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 79화

메시아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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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나가지마시오 7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421259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우르릉.

익숙하지만 몸이 거부하는 소리. 콰광. 하늘을 쪼갤 듯 내리치는 천둥의 소리와 그 환한 빛이 주변을 미세하게나마 살필 수 있게 해준다. 눈을 껌뻑이며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으윽.. 뒤통수에 싸한 통증이 느껴진다. 손가락을 더듬어 뒤통수를 만진다. 눅눅한 느낌만 날 뿐이다.

콰광.

번쩍이며 환한 빛이 내 몸을 비춘다. 그 덕에 손에 묻은 소량의 피를 볼 수 있었다. 피를 흘렸었군..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구석에 몰려진 책상과 걸상.. 그리고 칠판까지. 학교잖아?

“일단.. 주위를 둘러봐야겠어.”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밖을 살핀다. 곳곳에 밝게 빛나는 가로등. 그 주변을 미약하지만 비춰주는 건물들과 길바닥을 제외하고는 낯선 곳이다. 그럴 만도 하지.. 여기에 온지 하루도 되지 않았으니.

“살아있는게 더 중요하지 뭐..”

그래. 숨 쉬고 말하고 느끼는 것 그게 더 중요한거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건 은혜 역시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녀석들이..

드르륵.

뒤쪽. 쇳소리가 미약하게 들린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아까 나와 은혜를 도와주었던 태성이라고 불린 녀석이 서 있는게 보인다. 번쩍. 환한 빛과 함께 녀석의 얼굴이 더욱 또렷히 보인다. 나와 비슷한 키에 시원스런 이목구비를 가진 호남형 얼굴이다.

“날 여기에 가둔 이유가 뭐지?”

녀석은 말 없이 내 쪽으로 걸어왔고 열 발자국 정도 거리에서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악의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악의?”


“당신들을 가둔 일이요.”

쿵. 쿵. 쿵. 우리를 고립시키고 수 많은 괴물들을 유인하고 은혜와 모두를 위험에 빠트린 행동이 악의가 아니라는 것인가?

“네가 생각하는 선의는 괴물 녀석들을 우리 쪽에 몰아넣는 일이냐?”

녀석은 약간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곧 평소의 모습을 찾고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어째서인지 모든 괴물들이 시청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매일 옥상에서 녀석들의 행방을 관찰하기 때문에 잘 알죠. 녀석들이 모이는 곳을 지켜보던 중 낯선 차량이 시청 앞에 세워진 것을 발견했고 많은 괴물들을 처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당신들이 자는 틈을 타 입구를 막는 수 밖에 없었어요.”


“..뭐? 그게 정말 안전한거냐? 그 덕에 은혜는 어떻게 되고? 모두 죽을뻔했다고!”


“믿어주세요. 우리는 정말 어떠한 악의도 갖지 않았고 당신들을 도우려고 했을 뿐이에요.”

가만히 녀석을 바라본다. 자신의 태도에 한치의 거짓도 없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내 눈을 피하지 않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자. 왜 괴물들이 시청 쪽으로 몰려 들었을까. 남자가 있기 때문에? 은혜가? 이동하는 경로에 남은 미세한 체취로 쫓아왔다는건가?

아니야. 그럴리 없어. 남자가 곁에 있기 때문에 은혜의 체취가 완전히 노출되지는 않았을거야. 게다가 괴물들은 우리가 알던 괴물들과는 전혀 다른 허약한 놈들이었어. 그럼 대체 뭐지?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 거지?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만 한다. 은혜를 데리고 벗어나야만 해.

“알았어. 믿지. 그럼 나와 같이 있던 여자아이는 어딨지?”


“아래층에 있어요.”


“안내해 줘.”

문득. 녀석 옆에서 은혜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재수없는 놈의 면상이 생각났다. 설마?

“너!”

녀석이 몸을 돌려 뒤가 무방비한 것을 급습하여 목을 단단히 움켜 잡을 수 있었다.

“커.. 컥! 왜.. 이러.. 컥.”


“너 강아지. 은혜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너는 물론 친구 새끼들까지 다 뒤질줄 알어.”


“커억.”


“알았냐고!”


“아.. 알았..”

녀석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서서히 손을 놓고 녀석이 일어나는 것을 기다린다. 헉헉대며 숨을 몇 번 몰아쉰 녀석은 기분이 나쁜지 나를 잠시 노려보고는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제길.. 괜히 일만 악화되는거 아닌가? 왜 몸이 제멋대로 팅겨나가서.. 제길.

저벅. 저벅. 녀석과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적적한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눈 덕분에 웬만한 사물 정도는 식별할 수 있었다. 긴 복도. 여러 반을 지나 중앙 쪽에 화장실이 있고 그 옆에 바로 내려가는 계단과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말 없이 앞만 보며 걷는 녀석의 뒤를 바라보며 문득 아까의 일이 생각났다. 역시 내가 너무 심했나.

“아, 아까는 미안했다. 은혜는 우리한테 너무나 소중한 애라서 말야. 감정이 앞섰어.”

녀석은 별 대꾸 없이 걷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딱히 녀석을 달래주기도 뭐해서 묵묵히 계단을 내려가 아래층에 다다랐다. 바로 위층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층이지만 중앙 쪽에 미세하게 보이는 불빛 덕분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뚜벅. 뚜벅. 다시 말없이 걷기 시작하는 녀석.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며 녀석을 따라간다. 그제야 소총과 대검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긴 아까 같은 상황이었으면 큰 일이 났을지도 모르니.. 돌려받는 것은 역시 무리겠지?

드르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녀석. 약간 망설이며 안에 무엇이 있는지 대강 살폈다. 희미하지만 작은 불빛 덕에 안에 있는 녀석들의 몇인지 어떻게 나를 보고 있는지 잘 보였다. 그곳에는 열 댓명의 남자 녀석들과 다섯명의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들. 그리고 은혜가 앉아 있었다. 당장 은혜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에 몸이 저절로 멈췄다.

“왜요?”

나를 보며 요상한 표정으로 서있는 녀석. 그것이 안에 있는 녀석들에게는 큰 파장이 됐는지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 익히 알고 있던 냄새다. 처음 괴물이 머리를 먹었을 때 맡았었던.. 아주 낯설지만 친숙한 냄새.

“너희들 설마..?”

태성이 녀석을 옆으로 밀어내자 녀석들 중앙에서 구워지고 있는 익숙한 것들이 눈에 보였다. 역시 내 예감을 틀리지 않았다. 사람의 사지가 불에 달구어지고 있는 꼴이라니.. 그렇다면 이 녀석들 모두가 괴물이란 말인가? 하지만 눈의 색이나 몸 군데군데 나있을 법한 털들이 없다.

“왜 그래요?”

내 낌새를 이상하게 여긴 태성이 녀석이 다가와 묻는다. 말 없이 주위를 훑어본다. 게 중에는 나를 썩 반기는 눈치가 아닌 녀석들도 있었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는 녀석들도 있었다. 당장은 내게 위험을 가하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네.. 여기서 저것을 먹고 있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사람의 사지를 먹는게 어쩔 수 없는 거였다고?”


“저건 사람이 아니에요.”


“어?”



태성이 녀석은 구워지고 있는 팔 부분을 내게 가져와 내밀었다. 역한 냄새에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하고 싶었지만 쓸데없는 분쟁은 피하기 위해서라도 녀석이 내게 내미는 팔을 면밀히 관찰해야만 했다.

“....”

보통 사람과 같은 팔이지만 군데군데 나있는 검은 털의 미묘한 흔적들은 내 심장을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이.. 이건?”


“네. 괴물들의 사지죠.”


“왜 이런..?”

내 말에 태성이 녀석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직 어린 녀석들이라 그런지 얼굴에 그 기분이 훤히 드러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다시 팔을 원래대로 꽂아 넣은 태성이 녀석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평소와 같은 야자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괴물들이 나타난거에요.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죠. 누군가 우릴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요.”

타닥. 타닥. 괴물들의 사지가 불을 가득 머금는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거침 없이 친구들을 뜯어먹는 그 모습은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죠. 도리가 없었어요. 살려면.. 살려면요. 정말 무슨 짓이든 하게 되있더라구요. 당장 그 괴물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수는 너무나 많고 쉽게 죽지를 않아 친구들이 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죠.”


“....”


“집에 돌아갈 여유 따위는 없었어요.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가족 걱정을 어떻게 해요. 그렇게 남은 우리들은 학교 창고에서 매점 음식으로 버티며 살아갔어요.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 같아서 미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창고에서 나오기로 했죠. 그리고 나왔을 땐 이미 학교는 물론 동네가 초토화된 상태였어요.”

그 기분을 잘 이해한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던 그 때가 아직도 뼛속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힘들었겠지. 죽고 싶었겠지.

“우린 살아갈 궁리를 해야만 했죠. 그 결과 괴물들과 비슷한 냄새를 풍기면 비교적 안전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린 괴물들을 잡아 그 사지를 태웠어요. 성공했죠. 괴물들이 학교에 오는 일은 극히 드물어졌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식량문제였어요. 매점 음식들도 다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밖을 나가야만 했죠. 하지만 수 많은 괴물들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했어요. 꼼짝없이 고립이 되어버렸죠. 살아가려면..”


“소수로 활동하는 놈들을 잡아 먹기 시작한거군?”


“네. 처음엔 적응이 안됐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익숙해졌고 후에는 고기 외에는 입에 대지 않게 되었어요.”

고기 외에는? 그럼 녀석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태라는 건가? 어째서? 그렇게 입맛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다시 한 번 태성이 녀석들을 살핀다. 이상하다. 너무나 사람 같다. 옷을 입고 있어서 그 완전한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일까. 일단 여기를 이 녀석들과 멀어져야만 한다. 오랫동안 느낀 직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고맙다. 그럼 난 은혜를 데리고 갈게.”


“가다니 어딜?”

태성이 녀석 목소리가 아니다.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처음 은혜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기분 나쁜 면상의 소유자 녀석이 나를 보며 서있었다. 괜히 자극해서 좋을 것 없다. 쪽수로 불리하다. 이길 방법이 없어.

“아, 일단 여기서 지내고 내일 날이 밝으면 떠날게. 그게 너희들에게도 좋지?”


“....”

태성이 녀석들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뭔가 잘못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빠져나가야만 해. 이곳을.. 어서. 빨리. 지금!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근데요.”

내 옆에 서있던 태성이 녀석이 은혜에게 걸어가며 말한다.

“왠지 이 여자.. 맛있을 것 같은데요?”

씨익. 녀석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