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좋아하게 된 이유

치멘2013.06.15
조회47
전 기쁠때나 슬플때나 치킨을 ㅋㅋㅋ 먹는데요. 요즘 들어 건강 생각한다고 식단 조절하면서 좀 멀리하게 되었어요.제가 하도 치킨을 좋아하니까 룸메가 대체 치킨이 왜 그렇게 좋냐고 하네요.거기에 대답해주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한 번 올려봅니다.
음.. 첫글 써보니까 음슴체로 갈게요 ㅋㅋㅋ 반말써도 이해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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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뒷줄이 80 후반부터 90초반인 애들은 겪었을만한 일임.
옛날에 우리 집은 그냥저냥 살만했음. 아버지가 건축업하시고 어머니 전업주부 하시고. 그래서 아버지가 야근이나 출장이 잦았음. 집에 맨날 들어오시진 않았던 것 같아.
특이한 점은 아니었지만 집은 굉장히 엄격했음. 우리가 비글이기도 했지만 ㅋㅋ; 아버지의 훈육방식도 가끔 과하다 싶을 때가 있었음.
뭐만 잘못하면 벌서고 맞고... 살면서 좋은일만 잊는다지만 진심 내 머리속에서 제일 처음 기억나는게 벌선 기억이었음 ㅠㅠ...
그 당시 아버지는 퇴근하실 때마다 처x집 양념통닭을 사오셨음. 가끔은 후라이드도 사오셨는데 나중에는 반반으로 바뀌게 됬음.
이제야 이해한 거지만 그런 날은 아버지가 일찍 들어오시는 날이었음. 일찍.. 일찍 들어와서 밤 열시였음.


우리는 그 치킨 하나 먹겠다고 맨날 안자고 아버지를 기다려서 엄마 속을 썩이곤 했었음 ㅋㅋㅋ
엄격하던 아버지도 치킨 먹는 그 타임만은 우리를 딱히 나무라시지 않으셨음. 다 먹고 바로 잠들면 그게 그 나이대의 효도였고 착한 일이었음.
나에게 있어서 치킨 먹는 날이란 안 혼나는 날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는 날이었음.


난 되게 자주 혼나고 벌 서는 거 치곤 아버지를 되게 좋아해서 아버지가 출장이라도 간다고 하면 꼭 지하철 역까지 따라가서 가지 말라고 울곤 했음 ㅠㅠ..
엄마는 요리를 잘 못해서인지 귀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없는 날은 거의 인스턴트 음식을 주셨었고 그런 나에게 치킨은 신세경이었음. 그 뒤로 몇 년간 아버지는 그렇게 일찍 들어오시는 날이면 어김없이 치킨을 사오면서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셨음.
그리고 그 몇 년 뒤에 내 또래 아이들은 다 겪었을 IMF가 터짐.
그당시 우리집은 당연히도 부유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정이 박살나고 순식간에 한부모 가정이 됨.
우리 남매는 시골로 이사가서 할머니랑 같이 친척 집에서 몇 년간 살아야 했는데, 그 시기가 나에게 있어서 죽을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항상 정상적인 가정을 그리워 하는 그런 시간이었음.
아직은 이혼이란게 보편화되지 않을 시기의 시골이라, 사람들이 우릴 굉장히 측은하게 여기고 얕보고 그랬는데 난 어린 나이에도 그게 참 싫었음 ㅋㅋ
그리고 한창 왕따가 유행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 못된게 시골에까지 넘어와서 나는 부모님 없다고 ㅋㅋ 따돌림을 당하기도 함. 그 때 내가 넌씨눈이라 왕따당한지도 몰랐음. 선생님 눈치가 나보다 빨라서 애들이 단체로 혼날 때 나도 내가 왕따당한 걸 앎.
그 때 아버지는 새시작을 하시기엔 너무 벅차셨는지 생활비를 안 보내주셨음. 그래서 우린 치킨은 커녕 외식도 잘 못했음. 그래도 배 곪지 않고, 남매가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산 것이 행운이었음.
그 땐 다 힘든 시기였음... 정말.
아버지는 그동안 열심히 일하셔서 몇 년 뒤에 우리를 데리러 오셨음. 그렇게 가족이 하나가 되는 그 날에 우리는 치킨을 먹었음 ㅋㅋ..
아마도 아버지가 살던 세대엔 지금처럼 화려한 외식거리는 없었을거임. 그당시 우리가 주로 외식했던 먹거리는 짜장면, 치킨, 갈비 정도였음.
그래서 아버지한텐 그 당시 치킨을 매일매일 들고오는 것이 애정의 표현방식이었음.
그것이 우리한테는 평화와 안정의 의미로 굳혀져버렸고, 나는 아직도 치킨을 먹으면 다 잘될거라는 안도감을 무의식중에 느끼고는 함. 맛보다는 퇴행의식??이랄지 내가 아무 걱정 없이 아버지의 애정을 받기만 했던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을 느낌.
그래서 지금도 안 좋은 일이나 지나치게 축하할 일이 있으면 치킨을 시킴.
그때 풍비박산 난 우리 집은 새 엄마도 맞고 잘 살고 있음. 새엄마는 정말 훌륭하신 분이고 매일 존경하고 있음. 아버지도 그 때 이후로 빚을 갚아서 신용불량자에서도 탈출하셨음. 지금은 작은 사업준비를 하시고 계시는데 잘 되셨으면 좋겠음.
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버지와의 마찰은 잦아져서 요즘에 우린 대화도 잘 안나눔.
집은 따로 있고 난 자취를 하고 있고 아버지는 일하는 곳에서 살고 계시기 때문에 그럴 기회도 적고. 다른 의미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있음.
그래도 우리가 모이는 날은 여전히 치킨을 시킴.
나같은 일을 겪은 청춘이 많을 거란거 앎.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에 목숨을 거는 것도 나는 이해함. 굳건한 벽인줄만 알았던 아버지 세대가 그렇게 매가리 없이 무너지는 것을 어린 나이에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음.
오늘 밤은 치맥으로 옛날 생각을 하시길 ㅋㅋ


음.. 어떻게 끝내야하지 ㅋㅋㅋ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