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나간 사람에게

J201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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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니?
정말 미워했는데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깐 내가 니 걱정도 다한다 야..오래살고 볼 일이다 그치?
사귀는동안 단 한 번도 다툰적 없던 너랑 나였기에 주위 모든 사람들이 너랑 나의 이별에 참 의아해 했잖아.
다투지 않은 역사동안 내가 얼마나..얼마나..참고 또 참았는지..그 동안 내 속은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는지..주위 사람들은 아마 모를거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너를 만나 내 학창 시절 너에게 다 쏟았지
그거 알지? 내가 중학교 때부터 너 좋아했던 거
그래서 너가 내 친구랑 나랑 셋이 영화보러 가자고 했을 때 나 은근히 질투하면서 내 친구랑 둘이 가든지 나랑만 가든지 선택하라고 했잖아. 그 때 넌 날 선택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선택이고 뭐고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그 땐 그게 어찌나 행복하던지..그렇게 순수했을 때도 있었네 나..ㅋㅋ
고등학교 1학년 가을 무렵이었을거야 문자로 너가 나한테 사귀자고 했잖아.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그 때 화장실에서 볼 일 보려고 앉았다가 니 문자 보고 놀라서 볼 일도 못 보고 그냥 일어났어ㅋㅋ진짜 놀랐거든. 사실 모르는 척 했지만 너도 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 내가 먼저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거든. 근데 엄청 오래 걸리더라 2년..ㅋㅋ아무튼 그렇게 너랑 내가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지. 사귀고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지금이야 너무도 자연스레 잘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 날 나랑 제일 친했던 친구가 나한테 그러는거야. 어떤 남자애가 자길 좋다고 했다고. 그 때 그 친구는 내가 소개 시켜준 남자애랑 사귀고 있었어. 그래서 난 그냥 단순히 그러면 안된다고 말리는 정도였지. 근데 친구가 그 때그러더라. 자기 좋아한다고한 그 남자애 여자친구 있다고. 난 그랬어. 그 여자애 불쌍하다고..근데..그게 나였어..ㅋㅋ너를 용서한 지금도 이건 못 잊겠다 미안ㅋㅋ나중에 그 불쌍한 여자애가 나인걸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은..ㅋㅋ
아무튼 나중에 친구가 니가 자기에게 고백했음을 제대로 얘기했을 때..등신같은 난 용서해줬지..그냥 장난이었다고 말하던 니 말을 난 더 믿고 싶었으니깐..
니 친구랑 헤어진 여자친구를 위로해야 한다며 잠시 나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도..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도ㅋㅋ 나는 기다리고 용서했지.
그 후로도 계속 난 뭔가를 계속 용서할 일이 생기더라.
고3 때였나? 게임에 빠져 살던 넌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게임에 빠졌지. 그러다가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정모를 하러 다른 지역까지 간다고 하는 너에게 난 잘 다녀오라고, 술은 너무 많이 먹지말라는 걱정까지 해가며 배웅해줬지.
니가 정모에 다녀온지 이틀 후 쯤이었나 알 수 없는 번호로 의문의 문자들이 오기 시작했고..
그 내용은 즉, 니 남자친구 그 날 나랑 같이 있었다는 둥, 지금 너와 연락을 하지 않는 이 순간도 나랑은 연락을 하고 있다는 둥의 문자들..제대로 된 발신번호였다면 전화를 해서 누구냐며 따졌을테지만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번호여서 난 따질 수도 없었어.
그치만 그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 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말았지.
물론 옳지 않은 행동이란건 알았지만..너의 네이트온,핸드폰..나도 그 땐 무슨 정신으로 그런 짓을 했나 몰라.
근데 맞더라. 그 의문의 문자가 맞더라.
게임정모엔 형들과 동생 다 남자들 뿐이라 했던 니 말이 거짓이더라.
씻고 온다던 너는 네이트온으로 다른 여자와 얘기를 했더라.
그리고 넌..내 친구를 잊지 못했더라.. 내 친구의 방명록에 비밀글로 이러면 안되는 거 알지만 좋아한다 글 남기고, 다이어리 비공개 폴더까지 만들어 아플 때 생각나는게 내가아니라 미안하다는, 자꾸 그 애가 보고싶다는..일기를 수차례 썼더라..
거기까지였어야 했어. 내가 거기서 끝을 냈어야 했어.
무릎꿇고 잘못했다 빌더라도 용서해주지 말았어야 했어.
무릎까지 꿇고 미안하다며 잘못했다며 사과하는 널..실수였을 거라고 또 용서해버린 나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런 등신이 없네..
그러고선 넌 군대를 갔지. 입소하는 날 배웅하러 가서 눈물콧물 짜며 기다리겠다 다짐하고, 한 달에 한 번 그 먼 길 면회 꼬박꼬박가고 니가 휴가 나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아, 그런 일도 있었다. 내가 면회갔을 때 니 지갑 속 전화번호를 적어 놓은 쪽지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잖아..게임에서 만난 그 여자애..
처음으로 내가 화낸 날..넌 내가 화내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어 모르겠지만..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그냥 나가버린 것, 나 그거 화낸거야..소리 지르지만 않았을 뿐이지, 욕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 그거 화낸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는 날 신기하게 여기며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저녁 때 너에게 온 미안하다는 전화에 알겠다고, 괜찮다고..
그 후로도 남자인 친구들 한 번 안 만나며 충실히 고무신을 해냈고, 제대한 너를 봤을 때..내가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
내가 널 용서해오며 살고 있는 동안 내 가슴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렸다는 걸 그 때서야 알았어. 한 순간 허무함이 밀려오는 그 기분..
너는 그 때서야 날 봐주더라.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너 같은 여자는 이 세상에 없다고, 사랑한다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내가 이별을 고했을 때..넌 정말 납득할 수 없었을거야..
난 그 때 사랑받고 싶었어..날 사랑해주려 한 너지만 난 이미 널 믿을수가 없었어..내 친구한테 고백했던 니 모습, 날 속이던 니 모습들이 한꺼번에..시시때때로 밀려 들어와서 널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사랑할 수 없었어..
그리고 한동안 아팠지..내 지난 시간들이 너무도 허무해서 그 울컥하는 마음을 이겨낼 시간들이 필요했어..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더니 그 말을 이제 난 알아.
니가 날 아프게한만큼 성숙해졌을테니 한 편으로는 고마워..^^

지금 날 세상에서 최고라 여기고 아껴주는 사람 만나서 나 너무 행복해.
지난 사랑이 아름다웠다면 이 행복 당연하다 여기고 살아갈테지만, 지난 사랑이 나한테는 아픈 추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지금 행복에 감사할 수 있어. 그저 지나간 사람으로서의 너에게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