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힘 없이 달랑거리며 내 품에 안겨 있는 은혜. 뒤에서 들려오는 괴물들의 포효 소리. 생사를건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태성이 놈을 없애는데 성공했지만 그 뒤의 일을 나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시간을 너무 끌린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몸도 점차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다. 이 상태로는 멀리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은혜야, 은혜야!”
은혜의 얇은 목은 재생된 상태였지만 숨이 너무 미약했다. 가만히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죽었다고 여길 만큼 은혜의 몸에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의 일로 피를 너무 소모한 탓인지 체온도 점차 떨어져가고 있다. 최악이다. 방법은 없는 것인가?
“크아아!”
뚜렷하고 강렬한 소리. 슬쩍 뒤를 돌아보니 세 마리 정도의 괴물이 검은 색의 털을 온 몸에 두르고 나를 추격하고 있다. 인간을 먹고 어느 정도 체력을 보충한 덕이다. 확연히 차이 나는 녀석들의 민첩함에 나와 은혜가 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단 좁은 통로로 가야한다. 여럿이 아닌 일대일로 풀어야한다.
“허억. 헉.”
숨이 금세 차오른다. 멈추지 마라. 끝까지 달려. 상가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제법 고층으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간다. 정면에 보이는 엘리베이터. 1층으로 맞춰져있다. 다행이다.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긴다.
“크아아아!”
근처다. 곧 녀석들이 다가올 것이다. 지이잉. 닫히는 문. 그리고 동시에 보이는 한 마리의 괴물놈. 목표물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놈은 괴성을 지르며 문 쪽으로 길게 도약한다.
“크아아!”
지이잉. 하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은 녀석의 공격으로 인해 멈출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쿠웅! 소리와 문에 부딪힌 녀석은 버둥거리며 좁은 문틈사이로 손을 비집고 벌리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녀석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기계의 힘이 훨씬 더 강했다. 이대로 닫힌다면 녀석의 손이 그대로 잘려나갈 것이다.
“크으!”
낮게 으르렁거리며 퍼덕거리는 손을 바라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은혜를 바닥에 얼른 눕히고 파이프를 강하게 쥔다. 8층. 이 건물에서 가장 높은 층이다. 좋아. 이대로 올라가기만 하면 돼. 그런 뒤 적당한 곳에 숨어 때를 기다리면 된다. 그럼 한숨 돌릴 수 있다.
지이잉. 하지만 내 바램대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굳게 닫히지 않았다. 괴물의 손을 인식한 것인지 단단해 보이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낭패다. 이대로 열리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아니, 그대로 당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약한 괴물이 아닌 완전한 괴물 상태에 있는 놈이다.
“크으으!”
서서히 문이 열리는 것을 깨달은 녀석은 듣기 싫은 괴성을 지른다. 곧 양손을 넣어 허우적거린다. 나를 잡으려는 심산이다. 녀석에게 당할 수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 없어. 내게는 은혜가 있다. 지켜야만 하는 사람이 있어.
“하아!”
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녀석의 손가락들을 내리친다. 빠각! 단단한 파이프로 인해 녀석의 손가락 몇 마디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흰색의 뼈가 눈에 보인다. 고통 섞인 포효를 지른 녀석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먹잇감에 대한 집념인지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특유의 집착은 버리지 않았다.
“하아아!”
다시 한 번. 녀석이 물러날 때까지 휘둘러야 한다. 문은 거의 반 이상이 열린 상태. 제발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야만 해. 빠각! 이번 공격은 꽤나 컸는지 괴물 녀석이 포효를 하며 손을 뺀다. 재빨리 닫힘 버튼을 누른다. 이대로 문이 무사히 닫혀야만 한다.
“크오오오!”
먹잇감을 눈에서 놓친다는 분노 때문인지 녀석의 포효소리가 유독 거셌다.
“크아아!”
그리고 또 하나의 포효 소리. 상황이 좋지 않다. 두 마리의 힘으로 문을 열라고 한다면 꼼짝 없이 당할지도 모른다. 제발.. 닫혀라. 제발.. 지이잉. 다시 닫히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의 문. 그 느리게 닫히는 문틈으로 괴물 녀석들과 시선이 잠깐 마주친다.
“크으으!”
그것이 곧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녀석들은 서둘러 문을 열기 위해 앞으로 다가왔다. 제길! 이대로 있으면 꼼짝 없이 당하게 된다. 제발.. 제발. 빨리 닫혀라. 빌어먹을 문짝아! 지이잉. 느리게 닫히는 문 사이 또 다른 녀석의 손이 들어온다. 퍼덕거리며 나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괴물.
“허억.. 헉.”
다시 파이프를 강하게 쥔다. 될 때까지 한다. 그래야 살 수 있어. 부웅! 강하게 파이프를 휘두른다.
“어?”
하지만 파이프에 맞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순간 손을 쏘옥 뺀 괴물 녀석. 그리고 서서히 닫히는 문. 황급히 문틈으로 녀석들을 확인한다. 먹잇감에 대한 경쟁인지 녀석들은 서로 밀쳐내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애초에 ‘협동’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괴물들이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크아아!”
“하아..”
다행이다. 본능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이잉.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닫힌 문. 지이잉. 그리고 층수가 바뀌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짧은 시간이었지만 체감상으로 십년정도 흐른 것 같다. 온 몸이 추욱 처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힐끗. 바닥에 누워있는 은혜를 본다.
“....”
역시나..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바닥에 박힌 듯하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태성이라는 새끼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나를 깔보던 얼굴과 마지막 목숨을 구걸하던 놈의 얼굴. 그런 얼굴로 학교에 있는 친구들을 먹어 치웠겠지. 빌어먹을 놈.
띵-동.
‘8층입니다.’ 라는 무미한 기계음이 들린다. 하아.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서 은혜를 다시 안아 든다. 좌우로 뻗은 복도와 중간중간 보이는 간판들. 일단은 오른쪽으로 간다. 첫 째로 중요한 것은 역시 조용히 지낼 수 있고 문이 튼튼해야 한다. 허기를 달래 줄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다.
“후우. 후우.”
‘네일아트.’ 첫 번째 간판이다. 그 뒤에 있는 것은 ‘중개사’라고 쓰여진 것으로 보아 부동산인 것 같았다. 둘다 석연치 않은 장소였지만 반대 방향으로 가기에는 체력적인 한계가 따랐다. 하는 수 없이 끝에 있는 중개사 쪽으로 이동한다.
“하아..”
문 앞에 서서 은혜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는다. 혹시 모를 괴물들에게 대비하기 위해 파이프를 강하게 쥐고 문을 연다. ‘딸랑. 딸랑.’ 손님을 알리는 방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20평은 되어보이는 공간. 군데군데 어질러진 서류 더미와 큰 책상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그래도 모른다. 확실히 해둬야 한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방금 전엔 보이지 않았던 안쪽에 있는 화장실의 문을 연다. 끼이익. 낡은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난다. 소변기와 대변기가 구분이 되어 있지 않고 붙어 있는 구조다.
“됐어..”
다행이다. 솔직히 지금 상태로 평범한 괴물 놈 하나 상대하기도 벅차다. 다시 중개사의 출입문을 열고 은혜를 안고 온다. 바닥에 깔린 서류더미들을 대충 치우고 은혜를 조심스럽게 눕힌 후 출입문을 닫고 이중 삼중으로 걸어 잠근다.
“하..”
그러자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더 이상 움직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크게 호흡을 내쉰다.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한단 말인가. 은혜는? 저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괴물들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을까? 그럼 난.. 난 어떻게 해야하지? 온전치도 않은 몸이다. 결국에는.. 나와 은혜가..
밖에나가지마시오 86화
밖에나가지마시오 7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421259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사지가 힘 없이 달랑거리며 내 품에 안겨 있는 은혜. 뒤에서 들려오는 괴물들의 포효 소리. 생사를건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태성이 놈을 없애는데 성공했지만 그 뒤의 일을 나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시간을 너무 끌린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몸도 점차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다. 이 상태로는 멀리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은혜야, 은혜야!”
은혜의 얇은 목은 재생된 상태였지만 숨이 너무 미약했다. 가만히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죽었다고 여길 만큼 은혜의 몸에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의 일로 피를 너무 소모한 탓인지 체온도 점차 떨어져가고 있다. 최악이다. 방법은 없는 것인가?
“크아아!”
뚜렷하고 강렬한 소리. 슬쩍 뒤를 돌아보니 세 마리 정도의 괴물이 검은 색의 털을 온 몸에 두르고 나를 추격하고 있다. 인간을 먹고 어느 정도 체력을 보충한 덕이다. 확연히 차이 나는 녀석들의 민첩함에 나와 은혜가 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단 좁은 통로로 가야한다. 여럿이 아닌 일대일로 풀어야한다.
“허억. 헉.”
숨이 금세 차오른다. 멈추지 마라. 끝까지 달려. 상가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제법 고층으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간다. 정면에 보이는 엘리베이터. 1층으로 맞춰져있다. 다행이다.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긴다.
“크아아아!”
근처다. 곧 녀석들이 다가올 것이다. 지이잉. 닫히는 문. 그리고 동시에 보이는 한 마리의 괴물놈. 목표물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놈은 괴성을 지르며 문 쪽으로 길게 도약한다.
“크아아!”
지이잉. 하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은 녀석의 공격으로 인해 멈출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쿠웅! 소리와 문에 부딪힌 녀석은 버둥거리며 좁은 문틈사이로 손을 비집고 벌리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녀석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기계의 힘이 훨씬 더 강했다. 이대로 닫힌다면 녀석의 손이 그대로 잘려나갈 것이다.
“크으!”
낮게 으르렁거리며 퍼덕거리는 손을 바라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은혜를 바닥에 얼른 눕히고 파이프를 강하게 쥔다. 8층. 이 건물에서 가장 높은 층이다. 좋아. 이대로 올라가기만 하면 돼. 그런 뒤 적당한 곳에 숨어 때를 기다리면 된다. 그럼 한숨 돌릴 수 있다.
지이잉. 하지만 내 바램대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굳게 닫히지 않았다. 괴물의 손을 인식한 것인지 단단해 보이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낭패다. 이대로 열리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아니, 그대로 당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약한 괴물이 아닌 완전한 괴물 상태에 있는 놈이다.
“크으으!”
서서히 문이 열리는 것을 깨달은 녀석은 듣기 싫은 괴성을 지른다. 곧 양손을 넣어 허우적거린다. 나를 잡으려는 심산이다. 녀석에게 당할 수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 없어. 내게는 은혜가 있다. 지켜야만 하는 사람이 있어.
“하아!”
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녀석의 손가락들을 내리친다. 빠각! 단단한 파이프로 인해 녀석의 손가락 몇 마디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흰색의 뼈가 눈에 보인다. 고통 섞인 포효를 지른 녀석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먹잇감에 대한 집념인지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특유의 집착은 버리지 않았다.
“하아아!”
다시 한 번. 녀석이 물러날 때까지 휘둘러야 한다. 문은 거의 반 이상이 열린 상태. 제발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야만 해. 빠각! 이번 공격은 꽤나 컸는지 괴물 녀석이 포효를 하며 손을 뺀다. 재빨리 닫힘 버튼을 누른다. 이대로 문이 무사히 닫혀야만 한다.
“크오오오!”
먹잇감을 눈에서 놓친다는 분노 때문인지 녀석의 포효소리가 유독 거셌다.
“크아아!”
그리고 또 하나의 포효 소리. 상황이 좋지 않다. 두 마리의 힘으로 문을 열라고 한다면 꼼짝 없이 당할지도 모른다. 제발.. 닫혀라. 제발.. 지이잉. 다시 닫히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의 문. 그 느리게 닫히는 문틈으로 괴물 녀석들과 시선이 잠깐 마주친다.
“크으으!”
그것이 곧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녀석들은 서둘러 문을 열기 위해 앞으로 다가왔다. 제길! 이대로 있으면 꼼짝 없이 당하게 된다. 제발.. 제발. 빨리 닫혀라. 빌어먹을 문짝아! 지이잉. 느리게 닫히는 문 사이 또 다른 녀석의 손이 들어온다. 퍼덕거리며 나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괴물.
“허억.. 헉.”
다시 파이프를 강하게 쥔다. 될 때까지 한다. 그래야 살 수 있어. 부웅! 강하게 파이프를 휘두른다.
“어?”
하지만 파이프에 맞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순간 손을 쏘옥 뺀 괴물 녀석. 그리고 서서히 닫히는 문. 황급히 문틈으로 녀석들을 확인한다. 먹잇감에 대한 경쟁인지 녀석들은 서로 밀쳐내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애초에 ‘협동’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괴물들이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크아아!”
“하아..”
다행이다. 본능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이잉.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닫힌 문. 지이잉. 그리고 층수가 바뀌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짧은 시간이었지만 체감상으로 십년정도 흐른 것 같다. 온 몸이 추욱 처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힐끗. 바닥에 누워있는 은혜를 본다.
“....”
역시나..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바닥에 박힌 듯하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태성이라는 새끼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나를 깔보던 얼굴과 마지막 목숨을 구걸하던 놈의 얼굴. 그런 얼굴로 학교에 있는 친구들을 먹어 치웠겠지. 빌어먹을 놈.
띵-동.
‘8층입니다.’ 라는 무미한 기계음이 들린다. 하아.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서 은혜를 다시 안아 든다. 좌우로 뻗은 복도와 중간중간 보이는 간판들. 일단은 오른쪽으로 간다. 첫 째로 중요한 것은 역시 조용히 지낼 수 있고 문이 튼튼해야 한다. 허기를 달래 줄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다.
“후우. 후우.”
‘네일아트.’ 첫 번째 간판이다. 그 뒤에 있는 것은 ‘중개사’라고 쓰여진 것으로 보아 부동산인 것 같았다. 둘다 석연치 않은 장소였지만 반대 방향으로 가기에는 체력적인 한계가 따랐다. 하는 수 없이 끝에 있는 중개사 쪽으로 이동한다.
“하아..”
문 앞에 서서 은혜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는다. 혹시 모를 괴물들에게 대비하기 위해 파이프를 강하게 쥐고 문을 연다. ‘딸랑. 딸랑.’ 손님을 알리는 방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20평은 되어보이는 공간. 군데군데 어질러진 서류 더미와 큰 책상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그래도 모른다. 확실히 해둬야 한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방금 전엔 보이지 않았던 안쪽에 있는 화장실의 문을 연다. 끼이익. 낡은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난다. 소변기와 대변기가 구분이 되어 있지 않고 붙어 있는 구조다.
“됐어..”
다행이다. 솔직히 지금 상태로 평범한 괴물 놈 하나 상대하기도 벅차다. 다시 중개사의 출입문을 열고 은혜를 안고 온다. 바닥에 깔린 서류더미들을 대충 치우고 은혜를 조심스럽게 눕힌 후 출입문을 닫고 이중 삼중으로 걸어 잠근다.
“하..”
그러자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더 이상 움직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크게 호흡을 내쉰다.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한단 말인가. 은혜는? 저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괴물들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을까? 그럼 난.. 난 어떻게 해야하지? 온전치도 않은 몸이다. 결국에는.. 나와 은혜가..
“....”
답이 나오지 않는다. 먹먹하다. 이대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죽어버리고 싶다.