떨어져버렸다.
쿵. 쿵. 쿵. 쿵. 쿵.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번쩍 눈이 떠진다. 완전히 해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불그스름하게 노을이 져 있었다. 시계를 보니 6:30분이다. 저 소리가 들리지 않는건가? 모두들 작은 움직임 없이 곤히 잠들어 있다. 괜히 깨우기가 미안해져 혼자 소총을 메고서 직원실을 나선다.
“어?”
달칵. 소리는 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찌된 영문이지? 문고리를 꽈악 잡고 힘차게 민다. 미동도 하지 않는 문. 아까전만해도 잘만 열리던 문이 이렇게 잠길 수가 있나?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
문득. 아까 낮에 봤던 고등학생 녀석들이 생각났다. 그래, 녀석들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괴물들을 처리한 후 완전히 돌아가지 않고서 우리를 주욱 미행한걸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문을 세게 밀어본다.
“흡..”
역시나 커다란 바위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남자의 힘을 써야만하는데.. 일단 모두를 깨워야겠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자고 있는 준우 아저씨를 깨우자 그 소리에 하나 둘 몸을 일으킨다.
“누가 문을 막아놨어요.”
“뭐?”
잠결에 눈을 비비던 준우 아저씨가 화들짝 놀라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문고리를 잡고 세게 밀었다.
“제길.. 대체..”
“아까 그 녀석들이요.. 아마도.”
“..제길.”
이렇게 되면 이곳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녀석들이 튀어나와 우리에게 해를 입힐지 모르는 일이다. 괴물 녀석들 상대로도 벅찬 와중에 이런 녀석들의 장단에 맞춰줘야 한다니..
준우 아저씨가 끙끙대는 것을 보고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문을 몸통으로 강하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직. 곧 문이 반으로 갈라지며 앞이 뚫렸다. 저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오려는 그 때.
“크으으..”
“크으.”
잊을 수 없는 소리가 복도 근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제길.. 제기랄! 우리는 말 없이 총구를 내리고 말 없이 서있었다. 이대로 그냥 지나쳐주기만을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지만 문을 부수는데 났던 소음이 너무나 컸나.
“크으?”
붉은 노을 빛을 받으며 한 마리의 괴물이 우리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 마리에 총알을 쓰는 것은 낭비다. 얼른 허리춤에 있는 대검을 꺼내 녀석의 뒷통수를 강하게 찍었다. 퍼억. 소리와 함께 힘없이 쓰러지는 녀석.
“크으으.”
“크으.”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언뜻 들어도 상당 수의 녀석들이 복도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이 들린다. 우리는 초조하게 이를 갈며 한 놈씩 직원실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