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이 너무 흔들립니다.

흔들2013.06.16
조회7,226

갈팡질팡하는 삼십대 여자사람입니다.

글이 좀 길어질것 같아서 미리 양해 부탁드릴께요.

 

8년사귀고 일년 반 전에 헤어진 전남친이 있습니다.

8년동안 4년은 장거리였어요, 그것도 국제장거리ㅠㅜ

많이 좋아했었습니다만 역시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더군요.

외로워서 더 서운해지고, 더 투정부리고, 나중엔 연락도 일부러 더 잘 안하게 되더군요.

 

전남친과 헤어지기 일년 전 쯤에 전, 일을 그만두고 유학을 갔습니다, 좀 먼곳으로요.

그때 전남친은 사업을 시작하려 하고있어서 연락은 더 뜸해졌고,

나중에는 통화를 해도 할 얘기가 없더라고요.  

결국 전남친이 자기랑 헤어지고 싶은거냐고 묻길래, 저는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전화로 이별을 해서 나중에 제대로 얼굴보고 함 얘기하자고 그러고 끝이 났네요.

그 날은 미친 듯이 울었는데, 너무 오래 떨어져있어서 그런지, 한 삼일 지나니까 신기할 정도로 멀쩡해지더군요..

 

전남친이랑 헤어지기 조금 전부터 저에게 대시하던, 8살 연하의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남친이 있으니, 사귈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그저 어린 귀여운 동생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별 후, 전남친땜에 외로운거 자기가 다 채워주겠다며 맹렬히 들이대던 연하남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더군요.

그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사랑에 무서울 정도로 행복했어요, 외로울 틈 따윈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연하남은 저보다 5개월정도 먼저 귀국했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아침 밤으로 카톡에

스카이프에, 매일 최소 세시간씩은 통화한거 같네요. 

그렇게 제 유학은 끝났고, 귀국후에 연하남과 본격적으로 만나서, 일년 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잘..

 

문제는요, 첫째가, 귀국후에 본 연하남은 유학시절과는 많이 다르다는거.

깔끔하고 항상 자기 할 일은 빠릿빠릿하게 잘 했던 아이가, 귀국후에는 본모습이 나오는건지,

방은 점점 더러워져 가고, 자느라고 수업빼먹고, 온라인겜은 아니지만 어플다운받은 게임 하루종일 하고있고, 취업준비생인데 자존심과 허세만 가득한..

이런 연하남을 보면서 점점 실망을 하게 되더군요.

제가 좋아한 그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름과 외모만 같은, 다른아이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점점 이 연하남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회사도 원하던 대는 다 떨어지고, 나쁘진 않은 회사에서 내정은 받았습니다만,

다른 도시예요...

 

저는 나이도 있고, 연하남도 저랑 결혼할 생각이 있어서, 자기가 그 회사 가게되면 같이 가자고 하는데,

-그럼 난 거기 가서 뭐해? - 하고 물었더니,

-음.. 아르바이트?-  이지랄..

 

이런저런 사소한 부분에서 아직 많이 어리고 앞날에 대해 생각이 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제 문젠대요,

연하남과 가끔 다투거나 할 때, 이 아이가 내뱉는 말들, 보통 말도 안되는 억지 비슷한거를 들을때,

그걸 볼때면 짜증이 치밀어올라서, 여기서 관둬버릴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거기서 예전의 제모습이 겹쳐보여요.

정말 무슨 데쟈뷰현상처럼 제가 전남친한테 했던 말들, 행동들을 연하남이 하고 있네요.

그럴때마다,

아.. 전남친은 나땜에 얼마나 맘고생을 했으며, 8년이란 기간동안 그걸 다 받아줬구나, 하는 생각에

울면서 잠드는 날이 지속되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서운한것만 생각했는데, 점점 기억이 나는 전남친과의 좋았던 추억과, 배려와 사랑,

뭐 이런거 땜에 가슴이 막 먹먹해지고, 미안하고 고맙고...또 미안하고 눈물나고..

이게 후폭풍이란 건가 하며, 헤어진지 8개월만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었어요.

 

그렇게 지내던 중, 전남친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전에도 몇번 오긴 했는데, 저도 바쁘고, 굳이 끝난 사인데 봐서 좋을거 있나 하는 생각에 연락을 씹었었거든요.

이번에 온 연락에는 몇달 뒤에 잠시 귀국한다고, 마지막으로 얼굴 함 보자고.

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헤어진지 일년만에 봤는데도, 그대로더라구요.

제가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어려서 철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겠다, 이런얘기 하는데

가슴이 너무 짠하더라구요.

근데 자기는 저를 많이 좋아해서, 하나도 안 힘들었다고, 지금도 좋아한다고,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데

그냥 눈물이 너무 나는거예요.

그리고 다시 예전감정이 생겨나는걸 느끼겠더라구요.

쉽게 잊기엔 너무 오랜 기간을 만났나봅니다.

 

제 친구들은 전부다 전남친이 낫다고, 다시 만나라고 그래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하남과 끝내기에는, 전 아직도 그 아이가 많이 귀엽고 예뻐요.

 

며칠전, 지인과 얘기하던 중, 연하남의 어느 부분을 존경하냐고 묻는데,

대답이 나오지가 않더군요.

필사적으로 찾았는데, 없더라구요, 존경하는 부분이.

전남친의 어떤부분을 존경하냐는 질문엔, 바로 나왔거든요.

질문을 바꿔서 연하남이 뭐가 좋냐고 묻길래, 많이 귀엽고 예쁘다고 했더니,

그건, 그냥 남동생같은 느낌 아니냐며, 아직 미래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 애랑 어떻게 결혼할거냐고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는데,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문제는, 그 들의 가족들.

전남친의 가족은 몇번 만나보고, 제가 그 집에 묵고 온적도 있는데, 제가 그 분들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전남친과 헤어질때도 그의 가족들이랑도 이별이구나, 하는 생각에 더 가슴 아팠었어요.

하지만, 연하남의 가족은, 아버지 한번 뵌적은 있는데, 뭐랄까, 좀 무례하시달까,

암튼 첫인상이 너무 안좋아서, 결혼하면 문제겠구나,, 하는 걱정도 있거든요.

 

결국 이렇게 얘기를 하다보면, 대답은 전남친으로 기우는것 같은데,

연하남에게 너무 상처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혼자서 결정을 못내리고, 고민만 하는 제모습이 너무 한심하고요,,

 

저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제발 진지한 답변 부탁드려요, 같이 고민해주세요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