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 82화

메시아2013.06.08
조회450

 

 

 

 

 

밖에나가지마시오 7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421259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길게 잠들지 못하고 눈이 떠진다. 낯선 환경에서 잠이 들어서 그런가.. 지나치게 무리하고 긴장한 탓인가. 일단 정신은 말짱하니 일어나야겠다. 기지개를 길게 켜고 몸 상태를 체크해본다. 군데군데 가볍게 알이 배긴 것 말고는 말짱하다.

“휴.”

다행이다. 이대로라면 하루가 되지 않아 다 풀릴 것이다. 움직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가볍게 둘러본다. 꽤 커다란 TV와 그 위에 있는 벽시계. 오른쪽에는 식탁과 냉장고, 그리고 굳게 닫힌 창문 하나가 보인다. 베란다로 통하는건가.

꼬르륵. 위장에서 아우성을 쳐댄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랜 시간을 공복으로 버텼었구나. 먹을 것이 있을까. 냉장고 쪽으로 걸어간다.

“?!”

스윽. 무심결에 시선을 돌린 현관문에는 붉은 색의 눈동자가 허공에 떠 있었다. 제길.. 어느새?

“허..업!”

너무 당황한 나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파이프.. 파이프! 당장 자리로 돌아가 파이프를 거칠게 잡고 현관 쪽으로 달려 나간다.

“....”

하지만 어제의 괴물 사체 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헛것이었나? 피곤한 탓이다. 지나치게 과민한 신경을 탓해야겠다. 느리게 냉장고로 걸어가 문을 연다. 퀴퀴한.. 뭔가가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절로 찡그려지는 인상. 하지만 내 비위는 이 정도에 굴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

다행히 통조림 여러 개가 있었다. 은혜도 이따가 먹어야 하니까.. 대충 요기할 정도로 배를 채워야겠다. 참치 통조림과 복숭아 통조림을 따고 싱크대 쪽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숟가락을 꺼내 묵묵히 입에 가져간다.

기름기를 최대한 빼고 한 입 가득 넣고 기계처럼 씹는다. 금방 텁텁해진 입안을 복숭아 통조림의 과즙으로 헹구고 다시 참치 덩어리들을 입안에 가져간다. 쩝. 쩝. 몇 번의 숟가락질로 한 캔을 완전히 비워내고서 복숭아 통조림도 다 비워냈다.

“끄윽.”

잘 먹었다는 생리적 신호다. 배가 두둑하지는 않지만 이 상황에서 이정도도 나에겐 과분한 음식인지도 모른다. 이제 주변 환경을 자세히 봐야한다. 일행들과 합류하려면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라면 충분한 정보 수집은 필수다. 우선 바로 뒤에 있는 베란다 쪽으로 향하는 창문을 열어본다.

위이이잉.

순간 엄청난 파리 떼들이 달라 붙는다. 곧 역겨운 냄새와 끈적한 무언가가 발바닥에 들러붙는다. 냄새의 근원지를 따라 가보니 세탁기 바로 앞에서 이곳저곳을 뜯어 먹힌 사람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썩은 살 군데군데 꿈틀거리는 흰색의 무수한 구더기들이 동시에 꿈틀거리며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 그 괴물 녀석이었군.. 그 녀석의 짓이었어.

“신발.”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니다. 얼른 파리들을 떼어내고 창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커튼이 처진 저 곳이 베란다인가. 아직 날이 밝지 않았으니 방 곳곳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의 상태를 알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 먼저 제일 큰 안방으로 가서 굳게 처진 커튼을 살짝 걷어낸다. 푸르고 환한 백야의 빛이 눈을 간지럽힌다. 그 몽환적인 색에 잠시 넋을 잃을 것 같다.

“아.”

아니지. 이러면 안돼. 집중하자. 양옆으로 뻗은 도로와 그 위로 곧게 뻗은 오르막길. 그리고 그 옆길로는 어제 탈출했었던 학교가 보였다. 그리 멀리 오지는 못했구나. 어제 그 학생들은 전부 죽었겠지?

“어차피 죽을 놈들이었어..”

학교 너머로 다른 건물들이 몇 개 보이는 것 같지만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위와 옆으로는 길이 나있었고 그 양옆으로 수 많은 빌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인구 밀집 지역이군.. 학교가 있으니 당연한건가. 그렇다면 괴물들의 수 역시 무시 못하겠어. 변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그 수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저벅. 저벅.

골몰히 생각에 잠겼을 때 들려오는 희미한 발소리에 화들짝 놀라 심장이 두근거린다. 당장 커튼을 치고 방문 쪽을 바라보니 은혜가 졸린 눈을 비비며 서있었다. 그래, 그랬었지. 은혜와 같이 있었지.

“잘 잤어?”
“....”

은혜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다가 다른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은혜도 배고플텐데.. 얼른 뒤를 따라가 아까 꺼내두었던 통조림을 들고 은혜를 불렀다. ‘밥’이라는 소리에 군말 없이 식탁에 앉은 은혜는 숟가락에 떠주는 대로 조용히 받아먹기 시작했다. 부모의 심정이라는 것이 이런 걸까. 아저씨는 항상 이런 마음으로 은혜를 돌봤던 것일까.

“....”

통조림의 반도 비우지 못한 은혜는 배가 부른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은혜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시계를 보니 겨우 40분 정도가 지나있는 상태였다. 조금은 더.. 해가 뜨고 밝은 때를 기다려야한다.

“은혜야. 조금만 더 자자. 아직 졸립지?”

끄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은혜는 다시 소파 위에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는 일정 간격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배고파서 일어난 것 같다. 나와 비슷한건가. 앞으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그 후에 나가면 비교적 안전할 것이다. 낮에는 아무래도 녀석들의 움직임이 둔화되고 감각도 많이 무뎌지니 충분히 이동할 만하다.

적당히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한다. 어느 정도 배를 채워서 그런지 눈꺼풀이 금세 감기기 시작한다. 혹여 은혜 혼자 밖을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노파심에 고개를 들어 은혜의 손을 잡았다.

“혼자 나가면 안된다. 은혜야.”
“..응.”

아직 잠이 들지 않은 은혜가 답했다. 그래. 다행이야. 나가지 않겠다고 했으니 나가지 않을거야. 은혜는 강한 아이니까. 그래. 강한 아이니까..


**


“흐아암.”

개운하다. 그리고 눈이 떠진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환한 햇빛이 꽤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준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하고서 파이프를 챙겼다. 가볍게 배긴 알 역시 다 풀린 것 같다. 이제 은혜를 데리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남자라면 분명 은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은혜야 나가..”

없다. 이불을 덮고 자고 있던 은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설마? 방 곳곳을 뒤져보고 시체가 썩고 있는 창문을 열어봐도 은혜는 보이지 않았다. 안돼. 당장 현관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빠르게 뛰어 내려간다. 은혜야. 은혜야.. 단 번에 밖으로 나와 은혜가 갈만한 곳을 대충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곳은 낯선 곳인데..

‘은혜는 낯선 곳을 특히 더 좋아하지. 마치 그 눈에 모두 담아두려는 것 같이 말이야.’

아, 아. 실수다. 아저씨의 말이 그제야 떠올랐다. 낯선 환경은 은혜에게 오히려 놀이터와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제길.. 제기랄! 이런 곳에서 어떻게 은혜를 찾는단 말인가. 소리 내어 은혜를 찾고 싶지만 근처에 있을지도 모를 괴물 녀석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어디로.. 어디로 가야.. 신발.. 제길.”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내가 은혜라면 어디로 갔을까. 이런 비슷한 환경의 빌라 쪽으로는 가지 않았을거야. 이왕이면 더 넓고 큰 대로로. 그래, 학교 앞에 주욱 뻗어진 대로로 갔을지도 몰라. 그 곳에는 고층 건물의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있으니 은혜의 호기심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서두르자 이진성. 은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를 볼 면목이 없게 돼. 빠르게..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게 걷자. 괴물들의 감각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걷는 거야. 빨리.. 은혜야 제발. 무사히만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