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와이프와 잠깐 말다툼이 있었는데, 물론 크게 소리가 높아지거나 길어지지 않고 어제로 끝났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계속 생각해왔던 문제라
조만간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할것같아 여자분들께 한 번 여쭤보려 합니다.
저는 35살이고 와이프는 32살입니다.
결혼한 지 2년 된 부부입니다.
저는 국내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나이에 해당하는 직급이 있고 부모님께서 주신 월세가 나오는 작은 오피스텔도 하나 있어서 급여 부분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은 아닙니다.
아내는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직이였으나
결혼하고 현모양처 및 내조가 꿈이라 하여 결혼준비를 하며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저같은 회사원이 아니기에 아내는 언제든 취업이 가능한 직업이고, 물론 같이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제 벌이로 두 식구 충분히 살 수 있으며
저도 남자인지라 집에서 와이프가 내조해주는 걸 느껴보고 싶기도 했어요.
제가 여러분들께 이렇게 질문을 하게 된 것은
현재 직업이 없어 시간이 많은 제 아내가 너무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른 회사원들처럼 출근이 이르고 야근이 잦은 편인데
사실 집에 오면 쉬고싶고, 아내가 해주는 맛있는 저녁도 먹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아내라기 보다는 룸메이트같은 느낌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내는 일주일에 3일 아쿠아로빅을 가고, 헬스를 합니다.
오전 운동이 끝나면 밖에서 점심을 사먹거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오후에는 문화센터? 정보교육센터? 이런 곳에서 수강하는 강좌를 듣습니다.
그런데 이 강좌가 종류도 굉장히 많고 시간도 꽤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꾸준히, 종류별로 강좌들을 듣고 배우는 중입니다.
강좌가 끝나면 친구를 만나거나 혹은 다른 학원을 가거나 혹은 혼자 놀거나 아니면 집에 옵니다.
오후 강좌만 끝나고 집에 바로 오는건 평일에 하루이틀뿐이며,
나머지 날들은 약속을 잡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결혼 전에는 혼자서 잘 노는 아내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만,
결혼 후에도 여전히 두어시간씩 시내를 걸으며 구경을 하고, 혼자 영화를 보고, 전시회를 다니는 와이프가 제발 집에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기적인 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아내는 저처럼 하루종일 바쁩니다.
중간중간 커피와 브런치와 산책 등등이 껴있지만
운동이 있고 배움이 있고 여유가 있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옵니다. 저도 하고싶네요.
이런 생활을 신혼초만 제외하고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혼을 했으니 어느정도 서로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게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혼자가 아니니 그만큼 희생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내의 하루와 삶 속에는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떨 때는 저보다 더 늦을 때도 있구요. 동호회 정모라나.
저 역시 배우고픈게 많았던 활동적인 남자라 아내의 활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좀 줄여주고 가정적이길 바라는데..
두번째 고민은 바로 저 무수한 강좌들입니다.
주로 아내는 손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들을 배워옵니다.
결과물이 나오면 집에 가지고 오는데,
강좌의 종류는 너무나도 많고 끝이 없습니다.
저희 집 인테리어는 블랙 앤 화이트가 기본으로
굉장히 심플하고 단순하게 꾸며 집이 커보이는 효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배워온 것들이 전혀 집과 어울리지가 않아요.
알 공예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장식장에 넣어두면 됐거든요.
그건 색도 화려하고 좀 귀중품?같아보여 인테리어에 큰 흠이 안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아내가 지점토공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점토로 만든 크고 작은 미니어처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양주병만한 공주인형? 이 생겼습니다.
도예를 배우면서 도자기 접시와 머그컵이 늘어나더니(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직접 만든 도예 컵과 접시 특유의 질그릇같은 그 느낌이 몹시 싫습니다. 솔직히 안 예쁘기도 하구요.)
초크아트? 포크아트? 라는걸 배우면서 중세풍 유럽같은 나무상자나 선반 이런게 늘어났습니다.
조각보 공예를 배우더니 식탁 위의 음식 덮어두는 것부터 장식용 액자까지 조각보를 만들고,
미싱을 사면서 가죽쇼파에 놓인 레이스달린 쿠션과 방석이 생겼습니다.
천가방과 무슨 작은 지갑들도 막 만들구요.
피오피를 배우더니 각 방문에 화장실, 침실, 이런걸 막 글씨를 써서 붙입니다.
저는 저런게 정말 싫습니다.
어느정도는 와이프가 만든 거고 하니까 참았는데
워낙 걸리적거리거나 자잘한 것들을 싫어하는 저는 더 이상 늘어나면 너무 집에 있기 싫을 것 같습니다.
7월부터는 가구만들고 리폼하는 그런걸 배우러 갈거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저는 이것만은 정말 막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고민인데,
룸메이트같은 모습이 아닌 정말 아내의 모습이 보고싶습니다.
돌 맞을지 모르겠지만 아내가 앞치마메고 요리하는 모습이 그렇게나 예쁠 수 없습니다.
아내가 바쁘다고해서 집이 더럽거나 빨래가 쌓였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아내도 깨끗한 걸 좋아해서요.
그런데 요리연습할 생각을 안 합니다.
요리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만,
결혼 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생선 만지는 걸 못한다고 해서 생선을 사지 않습니다.
닭 손질이 무섭다고 해서 그건 제가 합니다.
연애할 때 펜션에 놀러가거나 하면 서툴지만 요리해서 같이 먹는, 딱 그 수준입니다.
김치찌개, 계란말이, 빈대떡 등등. 밑반찬은 사다먹습니다.
요리를 잘 하기를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맛이 있던 없던 오늘 저녁은 뭘 해먹을까 이런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정말 룸메이트랑 사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그런 데를 다니면서 고가의 쇼핑을 한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낭비는 안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브런치도 사먹고, 카페에서 몇 시간씩 책도 보고 하고, 공연 및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새는 돈들도 많이 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완전히 혼자 멋지게 취미만 하며 지내는 아내에게
제가 좀 줄여나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려하는데
아내는 자기가 과소비하는 것도 없고 쇼핑도 안 하고
배우러 다니는 건 좋은 거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의견이 좁혀지질 않습니다.
제가 잘못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